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문제다] 공중에 뜬 20억, 서울시각장애자재활원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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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아의 집"으로 우리에게 낯익은 연합세계선교회 시각장애자재활원 서천석 원장이 공금 횡령으로 구속됐다. 루디아의 집 운영과 "선한목자재단"이라는 새로운 법인 설립을 둘러싸고 벌어진 직원들과의 갈등, 고발 그리고 구속.
과연 선한 목자의 수난인가 아니면……
<선한목자의 횡령(?)>
지난 7월 16일 서울지검 동부지청(담당검사 이복태)은 연합세계선교회 서울시각장애자재왈원 서천석 회장을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서천석씨는 지난해시각장애노인양로원 "루디아의 집"이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일대에 부지를 마련하고 이전을 준비하다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사건(함께걸음 6월호에 게재)을 통해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이다.
당시 본지에서는 시설의 외곽 이전과 지역주민들의 장애인 시설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에 초점을 맞춰 이 사건을 다루었으며 "루디아의 집" 운영주체로 되어 있던 "선한목자재단"에 대해서는 서회장으로부터 "노인 양로원이 설립되는 것과 동시에 법인이 설립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으나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루디아의 집 문제가 안흥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좌절된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던 6월 중순경 본지는 서천석 회장이 서울시각장애자재활원(이하 재활원)의 공금을 횡령했으며 직원들이 이의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내고 사실상 농성상태에 돌입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송파구 삼전동 109번지 서울시각장애자복지관의 힌색 타일 벽에는 구불구불한 지팡이와 선한목자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재활원 2층 사무실에서 앞으로의 대책을 숙의하고 있던 직원들은 다소 흥분된 모습으로 백여쪽이 넘는 증거자료를 내놓았다.
6월 22일 나찬호 부장을 비롯 재활원 26명의 직원 중 서천석 회장 한 사람을 제외한 25명은 공개질의서를 통해 "오랫동안 직원들간에 오가는 이야기로 또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여겨졌던 이야기들을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긴 밤의 지루함을 떨쳐 버리고 빛나는 새벽을 맞아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차제에 재활원과 루디아의 집의 분리운영이 확실하도록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하며 서회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철저한 비밀, 철저한 통제>
모두 10개 항으로 되어 있는 질의서는 서회장이 재활원으로 입금된 후원금을 재활원 통장이 아닌 자신의 개인통장에 넣어 관리하고 그 돈으로 "선한목자재단"을 마들기 위한 기본재산으로 유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후원금 명목을 어기거나 직원들에게 책정된 임금을 변태 지출하는 등 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이 밝힌 유형별 횡령 내역을 살펴보면 연합세계선교회 통장으로 입금된 후원금 1천9백여만원과 현금으로 전달한 후원금 1천6백여만원을 비롯 신도리코에서 후원한 점자 프린터 비용 7백만원 등 후원금 4천3백여만원을 시작으로 최명삼, 윤미경씨 등 직원 여섯명의 월급·상여금·퇴직금 8백여만원 그리고 재활원 운영자금 1억4천여만원과 재활원 관사 매각대금 5억3천여만원 등 모두 7억3천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강명선(32·총무부장 대리)씨는 "그동안 매달 각 은행에 재활원으로 입금된 돈을 찾아서 갖다주면 서회장이 이를 각각 나눠 자신의 통장에 넣을 것을 지시했다"고 밝히고 " 이밖에 지로입금이나 가족회원 등이 보낸 후원금도 총무과에 입금시키지 않고 루디아 기금으로 입금시키는 등 모든 재원을 철저하게 서회장 자신이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서회장은 특별한 목적을 가진 후원금(예를 들어 신도리코에서 점역사업에 사용하라는 명목으로 복사기 비용 1천2백만원을 3년에 걸쳐 후원)이 들어오면 이를 총무과에 입금시키는 대신 자신의 통장에 넣고 후원자나 단체에 대해서는 목적에 따른 물품을 제대로 구입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재활원 공금으로 이를 구입하는 식의 편법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들의 월급까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서원장이 오로지 선한목자재단을 만들기 위한 집념에 사로잡혀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월급에까지 손을 댈 정도로 "이성"을 잃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살펴보면 루디아의 집에서 주방일을 하는 아주머니의 경우 서류상으로는 50만원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35만원∼40만원을 받고 있으며 여기서 생기는 차액을 서회장 자신의 개인통장으로 입금시켜 왔다는 것이다.
