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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장애우대학 지상강좌] 한국 사회복지 정책의 문제점과 대처방안

본문

Ⅰ. 자본주의하의 사회복지에 대한 세 가지 시각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제 계급, 계층으로 나뉘어진 자본주의 하에서의 사회복지의 생성, 발전 그리고 사회복지의 성격(자본가를 위시한 지배계급의 기만인가 아니면 민중의 쟁취물인가?)에 대한 해석은 크게 세 가지의 시각이 존재한다.

<1, 자본과 국가의 논리로서의 사회복지>
  첫 번째 시각은 일명 "자본논리론"으로서 사회복지를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건강한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해 혹은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국가와 자본의 주도 하에 형성된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이들은 개별 자본가의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착취가 전체 노동력의 파괴를 가져와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위협 당하면 총자본(국가)이 자본일반의 이익을 위해 노동을 위한 사회복지정책을 떠맡게 된다고 보고 있다(예를 들어 산재보험, 의료보험 둥은 직접적으로 노동력을 보존, 재생산하는 기능을 갖는다). 또한 불황 시에 사회복지에 대한 재정 확대는 유효수요를 창출시켜 자본의 원활한 축적을 돕게 된다(케인즈 이론에 입각한 미국의 타운센드[Townsend]운동).
  또한 국가는 국가기구 자체의 상대적 이해관계에 따라 때로는 일부 자본분파에 위협이 되더라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사회복지를 실시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하의 사회복지의 성격은 노동계급의 "쟁취물"이 아닌 자본가의 자본축적을 돕고 국가의 지배를 정당화시키는, 본질적으로 지배계급을 위한 사회복지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 시각의 운동론적 합의는 사회복지운동="개량주의"라는 시각으로 연결된다.

<2. 민중의 논리로서의 사회복지>
  "계급투쟁론"으로 부를 수 있는 이 시각에서는 사회복지를 노동자를 핵으로 하는 민중진영의 계급투쟁에 국가와 자본이 양보한 것으로서 이해한다. 즉 "자본"은 타인의 노동을 흡수하는 "축적"욕구가 그 본질이고, 또한 자본가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복지에 지출되는 부담금(예, 산재보험금이나 의료보험료)은 잉여가치의 소모이기 때문에 노동자(민중)의 요구가 없다면 자본(국가)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즉 사회복지를 실시하지 않는다). 또한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민중들의 투쟁이 발달된 자본주의라는 조건 속에서는 사회복지요구운동으로 발전. 전화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러한 입장에서 나바로(V. Navarro)는 "계급투쟁이 사회입법과 의료입법의 중요한 결정인자이다. 사실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사회의 역사 (그리고 그 사회의 사회입법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각에서는 사회복지라는 것은 결국 노동계급을 위시한 민중의 계급투쟁의 결과이며 따라서 사회복지의 성격은 지배계급의 "기만"이 아닌 민중들이 국가와 자본의 저항을 극복하고 쟁취한 "전리품"으로 이해한다. 때문에 사회복지운동에 개량주의 이상의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게된다.

계급간의 "힘의 관계"에 따라 기존 사회복지제도가 민중들의 역량을 강화시켜주거나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기능을 하게되고 혹은 그 반대로 국가와 자본측에게 유리한 기능을 하게 될 수도 있다.

<3. "모순"으로서의 사회복지>
  이 시각은 "계급투쟁-자본논리론"으로 부를 수 있는데 자본주의하의 사회복지를 자본주의의 기본모순인 노사간의 모순이 현상화된 형태로 이해한다. 즉 사회복지를 민중의 전리품 혹은 자본과 국가의 기만이라는 단선적 시각으로 이해하지 않으며 민중의 요구라는 긍정적 측면과 자본의 요구라는 부정적 측면이 결합되어 있는 "모순"된 성격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들은 사회복지의 긍정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복지국가의 억압적이고 자본 지향적인 측면을 간과하게 되며, 반대로 부정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게되면 민중들이 쟁취한 실제적인 이득을 간과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계급간의 "힘의 관계"에 따라 기존 사회복지제도가 민중들의 역량을 강화시켜주거나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기능을 하게 되고 혹은 그 반대로 국가와 자본측에게 유리한 기능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민중의 역량에 따라 사회복지의 기만적 성격이 더 부각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전리품"으로서의 성격이 더 부각될 수도 있다.

