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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문제다] "용돈 줄테니 반항하지마"

청주 성화원, 성폭행 사건 발생

본문

  복지시설의 사유화 현상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 청주 성화원에서 또 다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과연 시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복지 시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추적해 본다.

시설 문제의 본질 사유화? 

"언제까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둘 것이가!"
 역설적이지만 새겨들을 만한 한탄이 복지시설 관계자들 입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렇듯 이 땅의 사회복지 시설은 최근 들어 찬사를 받기는커녕 인권을 유린하는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거듭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사랑과 봉사 실현의 대명사인 사회복지 시설이 존폐론까지 들먹여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복지 시설 위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워낙 구조적인 병폐가 산적해 있어 딱히 이것이다라고 한마디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원인 중 으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고질적인 시설의 사유화 현상과 정부의 이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익히 알려진대로 61년 생활보호법, 70년 사회복지 사업법이 제정되면서 이 땅의 복지시설은 공적 개념을 띠는 법인으로 일원화 됐다.
 국가는 시설 운영비의 태반을 지원해 줌으로써 복지시설 운영을 개인사업이 아닌 국가의 통제가 가능한 공공 시설로 묶어 두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먼 여전히 시설장이 시설운영의 전권을 장악하고 있고 사유물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시설 운영의 주체가 정부라는 인식은 그다지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듯하다. 정부는 운영에 필요한 경비만 대주고 정작 필요한 철저한 감독 관리는 외면함으로써 파행적인 복지시설 운영의 폐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복지시설의 비리 유형을 보면 과연 정부가 복지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원생들의 인권을 보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의문사, 구타, 강제노역 그리고 가장 악질적인 범죄인 성폭행에 이르기까지 다반사로 인권이 처참하게 짓밟히고 있는 현장을 정부는 저지를 위해 털끝만치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철저하게 외면만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가 뒷짐을 지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동안 독버섯처럼 자란 시설왕국의 주인은 원생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정부는 한술 더 떠 그 주인에게 훈장까지 수여하는 기막힌 현실이 바로 시설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6명의 직원 중 가족이 3명
 최근 충북 청주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복지시설이 사유화됨으로써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폐해가 어느 정도에 이르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40여 년을 자신이 세운 시설왕국에 군림해온 그로서는 그의 소유인 원생 몇 명을 성폭행한 게 뭐가 그리 문제가 될 것인가?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시설장이 수용되어 있는 나이 어린 원생들을 성폭행 함으로써 지역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성화원 사건이 바로 그 사건이다. 성화원 사건은 복지시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총 망라한 한 전형이라 할만하다.
 여기서 성화원 사건의 구체적인 사건 개요를 살펴보기에 앞서 대략적인 시설 현황을 알아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성화원은 지난 1952년 중학교 교사직을 의원면직 형식으로 그만둔 이경훈(71세)씨가 같은 해 3월 청주시 운경동에 보육시설을 설립, 이사장겸 원장으로 취임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5살에서 18살의 연령층인 여자원생 36명, 남자원생 24명, 도합60여명의 고아들이 수용되어 있는데 한해 국고 지원액은 8천1백만원이며, 총무1명, 보육사4명, 취사부1명 등 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원들과 관련해 한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씨의 장남이 총무를 맡고 있으며 이씨의 첫째 며느리와 막내 며느리가 각각 보육사로 직원 명부에 올라가 있다는 것이다.
 이씨의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은 보육사 2명과 취사부 1명 뿐으로 가히 족벌 경영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원생들을 성폭행한 원장 이경훈씨는 함경남도 출신의 실향민으로 평소에 원생들에게 무척이나 엄한 아버지로 인식되는 등 카리스마적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씨는 철두철미한 일 처리 방식과 자전거로 일을 보는 외부에 드러난 검소함으로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역사회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에 걸맞게 지위도 여러 개 가지고 있어서 충북아동시설연합회 회장, 충북 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이북5도민 충북지회장, 평화통일정책 자문회의 위원을 각각 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나아가 이씨는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충북도민 문화상을 받고 연이어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하기도 해 그가 지역 유지임을 화려하게 과시해왔다.
 이런 그가 명성에 걸맞지 않게 파렴치한 범법자로 전락할 것을 뻔히 알면서 평소에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믿고 따르던 원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 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그가 인면수심, 이중 성격의 소유자 또는 인격 파탄자라고 간단히 매도하는 것으로 그 원인을 규정짓고 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성폭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구체적인 배경을 들추어보면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이 도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원장 이씨에게 있어서 원생들은 보호할 대상이 아닌 성폭행까지 마음대로 자행할 수 있는 하나의 사유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40여 년을 자신이 세운 시설왕국에 군림해온 그로서는 그의 소유인 원생 몇 명을 성폭행 한 게 뭐가 그리 문제가 될 것인가?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추측이 가능한 징후는 이번 사건의 전말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원장 22차례 걸쳐 성폭행

