신한국시대에 맞는 신복지정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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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부는 장애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복지를 증진한다며 오는 4월 20일부터 "장애인 지하철 요금 무료승차"를 발표했다.
참으로 가소롭고 당치 않은 일이다. 도대체 이 땅의 장애인들 중 몇 명이 대중교통 수단을 무료로 해달라고 요구했단 말인가? 책상머리에 앉아 이번 행정 조치를 만들어낸 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이 장애인 수첩을 들고 역무원에게 다가가 무임승차권 하나 달라고 말해보라고.
장애인들이 이 사회에 붙어사는 기생계층이란 말인가. 이번 조치는 감정적인 차원이 아니더라도 현상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정책적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되는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은 청각장애인, 3급 이상의 지체장애인 정도이다. 그것도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살아야만 한다. 과연 이들이 전체 장애인들 중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더구나 대부분의 지하철역은 리프트(계단에서 휠체어를 오르내리게 하는 기계)나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거의 설치되어 있지 않다. 현재 많은 중증장애인, 설사 힘겹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일 지라도 승용차를 구입하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둘째, 일선 지하철 역무원들의 불친절이 더 심화될 소지가 있다. 물론 모든 역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지하철역의 역무원들은 장애인수첩을 내보이며 반액 승차권을 달라고 하면 짜증스런 표정으로 투덜대거나 불쌍한 이에게 적선한다는 듯이 무성의하게 툭 던져준다.
이미 지하철공사에서 일선 역에 공문을 보내 시행중이 다매(반액권을 여러 장 살 수 있는 제도)를 할 때는 역무원들과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무임승차가 시행된다면 역무원들의 불친절은 더 심해질 것이고 순간적으로 느끼는 장애인들의 굴욕감이나 불쾌감 역시 더 증폭될 것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부 장애인들이 일반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셋째, 정부의 이번 발표를 많은 일반인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체장애 3급인 내가 만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적절한 복지정책의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장애인복지정책에 있어 전시행정으로 일관해 온 정부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무임승차를 실시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얄팍한 속셈에 불과함에도 일반인들에게 근본적인 문제점은 알지 못한 채 현상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장애인 문제의 해결을 왜곡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나는 정부 당국과 지하철공사에 제안한다. 장애인에게도 일반인들과 똑같은 요금을 받고 그 이익금으로 지하철역에 편의시설을 설치하라. 그리고 장애인들이 기생계층으로 살아가지 않고 대중교통 등 모든 사회시설을 이용함에 있어 일반인들과 똑같은 요금을 낼 수 있도록 똑같은 요금을 낼 수 있도록 취업을 포함해 제반 장애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한국시대의 신복지정책"을 실시하라.
글/김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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