Ⅱ. 사회복지의 이념형

  조금 단순화시키자면, 사회복지의 공급을 시장메커니즘 위주(상품화)로 설정하느냐 국가(탈 상품화)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모형이 있을 수 있다.

<1, 자유주의형>
  사회복지를 자본주의가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보조물로서 그리고 시장체제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인식한다. 사회복지에 대한 국가개입이 매우 소극적인 양상을 띄며, 또한 사회복지가 하나의 보편적 권리로서 인정되지 않고 일정 소득이하의 저소득 자와 취약계층에게만 집중적으로 투여된다(선택주의). 보장되는 수준 역시 최저한의 수준만을 보장한다. 보건의료, 소득, 주택 등의 공급을 시장메카니즘의 수요, 공급에 의존하여 이 것이 상품으로서 매매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80년대 중반 이후 이 모델을 설정하고 이 모델로 근접해 들어가는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추세다.

<2. 사회민주주의형>
  사회복지가 자본주의의 결함을 적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되며 사회복지가 하나의 권리로서 보장된다. 그리고 사회복지가 계층, 계급에 따라 차별적으로 분배되지 않으며 모든 국민들에게 보편주의 적으로 공급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보건의료, 소득, 주택 등의 사회복지에 있어서 사회화된 도가 매우 높으며 상품으로서의 성격이 상당히 탈색된다. 그러나 자본주의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으며 기본적 사회의 작동원리로서 시장메커니즘을 인정한다(북구라파의 제국, 특히 스웨덴이 이 모델의전형으로 평가된다).

< 3. 사회주의형>
  사회주의형은 사회복지가 하나의 권리로서 인정된다는 점에서 사회민주주의형과 유사하나 완전 한 보편주의 그리고 사회복지의 공급이 완전하게 탈 상품화가 되고 철저한 국가계획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또 한 사회주의를 공산주의 초기단계로 이해할 경우 "능력에 따른 분배"라는 사회복지의 분배원리 가 관철되나 공산주의 단계에서는 소위 "욕구에 따른 분배"원칙이 적용된다(후자의 원칙을 철저하게 구현한 사회주의 국가는 아직 없다. 공산주의 초기 단계에 돌입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조차도 전자와 후자의 원칙이 결합되어 나타난다). 소련을 모델로 설정된 이 모형은 최근에 적합성을 상실한 듯하다. 즉 일정한 생산 력 수준이 확보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의 사회복지는 제도의 형태와 내용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어도 지속성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 사회주의 권의 경험이다(동독 사회보장제도의 파멸과 서독제도로의 흡수 그리고 구 소련 사회보장제도의 위기).

Ⅲ. 한국 사회복지(정책)의 실태

<1. 사회복지의 실태 : 사회복지 재정을 중심으로>
  한나라의 사회복지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다른 나라와의 비교 고찰을 통한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 그러나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회복지라는 추상성이 높은 범주를 비교 가능한 양화된 지표로 표현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가사회복지"(사회보험, 공적부조 등 국가가 법령에 입각해 실시하는 사회복지)의 수

 

국가예산 지출항목(`87)

국방비  복지비  교육비   기타

GNP 대비 1인당

사회복지비 수혜율

선진국 (A)

중진국 (B)

후진국 (C)

   8.21    53.44    7.19    31.16

  12.41    31.57    9.47    46.55

  12.84    24.60   11.90    50.58

25.69

16.02

4.03

한  국

  27.31     9.60   18.34    44.65

1.65

 

준을 비교할 경우에는 사회복지비로 투여되는 국가재정 (국가일반예산)을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 인 방법이다.
  한국의 국가사회복지의 실태가 얼마나 열악한가는 우리나라와 경제력 (생산력)수준이 비슷한 국가의 정부예산을 비교해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표 1은 세계 각국을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3개

<표 1> 각국 정부예산 지출의 구성비율(%)
자료 : World Bank, 「World Development 1988」

<표 2> 주요 국가의 조세부담율(%)

