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전자협회 새로운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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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자원봉사·활동모임협의회(의장 문홍주 이하·전자협)가 창립 2주년을 맞이하여 활동방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16일과 17일 양일간 한국 외국어대학교에서 개최한 창립 2주년 기념 전국 자원봉사자대회 및 토론마당, 사회복지예산 확보를 위한 결의대회는 이 같은 전자협의 자리매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해 준 의미있는 행사였다.
전국 50여개 자원활동 단체의 연합체인 전자협은 창립 이후 근 2년 동안 명목만 전국 단위의 조직으로 내걸었지 연합 차원의 사업이나 행사는 거의 없었던 실정. 게다가 개별 단체 중심의 현장 활동에만 치우쳐 연합 조직의 활동 구심점을 찾지 못한 형편이기도 했다. 서울·경인지역 육아시설활동단체연합회, 참길공동체(서울), 참길회(대구) 등 비교적 큰 규모의 단체에서부터 소모임 형태의 작은 단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단체들이 육아시설과 양로원, 시립병원 등의 수용시설을 대상으로 현장활동을 벌여왔다.
전자협의 이번 행사는 그동안 노력봉사나 위문공연 등 단순한 "봉사"의 차원으로만 머물렀던 그간의 제반 활동들을 재평가하고, 지난 몇 달간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시설예산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의 의미를 하나씩 짚어내면서 앞으로의 전자협 활동 방향이 "봉사"위주에서 탈피하여 "실천성"을 담보해내는 자원활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
전자협 산하 "사회복지예산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예특위)가 그간 보여주었던 적극적인 면모들은, 시설의 열악한 제반 문제들을 간접적인 위치에서 바라보았던 자원활동가들이 시설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의 주체로 나섰다는 데 더욱 큰 의의가 있다. 이 싸움을 계기로 보다 조직적이고 강고한 조직을 건설하는 확실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된 셈이다.
<전자협 역량 강화를 꾀한 예특위 싸움>
예특위는 지난 9월15일 서울·대전·광주·부산 등 각 지역별 대표자와 임원단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문홍주 의장의 특위 설치 제안으로 본격적으로 꾸려졌다. △시설직원의 근로조건 개선과 시설보호 대상자의 생계비 인상을 중심내용으로 한 사회복지시설의 열악한 재정(상세한 내용은 본지 10월호에 게재) 타개 △전자협의 조직력 강화 △타 사회운동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국방비 삭감 투쟁 등을 주요 기치로 내걸고, "사회복지제도 개선 싸움"의 불가피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태환(서울·경인지역육아시설활동단체연합회 회장)씨를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선전부, 조직부, 연대사업부, 지역활동부, 재정부 등의 5개 부서를 상부조직으로 꾸린 예특위는 각 부서별 활동에 들어갔다. 각 부서원들은 일단 약 한 달간에 걸쳐서 자신이 소속한 단체에 들어가 특위 설치에 관한 동기와 의의를 설명하고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일차적인 활동으로 서명운동부터 시작한 예특위는 50만명을 목표로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복지시설 예산 문제의 본질을 알리고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또한 노동부와 보사부에 "사회복지시설 직원의 근로조건과 사회복지시설 보호대상자의 생계비"에 관한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10월16일과 11월6일 두 차례에 걸친 공개질의서에서 △시설직원의 처우가 근로기준법 등의 관계법령에 적정하게 행해지는가 △한국 인구보건연구원에서 펴낸 자료집에 의하면 71/2%가 1일 12시간 이상, 45.5%가 1일 24시간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상의 법정근로시간과의 차이는? △1일 3교대 근무제에 대하여 △월차휴가, 생리휴가 등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법정 휴가가 거의 무시된 채 한달 28∼29일의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현 근로형태는 강제근로가 아닌가 △시설보호대상자의 1일 부식비 550원에 대한 산출 근거를 제시해 달라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2∼8세 어린이의 빈약한 영양섭취에 대한 후속 조치는 있는가 △사회복지시설이 안고 있는 재정 위기에 대한 원인과 타개방안 등 10여가지 이상의 질의사항을 제시했다.
