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문제다 3] 물치료 풀장 건립을 위한 성금모금 > 기획 연재

  한 복지관이 물치료 풀장을 짓기 위해 10억원을 이웃돕기 성금 명목으로 모금하고 있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자구책으로 성금 모금에 나섰다>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양금순)이 물리치료실을 겸한 수영장을 건립하기 위해 성금 모금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입수된 공문에 따르면 복지관은 지난 11월 중순부터 기업체사장, 대학 총장, 교수, 변호사, 의사, 약사 등 각계에 연말 이웃돕기 성금지원요청서’를 보내 "물치료 풀장 건립이 복지관 장애인들과 가족들 그리고 직원들의 간절한 바람"이라며 "물치료 풀장을 겸한 체육관 건립에는 약 15억원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선 필요성이 절실한 물치료 풀장 건립에 필요한 기금 1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저희 모두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바라옵기는 귀사에서 연말에 이웃돕기 성금을 지원하게 될 경우 저희 복지관의 장애인 재활사업을 위하여 후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간곡히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복지관측은 물치료 풀장 건립을 지난 85년부터 추진해 왔으며 이미 설계까지 마친 상태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복지관내 물리치료실 옆에 건립이 예정된 풀장은 언급된 대로 체육관 건립을 전제한 1단계공사이며 그동안 예산 지원신청이 번번히 서울시 심의에서 밀리자 할 수 없이 자구책으로 성금 모금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회체육센터로 활용배제 안해>

 복지관측은 물치료 풀장 건립의 당위성으로 장애아들의 치료효과 증대와 부족한 장애우 체육시설의 확충 등을 들고 있다.
 그리고 물치료 풀장 건립이 시급한 이유로는 "일본, 독일, 하다 못해 중국에 가봐도 장애우 시설에는 모두 물치료 풀장이 갖춰져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만 제대로 된 물치료 풀장이 없다"는 사실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물치료 풀장 건립을 통한 복지관측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필요성 외에도 "사회체육센터"의 설립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성을 지닐 듯하다.
 실제로 복지관 측은 기자에게 이웃한 명일동 한국시각장애자 복지회 사회체육센터처럼 "운영에 있어서 남는 시설의 지역주민 이용을 통한 수익사업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의도의 한가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복지관측이 내세운 이유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물치료 풀장 건립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더 이상의 재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할 수 있다.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동의를 할 수 없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수영장 짓는 데까지 돈을 내라>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기층 장애우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시립복지관이 생존에 필요한 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풀장 건립을 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게 과연 타당한가라는 문제 제기는 차지하고서라도 이젠 시립복지관마저 장애판의 고질적인 병폐로 분류되고 있는 성금 모금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 자체가 본분을 벗어난 썩 보기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인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 복지관 정진모 기획부장은 "서울시가 지어주길 기다렸지만 반응이 없어 이젠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성금 모금에 나서게 되었다"며 "현실적으로 지원금 말고 기댈 데는 은인들의 도움을 받는 길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공문을 받은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후원금과 불우장애우돕기 성금을 내 달라는 공문을 받았는데 이젠 수영장 짓는데까지 돈을 내라면 어떡하느냐"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의 불쾌감은 비단 복지관뿐만이 아닌 전체 장애판을 겨냥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자부담 예산 밝히길 거부>

 이런 실추된 이미지 외에도 복지관측이 성금모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도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복지관이 보낸 공문에는 시급한 기금이 10억원이라고만 밝혀 놓고 있을 뿐 공문 내용 중의 어느 곳에도 서울시와 재단이 어느 정도의 공사비를 부담하겠다는 언급이 없다.
 의례적인 절차지만 성금모금을 할 경우, 더욱이 모금이 시설건립에 충당할 경비라면 당연히 건립 주체가 일정부분을 부담하겠다는 계획안이 포함되는 게 일반적인 관례이다.
 이 부분이 생략된 성금모금은 자칫하면 복지관이 10억원이라는 규모가 큰 액수를 성금으로만 충당하겠다는 발상을 가지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복지관측은 자부담 액수를 밝히면 성금모금이 좀 더 쉽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지적에 "지금 얘기 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구체적인 자부담 예산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물치료 풀장건립 계획은 운영권리자인 서울시의 외면과 그에 따른 복지관측의 무리한 성금모금으로 한동안 구설수에 오를 전망이다.
 그리고 설령 모금이 이루어져 건립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따가운 질책도 면할 수 없으리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