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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특집] 6공화국 사회복지

6공화국 정권은 민중의 생존권보장 등에 있어 반민중적 속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본문

<1 . 들어가며>

  사회복지부문은 민중의 생활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나 부문운동의 차원에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문제제기 및 운동이 부재하여 왔다.
  6공화국 정권은 민중의 생존권 보장 등에 있어 반민중적 속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작년의 "92년 사회복지예산 삭감문제나 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에서 보듯이 민중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요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국가기구는 자본의 요구를 수용하여 사회복지부문의 요구운동에 대해 분절적 대응으로 부문간 고립화를 유도하였으며 수익자비용부담의 원칙 및 비용최소화의 원칙의 견지 등을 통하여 사회적 비용의지출책임을 철저히 민중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 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6공화국에 있어서의 사회복지의 성격을 한국자본주의와의 관련 하에서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통해 분석하며, 이러한 국가 및 자본의 측면에 대응하기 위한 민중들의 주체적, 조직적 사회복지획득 투쟁의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는 문제제기의 수준에서 글을 전개하기로 한다. 구체적인 사회복지프로그램의 언급은 민중의 기본적 생존권과 건강권을 담보할 수 있는 연금제도, 사회부조 등의 소득보장정책 및 의료보험의 개략적 논의의 수준에 그치기로 한다. 그리고92년 사회복지예산 삭감문제를 통해 6공화국 사회복지의 단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2.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과 사회복지>

  한국사회는 전후 제국주의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에 그 재생산운동이 포섭, 지배되면서 국가주도에 의해 독점적 자본축적을 진행시킨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이다. 이 같은 사회구성체의 현실 결과는 독점적 축적의 신식민지적 재생산과정으로서 계급적, 민족적모순과 갈등의 확대·심화로 표현되며, 이러한 사회구성체의 모순은 곧 그 체제유지의 수단으로서 신식민지파시즘과 그 정책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성격과 자본주의 발전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사회복지의 중심주체는 국가이며,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토대에 의한 국가의 본질규정과 그 필연적 계급투쟁에 의해서 계급국가의 형태가 결정되어지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의사회복지정책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자본주의 발전단계)와 이러한 (계급적)토대와 상부구조, 그리고 각 구조적 층위에서 작용하는 계급간의 투쟁의 결과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복지연구는 추상적인 분석틀이나 기계적인 인과관계의 설정으로 해명될 수 없고, 여러 변수들을 나열하여 그 통계적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토대와상부구조인 국가의 조응관계, 국가기능으로서의 사회복지의 성격, 계급투쟁 및 자본축적과 복지비와의 관계에 대한 역사유물론적 해명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경제학적 접근의 의미를 갖는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일어난 종속구조의 변화는 이전까지 독점자본의 형성과정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해온 금융적 종속이 일정하게 완화되는 반면, 부차·제한적 형태로 유지되었던 초국적 자본의 지배에 의한 생산과정에서의 종속과 기술종속이 새롭게 부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의 종속적 독점자본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국제적으로 생산 및 기술독점을 강화시켜온 미국과 일본의 초국적 자본지배에 깊숙이 편입되어 금융적 종속에 따른 재생산구조의 대외 의존성을 생산종속과 기술종속이라는 직접적인 종속형태를 매개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의 실시이래 축적 위기의 주기적인 반복에도 불구하고 고도성장과 고도축적을 구가해 온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은 민중에 대한 지속적인 수탈 강화의 결과이다. 고도성장 과정에 나타난 생산과력의 비약적인 증대, 특혜와 부정에 의존한 부의 집중과 독점의 강화는 산업재해율과 긴 노동시간,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낮은 임금 등을 수반해 왔다.
  저임금. 장시간노동 체제로 집약한국자본주의의 독특한 축적과정은 반대로 노동운동을 비롯한 광범한 민중운동의 확고한 물질적 기반으로 작용하여, 세계자본주의의 불황과 냉전의 약화와 함께 노동운동의 고양(투쟁의 격화)은 정권에 상당한 위기를 안겨 주었으며, 특히 공장에서의 계급투쟁의 표출과 확산은 층자본인 국가뿐만 아니라 개별자본 그 중에서도 독점자본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노동자계급의 많은 잉여가치의 분배요구로 가시화되어 저임금-고착취라는 자본의 기본축적기반을 위협하고, 그것이 격화되어 정치투쟁으로 전화되면 국가권력으로서는 정권의 기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노동자계급의 성장과 진출은 파쇼권력이 그간 계급적 지배를 위해 주로 사용해 왔던 물리적 강압과 안보 및 성장의 이데올로기적 대중조작에만 의존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3. 6공화국 사회복지의 성격>

