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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는 이야기] 내 아들 기현이의 아픈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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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인씨는 부천시 고광동에 살고 있다.
  이제 스물한 살이 되어 복지관에 설치된 자립작업장에 다니면서 자기의 할 일을 찾아 열심히 살고 있는 아들 기현이가 대전하기만 하다.
  기현이를 키우면서 울고 웃었던 숱한 이야기들을 원고지 50매 정도에 그득 써왔다.
  그중 일부만을 발췌해서 실은 점, 양해를 구한다.

  사랑만을 생각하며 결혼한 지 일년 육개월 만에 첫아들을 낳았다.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정말 잘 생겼다고 생각이 들 때 둘째아들도 낳았다. 둘레도 역시 잘생겼다. 장군감이라고 모두들 귀여워했다. 그 아이가 바로 기현이다.
  한창 귀엽고 사랑스러울 때인 생후 10개월이 막 지났을 때 기현이는 몹시 심한 기침과 신열을 앓았다. 예방 접종을 철저히 해서인지기침은 금방 나았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또 열이 나고 토하고 설사까지 했다.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으로 가란다. 큰 병원으로 쫓아갔더니 입원실이 없다며 받아주지 않는다. 작은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며칠을 뛰어다녔지만 기현이는 앉지도 못할 정도로 심한 증상을 보였다.
   병원에서 받아온 약을 먹여 보았지만 설사만 할 뿐이었고 한의원을 찾아가 침도 맞혔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기현이는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점점 같은 또  래 아이들과는 다른 현상을 보였다. "이젠 죽나보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누군가가 기현이를 위해 굿을 한번 해보라고 귀띔해 주었다. 생전 처음 굿을 해보았지  만 역시 효과는 없었다. 남편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병원으로, 용하다는 한의원으로  쫓아다녔지만 기현이는 두 돌이 넘을 때까지 서지 못했다. 겨우 앉아서 조금씩 움직일 뿐  이었다.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손을 잡아주면 겨우 섰고, 놓으면 주저앉았다.
  친정어머니가 너무나 안타까웠든지 기현이를 데리고 근처 학교 운동장에 가서 걸음마를  시키기를 육개월, 한 발짝 두 발짝 옮기기를 시작하면서 오뚝이처럼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수백씩 하면서 기현인 겨우 걸을 수 있었다. 잠을 자다가 한밤중에 갑자기 열이 나서 병원에 뛰어간 적도 여러 번, 어떤 날은 순찰 경찰한테 잡혀 도둑으로 오인 받은 때도 있었다. 한 달에 두세 차례씩 몇 년간을 그랬을까. 조금 나아졌나 생각될 무렵 국민학교 취학통지서가 나왔다.

  몸은 약했지만 걸을 수 있었기에 입학시켰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뒤쳐지기는 했으나 그럭저럭 일년을 마치고 2학년이 되었다. 학교에 나가면 좀 나아지리라는 기대는 무너지고 학교에서는 특수학교에 보낼 것을 권유했다. 기현이는 정신지체 장애아이니 특수학교에 보내라는 말이 처음엔 왜 그리 청천벽력처럼 들렸는지‥‥‥
  특수학교를 찾았다. 몇 군데를 찾아다니다가 마땅한 곳이 없이 그전부터 알고 있었던 복지관을 통해 몇 개월 간 집에서 개별지도를 받았다. 복지관에서 파송한 교사가 방문 지도를 해주었지만 집중력이 떨어지고 식구들을 고려해서 재활원에 보내기로 결심, 국립 각심원에 보냈다. 어쨌든 아이와 해어져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몹시 슬프고 가슴 아팠지만 아이가 제대로 교육받고 성장하기만을 소망했다. 다행히 기현인 재활원 생활을 착실히 해내서 각심원 원장의 추천으로 화곡동에 있는 교남복지학교로 전학할 수 있었다. 마침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큰 기쁨을 안겨다 주었다.
  시흥에서 화곡동까지 매일 학교에 데리고 다녔다. 이주 일이 지나서 모험하는 기분으로 혼자 등, 하교를 하게 했더니 거뜬히 해냈다. 그렇게 4년 동안을 기현인 혼자서 학교와 집을 왔다 갔다 했고 졸업까지 했다. 중등부 3년까지 다니고 졸업을 했지만 고등부 진학은 포기해야 했다. 특수학교가 워낙 부족했고, 특수학교를 다녔지만 한글도 잘 모르고 판단력도 흐렸다.

  기현이 나이 이제 스물한 살. 아직 내게는 철부지 어린 귀염둥이 막내아들일 뿐이다. 기현이의 장래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무너질 것 같지만, 부모인 우리들이 먼저 나서서 아이들을 위한 특수학교와 직업재활기관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세워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작성자정병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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