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대학 지상강좌 3 > 기획 연재

 우리나라에서 한해동안 발생하는 장애우 수를 원인별로 분석해 보면, 분만과정에서 생기는 장애아동이 2만8천여명(전체 70만명 분만 중 4%),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가 2만5천여명, 산업재해로 인한 장애가 2만7천여명이다. 이외에도 전쟁이나 핵, 공해로 인한 장애 발생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공해로 인한 장애는 차치해 놓고서라도 1년 동안 발생하는 장애우 수는 8만1천여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국가의 정책이나 사회 일반의 인식이 장애문제를 장애우 개인의 불행으로만 치부했기 때문에 그 해결책 역시 장애 당사자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본질에 있어서는 사회 전체의 "고통"이 분명함으로 장애문제를 사회 전체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장애우가 한 국가의 구성요소임에 틀림없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장애우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장애우를 지칭해서 비하적 표현을 일삼고, 생계 대책조차 어려운 영세 장애우들이 있으며, 교육과 고용에 있어서도 소외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체적 약점으로 인한 편견과 차별이라는 점에서 빈민, 노동, 농민 문제와는 또 다른 측면이다.
 그 밖의 구체적인 문제점들로 △장애우 숫자에 대한 통계 미비 △장애우 분류의 무원칙 △정부 조직체계상의 문제(보사부, 노동부, 문교부, 보훈처 등으로 관할 부서가 혼재되어 있다) △재활의학의 부재(재활의학 전문의는 총 126명에 불과하다) △특수교육 시설 및 인력의 수급 문제(특수학교는 총 102개, 교육생은 총 2만여명, 취학하지 못하는 장애아가 매년 8천명씩 누적되고 있다) △통합교육에 따르는 시설부족(편의시설 및 특수학급과 특수교사 부재) △직업재활 교육의 부재 △취업 기회의 절대부족 △혼인의 어려움 △일상생활의 어려움(거리나 교통시설, 공공기관의 편의시설 미비) △노동 무능력 장애우 수용 문제(총 120개소에 1만2천여명 수용) △장애우 양로시설 등의 전무 등을 지적할 수 있다.

 복지 담당자라고 할 수 있는 보사부 재활과만 보더라도 직원이 12명(과정1명, 사무관 3명, 주사 등)에 불과하여 정부의 장애우 복지에 대한 권위적인 태도와 무관심을 읽을 수 있다. 예산을 보면 1991년도 장애우 예산은 333억5,200만원으로 이중 실제로 장애우 복지 서비스에 제공되는 비용은 66억 7천만원이다. 전체 예산에 비추어 볼 때(26조 9천여억원) 복지 서비스 예산은 0.00024%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92년도 전체 예산은 약 32조인데 장애우 예산은 329억여원으로 삭감되었다. 이중 인건비와 시설비로 투자되는 비용이 80%이고 보면 복지 서비스에 사용되는 예산은 더욱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의 복지 전담부서의 무관심, 장애복지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인 부족, 시설운영자들의 비리 등은 장애 복지를 점차 후퇴시키는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열악한 복지 환경과 함께 사이비 자선 사업가들 사이에서 무치료, 무교육, 무직업, 무혼인의 장애우는 불쌍한 존재로 기생적 소비계층으로 전락했다. 또한 장애우를 단순히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하여 정책이 짜여지고 복지 서비스가 전달되다 보니 장애우 복지는 개선의 여지가 없이 악순환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복지 환경의 악조건 속에서도 1981년부터 1989년 사이에 진행되었던 장애우 운동은 여러 가지 획기적인 변화들을 가져오기도 했다.
 장애관련 청년들의 의식이 많이 고양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청년 단체들의 조직이 생겨났다. 장애우를 대상화했던 시각에서 탈피, 장애우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안들이 모색, 실천되기에 이르렀다. 대학생 조직인 울림터, 대학정립단, 전국지체부자유대학생연합회가 결성되어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고, 대학 관련학과 학생들의 조직인 전국특수교육학과연합회, 전국 사회복지학과대학생대표자협의회 등도 학내외에서 열악한 사회복지 여건의 개선을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과 함께 키비탄, 수화동아리 등의 청년 자원활동 모임도 생겨나 단순한 "봉사"의 차원을 넘어선 자원활동의 실천적인 과제들을 모색하는 활동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특기할 사항은 1990년도에 확정된 "장애인복지법" 개정과 "장애인고용촉진법"의 제정이다. 1989년부터 진행된 양 법안 제·개정 움직임은 복지 욕구를 가진 당사자들의 손에 의하여 입법 과정이 주도적으로 진행되었고,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감시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양 법안의 입법을 쟁취해 내기까지 청년 장애우들의 투쟁적인 활동은 향후 장애운동사에서 새롭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며, 이 시기 이철용 국회의원의 등장과 장애인총연맹의 결성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양 법안의 진행 과정에서 강행 법규와 권고 조항이 충돌하여 대부분 권고 조항으로 변질하고 시행 규칙이 누락된 점, 명목뿐인 고용촉진공단의 설립 등은 부정적 측면으로 남아 재분석을 요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또한 보사부와 노동부의 생색내기 작업 역시도 올바른 법제·개정의 폐단으로 남아 있다.

 현재 장애우 복지판을 형성하고 있는 복지법인, 사단법인, 재단법인과 각종 임의단체들의 연합체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열악한 복지 현실을 개선하고 성격이 같은 작업을 여러 군데서 하는 불합리성 등 각종 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단일 조직의 구성이 요구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관철시켜, 감시 기능까지 할 수 있는 기구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단일 조직이 필요하다고 본다.

 향후 장애우 복지판은 장애 관련단체의 단일화를 통한 정치세력화와 학계, 실무가, 당사자, 자원활동가들의 이론적이고 실증적인 지식의 증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여건들 속에서 장애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장애복지 전담부서(복지부, 복지청)가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복지 전담 부서는 정부조직법과 국가(지방) 공무원법 개정, 전문가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의 체계화, 사회사업가·특수교사 등 복지 서비스 제공자 자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예산의 적정선 확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서라고 생각된다.

글/이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