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문제다] 휘청거리는 장애아 교육권 이대로 둘 것인가..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이것이 문제다] 휘청거리는 장애아 교육권 이대로 둘 것인가..

이리 "전북맹아학교 사태"를 중심으로

본문


<굴절된 특수교육의 역사를 한 눈에>
  "존경하는 교육감님, 교육위원회의장님, 전북맹아학교 이사장님, 시각장애아 특수교육 기관인 저희 학교는 지난 5-6년 간 정상적인 시각장애아 편·입학은 거의 없었습니다. 수년 동안 저희 학교 입학생들은 사회복지법인인 "전북보성원"에 수용되어 있는 정신지체아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러나 학적부에는 시각장애아로 허위 기재하여 국가 예산을 지급 받았고, 학교 재정으로 나온 학교 예산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고 보성원 재정으로 유용 하는 등 파행적인 운영을 일삼아 왔습니다. 아이들의 교육권 보장은 뒷전이고 학교와 시설의 유지에만 급급해왔던 것입니다.
  "저희 교사들은 정상적인 특수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수용소 같은 학교 시설은 거부합니다. 학생들이 정상적인 생활환경과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촉구하는 바입니다. 학교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점들을 시정하려면 저희 학교는 마땅히 사회에 공개되어야 됩니다."
  지난 10월 29일자로 전라북도도교육청에 보낸 "학교 정상화를 바라는 전북맹아학교 교사 일동"으로 되어 있는 진정서에는 학교 운영자의 예산 비리와 비민주적 행태로 일관해 온 파행적인 운영, 교육받을 권리에서조차 방치되어 있는 장애아들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고발하는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교사들에 의해 사회에 알려지면서 "존립이냐, 폐교냐"의 심판대 위에 오른 "전북맹아학교"는 사회적인 냉대와 편견을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수십 년씩을 지탱해 온 우리나라 사립 특수학교들의 굴절된 역사를 한눈에 읽게 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두 번 버려진 아이들>
  전북 이리시 마동, 이리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변두리 허름한 주택들 사이에 있는 전북맹아학교(교장 권현정·여·45세)는 총 52평 밖에 되지 않는 교사1동과 학생수의 거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수용시설 "전북보성원"(이리시 석암동 소재) 원장의 사택, 너무 좁아서 어느 집의 앞마당 같은 운동장까지 다 합쳐도 교지가 490여 평밖에 되지 않는 협소한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초등부 4개 학급, 중등부 2개 학급, 총 6개 학급 41명의 학생수로 유지되는 전북맹아학교는 초등부1학년이 4명, 2·3학년을 합친 한 반이 11명, 4학년이 8명, 5·6학년을 합친 한 반이 7명으로 총 30명이다. 그리고 중등부 1학년이 3명, 2·3학년을 합친 한 반이 8명으로 총 11명밖에 되지 않으며 초, 중등부를 합쳐서 7명의 교사들이 있다. 총 학생수 41명에 교사 7명과 양호교사 1명, 서무직원 1명, 교장까지 학교 직원이 10명이다.
  시각장애아는 전체 학생의 27%인 11명밖에 되지 않고 시각장애와 정신지체를 동반하고 있는 중복장애아가 9명, 나머지 50% 이상의 아이들이 자폐, 정서장애 등 정신지체 장애에 포함되는 아이들이다.

  "지역에서 시각장애아들의 입학은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시각장애 발생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데서도 원인이 있지만 열악한 교육 환경을 이유로 우리 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지금 다니고 있는 학생들 중에서도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아들의 경우 그에 걸맞은 특수교육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나 전북맹아학교 교사들 의 이 같은 지적은 시각장애 학교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낙후된 학교로서의 면모를 잘 드러내 주는 말이다.
