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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 잡았는데 구인장이라니?
올해 62세인 전신마비 장애우입니다. 지난해 8월경 집에 도둑이 들어 목걸이, 시계 등 귀중품을 훔쳐 도망을 가던 중 집사람이 발견하고 소리를 질러 동네 청년들과 함께 다행히 도둑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뒤 집사람 앞으로 증인출두요구서가 세체례 왔으나 그때마다 전신마비로 꼼짝할 수 없는 저의 병간호 때문에 법정에 나갈 수 없다는 사정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경찰이 찾아와 "더 이상 출두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끌어 갈 수 밖에 없다"며 구인장을 내보이며 마치 우리를 범인 취급하는 것이 아닙니까.
저와 집사람이 경찰의 이런 태도에 분개해 "우리가 도둑이냐. 왜 강제로 끌어갈려고 하느냐"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끝에 흥분한 제가 졸도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무리 법 절차상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그동안 나갈 수 없는 이유를 밝힌 증인을 범인 취급하며 강제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 경찰의 할 일인지 너무도 억울하고 괘씸합니다.
글/김순재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증언에 협조해야 경찰관의 태도는 분명한 잘못
우리 헌법 제27조 제5항과 형사소송법 제257의 2에는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또 형사소송법 제307조에서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의 판례도 피고인을 유죄로 하기 위한 증거는 "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도"(Beyond resonable doubt)의 신빙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와는 별도로 피고인이 법정에서 경찰, 검찰에서 작성한 참고인(목격자나 기타 피고인의 범죄 사실을 진술한 사람)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조서를 진술한 사람이 그 작성하는 과정에서 강제로 진술한 것이 아니며 조서의 내용이 진실하다는 사실을 증언할 때야 비로소 유죄의 증거를 삼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귀하의 경우 귀하의 집에 들었던 도둑이 법정에서 자신은 도둑질 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절도죄에 대한 증거로 검찰이 제출한 각종 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데 동의하고 있지 않는 듯합니다. 이러한 경우, 귀하가 법정에서 나가 피고인의 범행사실을 본 대로 들은 대로 증언을 할 때 판사가 피고인에게 유죄 선고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내가 보았는데 증언은 무슨 증언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을 하는 판사의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도둑질하는 것을 본 것도 아닌데다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고문에 의하여 강제로 자백을 한 것이라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참고인 진술조서는 참고인들이 한 거짓말이라고 말할 경우 피고인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밝혀보기 전에는 함부로 유죄 선고를 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목격자 등으로 하여금 법원에 출석하여 증언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원은 진실을 밝혀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엄중한 벌을 내리고 억울하게 잡혀온 사람이 있다면 무죄를 밝혀주는 책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일반 국민은 피고인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밝히는 근거가 되는 사실에 관하여 진술하여야 합니다. 그 진술은 죄를 지은 자를 처벌하고 억울한 사람을 풀어주는 일이 재판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형사소송법 161조는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나 증언을 거부할 때에는 결정으로 5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모든 국민에게 증언에 협조할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다만 위 조문에서 알 수 있듯이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선서나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과연 어떤 경우를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볼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우리 법원이 장애인이 증언하러 법정에 출석하는 데에 편의를 제공하고 또한 법정에서 증언을 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도록 편의시설을 갖추어 주지 않는 이상 귀하와 같이 전신마비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증언 거부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판단됩니다. 다만 담당판사는 귀하가 어느 정도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구인장을 발부하면서까지 귀하의 증언을 들으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빠른 시일내에 귀하의 장애를 증명할 서류나 사진 등을 동봉하여 담당 판사 앞으로 서신을 띄우면 다음부터는 경찰관이 구인하러 나오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귀하가 법정에 출석하지 못하여 피고인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면 담당판사가 직접 증인의 집에 출장방문하여 증언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까지 증언을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귀하의 질문 내용을 보면서 괘씸하다고 느끼는 것은 구인장을 집행하러온 경찰관의 태도입니다. 구인하러 와서 귀하를 보았다면 귀하의 장애정도가 매우 중하여 구인집행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적어 법원에 보고하였더라면 판사가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였을 터인데, 막무가내로 귀하를 죄인 취급하면서 법정에 세우려 한 것은 올바른 경찰관의 직무집행태도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귀하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진실을 밝히는 과정의 일환이므로 증언에 협조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며 또한 국민의 의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글/이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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