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글2]평등의 차별화
본문
평등의 차별화
김영숙 (가명·특수학교 교사)
장애인 교육에 관한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특수교육진흥법이 개정되었다. 개정 내용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더라도, 개정에 이르기까지 올 한 해 동안 장애인의 교육권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였다. 특히 장애아동을 가능 한한 조기에 교육시켜 교육의 효과를 최대로 해 보자는 장애아동 조기교육 의무화 제안은 주요 논의 과제였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과정에서 일부 교육자들은 장애아동 조기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교육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하여 많은 특수교육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장애가 없는 아동들은 초등학교 과정부터 의무화를 실시하고 있는데 반해 장애아동이라고 해서 유치원 교육부터 의무화하는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형평의 원리, 평등한 교육기회제공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참으로 평등의 원리를 잘못 해석한 주장이다.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윤리과목을 맡고 계셨던 담임선생님께서 어느 날 "평등"의 의미를 적절한 비유를 들어 설명해 주셨다. 밥 한 사발을 앞에 놓고 시장한 어른과 아이가 마주 앉았다. 한 사발의 밥을 가지고 어떻게 나누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여기서 "평등한 배분"이란 어른과 아이가 밥 한 사발을 무 자르듯 정확하게 나누어 먹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평등이란 어른과 아이가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하게 나눔으로써 같은 정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살아가는 이치, 공평의 원리라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터득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장애가 없는 아동들에게 부여하지 않는 교육의 기회를 장애아동에게는 우선적으로 부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와 어른이 같은 양의 밥을 먹는 것이 공평한 것이 아닌 것처럼 장애아동과 장애가 없는 아동에게 똑같은 교육기회를 주는 것이 평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지니고 있는 조건이 불평등한 상황에서 "평등한 기회제공"이라는 말 자체가 차별적인 것이다.
학교 교육환경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2인용 책상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장애인 교육에 관한 기초지식조차 없는 선생님에, 몸이 불편한 장애아동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불편한 교실 문, 계단, 화장실 등, 대다수의 아동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시설들을 장애아동들에게도 역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다고 해서 평등한 교육권이 보장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올바른 한 사회인으로의 성장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장애아동과 장애가 없는 아동의 교육목적은 동일하다. 그러나 동일한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교육조건의 제공은 차별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장애아동에게 있어서 평등한 교육이란 궁극적으로는 차별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평등"의 의미가 잘못 해석되고 있는 이즈음, "진정한 평등"-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
필자의 요청에 의해 가명을 사용하게 되었음을 밝힙니다. 글을 보내주신 선생님도 "하루빨리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음도 아울러 밝혀둡니다. <편집자 주>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