  "학생수가 더 이상 모자라게 되 면 학급이 감축되고 학급이 감축되면 학교장의 입장에서는 국고 지원 을 받을 빌미가 없어지게 되므로 그것은 절대 원하는 바가 아니죠. 시각장애아들만 가지고는 도저히 학교를 운영할 수 없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의 이 상태만은 유지해야 되므로 교육청에 제출하는 학적부에 이름만 있는 "유령학생"을 만들어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용시설인 보성원에 있는 정신지체아들까지 시각장애 라고 허위 기재하여 명목상의 시각장애 학교를 유지하기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의 이러한 성토가 아니더라도 실제로 학교에서 눈에 띄는 아이들은 시각장애아들보다는 정신 지체아들이 훨씬 많아 보였다. 집에서 통학하는 아이들 4명과 통학거리가 멀어 보성원에서 기숙하고 있는 아이들 6명, 그리고 보성원 수용원생 1명이 시각장애아들의 전부다. 시각장애아들로 학생 수를 채우려면 턱없이 모자라므로 시설에 있는 정신지체아들이 시각장애아로 엉뚱한 "판별"을 받아 머릿수만 간신히 채우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의 성토에 더 귀를 귀울여보자.
  "지능이 정상인 시각장애아들의 교육과정은 일반 교육과정에 맞추어 실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교사들 역시 시각장애아 교육과정에만 충실하게 가르칠 수 있을 뿐 정신지체아들을 위한 교육과정이나

"학생수가 더 이상 모자라게 되면 학급이 감축되고 학급이 감축되면 학교장의 입장에서는 국고 지원을 받을 빌미가 없어지게 되므로 그것은 절대 원하는 바가 아니죠. 시각장애아들만 가지고는 도저히 학교를 운영할 수 없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의 이상태만은 유지해야 되므로 교육청에 제출하는 학적부에 이름만 있는 "유령학생"을 만들어냅니다."

내용은 아이의 개별적 특성에 맞게 다시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데 우리 학교의 환경은 전혀 마련되어있지 않습니다. 정신지체아들이 점자 교과서를 펴놓고 있어야 하는 실정이니 말입니다. 자연 정신지체아들은 수업 시간에 고립될 수밖에 없고 이들에 대한 교육적인 배려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이 다르니 교사로서도 가르치는데 많은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교사들의 요구사항이 교장선생님에게 받아들여진 적이 거의 없습니다.
  모든 것이 교장선생님의 재량과 판단으로 결정될 뿐입니다. 교장선생님 스스로 "학교는 내 거다"라고 주장할 정도로 사유화되어 있는 것이죠. 교사임용과 예산, 교육내용에 이르기까지 교장선생님 마음대로 입니다."

<학교장의 예산 횡령, 유용 의혹>
  교사들이 띄운 진정서 등 전북맹아학교 문제가 사회 일반에 알려지기 전인 지난 10월 10일, 이덕순교사(29)를 비롯한 여섯 명의 교사들은  학교의 예·결산 공개  민주적인 교원 인사위원회 설치와 운영  교권 탄압 철회  학교환경 개선  학교 기능직원의 정상근무  전북보성원의 학교 운영간섭 배제 등을 내용으로 한 10가지 요구사항을 적은 공개질의서를 권현정 교장에게 제출한 바 있다.