  "86년 9월 "제 2차 경제사회 발전 5개년계획"과 함께 이른바 "국민복지종합대책"이 발표되었다. 이는 대부분 6공화국에서 시행되어졌으므로 이러한 대책의 성격과 한계는 이 글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국민복지종합대책"은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정부가 25∼50% 보조하는 전국민의료보험 ② 88년부터 10인 이상 사업장에 확대하는 국민연금제 ③ 88년 1월부터 실시하는 최저임금제 ④각종 공적부조제도를 확층하는 저소득층생활향상대책을 골자로 하고 있었으며,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사회복지 확대책이었다.
  이러한 각종 사회복지정책을 담은 "제6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은 이전까지의 성장일변도에서 다소 벗어나 사회복지적 요소를 많이 수용한 것처럼 보였다. 우선 기본목표를 능률과 형평을 초대로 한 경제선진화와 국민복지의 증진에 두었고, 여러 사회복지정책의 확대를 약속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그러나 동 계획에 나와 있는 80년대 후반 국민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을 보면 여전히 이른바 "선성장  후분배"라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관념에서 못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선진 각국의 경험을 토대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사회복지제도 도입, 일단 도입된 제도는 축소하기가 곤란하므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지속적인 성장잠재력을 배양하는 발전전략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장기적인 사회복지정책 추진 기반의 공고화, 비인플레적 방법으로 사회복지재원을 조달하기 위하여 상대적 고소득층에 대한 조세부담의 점진적 상향 필요 등 정책입안자들의 눈에는 계급투쟁에 의해 무분별하게 확대된 서구 복지국가와 같은 방식(?)으로는 결코 사회복지를 확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본측에서 보면 잉여가치를 지출할 필요가 없는 고용기회의 확대를 통한일자리 제공이 사회복지정책의 기본과제로 제일 먼저 제시되어 있는 것에서 그들의 자본축적논리를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사회복지정책의 확대방침은 당시에 고양되는 노동운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노동자계급의 힘의 결집과 신장은 지배계급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였고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일정정도의 양보는 불가피하였으며, "6차 계획"의 정책기조에서 보듯이 자본축적의 논리를 유지하되 축적의 전반적 양상과 계급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잉여가치의 일부를 양보하고자 한 것이 이른바 "국민복지종합대책"이었다.⁴
  생존권적 기본권과 요구투쟁으로서 의사회복지정책의 성격은 87년 6월 항쟁과 7, 8월 노동자대투쟁을 계기로 분출한다. 다시 말해서 6월 항쟁이 전민중적 정치투쟁이었고 7.8월 노동자대투쟁이 노동자들의 대규모 민중생존권투쟁이었다는 점에서 노동자를 축으로 한 전 민중을 어떻게 해서든지 개량화하고 정권의 재생산에 필요한 민중의정치적 지지를 견인해야할 국가와 지배계급의 절박함이 사회복지정책의 확대실시의 본질적인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중의 성장을 노골적이고 반동적인 탄압책만으로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가 없었고 일정한 잉여가치의 양보가 불가피하였으며, 한편으로는 제국주의적 초과이윤의 전취와 분단모순에 의한 과도한 국방비의 지출로 개량의 물적 기반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한국자본주의는 87-88년 간은 계획 이상의 경제성장, 국제수지의 흑자, 대외채의 감소 등에서 보듯이 자본축적이 순조롭게 진척되어 개량에 필요한 물적 기반이 일시적으로나마 준비되었던 것이 다.

