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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특집 1] 산업재해 변화 양상과 중대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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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8명이 일터에서 죽어나가는 세계 최악의 산재 왕국에서 "건강한 노동"은 우리 모두의 꿈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산업안전보건의 달" 7월에 산업재해의 완전한 추방을 위해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함께걸음" 기획에서는 산재추방을 위한 7월 공동사업추진위원회에서 마련한 기회 강좌 문화제 행사를 간추려서 실어 보았다.

<1. 산업재해 통계 자료의 한계>

 정부 통계 자료에 나타난 최근 10년 간의 산업재해 발생 양상의 특징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한계가 나타난다.
 기본 자료로 활용한 산업재해 통계(산업안전관리공단, 노동부 자료)는 산재보험으로 보상된 것만을 취급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농업, 수협업, 임업, 어업, 도소매업, 그 외 서비스업은 제외되어 있다. 이를 전체 상시근로자(full-time worker)에 대한 백분율로 따져보면 산재보험 대상자는 약 75%로서 3/4만이 통계 대상에 포괄되어 있다. 더구나 임시직, 일용 노동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32.7% 수준), 공상처리, 근로자 과실로 추궁하고 기업 측과의 합의로 보고되지 않은 경우, 업무상 관련이 애매하여 인정받지 못한 경우 등을 고려할 때 통계에서 누락된 산재는 더욱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이 통계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산재만을 나타낸 것으로 비교적 경미한 산재는 계산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무리 경미한 재해라 할지라도 직업과 관련하여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은 모두 산업재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산재발생 현황은 정부 통계에 나온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연도별 재해 발생 상황

 
 이러한 자료의 한계를 인정하고 통계상에 나타난 특징을 검토해 보자. 80년대의 총재해율은 81년 3.4에서 83년에 4.0까지 증가하다 그 후 감소 추세를 보여 90년의 경우 1.76으로 나와 있다. 재해율이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에서 최근에야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이전에 워낙 산업재해 발생율이 높았기 때문에 약간씩 감소한다고 해도 이미 재해가 감소 단계에 들어 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그 격차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것이다.


<2. 산업별 재해 발생추이>

 산업별로 재해 상황을 보면 광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은 대개 재해율 감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광업은 해마다 약간씩 변동을 보이고 있지만 대개 천인율이 100(이는 1년 동안 전체 광업 노동자 1000명 중 100명 이상이 재해를 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을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89년의 경우 전체 천인율이 20.1 인데 비해 광업의 경우는 114로 무려 5.7배에 달한다) 광산 노동자의 수는 87년을 기점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는데 이로 미루어 보아 광산업 자체의 위험도가 큰 것과 함께 광산업의 사양화와 관련된 안전 투자 시설의 미비와 낡은 기계의 사용이 광산업의 천인율을 계속 높이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제조업은 노동자수로 보면 산재보험 대상의 48.7%를 차지하고 있으며 재해 발생 현황에서도 89년의 경우 전체 재해 중 56.5%에 해당하는 재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재해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건설업은 84년대형 건설 경기 붐을 타고 대상노동자수가 급격히 늘어나 현재 31.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재해율의 두드러진 감소에 비해 사망자 만인율은 꾸준히 증가하였는데 건설업이 중대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산업임을 고려하여 늘어난 노동자에 비례하는 산재의 증가분이 중대재해로 나타났다 하더라도 이는 일부분이며 재해율의 감소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통계상으로 건설업의 경우 산재보험 대상 근로자수가 전체 근로자수보다 엄청나게 많게 나와 있다. 89년의 경우를 먼저 보면 산재보험 적용 대상자 수는 2,175,312명인데 노동 통계 연감에 나온 근로자 수는 117,786명으로 나와 있다. 즉 산재보험 대상자가 무려 18.5배나 많은 것이다. 두 통계 사이의 오차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는 다른 산업의 차이에 비해 너무 지나친 것이다. 이런 통계상의 차이가 왜 발생했는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추정해 본다면 건설업의 경우 총액(4천만원)에 따라 산재보험 적용을 받게 되어 있는데 만약 건설회사가 일년에 여러 번 공사를 하는 경우 노동자수가 이에 따라 여러 번 계산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건설업의 경우는 작업의 위험도에 비해 안전시설이 미비하고 건설노동자중 일용, 미숙련, 고령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앞으로(통계적으로는 재해율이 감소한다 하더라도)건설업의 실제 재해와 중대 재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기타 산업은 대상노동자와 년도별 재해 발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재해률은 완만한 감소를 보이고 있다. 이상으로 볼 때 통계상으로는 대상 노동자가 가장 많은 제조업과 건설업의 재해율의 감소가 총 산업재해율의 감소율을 선도했다고 할 수 있다.