  교사들은 "예·결산 집행에 있어 91년의 경우만 보더라도 인건비를 제외하고 직·간접적으로 학생들에게 투여된 실제 교육비는 전체 관리운영비 중 약 12%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91년 전북맹아학교의 1년 예산은 1억7천3백여만 원, 이중 인건비가 약 79%를 차지하며 관리운영비로 21%의 예산이 쓰이고 있다. 교사들의 주장에 의하면 학교 예산의 상당 부분이 유용 되거나 전용되었다고 말하며 일부분은 횡령이라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학교 기능직 직원으로 등재되어있는 함영균씨(50)의 경우 실제로는 학교 근무상황부에 기록도 되어있지 않고 보성원 원장인 조순화씨(80) 개인 농사일과 학교 내에 있는 사택 관리직만 수행했을 뿐 학교기능직 직원으로서의 일은 하지 않았는데 91년의 경우만도 1천4백여만 원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학교장이 임의로 학교 예산에서 지출한 것은 "횡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서무직원으로 있는 김평기씨(46)와 함영균씨가 숙직을 한번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숙직 계에는 숙직을 하고 숙직 비까지 나간 것으로 도장이 찍혀 있어 횡령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서무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평기씨는 "자신이 숙직을 한 적도 없으며 숙직 비를 받은 적도 없다. 숙직 비로 지출된 돈은 교장이 가져갔다"고 밝히면서 자신은 "잘못된 편법 지출인지 알면서도 교장이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이라며 "이러한 사실에 대해 그동안 몹시 괴로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또한 관리운영비 3천 5백여만 원 중학교 자금으로 쓰이지 않고 교장 개인이 사정에 의해 사용되었거나 보성원 운영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나와 있어 학교운영비의 상당액수를 교장 개인이 착복 또는 유용했다는 교사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예산 지출 내역을 상세히 기록해 놓은 현금출납부에는 도내·도외 여비, 축의금 등 공·사를 구분할 수 없도록 간단하고 애매하게 적혀. 있는 항목들이 한 달에도 수십 차례씩 있었던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공식적으로 나오는 정보비와 판공비까지 버젓이 지출된 것으로 나와 있어 학교 예산을 개인 비용으로 착복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교사들은 교장이 학교 운영비에서 전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돈이 관리운영비의 약 10%에 해당하는 3백6십여만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성원 시설은 학교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으나 시설장의 사택이 학교 내에 있어 사택에서 사용한 전화세와 수도세, 전기세, 연료대 등 사택관리비가 학교 전체 관리운영비의 4.4%에 해당하는 1백5십여만 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90년 91년의 경우 별도로 지급된 "교육환경특별개선비" 는 책걸상 교체와 도장·바닥공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며 사택 수리를 대대적으로 하는 등 "학교 재정이 보성원 원장의 사택운영비로 공공연히 쓰였다"는 것이 교사들의 지적이다.
  이외에도 "점자지 구입", "유리보수" 등 확인할 수도 없는 사실무근의 항목들이 매달 현금출납부에 적혀 있을 뿐만 아니라 보성원물품인 "급식 설비 기구비" 등 시설 예산에서 지출되어야 할 비용까지 학교 재정에서 나간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유용"의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

<창고에서 썩는 교육기자재>
  물론 전북맹아학교는 매우 좁다. 4 - 5평짜리 교실 7칸, 교무실 1칸, 교장실겸 서무실 1칸, 도서실 1칸, 자료실 1칸, 교재교구실 1칸, 강당 1칸만을 갖고 있다. 점자타자기, 점자녹음기, 전기침치료기, 경렬모형도, 안마대 등 시각장애아들에게 필요한 교육기자재들이 비교적 부피가 커서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재 전북맹아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재교구실은 이러한 기자재들을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박스 채 쌓아놓는 창고로 전락, 하루종일자물통으로 단단히 채워져 있는 날이 태반이다.
  매년 사들인 새 기구들이 박스상태로 쌓여 있고, 사용 일시와 용도를 기록하게 되어있는 대장에는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듯 깨끗한 인쇄지만 여러 겹 곱게 철이 되어 있었다. 급기야는 늘어만 가는 기자재들을 사재기하듯 보성원 창고로까지 옮겨 놓아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었다. "학교 공간이 남는 것이 없고, 너무 협소하여 놔둘 곳이 없어서 현재 사용을 못하고 있고 필요한 기구가 더 들어오면 쓰려고 했다"는 권교장의 말은 그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면서 특수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조차 무색하게 하는 변명으로 들렸다.
  더욱이 학교 내에 있는 보성원원장의 사택 그리고 양호실을 없애고 이전에 양호실로 쓰던 사택의 옆방을 개조하여 세입자까지 들여 매년 사글세 값까지 버젓이 받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마음놓고 수업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교육기자재실이나 아이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누워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양호실 한 칸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에 개인 주택을 학교 내에 두고 세입자까지 들이는 처사는 교장의 교육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매년 5백만 원이 넘는 돈이 점자교과서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어요. 70% 이상이 중복·정신지체장애아여서 점자교과서를 사용할 수 없음에도 사들여서 구입 즉시 절반 이상이 폐기처분되고 있어요. 국고예산에서 학생 수에 따라 교과서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점자교과서를 사야 한다는 것이 교장 선생님의 설명이었어요. 정신지체아에 맞는 교재 교구를 사달라고 하면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것 필요 없다. 그냥 점자교과서로 하라고만 지시하셨어요."