현재 예특위는 시설종사자들의 인건비에 대해 "봉사활동 차원" 운운하면서 낮은 임금체계 사실에 무성의한 답변을 보내온 보사부의 회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3차 공개질의서를 발송해 놓고 있는 상태다. 계속해서 내년 상반기까지 당사자인 시설직원들과의 연계 속에서 법적, 행정적 절차까지 고려하고 있다. 12월초에 있을 국회 예결위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이번 기회에 "시설 종사자들의 법적 권리 및 지위 확보"를 반드시 쟁취해 낼 것이라는 분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특위의 이러한 입장과 싸움의 방향은 금년 1월15일 시설의 대표자들(한국아동복지시설협회, 한국장애자복지시설협회 등)로 구성되어 있는 예산공동 대책 위원회(위원장 조규환)와는 다른 입장을 보인다. "시설보호 대상자의 1일 부식비 700원으로 인상, 직원 임금 15% 인상"을 주요 사안으로 내걸고 "예산 조금 더 따내기"에만 급급하여 근본적인 대책마련과는 거리가 있는 대정부 활동을 벌여온 예산공동대책위원회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본지 10월호에 자세히 게재)
지난 11월17일 "사회복지예산 확보를 위한 결의대회"는 예특위, 나아가 전자협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준 대회로 평가된다. 예특위는 결의문을 통해 "말뿐인 사회복지 정책이 사회복지 시설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고 전제하고, 정부는 "사회복지 시설 보호대상자의 생계비를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수준까지 보장할 것"과 "사회복지 시설직원의 임금을 최저생계비 수준까지 보장하고 교대근무제를 실시할 것"등을 촉구했다.
<토론마당 통해 장애단체와의 연대 틀 마련>
지난 11월17일 2주년 기념식에 이어서 열린 "토로마당"은 자원활동 단체인 전자협 과 장애인 단체의 연대 기틀을 마련해 준 의미 있는 자리였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운동청년연합, 사회와 복지연구회가 함께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토론회는 각 단체가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는 활동 과제들을 서로 나누고,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 일정 부분 연대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그 방법에 관한 토의들을 진지하게 나누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신용호씨는 "한국 장애인의 실태와 전망"을 주제로 제반 장애인문제들을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장애인 문제에 대한 정부의 무지와 무관심을 꼬집기도 했다. "정책담당자들의 시해적이고 자선에 그치는 시각이 "사회복지 예산의 삭감"까지 몰고 왔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장애인계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호씨는 또한 "보사부를 둘로 나누어 복지전담기구인 복지부를 설치하는 것이 예산 확보를 위한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운동청년연합회의 김규성씨는 장애인문제들을 해결하고 장애해방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조직"이 절대로 필요하며 장애해방운동의 핵이 될 수 있는 청년들의 단결이 전국조직의 형태로 가시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자원활동이 노력 봉사에만 치우쳐 오히려 자원봉사 대상인 빈곤, 소외계층의 한 일면도 있다"고 지적하고 "자원활동이 단순한 개인적 감정과 동정에 매몰되지 말고 우리 사회에서 대한 정확한 인식 속에서 새로운 활동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복지연구회 회장 정병오씨는 "21년 사회복지예산 삭감 및 군축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사회복지 부분의 고립분산적인 운동을 재검토하고 총체적 연대를 실현해야 될 시점"이라고 말하고 "사회복지관련 단체들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국가기구의 분절적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과 "사회복지부문의쟁점별 내용에 대한 올바른 문제의 홍보와 함께 조직의 세력화를 유도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정씨는 이 일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회복지운동의 상설조직 문제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자협 산하 예특위 위원장 정태환씨는 사회복지시설의 실태를 잠깐 소개하고 예특위 활동의 과정을 설명, "예산확보와 법, 제도의 개선을 위한 대정부 활동"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설운영진, 시설종사자, 자원활동가 조직의 결합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진행된 토론마당은 그동안 각 단체들과의 뚜렷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점 등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향후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나 활동들을 다각적으로 찾아보자는 데 합의했다. 또한 토론 참석자들의 열띤 반응으로 나타난 질의시간에는 △자원활동의 대상인 보호대상자들의 변혁을 시도해야 한다는 점 △자원활동의 내용과 프로그램이 보다 전문화되고 다양성 있게 시도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봉사" 개념 새롭게 창출해 내는 길만이…>
문홍주 전자협 의장은 "사회복지예산 확보를 위한 특위 구성은 시작에 불과하다. 참 복지 참 세상을 이루는 그날까지 힘을 하나로 모아 매진할 것"이라며 이번 대회의 의의를 밝혔다. 또 전자협 소속단체인 시설문제 연구회에서 활동하는 송준헌씨는 "모든 자원활동가들이 활동의 현장인 시설의 문제를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체가 되는 것만이 "봉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길"이라고 말했다.
전자협의 역사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나 첫 걸음부터 진지한 고민과 문제의식으로 시작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관행처럼 지속됐던 "봉사" 위주의 활동이, 봉사의 개념과 의미를 새롭게 창출해내는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각 단위별 단체의 자원활동에 대한 이념과 활동 방향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거리를 좁혀나가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되지 않을까.
전자협의 새로운 위상 정립에 관심이 집중된다.
글/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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