<3. 산업재해율의 감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실제로 재해율이 감소하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인지? 산업재해율이 작업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한 지표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재해율의 감소가 실질적으로 노동자에게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연도별, 산업별 산업재해 발생율


 정부는 재해율의 감소를 산업안전보건법 제정 이후 정부가 노력을 기울였고 기업이 안전 대책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정부 대책과 기업이 안전 시설에 투자를 하는 것은 산재를 줄이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나 산업재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들은 그 외에도 많이 있다.
 경제 성장, 임금, 교육 수준 등은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경제 구조의 변화(산업별 노동자 구성), 특히 위험한 작업의 비중이 낮아지고(서비스업 증대) 자동화의 비율이 커지는 것은 전체 산업재해율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기여할 것이다. 노동강도,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작업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노동자의 상태를 호전시키고, 산재율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작업의 형태(교대제 작업 등)와 노동자가 노동과정에서 관련을 맺는 노동수단(기계와 용구), 노동대상(원료나 가공해야 할 물품)은 개별산업재해 발생과 직접적 연관성을 가질 것이다. 이들 요소들의 결합, 연관관계를 설명하는 것으로 물론 사회체제와 그 속에서 국가의 경제정책, 계급 역관계가 있을 것이다.

<4. 늘어나는 중대 재해>

 최근 발표된 노동부의 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그동안 산업 안전의 지표로 자랑스럽게 떠들어 왔던 "재해율 감소"라는 것이 실제 현장에서 증가하는 산재로부터의 위험과는 거리가 먼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재해율은 비록 감소하지만 중대재해는 꾸준하게 증가하며 특히 90년에 들어서는 재해가 두 명 중 한 명 꼴로 사망 혹은 3개월 이상의 가료를 요하는 중대재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생산 현장에서 일어난 한번의 사고는 노동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 작업장에 들어서는 것조차 불안할 정도로 되었다.
 노동부 자체의 발표만 하더라도 재해자 수는 80년대에 들어와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하나 사망자수는 오히려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90년도에는 전년도에 비해 33.7% 증가(연 300인 기준 평균 7.5명 사망) 하였으며, 사망자 만인율도 증가하여 노동자 1만 명당 3명 꼴로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다.
연도별, 산업별 산업재해 발생율
 

