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시각장애우계의 창구 일원화 이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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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유형별 연합조직의 한 형태로 시각장애우 관련 단체, 시설, 교육기관들이 모여 가칭 한국맹인복지연맹(이하 한맹연)을 출범시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8월5일 2시 서울 중계동에 있는 맹인복지회관(관장 박근수)에서는 전국의 41개 시각장애우 관련 단체, 시설, 학교의 대표와 대리인 40여명이 참석한 한맹연의 창립총회가 열렸다.
경과보고, 정관 통과, 임원선출로 이어진 이날 창립총회는 약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이들은 연맹을 창립하게 된 배경을 경과보고와 설립취지문에서 "1984년 전 세계 시각장애우의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세계맹인복지연맹(WBU)이 설립된 후 각 국의 맹인기관, 단체가 연합하여 활동하는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연맹의 필요성에 대해 시각장애우들이 인식을 같이 함으로써 6월 10일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연맹은 앞으로 국내 시각장애우 복지 분야의 괄목한 발전에 비해 각 기관 단체간의 서로 다른 의견으로 인한 정책 집행상의 혼란과 유사 서비스의 공급으로 인한 인력 및 재원의 낭비 등 불협화음을 막고 맹인단체, 시설, 기관간의 보다 긴밀한 상호협력과 유대강화를 통하여 전문적, 포괄적인 복지 서비스를 개발 공급하며, 각 단체의 의견을 통합 조정하여 대정부교섭 및 완전한 사회 참여와 균등한 기회 배분의 이상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선출된 연맹의 초대회장으로는 맹인복지협회 회장인 박근수(46세)씨가 선임 됐으며 부회장으로는 맹인 대린원을 원장인 김원재(46세)씨와 인천 혜광학교 교장인 오영복(55세)씨가 각각 선임됐다. 아울러 초대 이사진으로는 단체장 4명 시설장 4명 학교장 3명을 각각 안배해 초기 연맹의 구도를 짰다.
초대 회장인 박근수씨는 연맹 설립의 의의에 대해 "무엇보다 연맹이 시각장애우 단체, 시설간의 의견을 협의할 수 있는 모체가 됨으로써 적어도 시각장애우 분야의 복지정책은 의견창구의 일원화가 가능해 졌다"며 "국제적으로도 시각장애분야에서의 대표성을 인정받게 돼 궁극적으로는 맹인복지가 좀 더 활성화되리라고 믿는다"라고 조심스럽게 전망을 피력했다.
이로써 15년 만에 이르는 국내 시각장애우들은 그들을 대표하는 단일 조직을 가지게 됐다. 이번 한맹연 설립에 대해 일부 관계자들은 "한맹연이 그간 유래가 없는, 장애 당사자들의 모임인 단체뿐만이 아니라 시설, 교육기관까지 망라한 통합단일조직을 이루어 냄으로써 그 여파는 차후 전체 장애판의 통합 움직임의 촉매제 역할과 통합유형 제시로 이어지는 한 선례로 작용할 것이다"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인적 물적 자산이 월등함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우계는 그동안 한국시각장애우복지회(이하 한시회 대표 양경화)의 그늘에 가려 시각장애우들의 세계 조직인 세계맹인복지연맹(WBU)로부터 위상에 걸맞는 대표권을 부여받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현재 세계맹인복지연맹의 국내 대표권은 사실상 한시회로 일원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한시회는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세계대회의 참가비용을 대고, 국내 교섭창구 역할을 해왔으며, 인구비례에 따라 배분되는 4명의 국가대표위원에 백리전전 부회장과 신동렬 현 복지부장이 선임되어 있어 묵시적으로 대표권을 행사해왔다.
이에 대한 범 시각장애우계의 반발이 한맹연 창립으로 표면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분열상태에 있던 시각장애우계가 통합해 한명연을 결성해 냄으로써 국내 시각장애우계의 대표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다음은 연맹의 초대 회장으로 피선된 박근수씨와의 일문일답이다.
박근수씨는 맹인 대린원에서 교편을 잡은 교사 출신으로 맹인복지협회 발기이사와 직능단체인 맹인안마사회, 맹인역리학회 임을 역임했으며 90년 4월 맹인복지협회 회장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중책을 맡았는데 소감을 피력하신다면?
=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본의 아니게 회장으로 선임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연맹이 설립 됐으니까 하는 얘기지만 어쨌든 시각장애우계는 단체가 이끌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단체에 소속된 개인들이 시설과 기관에 중복 수용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또 단체의 성격은 회원들이 모여 선출한 사람이 대표를 맡아 운영을 해나가는 겁니다. 때문에 시각장애우 문제는 단체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일을 해야 한다는 소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맹연에 아주 작은 단체라도 형식을 갖춘 단체는 모두 다 참여해 무엇보다 보람을 느낍니다.
- 한맹연이 창립된 데는 국제적인 어떤 흐름과 연관이 있는 겁니까?
= 연합해서 활동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이긴 합니다. 그러나 흐름과는 별개로 우리는 오래 전부터 연맹의 필요성을 느끼고 준비를 해 왔습니다.
- 앞으로 세계맹인복지연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 나갈 계획이신지?
= WBU와의 관계는 인가를 받는 게 아니라 가입을 하는 것입니다. 곧 WBU에 가입 출원서를 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명단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4명의 국제회의 대표를 뽑겠다고 통고할 것입니다.
- 이로써 한맹연이 명실상부한 국내 시각장애우 대표 조직이 되는 겁니까? 그동안 한시회가 국제적인 대표권을 가지고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 이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예전에 우리들이 합치지 못하고 분열을 거듭할 때에 그 틈을 타 한시회에서 대표를 구성해 세계대회에 참가해 왔습니다. 시각장애우들이 자기 권리를 찾지 못한 셈이죠. 그 점 같은 시각장애우로서 심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한번도 이런 연합체가 구성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방관만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단체, 기관, 시설들이 모여 한맹연을 결성했으니까 연맹의 결의사항은 자동적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게 되는 겁니다. 때문에 당연히 대표권도 변동이 있어야 되겠지요. 재차 말하지만 한시회는 회원도 없는 일개 이용시설에 불과합니다.
- 한시회는 창립총회장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한시회와 연맹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뜻이 상반돼서 참석을 안 한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사정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한맹연이 시각장애우 관련 단체장들의 협의체인 만큼 시설장으로는 한시회도 동참할 수 있겠지만 외형적인 형태에 있어서는 한맹연의 관례 안에서 활동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시회는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가 입장을 결정해야 합니다.
- 정부와는 어떤 관계를 유지할 계획인지, 압력단체화의 가능성은 있는지 말씀해 주시죠.
= 정부는 복지문제에 있어서 아직도 관료적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당분간은 여러 가지 기술을 통해 우리 뜻을 관철시켜 나간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 뜻을 전달하는 창구라면 몰라도 압력단체화는 아직 뜻이 없습니다.
- 세계 시각장애우 운동의 양상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 우선 한맹연과 같은 조직을 각 나라마다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압력단체의 역할을 해내고 있죠. 더 나아가서는 타 분야의 장애우들과 보조를 맞춰 연합체로서의 장애우 운동을 해나가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한맹연이 결성 됐으니까 시급히 타 장애우들도 자체 연합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맹연이 감당해야 할 시각장애우계의 문제와 한맹연의 당면과제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 시각장애우계의 숙원사업으로 법적 지위 개선, 결격사유 개선, 복지수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나갈 생각입니다. 당면한 한맹연의 과제는 재정확보와 사무처 설치, 그리고 법인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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