  11명의 반 아이들 중 6명이 정신지체아들인 반을 가르치고 있는 김은미 교사(30)는 "이들에 대한교육은 신변처리나 학교생활에서의 적응훈련 등만 가르칠 뿐 학습지도나 교과 지도 등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전체관리 운영비에서 직·간접 교육비로 사용된 금액은 3백만 원도 안 되는 액수라고 폭로하고 있다.  특수학교 시설 설비 기준에 턱도 없이 미달되는 4평짜리 교실(특수학교 설비기준령에는 최하 15평이라고 되어 있다), 시각장애아들이 빠질까봐 무서워 꺼린다는 재래식화장실, 허름하고 컴컴한 창고로 보이는 수도 설치가 되어 있는 세면장 등 장애아들을 위한 학교 내의 편의시설이나 이용지설을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열악하고 낙후되어 있는 특수교육의 현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보호받지 못하는 보성원 아이들>
  시각장애아 보호시설인 사회복지법인 전북보성원은 권영조 이사장(서경대학 교수)이 전북맹아학교 권현정 교장의 오빠이며 조순화 원장(80)이 권교장의 친어머니로 되어 있어 이 학교 역시 숱한 수용시설과 사립특수학교들에서 지적되어 온 족벌체제의 파행성을 그대로 노출하교 있다.
  시설을 갖고 있다는 이점 때문에 특수학교 인가를 쉽게 얻어낼 수 있었던 사립특수학교 설립의 배경이 시설과 학교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빚어낸 일차적 요인이 되었고 국고 지원 예산의 유·전용, 비민주적인 운영방식, 원생들의 비인간적 대우 등도 역시 족벌체제의 고착화에서 비롯된 고질적인 산물로 자리 잡고 있는 실정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전북 보성원에는 총 50여명의 원생들이 수용되어 있다. 이중 특수학교에 다니면서 기숙 시설로 이용하는 소수의 시각장애 학생들을 제외하면 정신지체아들이 거의 전부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부터 학교중등부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있지만 이곳 보성원에는 이 아이들을 돌보고 보호해주는 "보육사" 조차한 사람도 없다. 총무 한사람, 운전기사 한 사람, 식당에서 밥하고 아주 어린 아기들을 돌보는 아줌마3명만 있을 뿐 아이들은 늘 덩그렇게 방안에 방치되어 있고 시설과 학교만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들판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보성원은 그 들판 사이를 가로질러 학교와 시설로 실어다 나르는 봉고차 한대만 늘 신난다. 썰렁한 방안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학교에 갈 시간이 되면 우르르 봉고차로 몰려나가고 또 학교가 파하면 우르르 몰려오는 아이들, 식사시간이 되면 다시 식으로 우르르 몰려가 허겁지겁 밥을 먹어치우는 아이들‥‥‥
  시설은 아이들 머리수대로 지원금을 받고 아이들은 그저 생명을 부지하려고 먹고 자고 학교에 간다.
  "평소에 무짠지 몇 쪼가리에 소금국물로 밥을 먹고 있다"는 교사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보성원에 가서 만난 아이들 중 기숙하고 있는 아이들은 불만이 대단했다.
  "어떨 때는 밥에서 쌀벌레가 그대로 보일 때도 있었어요. 찌개에선 상한 냄새가 나는 데도 원장님은 음식 냄새라고 말하곤 했어요. 김치라고는 1년 내내 무우이파리로 담근 것만 주었고 반찬은 늘 미역줄기 무친 것이 고작이었어요. 밥이라도 많이 주면 다행인데 밥 양도 늘 적어 아이들이 배고파해요."
