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공대위 활동으로 새국면 맞이한 "공립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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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인 정상화 방안>
전북맹아학교는 폐교되고 전북지역에 공립 시각특수학교가 세워 질 것인가. 수십년간 특수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한 채 파행적인 운영을 일삼아오던 전북맹아학교는 "더 이상 이러한 상태로는 제대로 된 특수교육을 할 수 없다"는 교사들의 강력한 문제 제기로 사회에 알려지면서(함께걸음 92년 12월호 게재) 교사들의 입장과 교육청, 학교측의 입장이 상반된 견해로 엇갈리고 있어 학교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때까지 심한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4일 전라북도 도교육청은 "사회복지법인인 전북보상원이 인수하여 운영한다"는 내용의 "전북맹아학교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12월 21일 전북장애인운동청년회에서 보낸 진정서의 회신 공문에서 다시 "학교 경영자가 학교 폐지를 신청하지 않는 한 현행 사립학교법상 직권 폐교조치 할 수 없으므로 경영자가 보성원 위치로 93년 8월 31일 이전에 신축이전하기로 확약했다"고 밝히고 있어 사실상 사회복지법인인 전북보성원에서 학교만 새로 지어 운영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확실시하였다.
전북도교육청의 이 같은 조처는 그간 전북맹아학교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잡고 있었던 족벌체제로 인한 비민주적인 운영, 예산 비리, 비교육적인 행태 등의 파행운영을 거듭해 온 학교 내부의 근본적 요소가 되는 문제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일단 벌어진 사태만을 어떤 식으로든 빨리 무마시키려고만 하는 주먹구구식의 행정 발상에서 나온 방언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교육청이 발표한 신축이전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확보된 부지는 시각장애아 수용시설인 전북보성원 위치(이리시 석암동 41-77)에 있는 것이며 땅주인인 보성원의 사장 권영조씨가 1,247평의 부지와 1억5천여만원의 돈을 출연하여 학교법인이 아닌 자신의 개인 소유로 되어 있는 학교를 이제는 사회복지법인에서 운영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권영조씨는 전북맹아학교 교장인 권현정씨의 친오빠이며 보성원 원장 조순화씨는 이 두사람의 친어머니로 되어 있어, 오히려 비교육적인 상황을 악화시킬 여지가 많은 방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반발이 큰 것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시각장애 교육대상으로 재판별된 학생은 17명에 불과하여 초·중등부를 합쳐도 2-3학급 정도밖에 편성할 수 없어 공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 형태 유지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교사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반 수 이상을 차지하는 보성원 시설의 수용장애아들인 정신지체아들을 위한 교육적인 조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아 이들의 교육권 문제는 교육 행정 속에서도 여전히 무시되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지역 공대위 활동으로 맞서는 공립화 싸움>
공립이 되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교사들의 주장이 학교장의 "절대 공립 불가"의 입장과 팽팽히 맞선 가운데 교육청까지 공립에 대해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전북맹아학교가 "공립학교"로 다시 태어나는 데에는 난항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맹아학교 교사들과 전국특수교육과 학생연합회, 전국지체부자유대학생연합회, 전북사회복지학과학생협의회, 전북장애인운동청년회, 이리·익산지역 전교조 지회 등 전북지역 장애인학생 동아리와 단체, 사회단체들로 꾸려진 "전북맹아학교 공립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비모임)는 최근 두차례의 모임을 갖고 대국민 서명작업과 홍보작업, 지속적인 교육청 항의방문 등을 계획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3년 1월 초순 더 많은 사회단체들이 가세하여 공식적인 발족을 하게 될 지역 공대위는 △전북맹아학교의 폐교 △파행운영의 주범인 이사장과 교장의 실질적인 문책 △파행운영을 방기한 도교육청의 공식적인 사과 △공립 시각장애인 학교 건립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복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김성재)는 지난해 12월 28일 운영위원회를 갖고 지역 공대위와의 연대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교육부와 특수교육협회에 공개질의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어쨌든 전북맹아학교의 폐교와 그에 따른 공립학교의 건립은, 지방사립특수학교가 더 이상 폐쇄되고 열악한 상황 속에 내몰리지 않고 올바른 특수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공교육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데 중대한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글/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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