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형법 제정으로 돌아본 장애아 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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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당신의 뱃속에서 아니면 당신 부인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가 장애아일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대로 낳아서 기르시겠습니까? 아니면‥‥‥
<장애아는 낙태할 수 있다(?)>
지난 4월8일 법무부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형법을 전면 개정한 새로운 형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간통죄 폐지 등 개정안의 내용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일어 연일 공청회와 세미나가 열리는 등 분주한 가운데 개정된 "낙태의 죄"항목에 임신 중에 있는 아이가 장애아일 경우 낙태를 할 수 있는 조문이 들어있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법무부는 형법 제135조 "낙태의 허용범위"를 통해 "의사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 임신 중인 여자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그 범위를 "임신의 지속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와 "태아가 유전적 소질 또는 출생전의 유해한 영향으로 인하여 건강상태에 중대한 손상을 입고 있는 경우" 그리고 "강간 또는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친족간에 임신을 한 경우"등으로 규정했다.
법무부는 그동안 낙태죄가 형법에 규정되어있기는 했지만 낙태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유명무실한 조문이기 때문에 아예 이번 법개정을 통해 낙태죄를 폐지할 것을 검토했으나 종교계와 낙태 반대운동단체들의 반대 그리고 생명존중의 원칙과 임산부들에게 낙태가 불법행위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어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행 형법에는 낙태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있으며 의사 등 의료인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있어 실효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아직까지 낙태죄로 처벌을 받은 사례가 한 건도 없는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을 일컫는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수술)의 역사는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경에서도 나타나듯이 고대 이집트에서는 "유태인의 증가를 막기 위해 태아를 살해했으며 이웃 일본의 경우 전국시대에 궁핍과 기아를 견디기 위해 아이들을 살해 한 적이 있었다.
1920년대에 소련에서 세계 최초로 낙태를 합법화시킨 이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3천만 건 이상의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60년대 초반 연간 약 10만여 건에 이르던 것이 73년 모자 보건법의 제정으로 사실상 낙태가 합법화 된 뒤 폭발적으로 늘어 최근에는 적어도 연간 1백만 건 이상의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러한 수치는 한해에 태어나는 신생아 총수의 약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낙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91년도 전국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어 조사대상 자인 15∼44세의 기혼여성 6천2백70명 중 반이 넘는 3천3백90명 (54.1%)이 낙태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결혼한 여자 2명중 1명 꼴로 낙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참된 모성과 좋은 선택>
한편 낙태의 합법화를 가속화 한 것으로 알려진 모자보건법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통해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각각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70년대 초 정신지체아 부부의 임신을 막기 위해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도했던 사례와 함께 새로운 인권침해의 소지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연간 1백만 건이 넘는 낙태가 "성행"하게 된 배경에는 낙태에 대한 별다른 저항감을 갖지 않는 사회의식의 변화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들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발달된 의학기술로 태아의 성감별이 가능해지면서 남아선호사상을 더욱 부채질해 낙태가 성행하게 됐으며 성개방 풍조에 의한 청소년들의 임신도 낙태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
또한 정부당국이 1961년 정책적으로 가족계획사업을 실시한 이후 인구의 억제에만 치중해 낙태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도외시한 것이 결과적으로 낙태의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처럼 사회 전체적으로 낙태의 대상이 되고 있는 태아의 인간적인 권리문제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풍토 속에서 임신 중에 있는 아이가 장애아인 것으로 밝혀졌을 경우 어떠하리라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는 장애아를 둔 30대주부가 아이와 함께 분신 자살한 사건이 있었으며 일본의 경우 "만약 장애아를 죽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 자식을 죽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0% 이상이"죽일 것이다"라고 대답했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에서는 초음파검사결과 장애아로 판명된 임신 21주의 태아를 수술해 다시 자궁에 집어넣는데 성공함으로써 장애아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당시 갈비뼈와 내부 장기의 기형으로 장애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 여자아이는 현재생후 9개월의 건강한 아이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똑같이 발달된 현대과학이 한쪽에서는 오로지 "건강한 남자아이"만을 낳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것에 비해 너무나 극단적인 대조가 아닐 수 없다.
"참된 모성이란 자신은 위험할지라도 자식은 살리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식을 위해 목숨도 바치는데 체면과 경제적 명분 때문에 낙태한다는 것은 이미 모성의 상실을 의미한다."는 낙태 반대의 원칙적인 입장과 "여성 스스로 낙태를 택할 권리가 있다. 이는 부모가 원치 않는 아이가 태어나 버려지는 것보다는 좋은 선택"이라는 현실적인 입장 사이에서 여전히 오늘도 하루 3천여 명이 넘는 태아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아가 태어나서 겪게 되는 차별과 소외를 생각하면 차라리 낙태를 하는 것이 낫다"고 말을 하는 한 장애우 가장의 말은 풀리지 않는 이 수수께끼의 또 다른 대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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