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설] 환자들의 인권이 정책의 기준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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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는 8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정신보건법"의 제정을 시도했으나 "합법적으로 인권을 유린할 소지가 크다"는 학계와 사회일반의 거센 반발에 입법이 좌절된 바 있다. 1983년 세칭 "기도원사건"으로 드러난 정신질환자의 인권유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방향은 무엇인지 학계의 의견을 들어 본다.
<정신병은 사회적 질병>
지난 6월 27일 서울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는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인구 및 보건개발연구소 주최로 "정신보건사업의 정책방향에 대한 세미나"가 열려 정신보건법 입법 좌절 이후 현재 실시되고 있는 정신보건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학계의 주장을 다시 한번 검토했다.
유계준 교수(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를 좌장으로 시작된 "정신보건사업의 현황과 문제점"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철규 원장(국립서울정신병원)은「우리나라의 정신보건사업」이라는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정신 질환자 관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보사부의 정책 사업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은 1983년부터였다"고 소개하고 "1989년 정신 질환자 수는 전체 인구의 2.16%인 90만7천명이나 이중 입원 치료를 요하는 인구는 그 중에서 11.6%인 10만5천명이고 입원치료 시설은 전국 373개 기관으로 전문정신병원 21개소 6,370병상, 그리고 기타 종합병원의 정신과, 정신과의원 등의 침상을 모두 합하여 12,863병상이 있으며 수용, 요양 시설은 전국에 사회복지법인 중 정신요양 시설 73개소에 17,047 침상이 있다".고 현황을 소개했다.
한편 정신보건사업의 전망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이 사업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갈 것인지 확실히 예측하기 어려우며, 전문가보다는 비전문가의 아이디어에 의해 사업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정신보건정책의 난맥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원장은 "83년 기도원 사건 당시, 정신병 환자를 갖고 있는 가족, 직장, 사회가 결손을 본다는 점에서 "정신병은 사회적 질병"이기 때문에 사회가 진료하고 보호해 줄 의무가 있음을 시인"하기는 했으나 "정부와 국회가 서두르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사회국 소관의 사회복지법인을 정신병자의 안식처, 보호소로 이용하는 등 정신질환자가 진찰 받고 치료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지식조차 없었다"고 주장하고 더욱이 "시설 설치의 기준이 되는 정신질환자의 숫자도 전 국민의 3%인 100만 명이 넘었으나 국가의 경제 사정을 고려 1%인 39만 명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또한 "90년 현재 정신과 전문의사가 689명, 간호사가 1,465명, 간호조무사가 1,436명기타(사무장 등) 1,436명으로 전문 의료인의 절대 부족은 정신보건정책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으며, 이는 시설장이라는 명칭으로 요양소의 주인, 의사, 간호사, 사무장의 모든 일을 대항하는 모순을 낳고"있으며 "정신병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생각하지 않는 한 정신보건법 제정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우리나라 정신보건정책의 전반적인 상황을 비판했다.
김원장은 이러한 여러 가지 조건들이 겹쳐 "이제껏 정신질환자는 보호하고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가둔다는 생각이 앞서고 있으며, 아무나 멋대로 취급하는가 하면 정신병자의 수용이 사업으로 변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업신여김을 당하고 있다"고 밝히고 "상식에 맞는 의료전달 체계를 하루 빨리 수립, 지나친 장기간의 격리 치료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며, 진료비 지금방법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지급되도록 진료비의 지급 방법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친 사람들의 박물관, 수용소>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호영 교수(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는「외국의 정신보건관리」라는 발제문을 통해 "한 국가의 일반적인 발전 수준을 평가하는데는 그 나라의 정신보건 정책을 알아보면 쉽게 그 척도를 잴 수 있다"고 전제하고 "우리나라 정신보건 정책 수립에 장애가 되고 있는 수용시설은 19세기 영국에서 미친 사람들에 대한 차별 조정이 만들어낸 사회 경제학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당시 영국에서 꽃핀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인간을 "능력이 있는 신체"와 "능력이 없는 신체"로 나누었으며 능력 없는 몸은 점점 그들에게 제한과 처벌적인 규제를 가해 일반사회로부터 격리시켜 문자 그대로 미친 사람 수용소 또는 박물관으로 만들었으며, 이러한 집합소(시설)를 국가나 사회에서 허용하고 권장한 것"이라고 시설의 출현 근거를 밝히고 "시설 경영의 어려움,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력 등 점차 규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정부가 이들 시설을 중앙 조정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경제적으로 돈을 안들이고 환자를 많이 수용할 수 있으며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관료제도하에서 환자들이 자신의 생명을 보전할 수 있고 최하의 수준으로 방대한 수용 시설들을 만들어 이런 시설들을 "사회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가능한한 사회와 떨어져 있는 장소에 세웠으며 이에 따라 수용소는 대형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시설 대형화의 역사를 설명했다.