 노동부는 89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매년 산업재해율을 15%씩 축소, 오는 93년까지 재해율을 1%이하로 끌어내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핵심방안으로 산업안전 보건법을 손질하여 사업주의 안전보건의무를 강화시키는 것, 관리 감독강화, 안전관리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을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는 바람직한 일이며, 특히 안전장치, 작업환경 개선은 산재와 특히 중대재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앞서 본바와 같이 우리나라 산업재해율을 세계최고 수준으로 재생산시키고 있는 노동조건(특히,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의 개선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산업재해의 감소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공정이 워낙 다양, 복잡하고 산업별, 사업장마다 수준의 격차가 존재하고 사용물질이 다양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재해의 피해자인 노동자의 참여 없이 정부와 전문가의 능력만으로 산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한 노동자의 지속적인 투쟁과 함께 노동자가 산업안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사례 1】: 감전재해-비 오는 날 선박건조장에서 용접 작업을 하다가 감전사고 발생 업종: 조선업 재해정도 : 사망 1명
 1) 발생경위 및 당시 상황
 1990년 5월 31일 15시경 우천 관계로 작업이 불가능한데도 담당 직장상사로부터 작업을 계속하라는 지시를 받고 재해자가 440V 전기가 연결된 CO2 용접기 옆을 지나가던 중 용접기 박스(용접기 보조용 캡)에 440V 전선의 나선된 부분이 박스에 연결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젖은 안전화 착용 상태에서 바닥에 고여있는 빗물을 밟자 강한 상태에서 바닥에 고여있는 빗물을 밟자 강한 전기에 감전되어 현장에서 사망. 작업지시를 받았을 때 노조원들의 작업거부, 비노조원인 사람은 작업 계속하여 노조대의원들이 막으려 했으나 본인이 수락함.
 2) 동종의 재해발생
 예전부터 비 올 때와 더워서 땀을 흘릴 때 감전사고가 많았음. 비 올 때는 최대한 막아본다 하더라도 땀을 많이 흘려서 감전되는 경우는 아직 뚜렷한 대책이 없어 앞으로도 예상되는 재해임.

연도별 사망재해 현황


 3) 기타
 ① 사후처리 : 산재처리
 ② 노조의 참여 : 회사의 안전관리실과 동시에 자체조사 실시
 ③ 동종의 재해예방 대책
    ·우천시 절대 작업하지 않을 것과 날이 더울 때 여러 벌의 작업복을 준비하며 땀을 흘        릴 때 작업하지 않도록 홍보, 교육 사업을 한다.
    ·우천시 작업하면 노조에서 작업 중지하도록 설득.

【사례 2】: 실족, 추락사
           업종 : 건설 재해정도: 사망 1명
 1) 발생경위
 1990년 5월 23일 18시 30분경, 전남 벌교에서 목수인 재해자가 건물 외벽에 설치된 비계위를 타고 다니며 거푸집을 해체하거나 일을 하다가 4층 비계에서 건물안으로 들어가다가 실족사 함.
 2) 사후처리
 90년 6월 27일 인천 일용직 중심의 15명의 조합원이 산재사망 진상규명과 기업의 공개사과 및 안전시설 설치 등의 요구 사항을 들고 사고지역과 화순 본사를 점거.
 90년 6월 28일 조합원 30여명 화순경찰서에 연행 당함
 90년 6월 30일 광주동부경찰서에 30여명 연행, 3명 구속 27명 3일 구류.
 90년 7월 1일 구류.
 1. 사장의 직접문상 및 4대 일간지 공개 사과
 2. 구속자 석방, 연행시 부상자 치료보장
 3. 산업안전시설 설치
 4. 산재 배상
 결과: ① 8천만원 보상
      ② 안전망 설치, 안전모 지급
      ③ 전남일보에 공개 사과와 애도문 게재
 3) 예상여부
 안전시설이 전혀 없어서 충분히 예상되었다 비계와 건물 사이의 간격이 커서 사고 위험이 크고 안전수칙 및 교육도 미비하였다.

【사례 3】: 화재로 질식사
           업종: 조선업 재해정도: 사망 1명
 1) 발생경위 및 재해종류
 1990년 3월 26일 21시35분 경, 제작하던 유조선 배 안에서 재해자가 탱크 보강재 절단작업 중 절단기역화(불이 안으로 들어가 호스가 탐)로 인해 주기 기름에 인화되었으나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질식사한 재해.
 2) 기타
 ① 조사에 대한 노조의 참여
  ·유가족이 상황 사진을 찍어 조합원에 제시
  ·노동조합이 유가족과 회사가 보상에 합의할 수 있도록 창구제시
  ·10일만에 유가족과 회사가 보상에 합의
 ② 사후 대책에 대한 노조의 입장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는 화재감시자를 배치하여 소방호스를 들고 화재가 나는지를 감시      토록 함.
 ③ 밀폐된(탱크 안) 장소에서 화재발생시 내부의 사다리를 이용하여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고, 갑판으로 탈출구를 뚫지는 못함. 근본적인 대책은 안됨.