<4. 6공화국 사회복지 수준의 저열성>

  6공화국 사회복지예산은 외면적으로는 증가추세를 보여 왔지만 절대액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체예산의 증가분과 비슷한 비율로만 증가하여 왔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회복지 수준의 중진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그 증거로 <표 1>에서와 같이 우리와 경제수준이 비슷하거나 혹은 이하인 국가와 국민 1인당 사회복지비 수혜액과 피 비율을 비교하여 보면 .) 저열함이 극명하게 트러 난다.
  이러한 사회복지비의 절대부족은 한반도의 분단모순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과도한 군사비 부담이 사회복지비 지출의 걸림돌로 작용하였으며 분단모순에 기반한 안보이데올로기가 정권의 사회복지에 대한 무관심을 합리화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국방비의 과도함과 사회복지예산의 저열함은 (표 2)에서 충분히 실증되고 있다.
  최근의 세계적인 평화군축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92년 정부예산 중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물론, 국방비의 전년도대비증가율은 전체예산증가율은 물론 사회복지비의 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 있어 6공 정권의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방정책이 궁극적으로 평화정착의 기조와는 동떨어져 있음을 실증하고 있는 것이다.

<표 1> 국민 1인당 사회복지비 수혜액 및 비율

국가

1인당 수혜액($)

GNP대비비율(%)

브라질

그리스

파나마

우르과이

아르헨티나

가봉

한국

536.98

586.68

215.8

180.05

73.08

85.34

68

59.9

18.3

10.3

8.4

8.1

3.0

1.6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소규모 영세업종노동자, 농어민, 도시자영자 등이 실질적으로 제도에서 제외되고 있다.

<표 2> 각국의 정부예산 항목지출비 및 사회복지비 수혜율  (단위 : %)

 

국가예산지출항목(’87)

국방비 복지비 교육비 기타

GNP 대비 1인당

사회복지비 수혜율

선 진 국 가 군   (A)

중상위소득국가군 (B)

중하위소득국가군 (C)

  8.21  53.44  7.10  31.16

12.41  31.57  9.47  46.55

12.84 24.60 11.90  50.58

25.69

16.02

4.03

한   국

27.31  9.60 18.34  50.58

1.65

 

자료 : 평화연구소, 사회와복지연구회,  [한반도의 군축과 사회복지]  한울, 1991
비고 : 사회복지비는 의료비, 협의의 사회보장 및 복지비, 주택과 지역사회 편의 시설비를 합한 금액
<표 3> "92년 사회복지비 대 방위비 예산 대비   (단위 : 원)

예산상목

1991

1992

증가율

액수

액수

방위비

사회복지비

총예산

(추경제외)

7조 7670억

1조 9669억

31조 3823억

26조 9797억

8조 7530억

2조 1365억

33조 5050억

33조 5050억

12.7%

8.6%

6.8%

24.2%

 


