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 창간 3주년 기념 세미나] 장애우 언론의 현황과 전망
본문
장애우언론의 현황과 전망
구타, 성폭행 그리고 자살로 이어지는 장애우의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언론, 언론인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 장애우 언론의 현 주소를 점검하면서 내일의 전망을 모색해 본다.
때 : 1991년 3월 21일
곳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참석자 : 방귀희(방송작가),
김규성(서장청년 신문 편집위원),
백종환(장애자 신문 취재부차장)
정우영(장애인 복지신문 편집국장)
전흥윤(월간 함께 걸음 편집장)
사 회 : 김정열(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실장)
■발제문
<언론의 일반성과 장애우 언론의 특수성>
언론은 인간의 사회적, 역사적 실천 속에서 축적된 물질적, 정신적 생활의 반영물이다. 엘겔스는 인간의 역사적 발전은 노동에 의해 수행되며 언어를 비롯한 언론과 정보교환 수단이 여기서 파생되었기 때문에 언어는 노동으로 축적된 의식 수준이 진보함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한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생산물이 상품으로 교환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언론 생산물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에 언론 상품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사용가치를 지니게 될 뿐 아니라, 일반적인 생산관계와 마찬가지로 언론생산 수단도 각 시대의 지배적 생산관계에 의해 특정한 계급의 소유 아래 놓이게 된다.
상품경제가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상품은 산업자본의 상품광고보다는 구독료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으며, 따라서 독자의 비판적 정보욕구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편집방향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산업자본이 발달함에 따라 "영리추구"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광고 수입을 늘리고 부대사업을 설치하는 등 재정적 기초를 다져 나갔으며 이러한 물적 토대의 변화는 보도방식에도 일정한 변화를 가져와 이윤 극대화를 위한 황색저널리즘과 폭로저널리즘으로 치달아 진실이나 정의를 보도해야 하는 기본적인 기능마저 사실상 마비시켜 버렸다.
이러한 언론자본의 생성과 발전과정은 언론이 가지는 "물질적인" 변화, 발전 단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며, 이처럼 한 사회의 언론제도와 그 본질은 그 사회의 물적 토대와 사회성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지배적 언론양식은 언론, 출판, 광고 등 정부 유통 분야가 과정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대규모적인 경제운용 법칙을 따르고 있는 자본주의 언론이며, 여기에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이 더해진 보다 복잡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특정한 계급의 수중에 인ㅆ어 지배사상을 수호하는 역할과 함께 번혁의식을 확산해 나가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그 영향은 때에 따라 역사발전에 부정적,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이렇듯 지배이데올로기의 강화를 통한 언론자본의 증식이라는 언론일반의 논리가 "장애우언론"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한 영역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우언론이 가야 할 방향과 그 전망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장애우언론의 현황>
1. 상업언론의 출현
80년대 이후 사회 각 부문의 역량이 강화되기 시작되면서 장애우 계층 또한 서서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암중모색의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 나간 장애우 스스로의 의식적 성숙에 힘입어 그동안 소위 "소식지"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장애우 언론 역시 수공업적이고 원시적인 단계에서 벗어나 좀 더 구체적(더 정확히 말하면 "구조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다루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해 87년 12월 장애우문제의 사회구조적 토대를 밝히고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문을 열었으며, 이듬해 5월「함께걸음」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밀알지」의 단체 회보적 성격을 넘어서 진보적인 장애우 대중지를 표방하며 창간되었다.
