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성장 속의 후퇴
본문
양대 선거와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소련의 해체와 본격적인 시장개방 압력 등 나라 안팎의 급격한 변화속에서 우리 경제·사회의 "겉"과 "속"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7차 경제사회 계획의 10대 정책 과제와 확정된 올해 예산규모를 통해 그 허와 실을 진단해 본다.
<경제의 선전화와 민족통일을>
정부는 지난해 말 "21세기 경제사회선진화와 민족통일을 지향하는데 기본목표를 두었다"는 제7차 경제사회 발전 5개년 계획(92-96년)을 발표했다. 96년까지 사회경제정책시행의 뼈대가 될 이 계획안에서 정부는 △산업의 경쟁력 강화 △사회적 형평제고와 균형발전 △개방화, 국제화의 추진과 통일기반 조성이라는 3대 전략과 △기업 경영·산업조직의 효율화 △산업인력양성제도 개편 △주택·부동산 관련제도 개편 △기술개발·정보화 추진 △사회간접자본 확충 △지역의 균형 발전 △사회보장·복지제도의 확충 △경제개방의 확산과 발전 △금융자율화 추진 △남북교류협력 확대의 10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기업경영과 산업조직의 효율화를 위해서 △지나치게 소유집중도가 높은 주력기업의 지분율을 단계적으로 내리고 △법인의 공개를 촉진하며 △현행 상속세법상 50억원 이상의 고액상속자에 대해 상속재산을 5년까지 사후관리할 뿐 아니라 금융자산에 대한 일괄조회제도로 합병, 증자 등 주식을 이용한 변칙적인 증여행위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이를 전산화하는 방법으로 현재 61개 대규모 기업집단을 기준으로 46.9%인 내부지분율을 경영권이 안정될 수 있는 수준으로 축소하도록 하는 소유집중의 분산 정책을 실시하고 주력기업의 경우 계열내 다른 기업에 대한 지급보증한도를 동결하는등 상호지급보증제도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한편 재벌의 불공정한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전문독립 경영체제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부실채권의 정리기준을 명확히 설정해 산업구조 조정을 원활하게 실시하며 토지 등 비상각 재산에 대해 일정기간 안에 재평가를 안하면 재평가 기회를 박탈하는 등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방안들이 강구될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산업기술대학 제도를 도입, 현장 지향적인 산업기술교육을 강화하고 실업계 고등학교의 학생비율을 현재 32%에서 95년까지 50%로 확대하는 등 고등학교의 직업훈력 과정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96년까지 대도시 국민학교 2학년 이상 2부제 수업을 해소하고 우수한 사립 이공계 대학부터 자율적으로 정원을 정할 수 있게 하는 대학평가 인정 제도를 도입하는 등 교육투자의 내실화를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과 부동산에 대해서는 "7차 계획 기간 중 매년 50만호씩 모두 250만호의 주택을 소형 서민주택 위주로 공급하며, 국민주택 규모를 현행 25.7평에서 18평 이하로 하향조정하는 등 서민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전국의 주택을 세대별로 전산화해 1가구 다주택 소유자를 국세청이 특별관리하며 주택분양가를 자율화하는 시장기능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종합토지세의 과표를 연평균 25∼30% 올려 지역간, 필지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과표를 공시지가의 10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토지 관련 세제를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개발과 정보화 추진 사업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비율을 현행 국민총생산(GNP)의 2.1%에서 96년까지 3-4%로 끌어올리고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9백19개 생산기술과제 개발을 위해 95년까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1조5천5백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휘발유·경유 등 유류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고 전기·수도 등 관련요금을 현실화하며 각종 지역개발세를 도입 지방자치단체와 정부투자기관의 채권발행을 늘리며 도로·항만 등 기간산업에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농공단지를 조성 농촌공업화를 꾀하는 한편 농어촌 관광휴양지개발 사업 등 2, 3차 산업을 개발하고 양곡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양곡 수매제도를 고치는 식으로 농어촌의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한편 사회보장과 복지제도 부분은 고용보험과 농어민연금제도를 포함시킨 국민연금제도를 7차 계획 후반기에 시행하고 "오염원인자부담원칙"을 강화해 대형시설과 경유자동차에 대해 환경개선 부담금제를 도입하고 폐기물 발생량이 많은 제조업자에 대해 회수처리비를 걷는 사전예치금 제도를 실시해 환경오염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관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 국내산업 피해방지제도를 보완하는 등 교역 관련제도를 정비하고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결과에 따라 농산물 수입개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중국·소련·북한·일본과 미국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자율화 추진에 관해서는 7차계획 초반에 금융기관의 모든 대출금리를 전면적으로 자유화하고 통화관리 방식을 공개시장조작, 재할인 등 간접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며 정책금융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남북교류협력에 있어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차원의 협력을 적극 추진해 남북합작공장건설 및 제3국에로의 공동진출을 모색하고 유엔개발계획(UNDP)등을 통한 국제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기업은 살리고 복지는 죽이고>
앞에서 대강 살펴 본 것처럼 7차경제사회계획안은 정부가 자율화라는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국제경쟁에 대처하면서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균형을 유지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자율화를 통한 기업활동의 규제완화는 결국 간접적인 기업부양정책이라고 할 수 있어 우리의 경제정책이 60년대 이후 성장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복지부문은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계획안에서 사회보장·복지부문에서 고용보험제도와 농어민연금제도의 도입 등이 새롭게 도입될 것으로 밝혀졌으나 이 또한 실시 시기가 7차계획 후반기로 밀려있어 그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더욱이 정부는 89년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형평 및 복지증진을 위한 중장기 정책시안"을 90년 상반기에 내놓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이를 발표하지 않아 정부의 복지정책이 후퇴하고 있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또한 지하경제를 척결하고 경제정의 실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치인 "금융실명제"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을 