<5. 민중의 최저생활을 위한 소득보장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현재 소득보장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는 연금보험과 사회부조인 생활보호사업이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의 진전과 함께 인구의 대부분이 임금 노동자화 되면 일시적 혹은 영구적 노동력의 상실(노령이나 불구)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고, 이러한 생존의 위협에 대한 사회적 대처방안의 일종이 바로 연금제도란 형태로 출현하게 된다.
  이러한 연금제도의 가장 핵심적 기능은 노령, 장애, 사망 등 사회적 사고로 인하여 소득의 중단 또는 상실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 일정수준의 생활을 확보해 주는 소득보장기금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및 사립학교교원연금제도 등 3개의 특수직역연금을 제외한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제도는 앞서 지적하였듯이 1988년부터 시작하였다.
  그리나 이러한 국민연금제도는 제도의 도입 때부터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성격보다는 한국 자본주의의 축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강제적 내자동원책의 일환으로 구상되어진 것이기 때문에 제도의 형태는 물론 막대한 연금기금의 운영에 있어서 총자본의 논리가 관철되고 있다.
  국민연금제의 문제점을 간략히 지적하여 보면 첫째, 적용범위에 있어서는 실질적으로 연금제도의 적용이 시급한 소규모 영세업종 노동자, 농어민, 도시자영자 등이 아직 실질적으로 제도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재원조달방식에 있어 수익자부담원칙과 국가최소부담원칙이 관철되고 있어 노동력재생산의 비용부담을 총자본인 국가나 자본부문의 책임에서 민중부문의 책임으로 전가시키고 있다.
  셋째, 급여수준이 적절해야 한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의하면 급여수준은 최종보수액의 40%수준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ILO 조약에서 권고한 최저한의 수준(6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때문에 저소득층의 경우 연금액이 노후소득보장을 보장하기 어려운 수준에 있다.
  넷째, 아울러 연금제도는 장기적인 소득보장제도이므로 그 재정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약 35조원 이상의 막대한 금액이 적립될 연금기금의 운영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가 없어 연금기금이 상당부분총자본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되면서 국가와 자본의 자금공급처로 될 가능성이 있다.6)
  사회부조는 국민 모두가 최저한의 건강하며 문화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제도이다. 이는 소득이 일정수준 이하인 저소득층을 위해, 국가가 이를 보장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회복지제도로 사회보험과는 달리 본인의 기여 없이 전액 국고예산으로 시행되어 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회부조는 생활보호사업으로 대변되어 지는 데 생활보호사업의 문제점을 간략히 살펴보자.
  첫째, 대상자의 선정과 관련한 문제로는 선정기준의 비현실성이다. 1991년 현재 생활보호대상자는 가구 1인당 소득 5만5천원 이하이면서 가구재산액이 8백만 원 이하인 근로능력이 없는 자로 구성된 가구는 거택보호대상자(전 인구의 0.8%)로, 가구 1인당 소득 6만5천원 가구재산액 8백만 원 이하인 근로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가구는 자활보호대상자(전 인구의 4.2%)로 소득 8만5천원 재산 1천만 원 이하인 가구는 의료부조대상자(0.8%)로 구분되어 있다. 이는 가구당 최저생계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둘째, 급여수준의 저급함이다. 현재 거택보호자에게 생계보호, 의료보호, 장제보호를 실시하고 있는데 생계보호의 경우 1990년 현재 거택보호 1인 가구의 경우 월 평균 생계보조액은 4만5천7백 원에 불과한 수준이며,7) 자활보호대상자에게 실시되고 있는 자활프로그램도 이들 대상자들의 자활자립을 유도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급여도 가구별 소득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고 획일적으로 보호해 주고 있다. 이것도 예산의 부족으로 인하여 급여의 수준이 예산수준에 맞추어 저급하게 책정되고 있다.


<6. 민중의 건강권 보장은 견지되고 있는가?>

  1977년 500인 이상의 사업장에 강제 적용된 직장의료보험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그 시행 12년째 되는 해인 1989년 7월 도시지역의료보험을 확대 실시함으로써 전 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보험의 발달과정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는 선전과는 달리 많은 문제와 갈등을 노정 하였다. 즉, 제도의 도입과정에서 국민 다수의 민주적인 참여가 배제되었고 그로 인해 제도 자체가 지니게 된 내용상, 형태상의 문제들(국가의 재정능력과 독점자본 이해가 철저히 반영되는 보험방식의 수익자부담원칙과 조합방식의 관리운영체계 등)에서 파생되는 결과는 정부 및 그 관료와 기층민중간의 대립과 저항이라는 정치적 상황을 낳았다
  1988년 1월 1일 농어촌지역 의료보험 실시로 분출하기 시작한 "의료보험시정운동"은 "전국의료보험대책위원회"를 통하여 국회에서 "국민의료보험법"을 쟁취하고(1989년 3월 9일 여야만장일치로 국회통과), 그 관철을 위한 입법투쟁을 전개한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투쟁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료보험법안은 1989년 3월 24일 동 법안에 대한 대통령거부권행사에 의해서 그 실시가 좌절되었다.8)
  그렇다면 의료보장수혜자인 기층민중들에게 불만과 고통을 강요하는 현행의료보장제도의 구체적인 성격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