국가 군으로 분류한 후, 정부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를 비교해본 것이다. "A군"은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로서 서독, 프랑스, 스웨덴 등이고, "B군"은 중진국으로 브라질, 우루과이 칠레 등이며(한국은 여기에 속한다) "c군"은 후진국으로 말레이시아, 요르단 등이다. A군은 선진국답게 약 53%를 사회복지 비로 지출하고 있고 B군은 약 32%, 우리보다 훨씬 "못 산다는" C군도 약25%의 국가재정을 사회복지비로 지출하는 반면, 한국은 이들의 절반은커녕 10%도 안되는 9.6%만을 사회복지 비로 쓰고 있다.
  더욱이 GNP에서 차지하는 1당 사회복지비 수혜 액을 보면 한국이 포함되는 B국가군의 16%는 고사하고 C국가군의 4,03%에 못 미치는 1.65%에 불과한 참으로 한심한 수준이다. 더욱이 (표차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부담하는 조세에 비해 되돌려 받는 사회복지혜택은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국가재정 중 복지비로 투여되는 예산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사회복지의 확충에는 항상 "국가재정중립", "수익자부담원칙" 이데올로기가 따라다니며 질적인 확충보다 전시 행정적인 양적인 확충에 치우치는 것이 한국 국가사회복지정책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의료보험의 본인부담률이 심지어 67%까지 나타나는 것, 노인·장애인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가 종류는 다양하나 질은 형편없는 "잡화상"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2. 한국의 사회복지를 규정하는 요인>
  이와 같이 한국의 국가사회복지 수준을 우리와 경제력이 비슷한 나라와 비교할 때 형편없이 낙후되게 만든 근본적 요인은 냉전체제로 인한 과도한 국방비부담과 극단적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전횡, 민중조직과 그 힘의 취약성, 그리고 한국 자본주의의 종속적 재생산구조의 영향을 들 수 있다.
  냉전체제와 한국의 사회복지수준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낮은 사회복지수준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냉전체제는 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 권에게 소련 등의 사회주의 권의 성장·발전을 의식하여 (현재는 실패로 귀결되었지만 60년대까지 소련의 경제적 성장은 괄목할만한 것이었다)노동자를 필두로 한 자국의 민중들에게 상당한 정도의 사회복지제도를 확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긍정적 영향). 반면에 자본주의 권은 사회주의 권을 의식한 군비확산을 시도함으로써 사회복지 부분에 투여되는 재정을 제약 당하게 된다(부정적 영향). 한국은 냉전체제가 6·25를 기점으로 매우 극한상태로 진행된 경우이며 두 가지 측면에서 국가사회복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국(90)

일본(87)

미국(87)

서독(88)

19.7

21.2

20.8

22.7

 

  첫째, 한국은 경제적 능력에 비해 과도한 국방비 부담으로 사회복지비에 투여될 수 있는 재정을 제약 당하게 된다. 6·25 이후 한국은 미국의 세계전략에선 반공군사기지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미국은 한국에 막대한 군사원조를 시작하면서 전후 불과 몇 년 사이에 한국을 일약 세계 속의 군사대국으로 부상하게 만드는 대대적인 군비확장을 일으킨다. 현재 세계 7위의 막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군사비는 매년 GNP의 6%, 국가예산의 30%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당연히 사회복지로 투여되는 국가재정은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소위 국방비 등 경직성 경비 때문에 사회복지예산의 확보가 빈번하게 좌절된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다)
  둘째,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냉전체제는 남한에서 사회복지가 성장할수 있는 이념적 토대를 제거하는 기능을 해왔다. 원래 사회복지는 자본주의의 "수정"을 전제로 하는 이념이 필요한데 6·25이후 극단적인 반공이데올로기와 천박한 자유주의의 전횡은 자본주의의 "수정"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함축된 사회복지제도를 주창하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의료보험 등의 사회 "보험"을 실시하자는 주장조차도 "불온하다"고 매도당해온 것이 현실이다.
  6·25를 기점으로 남한에서 완전히 사라진 "진보적" 민중조직의 결여가 또한 한국의 사회복지수준을 낮게 만든 요인 중의 하나이다. 다 아는 것처럼 서구의 경우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진보적 민중조직들(진보정당, 시민조직 등)이 사회복지확대 투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6·25이후 우리나라는 진보적 정치조직의 결성은 고사하고 노동조합조차 자유롭게 결성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것이 사회복지가 확대되는 경로중의 하나인 "민중들의 생활상의 요구투쟁을 통한 사회복지의 쟁취"라는 길을 6·25이후 80년대 중반까지 거의 30여년 동안 봉쇄시켜 버렸다. 때문에 80년대 이후, 특히 8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제도의 확충이 눈에 띄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을 포함한 80년대의 진보적 민중(정치)조직의 결성과 이들의 일상적 정치, 경제투쟁의 활성화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자본주의의 "종속적" 재생산구조가 또한 사회복지의 확대를 제약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60년대 이후 국가주도하의 급속한 산업화의 기본 전략은 자본과 기술을 외국에 의존한 채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로서 흔히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로 표현되는 한국자본주의는 창출된 경제잉여의 끊임없는 해외유출(외채 혹은 로열티 둥의 지급)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즉 경제활동을 통해 창출된 부의 상당부분이 외국 독점(금융)자본의 손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재투자를 위한 자본 부족에 직면한다. 때문에 민중의 힘이 강하게 치고 올라올 때도 민중과의 타협을 위해 양보해야할 국가와 자본의 경제적 능력은 생산력수준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로는 사회복지의 확대가 특정 시기의 우연적인 정치, 경제적인 상황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지만 그 근저에는 앞에서 서술한 요인들이 적어도 해방이후 한국의 국가사회복지를 근본적으로 규정해 온 것이다. 즉 이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관철되면서 한국의 국가사회복지 수준을 "우리나라와 경제력수준이 비슷한 나라에 비해 형편없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제약조건으로 인해 한국의 사회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은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에 방해가 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일부 계층 (극빈층)에게는 사회복지를 실시하되 선택주의적 방법으로, 그리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에 대해서는 국가의 재정중립원칙을 지키며 당사자들이 해결하게 하며, 또한 되도록이면 수익자부담원칙을 고수하고, 전시 행정적인 성격위주로 전개되어온 특징을 갖고 있다.