  전북맹아학교 중등부에 다니고 있는 이종순양(17)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는 아무 말도 않고 있다가 돌아서는 기자를 살짝 불러 불만을 털어놓았다.
  보성원의 비참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1985년도에도 문제가 발생된 적이 있었다. 동문회에서 주식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한 것이다. 시설이 나쁘다는 소문이 도니까 그나마 학교를 찾아오는 시각장애인들이 타도로 전학을 가는 일이 자주 벌어져서 동문회에서 "그래도 학교를 지키자"고 나선 것이었다. 방송을 듣고 최근의 맹아학교 사태를 알게 되었다는 김병로씨(56. 동문회 부회장)는 "그때 당시도 권현정 교장과 권영조 이사장은 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각서까지 썼지만 지금 와서 보니까 그때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시설장 조순화씨는 학교 내에 있는 사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말고도 시설보다는 오히려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교사들의 주장에 의하면 "수시로 학생조회나 직원조회를 소집하여 교육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교사의 생활 태도 등을 문제삼아 추궁하고 문책하는가 하면 전화 1대를 학교와 사택에 같이 설치하여 도청하고, 학교에 작은 문제라도 발생하면 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어도 사택으로 불러 추궁하는 등 교권침해까지 일삼았다"는 것이다. 또한 "인건비와 관리운영 비 등 학교 운영비 지출에 있어서도 공책 한권 값도 일일이 구두로라도 결재를 받아야 하는 등 학교 운영 문제에 일일이 간섭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 "원장 개인의 필요에 의해서 농사철에 농번기 방학을 실시하여 통학버스로 이용하는 차량을 동원하는가 하면 가을철에는 학교운동장에서 곡식을 말리기 위해 며칠동안 방학을 실시하는 등 학사일정에도 간섭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권현정 교장은  "이 학교는 선친 때부터 키워온 학교이고 내사업체"라고 주장할 만큼 학교에 대한 소유의식과 애착이 강하다. 이러한 잘못된 소유의식과 비뚤어진 애착이 이번 사태를 오히려 더 악화시킬 소지까지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권현정 교장은 이미 학교가 세워지기 전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살고 있으며 숙직 비 역시 어머니가 학교에 있는 셈이니 대직으로 여기고 어머니에게 드렸다"고 말하고, 시책운영비의 유용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팔순이 다 된 노인네가 혼자 사는 데 이런 것을 가지고 문제삼는 것은 너무하다"고 오히려 항변까지 하고 나섰다. 교사들이 제시한 공개질의서예 대해 권현정 교장은 10개 항목 중에서 교사 임용시 받았던 사전 사표에 대한 반납과 공개사과, 교사에 대한 폭언과 반말 사과, 사택전화와 학교 전화 분리 등 4개 항목에 대해서만 약속을 했을 뿐 대부분의 질의에 대해서 "그런 일 없다, 노력하겠다, 잘하겠다고"고만 말하고 넘어갔다.
  지난 4월 정기 감사에서 물품관리소홀, 수업일수 부족에 관한 문제 및 학교재정의 관리 소홀히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 감사지적사항으로 경고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 이러 한 지적사항에 대해서 시정했노라고 처리결과보고서에 나타나 있지만 대부분이 미시적이고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감사과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분적인 지적에 그치는 항목들이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도 채 안된 시기에 다시 교사들로부터 강력한 문제제기를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문제로 교육청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는가 하면 "공립화" 문제까지 제기되는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감독관청의 형식적인 감사는 특수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장애아에 대한 차별로 점철되어 혼 국가의 교육정책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교장 아들에 의한 성폭행 사실까지>
  "성민이 오빠가 교장선생님이 안 계실 때 나를 강제로 방에 끌고 가 옷을 벗기고 괴롭혔다. 아프고 피가 많이 났다. 매일 매일 그랬다. 성민이 오빠가 밉다.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교장선생님 아들 성민이가 여학생 00을 성폭행하였는데 지난 여름방학 임신중절까지 했다는 소리를 양호교사로부터 들었다. 이미 90년도에도 그런 일이 있어 00와 00 두 아이를 불러 면담해 보니 두 여학생도 상습적으로 피해를 당해 왔다. 그 후로 나는 지금까지1년이 넘게 두려워서 그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교육자로서 정말 부끄럽다."