시각, 지체 중복장애인인 윤미경(31·고용직)씨의 경우 처음에는 시간제 직원으로 일을 시작해 한달에 5만원 정도 월급을 받았으나 중복장애인인 자신에게 일자리를 준 서원장에게 감사하며 묵묵히 일을 해왔으며 이러한 윤씨의 노력 덕분에 91년 3월에는 드디어 정식직원으로 승진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서회장은 윤미경씨가 정식직원이 됐음에도 규정된 24만2천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시간제 직원으로 일을 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계속 5만원, 10만원 정도를 주고는 나머지를 자신의 통장에 입금시켜 왔다.
또한 치료실(현 컴퓨터실)에서 침술과 안마 강의를 했던 최명삼씨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정식직원으로 입사한 것으로 처리했으나 6개월 후 그만두었는데 8개월동안 (그만 둔 뒤에도 두달간 서류상으로는 일한 것으로 처리) 월급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최씨의 경우는 그만둔지 한 달이 지난 후 서회장이 경리과 직원을 불러 "사람이 그만두면 퇴직금이 계산되어야 서류상으로도 맞게 되니 계산해 갖고 오라"고 명령해 60∼70만원을 갖다 준 적이 있으며 이것 역시 서회장의 개인통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구세군에서 루디아의 집 최우지 할머니 등 다섯 사람에게 지금한 개인후원금 50만원까지 "손"을 댔다는 것이다.
<더해가는 의문, 똑같은 답변>
또한 직원들은 동작구 상도 1동 456번지 연합세계선교회 관사대지가 서류상으로는 성결교 재단에 기증된 것으로 처리 되었으나 실제로는 성결교 여선교회와 거래로 이루어졌으며 성결교 여선교회에서는 이 땅을 6억에 산 것으로 보고했으나 실제 재활원 통장에 입금된 것은 3억3천1백만원으로 차이가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갖가지 명목의 자금이 서회장의 개인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갔으나 과연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그렇다면 서천석 회장이 이처럼 재활원의 재산을 자신의 통장에 집어넣는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큰 돈"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인가.
강명선씨는 이에대해 서회장이 "월급을 줄 때도 자신이 직접 손으로 세어 줄 정도로 돈관리에 있어서 철저했다"고 말하고 "이렇게 서회장이 돈을 끌어모으려고 노력한 것은 선한목자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재원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서회장은 6월말 지의서에 대한 직원들과의 공개토론회 자리에서 "이런 모든 차액은 다 모아져서 루디아 기금으로 입금됐다"고 대체로 시인했으나 행위자체의 적법성 여부보다는 루디아 기금 마련이라는 "뜻"이 더 중요하는 말을 해 루디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그것이 설혹 범죄행위라도?) 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에서는 이러한 직원들의 고발에대해 서회장이 재활원의 운영비 준 4천3백50여만원을 자신의 구좌에 불법 입금시키고 직원들의 월급을 허위로 기재해 과다지출하고 차액을 챙기는 방법으로 6백49만원 빼돌리는 한편 자신의 자서전 제작비로 3천만원을 불법지출하는 등 모두 4억 8천여만원에 대한 혐의사실만을 인정했다.
<선한 뜻, 더러운 손>
"1973년 봄, 내 마은 속에 새겨진 한 장면의 꿈이 있었다. 그것은 맹인노파들이 누더기와 맨살이 드러난 속옷의 헐벗은 차림으로 막 아우성치며 빈 밥그릇을 들고 나를 손짓해 부르는 꿈으로, 무엇인가를 매우 상징적으로 나에게 암시해주었다. 그 꿈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맹인양로원을 짓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방마다 욕실이 딸리고, 냉장고와 인터폰이 있으며, 깨끗하게 정돈된 양지바른 곳으로서, 할머니들의 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해 적절한 교양·오락 시간이 있어서 늘 마음이 편하고 자유로운 꿈의 양로원 루디아의 집." (서천석 자서전「너는 내것이라」중에서)
이처럼 "선한목자재단"과 "루디아의 집"은 서회장 필생의 사업으로, 참으로 선한 뜻을 가지고 시작되었으나 그 과정은 너무도 세속적이었다.
