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설] 국민연금기금의 복지부문 활용방안 > 기획 연재

공무원연금기금, 군인연금기금, 사립교원연금기금 그리고 국민연금기금 등 소위사회복지의 탈을 쓰고 날로 늘어만 가는 각종 기금은 정부의 여유자금인가.
최근 수조원에 이르는 "석유사업기금" 이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정부 각 부처의 힘겨루기 끝에 이리저리 빠져나가 버린 것은 이들 기금의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장애판의 경우 올해 초 노동부가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은 기업으로부터 걷어들일 부담금이 170여억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기금의 운용을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초 한국개발연구원(원장 구본호)은 「국민연금기금의 복지부문 활용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 "공공기금의 복지부문 투자"라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민재성, 김관영, 유일호 연구위원과 한국외국어대학 장충식교수(경영학)의 공동 집필로 발표된 이 보고서는 90년말 현재 2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적립기금을 복지부문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1988년 처음 시작된 국민연금제도는 90년말 현재 2조 1879억원에 달하는 적립기금의 조성되었으며 2000년까지 무려 79조2천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공부문과 금융부문에 각각 50%씩 투자, 운용되고 있는 연금적립기금은 그 배분비율이나 투자내용 및 방법에서 정부 각 부처와 정치적 이해 집단들의 요구에 따라 배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기금운용의 파행성을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장기재정추계(잠정)

연금조성액의 배분

(단위 : 억원,%)

 따라서 "이처럼 각종 정치적 이해집단이 연금기금을 산발적이고 편의적으로 전용, 유용하는 것을 봉쇄하고 연금기금의 복지부문 투자를 확대하여야 하며 특히 복지부문 투자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주택사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주요내용이다.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은 향후 20년간 계속 중대되는 반면 연금급여는 30년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어 이러한 시간상의 차이가 "연금기금을 정부의 여유자금으로 착각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현행 국민연금은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급여수준이 소득자 평균임금의 40%인 것에 비해 각출요인은 3∼9%밖에 안돼 안정적인 재정확보가 어려운 구조적인 취약성을 가지고 있으며 반환시 일시불로 지급하게 되어 있고 연금수급자의 자격요건 완화, 적용범위의 확대, 급여부담액의 가중 그리고 농어민과 도시자영자로 연금가입자가 확대될 경우 이들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을 위한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출측면에 있어서도 상태가 악화될전망"이라고 국민연금제도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수익성이냐 공공성이냐>
 
 이 보고서는 또 "국민연금의 성격을 준조세로 보는 입장과 시일이나 기을을 미루어 지급하는 이연급여(移延給與)라고 본는 두 가지 견해로 나눌 수 있다"고 국민연금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들을 소개하고 "각각의 견해에 따라 기금의 투자 방향이 조금씩 다르다"고 밝혔다.
 먼저 국민연금을 위료보험제도와 마찬가지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부가 예산권과 조세권에 의해 연금재정에 대해 끝가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국가재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때문에 기금으로 재정투융자(중권투자 등)를 하는 것이 당연하며 기금 운용에 있어서도 수익성, 안정성보다는 공공성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한편 국민연금이 제한된 가입자의 장기신탁재산이며 이연급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부는 기금의 수탁관리자로서 기금을 가입자의 이익추구와 복지증진을 위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성보다는 수익성, 안정성이 더 우선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두 가지 견해를 놓고 후생성과 대장성간에 세차례에 걸친 대논쟁 끝에 연금자금은 전액 대장성 자금운용부에 예탁하되 가입자 복지증진을 위해 연금복지사업단을 설치, 복지환원을 위한 융자사업을 실시하는 절충안에 합의 한 바도 있다.
 

국민연금제도 가입자 추이
(단위 : 천명, %)