또한 "산업화와 함께 30년대 들어서 공중보건과 정신 위생이란 개념이 싹트면서 통원치료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으나 대부분의 예산은 여전히 병원 경영에 쓰이고 있었으며, 대형주립정신병원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신과 전문의의 부족과 경제공황, 제2차 세계대전 등으로 정신보건 정책은 답보상태를 면할 수 없었다"고 1950년대까지의 정신보건정책사를 정리했다.
이교수는 50년대의 대병원시대 이후 "30여년 동안 구미 여러 선진국들이 정신보건 정책 방향은 수용위주의 정신병원의 병상을 대폭 줄여서 감소된 병상에 해당되는 만큼의 예산을 입원 수용에 의존하지 않는 치료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에 사용하자는 "탈원화 운동"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밝히고 각 국의 "탈원화 성과와 문제점"을 소개했다.
<진보적인 스웨덴의 치료 철학과 미국의 실패>
먼저 국민 총생산(GNP)의 65%가 공익행정, 10%가 보건서비스에 그리고 전체 진료비용의 21%가 정신보건 사업에 쓰이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1962년부터 1982년에 이르기까지 전체 정신과 병상수가 인구 1,000명당 4개에서 2.2개로 줄었는데, 이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탈원화 정책이 성공한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스웨덴의 정신보건 정책이 성공하게 된 요인으로는 첫째, 비입원 치료프로그램으로 여러 가지 정신병 환자에 대한 치료 방법을 개발했으며 둘째, 정부가 탈원화 및 비병원에 대한 진취적인 정책을 채택했고 셋째, 국민들의 정신장애와 환자에 대한 내성이 증가 됐으며, 마지막으로 노인 정신병 환자를 보다 종합적 치료 시설에 옮긴 점 등을 들고 있다.
이교수는 이처럼 "스웨덴의 정신보건 정책의 진보성은 사실상 정신과 의사들이 스스로 구태를 벗고 치료 철학의 변화를 유도해 내는 한편 민주적인 정부 특히 지역정신보건협의회가 이에 협조해서 진보적인 정책을 수립한 모범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힘입어 환자 한 명의 평균 입원실도 악화된 기간 동안만 집중적으로 맹렬히 치료하고 그 위기가 지나가면 퇴원시키는 적극적인 치료 방법으로 1960년 298일에서 1977년에는 81일로 단축" 되었음에도 "한국의 정신의학계에서는 이 같은 위기개입식의 급성 치료와 조기퇴원 및 통원치료로의 지속적인 이첩을 주축으로 한 치료계획을 실천하는 진료 방침이 보급되어 있지 않아 아쉽다"고 우리의 치료체계를 비판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전국 정신병원 병상수의 50∼70%가 감소되어 수치상으로는 탈원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지역 사회의 프로그램은 오히려 줄어들어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고 평한 이교수는 "미국의 정신보건정책이 실패한 것은 지역사회에 있던 기존의 정신과 개업의들과 민간종합병원 또는 시립정신병원과 연결되는 문제가 큰 갈등을 빚었고 또 일반 의료계가 지역사회 정신보건 프로그램을 무시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어 고립을 면할 수 없는 "구역화"의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입원을 장려하는 일본의 정신보건정책>
일본의 경우 정신보건 정책은 1964년 3월말 주일 미국대사 라이샤워가 도쿄에서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오른쪽 다리를 칼로 찔리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급히 추진돼 전국에 800여 개의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가 설치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교수는 이러한 일본의 정신보건정책의 특징을 "정책적으로 지역화 된 공중보건형 프로그램의 필요에 따라 꾸준한 정책을 집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병원위주의 생물학적 의학 모델의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찬성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수용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고 정의하고 따라서 "정신병 환자 관리도 아직까지 병원 위주의 민간정신병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부분만이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를 이용하는 이중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일본 정신보건정책의 현황을 비판했다.