Ⅳ. 한국 사회복지정책의 특성

<1. 국가재정중립의 복지정책>
  국가재정중립의 원칙은 사회복지의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관련 당사자들이 재원을 부담하며 국가는 행정관리비를 제외한 일체의 재정부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1963년에 제정된 사회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 원칙을 "사회보장사업은 국가의 경제적 실정을 참작하여 순차적으로 실시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88년에 지역의료보험이 실시되기 이전까지 국가의 사회복지부분에 대한 재정부담은 ①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공교의료보험 등 국가공무원과 연관된 국가부담기여금 ② 극빈층을 위한 생활보호사업비(거택보호와 시설보호)와 의료보호를 제외하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험에서는 국가기여금이 전혀 없었으며 행정관리비(산재보험·의료보험)만을 보조해 주었을 따름이다.
  본격적인 사회보험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1977년의 직장의료보험의 경우도 관리운영방식을 "조합주의 방식"으로 실시한 근본적인 이유가 국가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의료보험사업을 실시할 수 있었다는 이유이었다(때문에 1988년부터 시작된 지역의료보험에 국가가 50%의 재정을 부담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노사가 50%씩 기여하고 국가기여금은 전혀 없다. 산재보험도 국가기여금이 없고 행정관리비만 부담하고 있다.
  사회복지 서비스분야에서도 국가가 직접적인 현금을 지급하는, 즉 국가재정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노령수당(노인), 생계보조수당(장애인), 보육비 면제(아동)등은 극빈층인 "생활보호대상자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것도 재정중립을 견지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구  분

1986

1990

노인복지

아동복지

장애인복지

부녀복지

부랑인복지

복지행정 기타

6.5

26.7

34.0

12.1

13.9

6.9

33.3

27.7

26.0

5.2

6.1

1.8

 

  이러한 국가재정중립의 원칙과 뒤에서 살펴 볼 수익자부담원칙을 무력화시키지 않으면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획기적 진전은 상당히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2. 수익자부담 위주의 복지정책>
  수익자부담원칙은 국가가 재정중립을 지키면서 사회복지를 확대하고자 할 때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즉 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그 제도의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책임져야한다는 것이다. 의료보험(지역의보 제외)과 연금보험, 산재보험등 사회보험 재정의 대부분이 노사 혹은 사용자만의 기여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수익자부담원칙의 표현이다. 특히 의료보험의 경우 기여금 외에 평균40%에 달하는 의료보험의 본인부담금은 수익자부담원칙이 관철된 전형적인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도 극빈층인 생활보호대상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종 사회복지시설의 이용시(예를 들어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 재활시설·요양시설, 보육시설 등) 사용료를 부담하는 일정한 본인부담 , 존재하고 있으며, 노인시설 등에서 유료시설이 점차 등장하고 있는 것도 국가재정중립원칙 하에서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수익자부담원칙의 한가지 표현일 따름이다.