또한 장애자올림픽 이후 장애우문제가 점차 사회의 표면으로 떠오르던 89년 4월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모금" 형식을 통한 최초의 상업신문인「주간 장애인복지신문」(당시 장애인복지뉴스)이 창간되면서 장애우 언론은 질적인 면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후 장애자 올림픽이라는 "호황기"를 맞아 우후죽순추럼 늘어난 장애우관련 언론 매체는 앞에서 말한「주간 장애인복지신문」(발행인 조근태)를 비롯「장애자신문」(89년 1월 등록, 발행인 최규옥),「세계장애인신문」(현재 휴간중)등 주간신문과「생명샘」(75년 11월 등록, 발행인 김세창),「월간 지체」(87년 2월 등록. 발행인 이근정),「월간 여명」(88년 6월 등록, 발행인 권태이)등 월간 상업 잡지들의 잇단 출현으로 양적으로는 커다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매체는 협소한 독자층과 경제적 수준의 열악함, 그리고 매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권홍보적 성격이나 내용의 저급함으로 장애 일반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그저 협찬 형식의 광고나 얻어내는 수주에 머물러 곧 도태하고 마는 악순환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상업언론의 등장은 분명히 장애우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또한 역으로 그만큼 나름대로 "장사"가 되는 물적인 기반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업지가 가지는 광범위한 배포지역과 이로 인한 여론형성의 용이함 등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부분의 매체는 본질적으로 장애우 문제를 상업성의 측면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경영주와 이를 견제하고 올바르게 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해야 할 기자집단의 낮은 의식성으로 인해 전문지로서의 특수성만을 강조하는 전망의 협소함을 드러내 주 독자층인 장애우으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받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에서 매체 수의 증가라는 양적 확대는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양적 확대가 장애우 문제의 본질을 구조적으로 왜곡하는데 앞장서 왔다고 까지 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의 매체는 여전히 "온정과 이해"의 수준으로 장애우 문제를 끌어내리고 있으며, 장애우 문제의 해결방법에 있어서도 매체 자체가 가지는 자본주의적 논리에 의해 장애우 문제를 사회변혁 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시설이나 법 개정 등에 머물러 제도 내에 안주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2. 초보적인 정치신문의 등장
한편 제도언론의 체제내화한 보도태도와 달리 89년 말「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둘러싸고 대 정부 투쟁을 통해 조직을 꾸려오던 청년 학생들은 "장애우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체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존의 조직들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을 준비해 왔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관지「사장청연신문」등을 통해 장애우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하고 조직 강화를 꾀하는 정치 신문의 초보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진보적인 매체들은 구독 범위가 일부 조직원에 한정되어 있으며, 장애우 대중의 정서와 일치하지 않는 노선 제시 등으로 현재로서는 조직원의 재교육을 위한 교재나 홍보지 이상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전망을 대신하여>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장애우 언론의 현황은 상업적 주간신문과 잡지 등이 출현, 그리고 초보적인 정치신문까지 등장하는 그 어느 때 보다 격심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나 언론 일반을 꿰뚫고 흐르는 자본의 논리(체제옹호와 황색이데올로기 유포 등)는 장애우 언론이라는 한 부문에서도 예외일 수 없으며, 이러한 언론자본과 언론 노동자의 대립은 실제로 바른 소리를 내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유, 무형의 탄압(기자들의 노조 결성을 이유로 신문사를 폐쇄한 옛 장애자신문의 경우처럼)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협소한 독자층으로 인해 시장확보에 어려움을 겪게되면서 이들 일부 매체는 정치세력화를 꿈꾸는 관변 어용단체의 경영 참여 등으로 이들 세력의 기관지화 할 쉬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자본, 언론노동자, 독자의 언론구성 삼요소가 모두 취약한 장애우 언론의 미래는 낙관적인 것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장애와 장애우의 문제는 산업화가 진전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사회전면에 드러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장애우 언론의 역할도 점차 그 비중이 커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안팎의 요구와 더 나아가서 언론 본연의 역사적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긴급한 과제는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김정열: 먼저 많이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오늘 세미나는「함께걸음」의 발전과 함께 장애언론 전체의 발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준비된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함께걸음」은 일반 언론이 그동안 다루어 왔던 왜곡된 장애우관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 문제를 우리의 눈으로 바로 보는 전문적인 언론매체의 필요성 때문에 태어나게 됐습니다.
그 후 3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이제 많은 장애관련 언론이 나타나 적어도 양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이 자리는 이러한 장애언론의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함께걸음」전흥윤 편집장의 발제를 시작으로 오늘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전흥윤: 발제를 하기 전에 먼저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장애우언론의 발전전망에 대해 고민하면서 준비를 했습니다만 그동안 많은 분들로부터 미비한 점이 많다는 충고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충분한 채로 발표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바로 오늘 이 자리가 그러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야 하는 자리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발제를 시작하겠습니다.
(발제문 참조)
김정열: 오늘 주 토론자로 이 자리에 참석한 분은 저희가 미리 발제문을 보내드렸기 때문에 나름대로 여기에 대한 정리가 되었으리라고 믿습니다.
먼저 발제문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받기로 하죠.