【사례 4 】: 퇴근 도중 오토바이 사고
            업종: 중공업 재해정도: 사망 1명
 1)발생경위
 1990년 8월 30일 18시경, 재해자(여자)가 오토바이 뒷자석에 타고 퇴근을 하던 도중 중장비에 주유를 하기 위해 뒤에서 달려오던 유조차량의 가드레일에 핸드백 끈이 걸려 딸려가면서 유조차의 뒷바퀴에 치어 숨짐.
 2) 재해종류
 출퇴근시 차량이 많아 상당히 복합한데 그 시간에 장비도 같이 이동하면서 일반 차들은 과속을 하고 있어 종종 사고 발생.
 3) 예상여부
 노동자들이 과속과 2인 승차를 계속하는 한 위험은 계속 존재함.
 4) 기타
   ① 사후처리-재해자가 부인이었기 때문에 부인죽음으로 산재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남편의 의견에 따라 그냥 사고로 끝남.
   ② 동종재해 예방대책
   ·회사측에 출퇴근 시간 조정을 요청
     요원인 사람들이 안전 깃발을 다는 것과 스피드 봉으로 과속 단속을 하고 있음.
   ·안전대책을 자체 내에서 마련(블록 이동은 밤에만 하며, 한쪽에만 쌓아두도록 함).
   ·노조의 참여-안전에 대한 홍보사업만 진행

<5. 중대재해 예방 대책과 위험 작업 거부권>

 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어 중대재해를 줄여나가기 위한 예방 대책은 무엇인가?
 예방 대책은 사업주의 안전설비에 대한 투자 및 관리책임, 노동부의 적절한 감독, 노동자의 방지 및 안전규칙 준수 등 크게 3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먼저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위험작업에 대한 규제를 어떤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제26조】① 사업주는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 재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 보건상의 조치를 행한 후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 ② 노동부 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근로 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여금 재해원인 조사, 안전 보건 진단,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
【제51조】근로 감독관은 이 법에 규정된 업무 수행을 위하여 사업장에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고 관계자에게 질문을 하는 것은 물론 장부 기계를 검사할 수 있고 필요한 때에는 무상으로 제품, 원료, 기구 등을 수거할 수 있다. 근로감독뿐만 아니라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단의 직원도 그와 같이 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은 검사의 결과에 따라 사업주에게 건물, 기계, 원료의 대체, 사용중지, 제거, 개선조치 등을 명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지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작업중지나 안전조치 후 작업재개에 대한 권한을 사업주나 노동부에게 부여하고 있다. 현재 산업안전 보건법이 가지는 기본 체계인 사업주의 자율적 관리체계가 위험작업에 대한 대책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윤 동기가 우선인 사업주 스스로 산재 발생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중지하기란 예상하기 어려운 일로 보인다. 이는 <사례1> 감전사고에서도 보듯이 우천시 감전 위험이 있는 작업을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시킨 사업주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렇다면 안전조치 후 작업재개에 대한 감독권한을 가지 노동부는 어떠한가? 이 또한 현재 근로 감독관의 역량을 고려해 볼 때 노동부의 감독관리의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89년도 노동부의 각 지방 사무소의 산업안전업무는 모두 1백44명이 맡고 있으며 이중 전문인력은 24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산업안전요원(근로감독관)1인당 7백29개 사업장(해당 노동자 4만3천여명)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부의 관리실태는 89년 11월 안산의 ㅇㅇ공업에서 발생한 산재사고 처리 과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프레스 직원 작동스위치가 꺼진 상태에서 전력을 연결하는 잭을 연결하다가 기계 자체의 결함으로 전원이 작동되어 프레스에서 청소하고 있는 노동자를 숨지게 한 사건에서 안산경찰서는 회사측에 전혀 책임을 묻지 않고 잭을 연결한 작업조장만 구속해서 물의를 일으켰었다. 이런 사례는 재해의 원인조사 등이 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차원에서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으로 산재의 주된 원인이 "근로자 부주의"에 있다는 이데올로기 공세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곳에서 사업주의 자율적 관리하에 위험 작업을 중지, 재개에 대한 관리를 맡겨둔다면 날로 심각해져 가는 중대재해를 대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방지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즉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방지권리가 주어지지 않은 경우 노동자는 작업이 명백히 건강 장해를 발생시키거나 사고의 위험이 높은데도 작업을 수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의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불리한 위치를 극복하고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위험작업 방지 권리가 노동자에게 주어져야 한다.
 