<표 4> 사회복지서비스의 예산 구성비

<표 3> 노인복지와 장애인복지의 법정 프로그램의 종류

<3. 내용성이 결여된 형식위주의 복지정책>
  이것은 주로 사회복지서비스영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법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이 설정되어 있으나 프로그램 하나 하나가 내용성이 확보되지 않는 형식적, 전시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충분한 예산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법에 주로 선언적인 내용을 담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사회복지서비스에 해당되는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에 규정된 각종 프로그램을 보면 <표3> 같은데 프로그램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나(장애인 복지법은 무려 34가지의 프로그램을 규정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내용성을 확보한 프로그램은 매우 드문 실정이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예산이 1990년의 경우 전체 국가예산의 6.5%를 차지하는데 6.5% 중에서 사회복지서비스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불과하며 나머지 92.3%는 사회보험과 공적부조에 지출되는 비용이다. 즉 사회복지서비스는 사회복지 부문 내에서도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 그런데 (표 4)를 보면 프로그램이 15개에 불과한 노인복지예산이 사회복지서비스 전체 예산의 33.3%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노인복지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는 것도 아니다. 노인복지예산의 65%정도가 생보대상 노인에게 월 1만원씩 지급하는 노령수당 비용이다) 34개의프로그램이 있는 장애인 복지예산은 26%에 불과한 실정이다. 즉 장애인 복지프로그램의 내용성이 없고 얼마나 형식적인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4. 수혜자참여 배제의 복지정책>
  현재 우리나라의 각종 사회복지 관련 제도나 시설의 운영에서는 수혜자나 지역주민의 참여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으며 극심한 관료주의와 제도 및 시설운영자의 독단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여기서 오는 폐해는 무엇보다도 사회복지제도가 수해자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정당성확보의 수단 혹은 관료와 시설운영자의 집단적, 사적 이익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당할 위험이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막대한 기금이 모이는 연금기금의 경우 가입자의 의견은 고사하고 예·결산에 관한 국회통제를 받지 않아 국가에 의해 정치적 이용당하고 있으며, 의료보험의 경우(일종의 세금인)보험료를 결정하는 것이 전혀 국회의 통제를 받지 못하고 보건사회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있다. 의료보험조합에 지역주민이나 근로자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배제되어 있고 조합장이 비전문인(정치인, 퇴직관료, 군인등)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각종 사회복지서비스에 관련된 각종 위원회계도라는 것이 형식 그 자체이며, 또한 시설수용자나 이용자가 해당 시설의 운영에 참여하는 방법은 거의 없는 형편에 있다. 상당수의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수혜자 참여가 없어 국고지원 예산이 유용 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공공연한 비밀이 된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Ⅴ. 무엇을 할 것인가?

80년대 후반에 들어와 사회보험 분야에서 전 국민 의료보험의 완성(1989), 국민연금의 실시(1988), 최저임금제의 도입(1988) 그리고 고용보험의 도입이 논의되고 사회복지전문요원의 배치, 사회주택(영구임대주택)의 건설, 그리고 노인복지법(1989), 장애인복지법(1989)이 전면 개정되고 영유아보육법(1990)이 제정되는 등 각종 사회복지제도들이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확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은 상당히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러한 최근의 변화를 보면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의 근간을 이루어온 수익자부담원칙이나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수혜자(민중)배제원칙은 큰 변화가 없으나 국가재정중립원칙은 상당한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지역의보 재정 투자와 영구임대주택 투자 그리고 각종 수당제도의 확대 등등) 형식적인 제도의 내용성을 채워가는 속도도 이전보다 훨씬 빨라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앞에서 언급한 "자유주의적 복지모델에 강한 국가주도성이 결합된 모델"로 점차 접근해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자본주의하의 사회복지를 "모순"된 성격으로 인식한다면 우리는 최근의 국가의 사회복지정책의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하며(그것이 국가와 자본이 체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동기이건 혹은 민중운동의 성장의 결과이건) 문제는 어떻게 이것을 수혜자를 포함한 민중의 생활조건을 향상시키고 또한 민중들의 정치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적어도 현재 사회복지부문과 관련된 각종 운동단체들의 당면 과제는 다음과 같은 방향에 입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현재 도처에 흩어져 있는 각종 사회복지관련 운동단체와 연구단체들이 느슨한 형태라도 하나의 단일조직으로 조직화될 필요성이 있다(가칭 "사회복지운동단체협의회"). 예를 들어 사회보험 부문에서의 의료보장쟁취공동위원회 (의보노조, 보건의료단체, 전농 등이 주축임), 연금노조, 사회복지서비스분야에서의 지역사회탁아소연합, 각종 장애인 관련단체, 사회복지시설에서의 관련단체와 노조 그리고 주거운동연합, 서울지역 사회복지(사업)학과협의회 등의 단체들이 연대가 가능한 단체(조직)들로 생각된다."
  이들 단체들은 각각의 현장에서의 ① 모순을 규정하는 조건(장에서 서술한 한국 사회복지의 규정 요인)이 거의 유사하고, ②직접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한 사회복지요구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으며, ③ 사회복지의 향상이라는 공공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투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그리고 ④ 물질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이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대가 가능한 조건들을 갖고 있다.
  이러한 연합조직이 가능하다면 그 조직에서는 (불가능하다면 개별조직의) 현재의 당면과제로서 ① 사회복지 예산쟁취운동(혹은 증액운동) ② 사회복지제도의 운영과정에서의 수혜자 참여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 왜냐하면 앞에서 대략적으로 보았듯이 이 두 가지가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중요한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재정확보"와 "참여"라는 고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현 단계에서 한국의 사회복지의 향상과 사회복지내용의 민중지향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방향인 것이다.
  사회복지예산쟁취운동은 보건의료, 주거, 소득 등 매우 열악한 생활환경에 처해있는 민중들과 노인, 장애인 등의 취약 계층의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생활조건 내지 생존권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가장 먼저 제기해야 할 문제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형편없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의 수준은 곧 사회복지재정의 취약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우리와 경제력수준이 비슷한 중위자본주의 국가군의 평균 사회복지예산수준인 "국가예산의 30%를 복지비로"라는 슬로건).