정우영: 앞부분의 언론의 일반성에 대해 말한 부분 중「지배이데올로기의 강화를 통한 자본증식이라는 언론일반의 논리가 장애인언론이라는 언론일반의 논리가 장애인언론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한 영역에서는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고 했으면서도 실제로 본문에서는 그러한 매카니즘 부분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고, 상업언론이 가지고 있는 재생산 기반확보의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제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부분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상업언론의 한계와 장애인 언론이 궁극적으로 담아내야 할 내용 즉 장애언론의 역할이 전혀 언급이 안되어 있어 아쉽습니다.
백종환: 정우영국장이 말씀하신 대로 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독자의 요구라고 할 수 있는데 상업성으로나 정치적 측면으로나 왜 이제껏 장애우언론이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조금 미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업적인 신문이 어떻게 올바른 의식을 제공하는 방향을 찾아나갈 것인가에 대한 제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김정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시해 주셨는데 크게 나눠 내용과 방향성의 조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규성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규성: 저는 장애우 언론의 탄생과 발전과정을 살펴보면서 전문화되어 있는 여러 영역들 중에서 장애우 언론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좀더 살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또한 장애우 언론이 가져야 할 본질적인 역할을 경제적인 면 등 각각의 조건들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서 토론을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전흥윤: 지금 여러분들께서 문제 제기한 부분이 바로 제가 이 문제를 준비하면서 고민해야 했던 어려운 부분들이었습니다.
변명을 대신해 말하자면 무엇보다도 장애우 언론에 대한 학술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성과를 거의 찾을 수 없었으며, 각 언론사 자체도 이에 대한 자료들이 불충분해 자료수집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 밖의 여러 문제들은 앞으로 논의를 통해 정리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정열: 대부분 구체적 분석을 요구하고 있는데 먼저 장애우언론의 역할에 대해 김규성씨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하죠.
김규성: 장애우언론은 장애우문화가 확산되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경제력이 타 계층보다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생겨난 것도 아닌 의식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까지 장애우언론은 그 계층 전반의 요구보다는 소수 언론 소유계층의 요구를 대변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방적인 소수의 요구가 대중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아 휴·폐간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정우영: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기존 독자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휴·폐간을 반복하고 있다라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 문제는 언론의 상업적인 측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현재 장애대중의 욕구는 물질과 황색이데올로기에 젖어있는 다소 비관적인 상황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대중의 욕구에 무조건 발맞출 경우 장애언론이 가야 할 방향이란 것은 결국 말초 신경적인 옐로우페이퍼가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장애언론의 휴·폐간의 악순환을 되풀이 한 것은 이러한 면이 명확히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며, 결국 상업성과 현재의 독자층 그리고 언론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고는 장애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규명해 낼 수 없다고 봅니다.
백종환: 언론이 지금까지 제대로 역할을 못해온 것을 분석해 보면 장애언론은 처음 홍보 기관지로서 등장해 월간지를 거쳐 상업성이 있는 주간지까지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관지는 매체 자체가 가지는 한계에 의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었으며, 월간지의 경우 역시 그 내용을 분석해 보면 항상 장애영역을 휴머니스트적인 접근을 해왔기 때문에 독자의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마찬가지로 지금 나타난 신문들도 여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상업성과 장애우 독자의 의식을 깨우쳐주는 일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어떻게 접목이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흥윤: 지금 백차장님께서 의식성과 상업성의 접목이 관건이라고 했는데 저는 그런 것들이 현 상태(우리나라)에서 가능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이는 한겨레신문의 경우를 살펴봐도 광고 비율이 60%를 넘어가면서 기사 내용이 현저히 바뀌고 있는 것으로 잘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장애언론의 경우 물적 기반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비판적인 내용의 기사를 실으면서 상업성을 살려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이상론이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는 앞으로 신문의 형태는 정치신문의 성격을 띠는 비상업적 신문과 독자의 요구―물질만능과 황색이데올로기―를 쫓아가는 두 가지로 갈라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초보적인 형태가 서장청연 신문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그것이 어느 정도 장애인들의 욕구를 대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고, 더욱이 저는 장애우라고 해서 무차별적인 적용을 해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장애인에서도 분명 계급 분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과연 신문들은 주 독자층을 어느 계급·계층으로 설정할 것인가? 빈민인가, 증상류층 이상의 장애우인가, 여기에 따라서 편집, 보도내용 등이 결정되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러한 것들이 정확히 분석되지 못해 명확한 독자층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이러한 주 독자층의 설정 없이는 상업적인 발전조차 기대할 수 없다고 봅니다.
