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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움직임] 장애우와 함께하는 교회인가, 장애우만의 교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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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우에게 교회의 문턱은 여전히 높은가.
  이 물음에 선뜻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장애우에 대한 차별과 소외의 벽이 교회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교회별로 장애우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입으로 외울 정도이고 그나마 교회 내에 있던 장애우 부서조차 따로 독립해 나가서 "장애우 교회"를 설립하는가 하면 장애우 교역자를 청빙하겠다는 교회가 드물어 장애우 교역자들이 신학과정을 마치고도 목회 현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은 심각한 현실이다. 이러한 점과 아울러 장애우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목발, 휠체어 등의 보장구를 이용해야 거동이 가능한 장애우들에게는 "너무 높고 거룩하여" 감히 발을 들여놓기가 무서운 것이 교회 문턱인 것이다. 작금의 교회들이 보여주는 여타의 교회 환경은 아직까지 팽배하게 널려있는 "장애우 차별의 또 하나의 현장"임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장애우 관련 프로그램이라고 해봤자 주일에 한번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고작인 경우가 많음에도 중증 지체장애우, 청각·시각장애우, 정신지체장애우들의 교회 생활에는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편의시설의 부재 너머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차별의식이 이들 장애우들의 교회 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교회지도자부터 장애인관 바로 서야>

  정신지체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갖는 곳은 소망교회, 충현교회, 사랑의 교회 등 10여 곳이며 청각장애인 부서를 따로 갖고 있는 교회는 영락교회, 순복음교회 등 20여 곳이 있다. 강남에 있는 소망교회의 경우 정신지체인과 자폐증 아동을 대상으로 84년부터 시작해서 8년째 주일학교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5세부터 35세까지 연령별 능력별로 나누어 일반의 주일학교처럼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고 성서공부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 장애우를 대상으로 하는 소망부에는 총 82명의 장애우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교사는 총 97명으로 일대일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예장 통합 교단 중에서도 수천명 교인수의 교세를 갖고 있는 규모가 큰 교회에 속하는 소망교회는 예배시간 동안 이들을 보호해주고, 신변처리를 할 수 있게 보조 역할도 하는가 하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과 마주앉아 그 날의 성서학습을 지도하는 "보모, 교사, 자원봉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수급이 가능하다. 소망부를 맡고 있는 지도교역 자인 이순남 전도사는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서전체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됨으로 일반아동부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든다"고 지적하고, "자원해서 이들을 가르칠 교사를 교회 내에서 구하는 것도 사실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인다.
  꽤 오랜 기간동안 교회 내에 "농아부"를 설치 운영해 왔던 안동 서부교회의 경우, 인근에 있는 농아학교에서 꽤 많은 청각장애우들이 참여해 왔으나 수화통역자의 부족으로 인해 현실감 있는 메시지를 들을 수 없는 점, 인솔 교사의 부족 등을 이유로 폐지되고 농아학교 내에서 예배를 드리는 형태로 변모하여, "농아부의 전통을 자랑하는 교회"라는 좋은 이미지를 간단히 씻어내고 말았다.

  "실재로 개교회에서 특별한 부분들을 요하는 청각·시각장애우나 정신지체, 중증재가장애우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독자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재정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는 게 일반 목회자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장애우 선교를 담당하는 목회자들은 "교회지도자인 담임 목회자와 당회원인 장로들의 올바른 장애우관 미흡과 장애우 선교정책의 의지가 결여되어 있는 것에 더 큰 원인이 있으며, 이것이 기초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더욱 발붙이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어쨌든 이러한 연유들은 장애우들이 주축이 되는 장애우 교회를 설립하게 하는 일차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장애우들만 모이는 교회로 출발했다가 차츰 지역주민들이나 가족 둥 일반 신도들이 함께 참여하는 장애우 교회가 약 100여 곳, 시각장애우 교회가 20여 곳, 지체장애우(뇌성마비, 근육디스트로피 등 중증장애우) 교회가 20여 곳, 청각장애우 교회가 40 ~ 50여 곳 된다.
  장애우 선교단체인 밀알선교단을 운영하는 정형석 목사는 "장애인 교회가 따로 생기는 것은 비성경적"이라고 못박고 "특수한 장애 유형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일반 교회들에서 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갖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새로 신축하는 교회들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약자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편의시설을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다. 큰 교회 중심으로 장애인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적 여건은 장애우들이 교회서 적응을 하지 못하므로 장애우 교회가 생길 수밖에 없으며 어쨌든 이는 교회조차 "통합"  의미를 저버리고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근육디스트로피 장애를 갖고 있고, 장애우 교회를 개척하여 목회하고 있는 이병상 목사는 "새로 신축하는 교회들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약자들을 위해서도 필요 한 편의시설을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 라고 말하고 "큰 교회 중심으로 장애인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야 마땅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기교육실 운영하는 수도교회와 초동교회>