  사회복지예산쟁취운동으로 볼 수 있는 운동은 그동안 여러 부분에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의료보장쟁취운동(지역의보 국고지원 확대), 탁아운동(보육비 국고지원) , 노인운동(노령수당쟁취) 장애인운동(장애수당), 전국자원 봉사자협의회 (사회복지예산확보 투쟁) 그리고 평화운동연합에서 주축이 되어 91년 가을에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군비축소와 사회 복지비 증액운동", 사대협이 주축이 된 "92 사회복지예산삭감 저지 투쟁 등에서 이미 제기되었으나 쟁점을 일반화시켜 더 이상 확대하지 못하고 실패하거나 아니면 답보상태에서 고립 분산적인 소모전의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때문에 이 운동은 기존에 각 단체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어오던 운동에 대중성을 확보해줌으로써 운동의 차원을 한 단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예를 들어 근로자의 임투처럼 정부예산심의시 매년 가을에 사회복지예산쟁취투쟁을 공동으로 벌일 수 있다),
  한편, 사회복지예산쟁취운동이 국가와 자본의 기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 성과를 체계적으로 흡수하여 민중(혹은 복지수혜자)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방법은 사회복지제도 운영과정에서의 주민 혹은 수혜자가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참여운동도 동시에 전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복지정책 "형태"의 결정과정과제도의 운영과정에서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을 위한 법개정운동이 필요하다.
  수혜자참여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은 각종사회복지관련법에 규정된 형식적인 위원회제도에 실질적으로 수혜자 혹은 주민들의 의견이 직접 적, 혹은 간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금의 경우 연금기금운영 위원회의 노사동수 참여, 기금운용의 예산, 결산 승인권의 국회부여, 의료보험의 보험료 율에 대한국회통제, 지역의보조합에서 운영위원회에 실질적인 주민참여, 의보조합 예산·결산권의 지방의회 승인 조항 삽입 등을 입법을 하는 투쟁을 전개할 수 있고 이것은 간접적인 참여형태가 될 것이다. 또한 각종 사회복지시설운영과정에의 수혜자 참여(예를 들어 사회복지관의 경우 해당 지역주민의 참여 보장, 사회복지(수용)시설의 경우 수용자의 대표 참여 등) 그리고 지역단위의 각종 법정위원회에 지방의회의 추천을 받은 관련 당사자의 대표참여(예를 들어 장애인복지위원회에 장애인 대표 참여 등) 등은 직접적 참여 형태가 될 것이다(여와 야의 구분이 어느 정도 있는 의회는 그것이 국회이건 지방의회이건 또한 지배기구의 일부이건 간에 현재의 주어진 조건 속에서는 가장 공개적으로 모든 문제를 쟁점 화할 수 있는 장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예산이 아무리 확보되더라도 수혜자석 의견이 조직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국가와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복지가 이용당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

작성자김연명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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