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의 눈]"좌초위기"의 고용촉진법
본문
고용촉진법
-"좌초" 위기에-
(전문)
4백만 장애우의 노동을 통한 사회 참여의 디딤돌인 "고용촉진법"이 마침내 자본가라는 마지
막 파도(?)에 부딪혀 휘청거리고 있다.
고용촉진법은 "좌초"될 것인가?
(본문)
<경총의 등장>
그동안 순충에 돛 단듯(?) 흘러가던 고용촉진법 시행령은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동
찬(코오롱 회장) 이하(경총)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9월4일 경총은 "장애자 고용관련 전문가 회의"를 열어 고용촉진법의 또 다른 당사자
인 자본측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혀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경총은 이날 최의에서 노동부가 발표한 시행령(안)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용에 대한 결
정권은 사용자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고 이에 대한 국가의 간섭·개입은 최소화 해야만 자유
기업주의 문화가 창달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첫째, "기업의 전근대적인 인사·노무관리 체제 때문에 의무고용사업장 규모를 3백인 이상
사업장으로 상향조정(노동부안 1백인 이산)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이며,
둘째, "…과중한 육체적 부담이 가는 건설업이나 광업등에서 장애인이 일한다는 것은 누구
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며 "그로 인한 동료사원과의 갈등 등 정신적 고통을 감내할 수가
없을"뿐 아니라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 직접 고객과 상대를 해야 하는 직종에서는 고객에
대한 불쾌감 조성 우려 때문에 장애인을 고용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적요제
외 업종을 명시해야 하고,
셋째, "…현재 5~8%의 국가유공자 고용이 강제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장애인의 과다
한 고용을 강제함은 기업을 더욱더 곤경에 빠뜨리고 말"뿐 아니라 "89년말 현재 33만명의
온전한 실업자(총실업자 45만 장애인 실업자 12만)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구제책도 무시못할 급선무"이기 때문에 "의무고용비율을 91년에는 0.5%, 92년에는 0.8%,
93년 이후는 1%의 의무고용이 합당"하며,
넷째, "단지 10명의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한 사람의 인원(직업생활상담원)이 매달려야 한
다는 것은 기업의 지나친 부담"이기 때문에 "장애인 직업생활 상담원을 둘 것인가 말 것인
가는 기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최소한 5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에 한해 이를
강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에서는 이와 함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적용 제외 업종을 밝혀줄 것과 경미한 산재
장애우를 포함 할 수 있도록 장애우의 범위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의견서를
경제기획원, 상공부, 노동부등 관계기관에 보내고 "이 의견서에 대한 어떠한 반응에도 개의
치 않겠다."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불붙은 장애우의 분노>
한편 경총의 예상치 못한(?) 반대에 부딪힌 장애우단체 등에서는 즉각 경총의 고용촉진법
무력화 기도에 맞서 성명서와 반박문을 발표하는 등 경악과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먼저 지난 9월10일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및 장애인복지법개정을 위한 4백만 전 장애인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김성재 이하 공대위)는 노동부, 보사부, 상공부 등 고용촉진법 시행
령제정과 관계가 있는 각 정부 부처에 의견서를 보내 시행령(안)에 대한 장애우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공대위는 이 의견서에서 첫째, 장애우들의 욕구중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재활방법은 바
로 고용과 취업임에도 현재 장애우의 실업률이 70%를 넘고 있기 때문에 노동부가 제시한
백분의2 정도의 기준고용율로는 열악한 취업구조를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현 실정에 맞도
록 기준고용율을 백분의5로 상향 조정 해야하며,
둘째, 현재 취업중인 장애우의 90% 이상이 상시고용근로자 99명 이하인 사실에 비추어
적용대상 사업장을 상시고용근로자 20인 이상의 사업체까지 확대하지 않을 경우 현재의 고
용실태와 전혀 맞지 않아 결국 이 법은 또다시 장식적인 법률로 전락해 4백만 장애우를 속
이는 결과만을 가져오게 될 것이 분명하고,
셋째, 그동안 기업체들이 장애우에 대해 행한 취업거부 사태 등을 종합해 볼 때 장애를 10
인 이상 고용하지 못하는 사업체가 주류를 이룰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10인 이상의 사업체
에만 직업생활상담원을 두겠다는 것은 이 법의 본질을 외면하고 기업주의 입장만을 반영하
겠다는 것이며 법 적용의 형평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9월17일 한국지체장애자협회(회장 장기철)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비인도적, 반민중
적 작태를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총에 대표단을 보내 "경총의 의견서는 고용촉
진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기 위해 경영권 침해를 빙자한 책임회피이며, 노력의 결실로 자립
하겠다는 장애우의 의지를 꺾는 편견적 발상이며 폭거"라고 반박하고 "가진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러한 비인도적인 작태의 근절"과 함께 경총의 주장에 대해 「즉시 철회」할 것
과 로비활동이나 기업주의 엄살에 뒷북이나 울리고 다니며 이용당하는 소신 없는 정부정책
과 행정"의 일관성을 촉구했다.
<퍼져가는 파문>
나흘 뒤 9월21일 한국 DPI(대표 송영욱)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장애우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의 축소 주장에 대한 한국 DPI의 입장"이라는 반박문을 통해 처음으로 경총
의견에 대해 구체적인 비판을 가했다.