  주1회 예배를 드리는 것에 그치는 "주일학교"의 차원을 넘어 보다 적극적이고 대사회적인 프로그램을 갖는 교회도 있다. 기장 수도교회(담임, 김해동 목사)와 초동교회(담임, 신익호 목사)는 매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반 사설조기교육실의 형태를 띤 "특수아동교실"을 운영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과 장애아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85년에 "특수아동교실"을 개설, 올해 8년째를 맞는 수도교회는 교회 앞에 있는 주택을 매입하여 교실로 개조하고 매일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10명의정신지체, 자폐아들을 교육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 두명과 보조교사 한 명이 맡아서 하는 특수아동교실은 재작년까지 교인들이 돌아가면서 자원활동을 해주기도 하는 등 "지역과 사회에 열려있는 교회"로서의 모습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있다. 교회 전체 예산의 10%를 특수아동교실에 투자해서 교재 교구 마련, 교사인건비 등을 충당하고 있으며, 영세한 가정의 자녀들을 우선으로 받고 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의 수강료는 일부 보조해 주고 있다.
  일반 사설교육실에는 교육비가 너무 비싸 보낼 엄두도 못 내다가 가격이 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이곳에 오게 된 아이들이 많다. "병원치료나 언어치료까지도 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에게 드는 돈을 감당하기가 벅찬데 이곳에 온 이후 교육비도 절감되고 사회성 역시 많이 좋아졌다"는 게 부모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초동교회서 운영하는 "햇빛조기교실"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져 20명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작년 4월 20일 장애우의 날을 기화로 시작한 조기교실은 올해 1개 반을 더 증설하여 개별지도와 그룹지도를 함께 하고 있다. 교회의 아동부교실 한 칸을 평일에 빌려서 이용하고 있으며 연 2천3백만 원의 예산 중 교회에서 상당부분을 지원해 주고 있다.  교회 안에 도서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초동교회는 빈민지역 공부방 후원 등 장애우를 비롯한 소외계층의 선교에 많은 눈을 돌리고 있다.
  수도교회 부목사로 재직중인 정해동 목사는 "먼 지역에서 오는 아이들이 많아 통학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하며 "공간과 재정, 각종특수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함으로 개교회에서 실시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경우 각 구별로 여러 교회가 연합하여 공간과 재정마련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한다면 보다 바람직하고 규모 있는 조기교실 운영이 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NCC 장애인 주일 제정, 실시>

  한국기독교교회 협의회 (NCC)는 지난 1990년도부터 "장애인 주일"을 제정, 매년 한 번씩 장애우의 날이 있는 4월 중 한 주일을 개교회에서 지킬 것을 결정하였다. 가맹교단인 기장, 예장통합, 감리교, 성공회, 복음교단, 구세군 등 6개 교단은 이번 NCC의 방침에 따라 각 교단별로 "장애인 선교정책협의회"를 갖고 장애우 주일을 빠짐없이 지킬 것을 개교회에 권유하고 있다.
  작년부터 지켜 온 기장의 경우는 4월 5일에, 성공회는 4뭘 26일에 지킬 것을 정해 놓았고, 예장통합의 경우 4월 19일 부활절을 장애우 주일로 정해서 지키도록 공포하였다.
  예장통합의 경우 지난 3월 30일 장애인 정책 세미나를 갖고 교단내의 장애우 현황을 조사하고, 장애우 교역자에 대한정책을 발표했는가 하면, 미자립 장애우교회에 대한 지원책 마련, 교단에 장애우선교위원회를 구성할 것 등의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교단 내에 장애우 교역자들이 상당수 있고 장애우 신도들도 많이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배려는 지금까지 무시되어 온 것이 모든 교단의 현실이기도 하다. 장애우 교역자의 안수와 청빙 문제, 장애우관련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방침 등 장애우 선교에 대한 정책이 새롭게 구상되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게 의식있는 목회자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장애우의 교회교육, 재활교육 등이 병행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가짐으로써 장애우 선교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그 일환으로 앞서 말한 교회의 연합 조기교실 운영, 지역복지서비스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장애우 운동 통해 선교 영역 확대>

  NCC 장애인 운동위원회에서는 오는 4월 6일 "장애인 선교를 위한 교회의 역할과 과제"를 주재로 가맹 교단의 장애우선교 정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동안 미미했던 장애인 운동위원회의 활동을 청산하고 각 교단을 중심으로 장애우선교정책의 입지를 마련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는 이번 협의회에서는 실천강령을 채택하여, 개교회에서 반드시 지키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실무를 맡고 있는 이애자 국장은 "장애우 운동위원회를 새로 구성, 앞으로 몇 차례 협의회를 갖고 장애우 인권 등 전반적인 장애우 문제들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NCC가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에서의 장애우 선교에 대한 의지가 앞으로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이번 장애우 주일을 기화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교회 지도자들의 장애우에 대한 차별적 인식 개선에 기대를 모으며, 그저 헌금 몇 푼 "구제헌금" 명목으로 몇몇 시설에 던져주고 그치는 식의 행태들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에서 장애우 차별이 더 심하다. 왜 일반교회, 장애인 교회라는 구별이 필요한가"라는 어느 장애우 목사의 반문은 다시 한번 귀를 기울여야 할 소리로 들린다. 

작성자고은경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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