또한 "현재 일본의 정신과 총 병상수가 30만이 넘고 이는 인구 1,000명당 2.7 병상에 해당되어 지나치게 많음에도 그 숫자는 계속 늘고 있으며, 입원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도 500일이 넘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일본에 탈원화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며 "87년 이후 이러한 경향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정책적인 이중성과 의사들의 이권개입 때문에 그 성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교수는 마침 말을 통해 "우리의 정신보건정책은 아직 수용소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임기웅변식 정책으로 일본의 뒤를 따르고 있다"고 정신보건 정책의 파행성을 지적하면서 "우리의 현실에 접합하고 만성정신병 환자에게도 이로운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지 더 이상의 탁상공론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획기적인 정책 변화 없는 환자보호는 비관적>
한편 토론자로 나선 박종철 박사(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는 "선진국의 탈병원화와는 반대로 정신질환자를 사회와 격리시키는 수용소의 대형화기 정책의 근본이 되는 것이 바로 정신보건정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어 의료전달 체계의 확립과 진료비의 차등화를 통해 국가 재정의 효율적인 사용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근후 회장(대한신경정신의학회)은 "정신보건정책의 흐름이 학회와 보사부의 불일치로 수용시설만 번창하는 잘못"을 범했으며 이의 개선을 위해 "정신질환자의 정당한 치료권과 치료거부권이 보장되는 것을 전제로 한 정신보건법의 제정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회장은 이와 함께 "신기루 같은 제안을 해도 언제나 정부의 정책우선순위에 밀려 수용시설만 떼돈을 버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뿐이었다"는 자조적인 말로 그동안 정신보건정책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단기적인 효과를 노리기보다는 "정신보건사업계획단"등 전문적인 연구기관을 설치 장기간에 걸친 연구로 본질적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첫 번째 주제의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이성재 변호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는 정신보건문제 전문가가 아님을 전제하면서 "85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정신보건법 제정 움직임으로 정신보건 사업에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정신보건 정책에 대한 사회일반의 관심을 설명한 뒤 "정신과 분야는 정치적으로 악용된 선례도 있어 환자의 강제 입원과 관련된 환자의 인권 또는 환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인권문제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정신보건 정책의 이념을 제시했다.
또한 이변호사는 "현재 정부가 입법하려는 정신보건법의 골자는 두 세 명 정도의 정신과 의사의 견해가 일치되면 정신질환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요양원을 합법화 해주는 악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이제 정신질환자는 더 이상 격리시키고 가두는 대상일 수가 없으며 환자의 인권이 충실하게 보장되는 속에서 사회복귀를 위한 치료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발제, 토론이 끝난 뒤 참석자인 김병후 박사(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신보건분과)는 질문지를 통해 "정신질환 유병율(발병율)은 각 국이 비슷함에도 동시 입원자가 90만7천명(전 국민의 2.16%)중 10만5천명(정신질환자의 11.6%)이나 되는 것은 수용 위주의 환자 관리를 원하는 비의료 집단의 요구에 정부 정책이 끌려 다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입원환자 수를 현실화(5만 병상정도)하고 정신보건 정책의 지표로 평균 입원일수(현재 수용시설의 경우 6개월∼1년 정도인데 이를 30∼40일로 줄이는)를 산정 할 것"을 요구했다.
<성공여부는 지역사회 개발에 달려 있어…>
김한중 교수(연세의 대 예방의학교실)를 좌장으로「정신보건 사업의 정책방향」에 대해 토론한 두 번째 세미나에서 첫 번째 주제 발표를 한 김진학 소장(강화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은 강화지역보건사업에 대해 "국가와 사회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탈수용소화를 실현하는 미래지향적인 정신질환 관리대책의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소개하고 "지난 몇 년간의 사업을 통해 환자와 지역사회의 격리 그리고 정부·주민·가족 등의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획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며 이는 바로 지역사회 개발에 달려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요양원은 역학 조사가 전혀 안 이루어지고 있어 실태를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입원 후 진단서를 구해 수용시설로 가는 방편으로 삼는 등 "무지한 의사"들도 요양원의 파행적 운영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향후 정신보건 사업의 정책 방향은 첫째, 현재 거대병원 혹은 수용시설 위주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질환 관리체계로의 전환, 둘째, 단순한 수용 위주의 정신요양원을 치료적 환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장은 또 "현재 정신의학 정책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공룡화"된 수용시설의 관리"이며 "현 단계에서 정신보건법은 "수용소관리법"으로 바꾸어야 할 지경"이라고 수용시설의 파행적 운영을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신보건관리 정책 모형을 통해 김소장은 단계별로 정신요양에 수용되어 있는 정신질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정신질환자 조기 발견을 통해 만성화로의 이행을 최소화하고 마지막으로 전국의 공공 및 민간 정신보건관련 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강화병원 같은 민간차원의 사범사업은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었으나 민간사업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나서야 하며, 정신보건 정책의 직접 대상자는 환자와 보호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가족협의회"등을 꾸려 스스로 권리확보에 나서는 "사회운동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환자의 가족들의 적극적인 정책참여를 촉구했다.