DPI는 경총의 고용에 대한 결정권 운운에 대해 "특정집단에 대한 고용회피로 인해 상상을
초월하는 소외 상황에 봉착해 있는 현실에 비추어 이는 이미 자율성의 한계를 넘고 있으며,
국가개입을 탓하기 이전에 지금까지 행해온 장애우에 대한 집단적 고용회피를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중 1백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2백
9십2만명에 불과해 전체 노동자의 30%정도이며, 이는 서독 16인 이상, 영국 20인 이상, 프
랑스 10인 이상, 화란 20~50인에 1인의 의무 고용율을 실시하고 있음에 비추어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이 법의 실시에 근본적인 회의를 제기하는 것이며, 4백만 장애우의 생존권
을 무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적용제외업종에서 서어비스 업종 등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우에 대한 편견에서 나온
것으로 즉각 시정"할 것과 쟁점이 되고 있는 의무고용율 1%하향조정에 대해 "현행안내로 1
백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2%의 의무고용을 실시할 경우 장애우 고용효과는 4만9천6백명으
로 추산"됨에 비해 "경총의 주장대로 3백인 이상의 사업장에 대해 1%의 고용율을 실시하면
고작 1만 5천9백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제안이며, "장애우의
개념을 확대하자"는 경총의 제안목적은 경미한 장애를 포함시켜 이들을 중심으로 고용율을
채우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장애우가 취업환경에 적응하는 것의 중
요성" 때문에 직업생활상담원의 겸임이나 규모 축소보다는 오히려 "청각장애우의 경우 수화
통역사의 배치에 대한 구정 신설이 검토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러한 성명서와 반박문등과 함께 서울지역 장애인단체협의회(의장 양동춘, 이하 서
장협)는 지난 9월24일 h임을 갖고 경총등 사용자 단체의 명백한 고용촉진법 시행축소에 대
해 공청회등 공개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경총등 사용자단체에 방문단을 구성 항의와
설득을 해 나가면서 필요할 경우 대중집회를 열어 장애우의 단결된 힘을 과시해 고용촉진법
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 싸워나갈 것을 결의했다.
<과연 뜻밖의(?) 반대였는가>
한편 이번 고용촉진법시행령(안)에 대한 경총등 사용자 단체의 축소, 왜곡에 대해 많은 장
애우와 단체들이 "충격"이나 "뜻밖의 일"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허둥지둥 거리는 것은 과
연 무엇을 말해주는가.
지난해 대중 집회와 끈질긴 당사 점거농성등 단결된 장애우의 힘으로 고용촉진법이 만들어
지고 복지법이 전면 개정된 이후 고용촉진법 운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고용촉진공단의 경
우 "설립위원의 위촉여부 및 정관은 특별히 비공개로 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 사항이나 지금
까지 어떤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이에 대한 문의를 받은 사실조차 없음." -노동부회신 중-일
정도로 철저하게 관심이 없었을 뿐 아니라 공대위, 서장협 등 장애인단체들도 거의 제 기능
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약해져 버렸다는 것은 마치 법만 만들면 모든 것이 해결 되리라고
믿었던 짧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욱이 경총의 반대를 뜻밖이라고 여기는 풍토가 지배적이라는 점에 이르러서는 장애운동
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무거워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상대 없는 싸움(?)을 벌여왔기 때문이며, 이제까지의 장애운동이 참으
로 본질적인 문제-생산자로서의 사회참여-보다 복지서어비스인 대상자인 추상적인 장애우
개개인의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항간에는 경총등 사용자 단체의 위세와 힘에 지레 겁을 먹고 "결국 그들(사용
자단체(의 뜻대로 되고 말 것"이라느니 "실지로 취업할 만한 자격이 잇는 장애우들이 그렇
게 많이(?) 있기냐 하느냐"는 식의 어이없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극도의 패배감에 젖어 아
무런 대안도 전망제시도 하지 못한채 그저 주인(?)이 끄는 대로 끌려 다니는 사람들마저 나
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패배주의는 반드시 경총이 주장하는 "의무고용은 직업 안정법 11조에 한하고 나머
지는 권장하고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로 후퇴할 것이 분명하다.
직업 안정법 제11조에 나와 있는 "신체장애우 "우선" 취업직종"은 시계수리, 전자 단순조
립, 양재, 목공예, 안마, 침술 등 "우선"자만 빼면 그대로 「신체장애우 취업직종」이라는 무
시무시한 괴물로 변하며, 이것이 바로 고용촉진법을 낫게한 근본적인 원인임에도 또다시 그
구렁텅이로 처박힐 것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표1> 신체장애인(우선)취업직종
또한 경총에서 장애우 의무고용을 낮추기 위한 이유로 들었던 국가유공자의 경우 하루 상
시근로자 16인 이상의 모든 업체를 목재제조업, 언론·통신업, 은행 및 금융업, 서어비스업
등 21개 업종으로 나눠 각각 5%에서 8%까지 의무고용비율을 정해 놓았는데 이는 기술적
인 축면에서 장애우의 경우에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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