서천석 회장은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재활원 자산으로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일대에 루디아의 집 부지를 마련하면서 1억5천만원을 유용하였을 뿐 아니라 개안수술로 서회장에게 다시금 빛을 보게 해 서회장이 "아버지"라고까지 부르는 한종원씨 (60·한종원 안과 원장·새건강신문 발행인)를 내세워 "선한목자재단"의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사회복지법인 선한목자재단은 당초 중증 장애인요양시설의 설치·운영을 목적으로 했으나 강원도에 시설 설립이 좌절된 이후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지원"으로 사업의 종류를 변경해 현행 루디아의 집만으로도 법인 설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설립당시의 기본재산은 강원도 안흥면 일대 주민들이 루디아의 집부지 9천여평 평가액 4천만원을 기증한 것을 비롯 송파구 오금동 루디아의 집 전세금 4천만원 그리고 한종원씨가 개인적으로 출연한 3억3천여만원 등 모두 4억1천여만원으로 되어 있다.
또한 설립 당시의 임원은 한종원씨가 이사장, 서천석 회장을 비롯해 8명의 이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외견상으로 서천석 회장이 출연한 재산은 루디아의 집 전세금 4천여만원밖에 안되는 것처럼 보인다.
<프로의 솜씨(?)>
그러나 서회장은 사실상 선한목자재단의 "주인"으로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구절 대로 모든 일을 착착 진행시켜 나갔으며 그 솜씨는 가히 "프로"를 능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회장은 지난해 11월 6일 자신의 통장에 모아두었던 재활원 공금 중 2억6백여만원을 한국외환은행 잠실지점의 한종원씨 통장에 대체 입금시킨 것을 비롯 재활원 점역부통장에서 6천여만원 그리고 역시 재활원의 루디아 기금에서 4천9백여만원을 대체 입금시키는 등 한씨의 통장에는 이날 하루동안에만 모두 3억1천7백여만원의 돈이 입금되었으며 이 통장은 일주일뒤인 11월 12일 법인설립을 위한 잔고를 증명하는 것에 이용되었다.
올 4월 17일 현재 이 통장에는 3억3천2백53만여원이 입금되어 있으며 직원들의 문제제기로 서원장이 구속되자 한종원씨는 이 통장의 명의를 선한목자재단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회장의 개인 통장은 대체입금과 대체출금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등 소위 "돈세탁" 방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밝혀져 "프로"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더욱이 사실상 자신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도 전면에 나서지 않고 한종원 원장을 내세운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러나 직원들은 문제가 이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속셈"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름만 빌렸을 뿐>
연합세계선교회 서울시각장애자재활원은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였던 시드니 코렐 박사가 1946년 미국에서 창립한 초교파적 기독교 선교단체로서 1953년 연합장로교선교부르 통하여 국제적 구호사업에 통참하면서 한국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1966년 정식으로 보건사회부에 외국원조단체로 등록하면서 선교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서천석 회장은 한국맹인연합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다 1976년 연합세계선교회에 참여했으며 90년 2월 16일 최초의 한국인 회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서울시각장애자재활원은 연합세계선교회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사회사업유지재단(이사장 남영호)에 "기증"을 한 상태로 형식상으로는 이 재단의 산하 20여개 시설 중 하나로 되어 있다.
성결교재단과 연합세계선교회간에 체결한 관계설정 계약문서를 보면 "연합세계선교회의 모든 재산(부동산, 인건비 등)은 기성(기독교대한성결교회)사회사업재단으로 이전한다. 그에 관한 사용 및 활동은 상호협의하에 결정한다."고 되어 있으며 "연합세계선교회에 임용된 자로 발생한 재산상의 손실 등의 책임은 전적으로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지며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법적·재산적으로 연합세계선교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계약 문서 대로라면 성결교 재단이 재활원에 대한 관리와 감독 책임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직원들은 성결교 재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서회장 사건으로 성결교 재단에서 감사를 들어왔으나 직원들의 감사거부로 그냥 되돌아 간 적이있다.
재활원의 한 직원은 "성결교 재단에는 이름을 빌리는 값으로 얼마간의 돈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을 뿐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성결교 재단의 나머지 시설들도 모두 이와같은 방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재활원이 성결교사회사업유지재단의 산하시설로 들어가는 편법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재활원에 대한 외국의 원조가 올해부터 중단되기 때문에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국고에서 충당하기 위해서이며 재활원은 올해 국고와 지방비 2억2천4백만원을 보조받았다.
<"공중에 뜬" 20억원>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계약 문서와 함께 작성된 기증서로 여기에는 송파구 삼전동 109번지 현 재활원(대지 162평, 건평 294평)과 상도 1동 456-1 관사(대지 132평)를 성결교 재단에 기증하면서 다음과 같은 단서를 달아놓았다.