 각 단계별로 외국의 적용 예를 보자.
 1단계: 사업주에게 위험작업 중지의무가 있는가: 매우 기초적인 수준으로 모든 나라에서 갖추고 있다. 이는 사용자의 포괄적인 안전건강 배려 의무의 기본적인 내용 중에 하나이다.
 안전건강 배려의무는 "노동계약상 또는 고용계약상 사용자가 노동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는 근로의 제공에 대한 대가(임금)의 지불에 그치지 아니하고 작업의 제공에 있어서 노동자의 신체, 생명에 관한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여야 할 의무도 포함하며, 이를 위하여 필요한 작업 환경의 안전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2단계: 정부의 근로 감독관에게 위험작업 중지 권이 있는가?
 미국에서는 OSHA의 감독관의 요청에 따라 연방지방법원에서 판단을 내리게 되어있다. 개별 노동자 차원에서 감독관을 요청할 권리가 부여된다. 그러나 감독관이 위험작업을 중지시킬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스웨덴은 감독관을 부를 권리가 노동자에게 부여되고 감독관이 위험작업을 중지할 권한을 가진다. 쿠바에서도 노동조합의 감독관이 위험한 공정을 그 지라에서 중지시킬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3단계: 노동자 대표 또는 집단에 위험작업 거부권이 있는가?
 미국에서는 단순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파업과 같은 협정된 행동을 통해 할 수 있으며, 위험작업에 대한 집단적으로 거부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는 이러한 집단적 행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벌 또는 해고당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 집단적 차원의 거부는 개별적 노동자 차원에서 위험작업 거부권의 단서 조항을 보완하기 위해 작업환경이 실지로 위험한지에 대한 증명이 필요 없다. 스웨덴에서도 파업할 권리가 당연히 인정되고 있으나 4단계인 위험작업 중지 권이 있으므로 그 필요성이 없다.