뿐 아니라 이미 파탄지경에 이른 농촌문제에 대한 대책 역시 농촌의 공단화라는 농협해체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기업부양 이외의 모든 정책이 악화된 현재의 상황개선을 위한 대안으로는 실효성이 없는 것들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7차계획안 그대로 정부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아니며, 시행과정에서 국내외적 상황과 여건변화에 따라 계획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양대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게 되면 선거공약 등의 이행 문제로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늘어난 경제규모에 걸맞는 자율적인 경제기능의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가 있음에도 지난 30여년간 우리 경제를 움직여온 것은 성장위주의 정책을 통한 "계획경제" 있으며 이번 계획안 역시 이러한 정책의 "교과서"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
<선거정국과 팽창예산>
한편 △재정의 기능 및 역할 제고 △성장 잠재력의 배양과 농어촌 지원 강화 △국가주요사업의 충실한 마무리와 지방재정 기반의 확충을 위해 올해 예산이 33조5천5십억으로 확정됨에 따라 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이 처음의 1백만원을 넘어서는 등 선거정국을 겨냥한 "팽창예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7차 경제계획의 기본정신에 충실하게(?) 사회복지 부문의 예산 비율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체 예산에서 사회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10.01%에서 9.68%로 오히려 줄었으며 금액 역시 지난해에 비해 600억 가량 적은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사회복지예산 삭감으로 보사부예산 역시 지난해에 비해 800억 가량 늘어났으나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4.67%에서 올해 ’4.6%로 줄었으며 장애우복지예산 역시 329억6천만원(전체 0.09%)으로 지난해 330억5천2백만원(전체 0.1%)에 비해 오히려 4억 이상이나 줄고 말았다.
92년 일반회계 예산안
(단위 : 10억원, %)
세입 |
세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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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91년최 종예산 |
92년 예산(안) |
증 감 |
증감률 |
구분 |
91년 최종예 |
92년 예산(안) |
증감 |
증감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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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 |
구성비 |
금액 |
구성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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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내 국 세 ․관 세 ․방 위 세 세 외 수 입 전년도 세계잉여금 |
27,720 23,081 3,344 1,295 848 2,81 |
32,463 28,863 3,538 62 1,042 - |
4,743 5,782 194 -1,233 194 -2,814 |
17.1 25.0 5.8 -95.2 23.0 - |
경 직 성 경 비 ․방 위 비 ․교 부 금 ․인 건 비 ․기본행정비 및 예비비 사 업 비 |
19,542 7,767 6,388 4,503 884 11,840 |
62.3 24.7 20.4 14.4 2.8 37.7 |
22,362 8,753 7,236 5,365 1,008 11,143 |
66.7 26.1 21.6 16.0 3.0 33.3 |
2,820 986 848 862 124 -697 |
14.4 12.7 13.3 19.1 14.1 -5.9 |
|
합 계 |
31,382 |
33,505 |
2,123 |
6.8 |
합 계 |
31,382 |
100. |
33,505 |
100 |
2,123 |
6.8 |
※국세 가운데 지방양여세·지방교육양여세는 제외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민중복지"는 바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권력의 창출없이는 가능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편 대표적인 경직성 경비인 방위비와 교부금 그리고 인건비 등은 평균 14.4%의 증가를 보여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먼저 방위비의 경우 8조7천5백3십억으로 전체 예산의 26.1%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부금은 7조2천3백6십억(전체 21.6%). 그리고 인건비는 5조3천6백5십억(전체 16.0%)으로 이들 경직성 경비가 전체예산의 66.7%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예산 중 복지관련 부문에 관한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생활보호대상자의 선정기준이 거택보호자는 월소득 5만5천원에서 6만원으로 자활보호자는 6만5천원에서 7만원으로 상향조정(?)되며 이들 영세민 지원을 위해 4천8백24억원이 투입돼 생계보조수당이 1인당 월 5만2천원에서 5만7천원으로 5천원이 오른다. 또 의료보호자의 진료비 본인 부담률이 30%에서 20%로 낮아진다. 생활보호대상자 역시 전인구의 5.2%에서 5%로 낮아진다.
또한 매달 1만원씩 주는 소령수당 지급 대상이 지난해 5만1천명에서 자활보호대상자가 추가돼 19만1천명으로 늘어나며 가정에서 보호를 필요로 하는 불우노인과 장애우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복지서비스제도"가 신설되어 67개 시급 이상 도시에서 실시되며 여기에 42억원의 예산이 배정되었다.
탁아시설의 경우 공단지역 71곳, 저소득층 밀집지역 50곳 등 21곳에 탁아소를 새로 짓고 탁아시설 운영지원을 올해 6백55곳에서 9백73곳으로 늘리며 이를 위해 4백55억이 투입된다.
한편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및 생활안정 자금으로 5천4백6십9억원이 배정돼 노령부가 연금지급 연령이 70살에서 65살로 낮아지고 미망인 부가 연금 대상도 60살이상에서 전체로 확대된다. 또한 중상자에 대한 간호수당도 20∼60%인상된다.
이밖에 지역의료보험은 올해와 비슷한 5천9백2십4억이 배정되었으며 영구임대주택 건설 지원의 경우 18.1%가 줄어든 7천7백억이 투입된다.
<"민중복지"를 위한 우리의 선택>
앞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7차계획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올 예산의 구성비율 등을 감안해 볼 때 경직성 경비의 증가에 비해 복지부문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바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선거정국을 맞으며 우리는 다시 한번 정권 재창출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선전 수단으로서 "복지정책"의 위력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민중복지"는 바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권력의 창출없이는 가능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민중복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민중정권을 위한 우리의 선택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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