"추신 2) 상기 대지는 귀 회가 인수한 이후에 맹인 양로원 건립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이목적을 위해 매매, 이전할 수 있음." 따라서 루디아의 집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재단이 설립될 경우 위의 모든 재산은 자연스럽게 그 소유권이 바뀌게 되는 것이며 바로 이점을 노리고 설립된 것이 선한목자재단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서회장과 선한목자재단은 참으로 좋은 뜻을 실현시키기 위해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소한 "오해"가 아니라 누구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그래서 직원들의 표현대로 "공중에 떠 있는" 재활원(시가 20억 상당)을 노린 계획적인 행동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직원들은 이처럼 "주인도 없지만 또 누구도 주인이 될 수 있는 불안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독자적인 법인화 작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서회장과 같은 방법이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이 표면화 되고 서회장이 검찰에 구속되자 지난 7월 21일 한국맹인복지연합회(회장 지영관)를 비롯 시각장애우 단체에서는 서회장이"맹인복지의 향상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만일 횡령을 하였다면 그것은 고의가 아니었을 것이고 개인의 사복을 채우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에 선처를 요망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외로운 싸움>
이처럼 이번 사건이 "시각장애우회장"과 "비장애우 직원"간의 갈등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됨에 따라 애초에 문제를 제기하고 서회장을 고발했던 직원들은 사건의 전모를 자세히 모르는 시각장애우들로부터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협박 전화까지 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주모자"로 몰린 강명선(총무부장 대리, 경리)씨와 한길수 전도사(재활부 타자교사)는 지난 7월 13일자로 각각 직권면직되었을 뿐 아니라 한길수 전도사의 경우 살고 있는 재활원의 4층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보복"을 당하고 있다.
강면선씨와 한길수 전도사는 서원장의 이러한 처사에 대해 "인사 규정을 위반한 것은 오히려 서회장"이라고 주장하고 부당한 직권면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의신립을 내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재 성결교 재단은 나찬우 부장을 원장직무대행으로 임명했으나 명확한 사태수습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서회장이 필생의 사업으로 전력 투구했던 "루디아의 집"과 "선한목자재단" 의 참 좋은 "꿈"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재활원 기금의 횡령이라는 "현실", 그리고 공중에 뜬 20억의 재산과 시각장애우 회장과 비장애우 직원간의 갈등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되는 현실 등 얼키고 설킨 서울 시각장애자재활원사건은 뒤집어보면 그동안 보사부나 서울시 등 관계 당국의 이들 복지법인과 시설에 대한 감시·감독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무사안일한 것이었는지를 드러내는 좋은 증거라 할 수 있다.
<아직도 남은 문제들>
더욱이 이번 서울 시각장애자재활원 사건은 최근 구속된 신체장애자복지회 양성룡 회장 사건과 함께 이제 "횡령" 정도는 일상적인 업무로 여기는 구조적인 부정의 뿌리가 장애우관련 단체와 시설에 얼마나 깊고 넓게 뿌리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어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이 사건도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채 서회장과 강명선 두 사람의 손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 졌던 것으로 밝혀져 만약 강씨의 폭로가 아니었으면 그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철저한 은폐와 전횡 속에서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또한 시설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직원들의 역할이 시급함에도 여전히 단결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일회적인 분노"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시설의 민주적인 운영이 요원할 실정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경우 지난 6월 22일 공개질의서를 낼 당시 서회장을 제외한 25명 전직원이 서명하는 등 사기가 높았음에도 며칠 뒤 공개토론회 자리에서 서회장이 "손을 떼겠다"는 투의 얘기를 하자 "기도하면서 기다리자"는 식으로 후퇴해 반이상이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이처럼 직원들의 낮은 문제의식과 자신들의 힘을 한곳에 모을 조직이 없다는 현실 때문에 결국은 문제제기를 했던 주동자들만 "제거"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각장애자재활원 사건은 이처럼 뿌리깊게 썩어 가는 시설의 구조적인 모순과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 할 주체로서 시설직원의 열악한 상황이라는 "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으며 이들의 조직적인 구심체가 더욱 절실함을 우리 모두에게 말없이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각장애자재활원이 시각장애우의 "참 빛"으로 거듭나기 위해 건너야 할 어둠은 얼마나 깊고 먼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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