  김아무개양(12)과 한 교사가 쓴 일기는 열악한 교육환경도 모자라 성폭행이라는 치명적인 사실까지 겹쳐서 전북맹아학교와 보성원의 처참한 상황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홍성민씨(20)는 현재 대학생으로 알려져 있고, 권교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권교장이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들을 데리고 산부인과까지 간 사실이 피해자인 아이들과 운전기사의 입을 통해 확인이 되었음에도 권교장은 "내 아들이 그런 일이 없다고 하니 아들을 믿어야지 누구를 믿겠느냐, 산부인과에 절대 간 적이 없다, 어쨌든 이런 얘기가 나도는 것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성폭행 사실에 대해 회피했다.

<"공립화"만이 해결방안인가>
  학교 문제를 제기하면서 교사들은 근본적이고도 총체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공립화" 외에는 그 어떤 방안도 없다는 것을 호소하고 있다.  "교장선생님께 누차 건의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교장선생님은 "그러면 학급이 감축된다" "김 선생이 사표를 써야 하는 일이 생긴다" "내 말을 듣지 않으려면 학교를 그 만 둘 수밖에 없다‥‥‥‥ 이런 협박조의 말들로 문제를 무마시키려고만 했습니다."
  "교사인 우리들이 느끼는 교육적인 "한계상황"이 동기가 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정신지체 교육과정은 시각장애와는 완전히 딴판이어서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열악한 교육환경과 교장의사유화 의식, 감독관청의 무관심 등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가 오랜 세월동안 누적되어 왔고, 이것은 단순히 우리 교사들의 노력만으로는 개선될 수 없는 것입니다. 100%국고 지원으로 운영되느니 만큼 어떤 형태로든 "공립학교"가 되는 것이 최선의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립화"를 최선의 해결방안으로 들고 있지만 교사들의 이 같은 호소에 학교장은 "절대 불가"의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교사들과 학교장과의 대립 양상은 자못 심각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현재 전북맹아학교는 학교법인이 아닌 사인(私人) 소유로 되어 있어 권교장이 "선친 때부터 키운 학교이고 이건 내 사업체"라고 주장할 만큼 학교에 대한 소유의식과 애착이 강하고, 잘못된 소유의식과 비뚤어진 애착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더 악화될 소지까지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립화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동안 부분적으로 터졌던 사립특수학교들의 문제가 이젠 공개되어 공교육기관으로의 위상을 정립해야 되리라고 봅니다. 더 이상 비민주적이고 반교육적인 행태들이 특수학교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 있지 않고 올바른 지적과 비판을 받아들여 제대로 된 특수교육의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한 특수교육과 교수의 이 같은 토로는 그동안 교사 개인적인 차원에서 불만 요소로 터져 나왔던 특수교육의 현실을 실감케 하는 말이자 멀고 암담한 개혁의 길을 내다보게 한다.

<전북도교육청의 두 가지 해결방안>
  전라북도 도교육청은 지난 11월20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특별감사 기간을 갖고 "전북맹아학교 정상화 추진 종합 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제 1단계는 시각장애아 보호시설로 등록되어 있는 사회복지법인 보성원 위치로 신축 이전하여 현재의 학교경영 부실을 시정·개선하겠다는 방안이다.
  제 2단계는 전북맹아학교를 폐교시키고 기존 공·사립 특수학교에 시각장애 과정을 증설하여 통폐합하는 방안이다.
  교육청에서 발표한 두 가지 방안 모두 장애아 교육권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아 매우 부적절한 방안이라는 지적을 할 수 있다.