우리의 경우 사회개발과 복지시설에 대한 재정수요가 날로 늘어남에 따라 지난 해부터 기금조성액의 약 10%를 복지부문에 투자하겠다고 계획했으나 이를 기금운용의 적극적인 방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정책수행상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형편이다.
 연금기금으로 복지투자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 중 1922년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되면서 사회보장제도의 문을 연 일본은 1959년 국민연금법이 실시되었으며 1975년 고용보험법에 이어 1986년 전국민에게 기초연금을 균등하게 지급하는 국민연금과 소득에 따라 다르게 지급하는 연금지급의 이중 구조가 정착되었다.
 89년 3월말 국민연금에는 총 6,473만명 그리고 노령연금수급권자는 1,14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후생연금에는 3,456만명 그리고 노령연금수급권자는 624만명이 각각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도 인구구성이 급속히 노령화되고 연금 수해자가 대폭 늘어나 연금재정의 수지 불균형문제가 새로운 정책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며 연금기금의 복지투자와 융자사업은 대부분 직접 가입자, 수급자와 복지증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택 노인복지센터 병원등에 쓰이고 있다.
 한편 1937년 공무원생명보험제도가 출발하면서 공적연금제도가 시작된 필리핀의 경우 1957년 연금보험, 산재보험의 도입 그리고 1969년 의료보험법이 통과되면서 현재와 같은 사회보장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사회보장제도는 89년말 현재 약1,177만명이, 또 공무원연금에는 약130만명이 가입되어 있다.
 또한 필리핀의 경우 일본과는 조금 다르게 가입자에 대한 금전융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차이가 있을 뿐 두 나라 모두 전체국민연금기금의 30%정도를 복지투자에 사용하고 있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연금기금의 대출에 있어서도 직접가입자에게 대출되지 않고 공적기관(공사 등)을 통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현재 4개의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 교원연금, 군인연금)중 복지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제도는 공무원 연금과 사립학교 교원연금으로 89년의 경우 각각 전체의 30%와 16%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들 공적연금은 각기 제도의 발전단계와 사업내용이 달라 복지투자 운용방법 등이 서로 중복되는 등 효율적인 운영체계를 확립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국민연금기금이 복지부문에 투자되어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째, 복지투자는 실질적인 연급지급이 시작되기 전까지 가입자에게 복지혜택을 줄 수 잇다. 우리의 경우 국민연금제도가 실시된지 5년 밖에 되지 않아 88년의 경우 일시반 환금이 3,128건에 3억원만 지급되었으며, 89년에는 장해연금 69건, 유족연금 1,756건 그리고 반환일시금은 5만7522건에 60억원이 지출되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본격적으로 연금지급이 시작되는 2008년경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양로원이나 탁아소 등의 운영에 의해 가입자들은 연금지급을 받기 전이라도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복지투자 중 시설투자는 당대뿐아니라 후세대의 복지까지도 증진시켜 세대간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할 수 있다.
 적립방식을 취하는 우리의 경우 기금의 특성상 본격적인 연금지급이 시작된 이후에는 급속도로 연금기금이 줄어들어 2050년에는 완전히 고갈될 것이며 인구의 노령화에 의해 그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셋째, 우리처럼 사회개발과 관련된 정부 지출이 적은 나라에서는 복지투자가 예산 기능을 보완 할 수 있다.
 현재 사회개발비(전체예산의 10.4%)는 방위비(30.4%) 경제개발비(14.5%)에 비해 가장 낮을 뿐 아니라 교육을 포함한 사회개발 관련세출의 대 국민 총생산 비율은 7.3%로 선진공업국의 평균 22.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이는 개발도상국의 평균비율인 11.4%보다도 오히려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연금기금의 복지투자는 부족한 예산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연금재정의 실질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연금기금의 복지투자로 "그린피아(녹색이상향)라는 대규모 휴양단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업으로 인플레를 어느정도 억제하고 연금기금의 재정적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킬 뿐 아니라 가입자의 복지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연금기금은 복지투자, 수익성확보, 국가재정정책의 여러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며 각각의 활용방안에 대한 적정비율(일본의 경우 각각 3분의 1씩 배정하고 있음)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전담부서 설치 필요해>
 90년초 주거안정문제가 노사협상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게 되자 정부는 이해를 "주거안정의 해"로 선포하고 주택정책의 우선 목표를 근로자의 주거 안정에 향후 3년동안 전국에 근로자복지주택과 사원임대주택 등 모두 25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89년 현재 우리나라 총 근로자 수는 443만명이며 기혼노동자 268만명중 무주택세대주는 153만 가구로 57%가 집없이 떠돌고 있는 실정이며 이들 무주택가구의 대부분이 월소득 5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으로 특히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복지사회의 구현을 위해 설립된 국민연금 또한 가입자의 대부분인 근로자가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주택부문에 대한 복지사업을 전개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으며 그 방향은 임대주택 등 공공성을 우선하는 선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각국의 공적연금기금은 대부분 주택자금대부와 융자 그리고 주택사업을 위한 토지매입과 건축에 투자되고 있다.
 연금기금의 복지사업투자는 가입자와 후세대간의 교류증진, 소득재분배, 통화팽창 억제효과 등으로 기금의 실질적인 가치를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나 복지시설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의 자금이 소요되므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추진해 나갈 전담부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