김정열: 문제를 두 가지로 압축해 보죠. 아까 백차장님께서도 지적하셨듯이 상업성과 의식의 조화라는 문제와 과연 장애언론의 조화라는 문제와 과연 장애언론의 독자 범위와 현재 독자들의 의식수준 등에 대한 분석이라는 두 가지 문제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귀희: 저는 우선 장애인 언론에는 방송·신문·잡지 기타 회보 등 모든 다양한 매체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논의는 언론의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보편성"의 문제를 빼놓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언론의 모두 "특수"자가 붙는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대상층을 어디에 맞출 것이냐 하는 것은 신문이나 방송의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늘어났을 때의 경우이지 지금처럼 초창기의 경우에는 조금 이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언론의 각 형식을 살펴보더라도 88년 정도를 최초로 잡을 수 있는데 지금으로써는 함께 걸어가는 "보편성"을 추구하고 그 보편성으로 독자들의 요구를 담아내 못할 때 독자들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 각각의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신문이나 잡지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신문들은 솔직히 보편성의 측면에서는 떨어지는 출발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철저히 보편성의 문제가 처음부터 관절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청취자를 얻을 수 있었고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그 무엇이라도 줄 수 있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 방송이 많은 것을 줄 수 없는 제도 속에서 갈등. 회의감은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보편성의 문제에 있어서는 "방송"이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현재 장애우들의 현실이 소식자체를 접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여태껏 일반 신문이나 일부매체가 미담·극복 등 "희한한" 얘기만을 다루어 왔지만 어떤 사건을 분석하고 그 사건 분석에 따른 새로운 방향 전개에는 미흡했다는 겁니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 즉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생겨난 것이 장애우 언론이라고 보는데 방송이 물론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말초적인 것만을 건드려 왔던 일반 언론을 조금은 걸렀다고 보는데 그것에도 만족 못해 신문이나 잡지 등이 생겼다고 봅니다.
그러나 자기 주장만 담고 있는 신문이나 방송만이 가치 있는 것처럼 생각해서도 안될 뿐 아니라 기타 언론의 경우 자꾸만 휴·폐간을 반복하는 것도 의식성·상업성의 문제보다는 운영 즉 행정에 있어 뒤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한 신문·잡지가 자신들의 의식성만을 과도하게 주장할 경우 그것은 신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팜플렛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 앞에 "장애우"란 말이 붙은 것은 그것이「장애우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 형식이나 운영마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기능 자체는 일반언론과 같되 보다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장애인의 문제라는 거죠. 장애우언론도 일단「언론」으로서 발전을 하면서 이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보편성에서 뒤지게 되며 그것이 현재 장애우언론이 처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정우영: 전제의 출발점이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귀희씨가 말씀하신 "보편성"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현상"을 모두 인정하는 상태에서 다양한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라는 것으로 알아들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 장애우언론의 현황과 역할에 대해 말할 때 궁극적으로 장애언론이 어떠한 지향점과 역사적인 보편성을 가져야 할 것인가, 결국 "인간해방"―평등사회―을 지향한다고 했을 때 불평등 구조가 고착·강화되는 현재를 보편적인 것으로 추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런 상태에서 다양한 정보제공은 결국 현실을 오도하는 것이 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아까 주 독자층의 설정이라는 말도 기존의 한계를 그대로 인정한 상태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기층장애인의 욕구는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는 변혁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정보전달이라는 언론의 기능과 함께 뒤 처진 의식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언론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저는 그것이 언론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라고 봅니다.
방귀희: 제가 얘기했던 보편성은 의식성과 상업성의 갈등의 문제에 대해 왜 이러한 것이 고민이 되어야 하는지 가치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두 신문의 경우가 상업성과 의식성의 측면으로 나눠진다고(?) 볼 수도 있는데 과연 그것이 옳으냐는 겁니다.
김규성: 제 생각에는 정국장님이 말씀하신 보편성이야말로 장애 대중의 본질적인 문제에 제대로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봅니다.