 4단계: 노동자 개개인이 차원에서 위험작업 거부권이 있는가?
 스웨덴의 경우 노동자 개인에게 거부권이 있으며 위험작업거부는 노동자가 선출한 안전요원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지속된다. 미국은 개인에게 위험작업 거부권이 3가지 단서 조항 즉 ① 노동자가 죽음이나 심각한 사고의 위험에 놓여졌다고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불안을 느꼈을 경우 ② 정상구제방법을 사용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없을 경우 ③ 작업자가 고용주와 협의를 통해 위험을 구제하려는 시도를 한 경우 등에 해당될 때 허용되고 있다. 쿠바의 경우도 노동자 개인에게 위험작업을 거부할 권리가 부여되고 있다.
 5단계: 노동자 대표에게 위험작업 중지 권이 있는가?
 스웨덴에서는 노동자가 선출한 안전대표위원이 그가 담당한 노동자의 보건이나 안전이 순간적 위험에 처해졌다고 느낄 경우 작업을 중지시킬 권한이 있다. 실지로 권한이 주어진 1974년 이래로 400건의 작업중지 요구가 있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수준은 어떠한가?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우리나라는 2단계까지도 나아가지 못한 수준으로 단지 사용자의 위험작용중지 의무만이 존재할 뿐이다. 제26조 2항과 제51조에서 보듯이 근로감독관의 권한이 있지만, 제26조 2항은 중대재해 발생 후 사후 처리에 유용할 조항일 뿐이고 제51조는 사고 발생 이전에 근로감독관 요청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2단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용자의 자율적 의무조항인 제26조와 비슷한(아니 거의 같은) 조항이 일본의 노동안전위생법 25조에 있다. 그 조항을 보면 "노동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곧장 작업을 중지하고 노동자를 작업장에서 도피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에 관한 행정 해석을 보면 "객관적으로 노동재해의 발생이 급박할 때는 사업자의 조치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노동자는 긴급피난을 위해 자주적인 판단에 따라 당연히 그 작업현장에서 도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의 노동안전위생법을 고스란히 모방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은 조항은 모방했으나 그 조항이 제정된 취지인 해석은 모방하지 않음으로 해석 법적 의미가 왜곡되기까지 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만 맡기는 자율적 관리체계는 산업재해 예방에 일정정도의의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의 이윤동기가 우선시 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극심해져 가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방지권리가 인정도어야 한다.
 89년 산악법 개정 당시 이 쟁점에 대해 위험작업거부권을 "불시 파업권"으로 보고 당연히 허용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워 개정법에 포함되지 못하였다 물론 정상적으로 거치 파업마저도 불온시하는 사회풍토 속에서 어찌 보면 불시에 파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이 용납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위험작업거부권을 단순한 "불시 파업권"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가까운 일본에서조차 이를 파업권이 아니라 "기본생존권"으로 이해하고 있다. 앞에서 예에서 보았듯이 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수준에서 노동자의 방지권리가 건강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법적 의미에 있어서도 위험작업거부행동은 동맹 파업의 개념으로 파악될 수 없으며 따라서 쟁의행위규제 금지 규정이나 협약상의 평화조항 등과 교착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노동계약에 의해 본래적으로 부담하는 안전배려의무의 관점, 그리고 노동자는 생명, 건강까지도 사용자에게 파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으로 보아 생명과 건강을 파괴할 가능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 안전보건법규나 협약 위반사업장 나아가 위험작업에서의 작업거부 행동은 아무런 노동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을 구성하지 않는 행위이며 정당한 권리인 것이다. 아울러 안전보건의 미비는 안전배려 의무의 위반에 해당되어 사용자의 귀착사유로 인한 이행불능이므로 노동자는 임금 청구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위험작업거부권을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되는 기본 생존권인 것이다. 그러면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위험작업거부권의 허용 범위와 절차는 어떠해야 하는가?
 중대재해의 심각성에 비추어 5단계까지는 어렵다 하더라도 적어도 4단계까지는 인정해야 된다. 4단계 개별적 차원의 위험 작업거부권 인정을 미국처럼 단서조항을 붙여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단서조항의 범위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수준이 결정되어야 하리라 본다.

 그럼 여기서 앞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는 대책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살펴보자.
 노동부에서 나온 산업재해 예방대책 6개년 계획을 보면 크게 ① 재해유형별 방지대책 추진 ② 중대재해조사 철저 및 적정 배치 ③ 사후관리 강화 등을 추진 방향으로 잡고 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그동안 부실했던 예방 및 사후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한다면 중대재해 예방에 일조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기조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기본체계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즉 사업주의 자율적인 시설 투자를 추진시키고 정부의 감독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 대책의 기조로 노동자의 산재방지 권리가 없는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쉬지 않을 것이다.
 이는 서독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후 10년 동안 중대재해 감소율이 10%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서 법 제정 후 10년 동안 10%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중대재해 대책의 정책 기조에도 노동자 방지 권리의 인정과 확대에 대한 계획이 포함되어야 하리라 본다.
 일차적으로 노동자가 위험 작업판정을 위해 근로감독관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위험작업 거부권을 기본생존권으로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하며 이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져야 한다.
 덧붙여 말하면, 일반적으로 거부권은 유해, 위험작업거부권으로 유해물질에 대한 알권리와 그에 따른 작업거부권의 개념이 포함된 것인데 이 글에서는 위험작업 거부권을 중대재해와 연결 시켜 사고성 재해방지 권리로만 서술되었다.