  첫째로는 현행 의료보험제도에도 그 도입과정에서부터 형태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독점자본의 이해가 근원적으로 관철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것은 재원조달방식에 있어서의 보험방식과 관리운영체계에 있어서의 조합방식을 통해서 의료자본의 이윤과 수익자부담원칙, 그리고 의료책임의 개인화를 공공연히 "보장"하고 있으며, 또한 조합간의 재정이전과 기여 및 급여의 통일성을 원칙적으로 배제함에 따라 지역 간, 소득계층간의 불평등성이 제도적으로 조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둘째로는 보험료책정의 불공평성과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보험료책정의 경우, 지역 간(직장조합과 지역조합간의), 소득계층간(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의)불공평성이 나타나고 있으며, 보험료인상의 가능성은 특히 적자조합인 지역조합에서 지속적인 인상요인을 갖고 있다.
  셋째로는 본인부담금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즉,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본인부담률 (본인부담금/진료비 )은 입원 40.3%, 외래 67.0%로 외국의 경우 일반적인 10∼30% 보다 엄청나게 높아 이미 사회보장제도의 의미가 거의 상실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본인부담금제도는 그 제도 자체가 지니는 보험재정의 안정화라는 목적과 차원을 뛰어넘어 오히려 기층민중의 병의원 이용을 제약하고 의료비용을 기층민중에게 전가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넷째로는 현행의료보험제도가 소득재분배 적이기보다는 소득역진적이다는 점이다. 보험료부과 율에서는 관리직 62.1%, 사무직 66.0%, 생산직 83.2%로 저 소득근로자의 부담이 큰 반면에 보험료급여비용율에서는 관리직 66.4%,사무직 90.3%, 생산직 15.2%로 저소득 근로자들의 보험료에 대한 보험급여가 고소득 자에 비해 매우 낮음을 보여준다. 즉 생산직은 자기가 낸 보험료총액의 15.2%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10) 이는 곧 현행 의보제도의 보험기여와 급여 양쪽 면에서 심한 소득역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의료보험과 의료보호라는 의료보장제도의 이원화현상이다. 이는 고소득자계층과 저소득계층 또는 노동유능력자와 노동무능력자간의 계층적, 국민적 위화감을 조성하며, 특히 의료보호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감을 부여하여 건강권으로서의 의료해택의 의미를 탈색하고 있다.
  이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는 조합의 비민주적 운영, 국고지원금의 문제 등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7. 사회복지의 획득을 위하여>

  한국사회의 개량화 가능성 여부는 그 축적메커니즘의 "신식민지성"에 의해서 근원적으로 제약된다. 그러나 이러한 개량화 가능성 여부의 부재가 곧 개량투쟁의 "무용론"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현 한국사회성격하에서 기층민중의 생존권 투쟁으로 표출되는 개량투쟁은 사회의 물적 기반의 취약성에 따라 보다 근본적인 변혁투쟁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닐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는 민주주의투쟁의 일환으로 "생산영역"의 모순과 한계의 극복을 위한 투쟁으로 전환될 필연성을 함축한다.
  우리는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92년도 사회복지예산 삭감문제를 통해 사회복지투쟁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여당은 1992년도 정부예산을 검토하면서 긴축예산의 필요성과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여론(자본축적의 논리가 관철됨)이 높자 당정협의를 하여 예산을 삭감하기로 하고 먼저 사회복지부문에 손대어 지역의료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31%나 삭감하였고, 사회복지관 설립 예산을 대폭 삭감하였으며, 사회복지 전문요원 선발계획을 백지화해 버렸다.
  전문요원 신규배치, 종합복지관 설립, 지역의료보험 국가지원에 관한 예산들은 각각 공히 그간 경제성장의 추진과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계층, 저소득 영세민층, 농민층의 생존권에 대한 공적, 사적 전달체계상의 핵심적 지주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정예산의 삭감과 현존 제도의 폐지는 6공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공공연히 강조해 온 소외계층의 국가지원11)을 통한 사회통합, 복지사회의 구현이라는 정책의지의 자기부정이며 반민중적, 반복적 성격이라고 규정되지 않을 수 없다.
  현 국면의 해명을 위해서는 정권의 재생산(정당성) 문제로 단순히 환원될 수 없는 토대-국가-복지-계급투쟁-복지라는 근원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제기된다.
  즉, 잉여가치의 실질적 분배(복지정책)를 통해 계급적 모순을 "개량화" 할 능력을 충분히 지니지 못한 상태에서 피지배계급의 요구에는 최소한으로만 양보(의사개량화)하면서 실제로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통해 중간층을 보수화 시킴으로써 체제의 장기적 안정을 도모하는 측면과 독점자본이 계급지배의 강화를 위해 국가를 전면화하는 국독자적 지배권력블록의 변화라는 측면에서의 해석이 적확하다.
  한국사회는 신식민지독점자본주의적 축적메커니즘에 결박되어 계급투쟁을 폭력과 이데올로기로 해결하려하고 계급투쟁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양보한다 하더라도 복지에 투입될 잉여가치 중 국가(총자본)나 기업(개별자본)의 몫은 가능한 줄이고 민중의 부담을 늘리려 하며 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간의 사회복지정책의 기조에서 확증되어 왔다.
  한국사회의 사회보장정책을 "최종심에서 결정하는 요인으로서의 물적토대와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응축적으로 반영하는 국가기구의 정책결정과정은 국가, 자본 그리고 노동의 역학관계에 의해서 분석되어진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과 사회복지의 구체적인 운동메커니즘을 고찰하며 사회운동론적 과제(주제적 대응)를 함축한 한국사회복운동의 진전을 도모해야한다는 과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에서의 함의일 것이다.
  끝으로 제도개선투쟁 또는 부분적 요구투쟁으로서의 사회복지투쟁은 다분히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며, 물적토대의 취약성에 의한 "독점적" 권력융합체의 반동적 대응양식에 대한 운동주체 전체의 조직화와 과학화라는 과제를 설정함을 덧붙이고자 한다. ■