방귀희씨가 말씀하신 보편성은 어떻게 보면 "언론의 폭력성"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장애언론이나 독자의 의식 수준이 기초적인 단계라 할지라도 보편성의 가치는 나아가야 제도나 가치에 끼워 맞추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방귀희: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회를 주는 것은 언론사의 할 일이지만 결국 선택은 독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보수적이라고 했는데 그렇다고 조선의 모든 기사가 보수인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최소한 "신문"으로 모든 사람이 다 함께 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출발한다면 그 나머지는 독자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예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여성신문 같은 경우 여성해방 등의 여성 중심적인 기사를 쓰는데 여성독자들에게는 시원할지 모르지만 그 자체가 일종의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고 여성의 지위가 낮다는 것을 암암리에 표한 하는 것이라는 거죠.
전흥윤: 얘기가 좀 다를지 모르겠는데 저는 장애우 언론이 가져야 할 보편성을 얘기하기 전에 과연 이 사회에서 장에우들이 보편성을 인정받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부터 출발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보편성을 말하는 것은 장애우들을 억압하는 구조를 돕는 것이라는 겁니다.
김정열: 뭔가 좀 오해들이 있는 것 같은데 정리를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방귀희씨가 얘기한 보편성은 "형식" 문제인 것 같은데 정우영 국장이나 김규성씨는 "개념"으로 이해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장애언론이 "심하게 말해서 팜플랫 형태"라고 현 상태를 평가한 부분에 대해 좀더 짚고 넘어 갔으면 좋겠는데요.
백종환: 저는 보편성의 정의를 계층을 배제한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대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현재 신문유통의 보편성은 편집→광고→판매에서 판매→편집→광고로 바뀌고 있습니다.
따라서 판매 우선이 될 수 있는 요인은 전문지로서의 욕구 충족이라고 생각되며, 제 경우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인이 전문지로서의 욕구 충족을 시켜주지 못하고 상업성에도 실패하는 두 가지 문제가 합쳐진 결과로 보기 때문에 장애, 비장애의 모든 영역에까지 장애언론이 침투하는 것이 바로 "보편성"의 추구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열: 장애언론의 역할이 구조적인 문제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라고 할 경우 방송이 차지하는 한계가 너무 크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방귀희: 물론 장애인 문제를 전면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언론이라고 할 때 기존의 방송들을 "장애우 언론"이라고 까지 할 수는 없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보편성의 추구라는 면에서는…
김정열: 더 많은 얘기를 나누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부족해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언론 본연의 사명과 장애우언론의 역할에 대해 얘기하는 것으로 오늘 논의를 마치겠습니다.
정우영: 저희의 경우 창간 당시 국민연금의 형식을 택했던 것은 장애 대중의 의지와 결의를 모으기 위한 것이었으나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봅니다.
현재 언론을 이끌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그리고 있는 현실은 장애대중에게 단순히 장애인 아파트, 자동차세 감면 등 현상적인 욕구만을 키우게 된다는 것이죠.
정립회관 싸움의 경우 춘천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독자도 있었으나 이런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것이고, 기존의 장애복지 서비스 형태로 볼 때 장애우의 정치·사회적의식 수준은 평균을 밑도는 보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공감해야 한다"거나 "보편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는 것은 낮은 사회의식이 가져올 이러한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종환: 보편성의 문제를 하나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방귀희씨는 어떤 사건의 보도 태도를 그 신문사의 논조나 편집 방향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생각은 좀 다릅니다.
장애언론은 짧은 연륜 때문에 아직은 각 신문사마다 확고한 자기 시각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기자의 능력에 따라 사건의 보도태도가 결정된다고 보지 그것이 신문사 자체의 편집 방향 때문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김규성: 정국장님이나 박차장님의 경우 결국은 일상적인 문제에 대해 폭발적인 욕구분출이 없는 경우 대변의 역할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역할 여하에 따라 진보, 보수의 성격이나, 독자층 확보 여부가 가려질 것 같습니다.
방귀희: 지금까지의 논의가 결국은 보편성의 문제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더욱이 독자의 수준을 오늘 단정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독자들의 수준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에 오늘날 이러한 장애인 언론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봐요. 따라서 이렇게 다양하고 수준 높은 독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각자의 노력이 우선되어야지 일방적으로 독자의 수준을 낮춰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김정열: 지금까지 문제된 장애언론의 현황은 곧 장애관 전체가 이러한 문제를 뒷받침할 만한 힘이 없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오늘 비록 대부분의 논의가 문제제기로 그쳤지만 다음 더 활발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삼으며 오늘 얘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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