  이번 감사에서 재판별을 통하여 드러난 시각장애 대상 아동은 18명, 두 학급을 가지고 보성원에서 1억5천, 교육청에서 3억을 들여서 보성원을 포함한 부지 1,247평의 규모에 시각장애학교를 새로 지어 보성원에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운영자는 그대로 있고 사인 명의만 사회복지법인으로 변경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특수학교 시설설비 기준령"에서조차 학교 설립에 따른 학생 수와 학급 수 등의 조건에 관 한 언급이 없고 보니 학생수가 몇 명이든 간에 신축 이전을 해버리자는 식의 발상은 교육청과 보성원 측이 이번 사태를 빨리 무마시키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는 색채가 농후하다.
  사회복지법인과 특수학교의 분리되지 않은 운영체계로 많은 물의를 빚고 있는 현실에서 이 방안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사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북맹아학교의 경우 그동안 보성원과의 관계로 인해 폐단이 많았던 점을 감안할 때 더더욱 그렇다.
  두 번째 방안 역시 재고해봐야 할 여지가 많다. 그나마 부족한 특수학교를 폐교시킨다는 것은 어쨌든 교육적인 측면에서 손실이 많다는 것이다. 인근의 공립학교에 시각장애 학급과 정신지체 학급을 증설해서 통폐합시킨다고 했을 때 보성원에 수용되어 있는 장애아들이 시설을 옮기지 않고 통학이 가능한 지에 대한 여부와 현재 8명의 교사전원이 일부 옮겨가고 나머지 교사의 공립학교 특채 가능성 여부도 매우 희박하다.
  더욱이 "통폐합식의 공립화"에 대해서 학교장이나 시설의 운영자가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오히려 장애아들의 교육공간을 잃어버리게 하는 소지가 될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하게 하는 것이다.  "특별히 열악한 전북맹아학교 문제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립의 문제는 장단점을 잘 살펴서 조심스럽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인 것 같다"라고 말하는 교육부 의무교육과 김원경씨의 말은 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덮어두기에만 급급한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특수교육 행정체계를 엿보게 한다.
  어쩠든 두 가지 방안 모두 학급감축에 따른 교사감축을 내포하고 있어 교권문제가 새롭게 제기될 수 있고, 지방의 열악한 사립특수학교의 향방을 가늠하게 될 전례로 남을 수 있어 더더욱 주목되는 것이다.

<멀고 험난한 공립화의 길을 향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아들의 교육권입니다. 처음 교사들이 공립의 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는 정신지체아들의 교육적인 배려에 대해서 다소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각적이고 면밀한 검토 없이 공립화를 통해 교사의 신분보장 측면만을 우선으로 내세우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도 갖게 했죠. 시각장애아든 정신지체아든 이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공립화의 문제는 바로 이러한 관점 아래서 주장되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장애인복지를 위 한 공동대책위원회 이성재 변호사는 "전북맹아학교는 수십 년 간 고질적인 병폐들을 누적시켜 온 교장과 보성원 운영자가 손을 떼고 국가에서 떠맡아 공교육기관으로 제대로 운영해야 하며 이러한 결과를 얻어낼 때까지 교사들과 장애인 단체들이 힘을 모아 힘겹고 어려운 싸움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북맹아학교의 문제는 쉽사리 풀릴 것 같지 않은 예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현상적으로 드러난 문제들, 학교장의 예산 비 리 부분이나 시설의 반복지적인 행태 등을 두고 사법처리과정까지 고려되고 있어 더욱 더 고군분투가 예상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70%이상이 사립학교인 특수교육의 현실을 감안할 때 사립특수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이나 학교법인 그리고 사인 명의로 되어 있는 복지시설운영자들의 엄청난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는 것이 될 수 있어 큰 반발을 살 우려까지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념과 철학, 전문적인 교육 원칙의 부재, 제도적 장치의 미흡 등으로 장애아들의 교육권은 원전으로 밀리고 차별과 파행의 역사를 거듭해 온 특수교육, 그 굴곡의 역사 한 가운데서 특수교육을 좌지우지했던(?) 운영자들과 사회복지법인의 각성을 촉구하고, 특수교육전체의 발전을 도모해 줄 새 불씨로 작용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작성자고은경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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