<6. 자체 공상 처리되는 노동부 산재 통계>

 노동부의 산재 통계에서 누락된, 사업 장내에서 자체로 처리하는 산업재해에 대한 노조의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개별적으로 노조 내에 안전보건 관리를 전담하는 책임자가 없는 경우도 많았고 산업재해에 관한 각종 자료나 통계도 회사의 정기보고를 받은 일부 노조를 제외하고는 아예 관련 자료조차 확보하고 있지 못한 사업장이 많았다.
 이 같은 사실을 전제하고 산재 은폐의 정도와 사유를 분석해 보았다.(조사대상: 350개 사업장, 최종분석: 55개 사업장, 자체 공장 처리가 있는 사업장: 30개 사업장)

 전체적으로 산재 은폐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 이상을 자체 공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38%나 되었고, 특히 고용 규모가 작은 300인 미만 작업장의 경우는 30%의 사업장에서 과반수의 은폐율을 나타냈고, 이에 비해 10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는 21%의 사업장에서 과반수의 은폐율을 보였다.
 은폐의 주된 사유는 산업 보험료의 과중한 부담(32%), 행정적 감독 우려(23%), 무재해 실적(23%) 본인이 원치 않아서(10%), 기타(12%) 등이었다. 기타의 내용으로는 주로 경미한 재해 또는 근무 중 요양 가능자, 업무의 복잡함, 부서 차원의 은폐 등이었다. 특히 2,000인 이상의 대기업 사업장의 경우 주된 사유는 무재해 실적을 높이는데 있었고(42%), 100인 미만의 중소기업 사업장은 과중한 보험료 부담(53%)이 주된 사유로 나타난 것은 흥미롭다. 아마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업장의 경우는 산재보험에 따른 보상 처리가 개별적인 직접 보상에 비해 실질적으로 더 높은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재해 노동자도 산재 처리의 의의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높은 은폐율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대기업체에서는 주로 무재해 실적 또는 회사의 대외적 명예 등의 이유로 산재발생(보고)률을 낮추려고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자체 공상 처리의 문제점으로 크게 전사회적 내지는 전 국가적 차원의 사업안전보건 관리 업무의 부실화, 산재법의 취지에 따른 재해 노동자의 신속하고 적절한 사후 보상 담보의 어려움, 산재 발생의 비공식화로 산업재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재발 방지 대책이 빈약해 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밖에도 산재 발생의 구조적, 객관적 원인을 경시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산업보상제도의 하나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확립되기 시작한 후부터 "산재 발생: 사업주의 무조건적인 책임=산재보험 적용"이 전제되고 있음을 상기할 때 경미한 재해에 대하여 노동자의 사소한 "실수"로 책임을 전가하여 자체 공상 처리할 우려가 있다. 거꾸로 자체 공상 처리가 되면 재해노동자도 재해 발생의 구조적 원인, 즉 안전 설비의 결함, 단순 작업의 반복에 따른 주의력 상실로 인한 우발적 사고 등의 발생 원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업주에 대한 책임 추궁도 허약해 질 수밖에 없다.
 자체 공상 처리로 발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산재 처리를 기대하려는 사업주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강화하고 산업재해 발생시 노조의 재해 조사권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더 적극적인 방안으로 산재요양 신청서의 사업주 확인란을 노동자 대표의 확인으로 대신할 수 있게 하며, 중소 영세사업장에 대하여 보험료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글/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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