□ 주

1) 보건과 사회연구회, "1980년대 한국 사회보장정책의 성격", 「1980년대 한국사회와 지배구조」, 풀빛, 1989, p.166.  이 논문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보장 정책의 일반저그 기능을 경제적 측면에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정치적으로는 부의 편중에 따른 계급갈등을 약화시키고, 이데올로기 측면에서는 자본주의 사회 자체의 재생산을 위한 이년적 기반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분석한다. PP. 162-166 참조.)

2) 정치경제학적 방법론은 맑스주의 논리학과 인식론의 기반인 "역사유물론"과 "유물 변증법"에 기초한다. 이는 자본주의사회구성체에 조응하여 그 보편적 발전경로와 "현실의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등장하는 사회복지의 기원과 본질 그리고 기능은 어떤 한가지 요인으로서 그 실체와 환원/동일시되거나 몇몇 요인의 기계적 절충에 의해서 그 유기체적 본질이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논리적, 구조적 층위와 그 상호작용의 "중층적 결정"에 대한 과학적, 변증법적 분석에 의해서만이 그 실체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3) "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의 자본주의의 발전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문제는 한국 자본주의의 독점강화와 제국주의에 대한 종속의 관련성 및 이를 매개하는 국가의 역할, 요컨대 한국사회성격 논쟁의 핵심적 쟁점들이었다. 본고에서는 다양한 입장에서의 논급은 사상한다. 다만 필자의 기본 시각은 신식국독자적 자본축적 메커니즘의 형성·발전과 그 위기 및 반동적 재편의 과정으로서의 민중민주주의적 조망임을 밝혀둔다.

4) 6공 출범 후 「6차계획 수정계획」이 발표된다. 그 내용은 ① 농어가소득의 증대와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 ② 도시서민층의 주택난 완화, 영세민의 생활향상, ③ 사회보장 제도의 확충 등이었다. 경제기획원, 「제6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 수정 계획의 기본골격」, 1988. 7. 30.  pp. 4-9)

5) 보건과 사회연구원, "1980년대 한국사회보장정책의 성격", 학술단체협의회 편, 「1980년대 한국사회와 지배구조」풀빛, 1989, p. 138)

6) 보건과 사회연구회, 앞의 논문, pp. 141-143 참조)

7) 이는 전체 생활보호대상가구 중 28.3%, 전체 생활보호대상자 중 15.3%, 전 국민의 0.8%에 불과한 가택보호대상자에게만 소득지원(생계보호)이 되고 있을 뿐이다.

8) 국민의료보험법의 성립과정과 그 성격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논의는 이경기, "국민의료보험법의 형성과 성격에 관한 연구",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석사학위논문, 199 1, 2 참조)

9) 농어촌 의보조합의 평균인상율은 1989년 19.6%, 1990년에는 32%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 최승규, "직장의료보험기여제도의 불평등성에 관한 연구",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88, p. 64)

11) 특히 빈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건립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전근대적인 현물급여와 취로사업의 문제점과 같은 생활보호사업을 포함한 착취와 통제의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빈곤정책이 확립되어야만 한다.

작성자정병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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