 충북 청주 서부경찰서는 1월 14일 성화원 원장 이씨를 강간치상 혐으로 구속했다.
 경찰 수사기록에 의하면 이씨는 89년 4월부터 최근까지 성화원 원생 3명을 무려 22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폭행 했다는 것이다. 이씨에 의해 짓밟힌 것으로 밝혀진 원생은 우모양(18세·강간치상 1회, 추행 9회) 오모양(12세·강간치상 1회, 강간6회, 추행 3회) 송모양(12세·추행 2회)등이다.
 이씨는 이들 원생들을 원장내실, 사무실, 목욕탕, 뒷마당, 창고, 옥상 물탱크실, 심지어는 원생들이 기거하는 숙소에까지 끌고가 강압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웠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씨가 우발적이 아닌 계획적으로 원생들을 능욕했다는 사실은 이씨에 의해 가장 심한 피해를 입은 오모양의 다음과 같은 진술에서 생생하게 확인되고 있다.
 "원장 아버지가 수시로 불러 옥상으로 데리고 가서는 처음에는 옷을 벗기고, 만지고……(이하 삭제) 그럴적마다 출혈되고 아파서 고통스러웠다. 여름에는 원장실에서 문을 잠그고……(이하 삭제) 원에 큰언니와 보모선생님이 보고 다른 언니들한테 얘기해 학교에서까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10번했다. 한번 끝나면 아버지가 1천원씩 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경찰 아저씨와 산부인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상처가 무척 심하다고 했다."
 우모양 역시 이씨가 "용돈을 줄테니 반항하지 말라"며 성폭행을 가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이들 원생들은 하나같이 성화원 내에서도 착한 아이들이라고 인정을 받아온 원생들로 특히 오모양은 학교 성적이 반에서 2등을 할 정도로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원장 이씨는 원생들 중 말을 잘 듣는 원생들만 골라 성폭행을 했기 때문에 범행을 오랫동안 지속하고도 탄로가 나지 않았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한편 기자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난 원장 이씨는 "내가 일흔 한 살입니다. 기력도 없고 부부 생활도 못합니다. 할아버지인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합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성폭행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이씨의 이러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원생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최근 12월 14일에도 이씨가 오모양을 상대로 성화원 옥상 물탱크에서 성폭행을 가하는 현장을 보육사와 다수의 원생들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복지시설의 비리 유형을 보면 과연 정부가 복지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원생들의 인권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성화원의 경우 운영비 횡령으로 이씨는 실제로는 근무하지도 않는 첫째 며느리와 막내며느리를 보육사로 원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속여 수년 째 국고에서 지원되는 운영비를 가로채 왔다는 것이다.

 보육사 김춘란(46세)씨에 의하면 이날 저녁 오모양이 원장 이씨의 부름을 받고 방에서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아 원생들과 함께 찾아 나섰는데 옥상 물탱크실 안에서 이씨와 오모양이 벌거벗고 함께 있는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 8년 동안 성화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펼쳐 온 청주 시내 직장인,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봉사모임 "둥지회" 회원들이 원생들의 피해사실을 접하고 1월 초순 경찰에 이씨를 처벌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이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게 되자 이씨의 큰며느리는 성화원을 찾아와 피해사실을 외부에 발설했다고 오모양을 구타하고 그것도 모자라 말리는 다른 원생을 역시 20여분을 구타, 실신까지 시키는 어처구니없는 폭력을 휘둘러 관계자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원생들을 밭농사에 내몰아
 
 성화원 원장 이씨는 원생들을 상대로한 성폭행 외에도 시설운영에 있어서도 갖가지 부정을 서슴치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우선 원생들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할 피복비를 지급하지 않고 가로챈 후 독지가들이 보내주는 헌 옷만을 원생들에게 입혔으며 부식도 식당 칠판에 적혀 있는 메뉴와는 달리 국도 없이 김치와 단무지가 주종을 이루는 형편없는 급식을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부식 구입은 전적으로 이씨 부인의 소관이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원장 이씨는 이번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진 오모양을 원장 사택 청소 당번으로 부려먹는 등 원생들을 강제 노역에 내몰아 대다수 원생들이 방과후 원 건물 옆 1200평 밭농사에 동원돼 진저리를 쳤다고 한 직원은 말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비리는 운영비 횡령으로 이씨는 실제로는 근무하지도 않는 첫째 며느리와 막내며느리를 보육사로 원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속여 수년 째 국고에서 지원되는 인건비를 가로채왔다는 것이다.
 보육사 김춘란씨는 이들 며느리들이 "여름, 가을 오고싶으면 와서 1시간씩 애들하고 떠들다 가는 게 고작인데 최근에는 통원에 들르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있다.

당연한 권리 행사 안 해
 이상 살펴본 성화원 사건은 몇 가지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씨가 성폭행을 가한 3년이라는 기간동안 단 한번도 성폭행 사실이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는 시설의 폐쇄성을 지적할 수 있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하면 복지시설에 수용된 원생들의 상담 지도는 해당 도·시 부녀 아동 상담소에서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부녀아동 상담소가 원생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상담을 계속 했던들 이번 사건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청주시 부녀아동 상담소는 이런 고유업무를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청주시 부녀아동 상담소 상담계장 김정자씨는 그 이유에 대해 "수년 전까지만 해도 원생 개개인을 상대로 한 개별 상담 지도가 가능했으나 시설장들이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해 요즘은 일년에 두 번 형식적인 집단 지도를 나가는 것에 그치고 있다"며 어려움만을 토로하고 있을 뿐이다.
 감독기관의 형식적인 감사도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화원에 대한 그동안의 감사 실태에 대해 보육사 김춘란씨는 "시의 감사가 미리 통보한 후 진행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는 가려진 채 시설에 대한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고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보다 획기적인 복지시설 정책이 수립되어 시행되지 않는 한 이번 성화원 사건의 예에서 보듯 시설의 사유화 현상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거둬 시설을 지원하면서 왜 무엇 때문에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가.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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