<수용으로 오히려 인격 황폐돼>
한편「정신보건사업의 정책방향」에 대한 발제에서 송수식 과장(서울적십자병원 정신과)는 "이미 내 원고 내용의 99%가 다른 분들을 통해 발표됐는데 이는 바로 우리 모두가 이 내용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현재의 상황은 한마디로 정신질환자 관리나 정신보건 사업의 정책의 기본 방향 설정도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송과장은 현재 우리의 정신보건 정책이 "유병율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정부 통계조차 믿을 수 없으며, 요양시설의 병상수가 전문병상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용위주의 격리 정책일 뿐 아니라 정신질환자 치료 및 요양시설의 역할 분담 및 의료전달 체계의 확립이 없어 시설수용으로 오히려 인격의 황폐화를 가져오는가 하면 정신과 사회사업가나 임상심리학자에 대한 자격 규정이나 수급계획이 전혀 없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신보건 사업의 정책 방향도 "첫째, 행정력과 전문 인력이 동원된 정확한 역학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둘째, 수용에서 치료 중심으로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재 사회복지 법인이 운영하는 정신요양원의 시설을 강화하고 치료 인력이나 시설 기준을 강화, 단순전환이 아닌 치료적 환경이 이루어진 의료법인으로 전환함으로써 정신질환 관리가 의료법인으로 일원화되어야 할 뿐 아니라 의료전달 체계의 확립을 위한 치료 시설의 역할과 기능이 정해져야 하고 셋째, 정신과 치료시설의 특수성에 알맞은 의료법 개정, 장기저리융자, 세제혜택 등으로 개인의원의 병상 확보를 유도하고 넷째, 정신보건 정책의 기본방향조차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환자의 인권이 유린당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정신보건법 제정은 시기상조임을 명심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소가 일차진료 담당해야>
이어 토의에 나선 장동원 과장(국립서울정신병원 정신과장)은 "강화지역 정신보건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보건소에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를 개설해 일차 진료를 담당하게 하고 입원 시설을 갖춘 이차기관을 도심 외곽에 설치한다면 의료전달 체계의 새로운 모형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달 체계의 모형을 제시한 뒤 이러한 물리적인 체계 개편과 더불어 "입으로는 환자들의 사회복귀를 주장하고 장기 입원의 폐혜를 부르짖으면서도 경제적 이익 내지는 편의성 때문에 입원 치료를 더 선호하는 경향은 없는지, 환자들의 인권을 외치면서도 정말로 환자의 인권을 가치 있는 것으로 존중해 왔는 지 물어봐야 할 것이며 이러한 모임이 일과성 행사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정신의학협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정부측 관계자로 참석한 안상우 과장(보건사회부 질병진료과)은 "참석자 중 정신요양원에 대한 분석 중 "잘못"부분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 하면서 "요양원이 83년 기도원 사건 후 나름대로 제도권 내에서 제 기능을 하고 있는데 정신치료 체계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일부 참석자들이 "즉각 폐쇄"나 "탈요양소"만을 부르짖고 있는데 3만 명이 넘는 환자들이 길거리로 나왔을 때 대책은 무엇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안과장은 이밖에도 "정부가 마치 요양시설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현재 시설에 투입되는 160억은 전액 치료를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 생계비, 종사자 인건비, 시설 유지비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 액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며 "88년 요양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시설에 들어와서 상태가 더 좋아졌다는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엉뚱한 주장을 했다.
유승삼 논설위원(중앙일보)은 "정신보건 사업을 발전시키는데 의료적 측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인식"이라고 전제하고 "학계·정부간에 근본적인 사업 이념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정신보건 현황을 웅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의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이규항 원장(안양병원)은 "대형병원의 운영도 전문의가 경영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대형병원에 쏟아지는 질책을 슬쩍 피한 뒤 "5공 당시 대통령지시각서를 통해 "산이나 바다로" 시설을 내몰기까지 했다"고 무책임한 정신보건 정책을 비판했다.
<요양원 배제한 정신보건법 논의는 불가능(?)>
한편 김병후 박사(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신보건분과)는 서면 질의를 통해 "정신요양원을 "정신의료법인"으로 만들려는 정부의 기도는 요양원에만 막대한 이권을 주게 된다"고 밝히고 "정신요양원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정신보건법을 논의할 수 없다는 보사부의 태도는 정신보건 정책이 이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기 때문에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정책 없는 요양원 산하 정신병원의 인가를 허용할 것이 아니라 향후 정신과 입원시설을 지역사회 내에 두어 환자의 사회 복귀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부분 "문제제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돼 왔다"고 말하며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가 문제"라며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지난 83년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옥상에 "집합"한 정신요양원 환자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훈련"을 시키는 텔레비전 화면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정신질환자가 받아야 할 정당한 "보호"와 "치료"는 우리의 무관심이 계속되는 한 "격리"와 "몽둥이"가 판을 치는 "지옥"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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