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산재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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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오후 1시 인천 북구 구산동에 있는 산업재활원 앞마당과 산재 중앙병원 정문 앞에서는 이 날 치르기로 예정된 "고 김성애 산재열사 4주기 추모제와 산업재해 노동자 결의 대회"가 중앙병원 직원들의 방해와 경찰의 봉쇄로 열리지 못한 데에 항의하는 산재 장애우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 날 시위는 산업재해노동자연합, 인천지역산업재해 노동자회, 중앙병원산재장애인연합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등 산재 관련 4개 단체가 애초 병원측과의 협의를 거쳐 평화적으로 치루기로 한 추모제가 병원측이 "환자들을 선동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약속을 파기, 직원들을 동원해 적극 방해하고 경찰의 출동을 요청함으로써 촉발되었다.
추모제가 계획된 고 김성애씨는 69년 전남 광주 출생으로 인천 상인천여중을 졸업한 후 선화 인천 진흥요업에 입사해서 작업 도중 유해화공약품 중독에 의해 졸도, 뇌수술을 받았다. 병원에서 60여일 동안 사경을 헤맨 끝에 우측마비 장애우가 돼 87년 3월 산업재활원에 입원한 후 보상문제로 고민하다 각계에 진정서를 냈지만 반응이 없자 그 해 11월 3일 재활원 7층 옥상에서 투신해 삶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성애씨 추모제가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되자 산재 장애우 20여명과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온 풍물패와 관계자 20여명은 병원 정문 앞에서 "산재 살인 직무유기 노동부장관 사퇴하라" "열사의 정신 되살려서 산재해방 앞당기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한편 경찰이 충동하기 전 미리 행사장인 산업재활원 앞마당에 들어가 있던 장애우 15명은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350만 산재 노동자는 정부와 병원측의 탄압을 분쇄하고 산재추방, 노동해방을 앞당기기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며 "김성애 산재 열사가 죽은 지 4년이 지난 현재 까지도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중대재해는 날로 늘어나고 있으녀 3년 이상 요양중인 산재노동자에 대한 강제 퇴원 조치가 가해지고 있는 실태에 분노하며 산재 노동자에 불이익한 제반 악법 및 제도를 개선하기 위하여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추모제를 하려고 일주일 내내 밤새워 준비했습니다. 조용히 하겠다는데 왜 막는 거예요." "우리가 못 들어가게 하면 들어가지 못하는 거야. 어서 해산해." "우리가 아저씨들을 때렸어요?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해산하지 않으면 연행한다!" "우리는 죽어도 여기서 못 물러납니다."시종일관 고함과 몸싸움이 계속된 이 날 시위 와중에서 병원측 직원들은 뚜렷한 이유 없이 취재 기자들에게까지 욕설을 퍼부으며 접근을 막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오후 4시경 경찰 3개 소대의 강제 진압으로 산재 장애우들이 전원 경찰차에 실려 강제 연행 됨으로써 막을 내린 시위는 산재 장애우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 "산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피맺힌 절규가 무참하게 짓밟힌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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