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좌담]
본문
지난 80년대 말 양대 법안 투쟁으로 힘차게 타올랐던 장애우 운동의 불길을 90년도에는 어
떤 모습으로 어떻게 피워내야 할까.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상황은 민자당 출범과 노태우·고르바초프 회
담 등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태로 전개되고 있으며, 연이어 터지는 복지관, 시설의
부정과 비리 등으로 장애우 운동의 방향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법안투쟁에서 보다 구체적
이고 현실적인 삶의 문제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에 함께걸음에서는 그동안 장애우운동의 이론 정립과 실천에서 앞장섰던 각 단체의 관계
자들을 초청해 80년대 장애우운동의 성과와 오류 그리고 90년대를 맞아 장애우 운동이 나아
가야 할 바에 대해 진지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편집부>
신: 안녕하십니까.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오늘 이렇게 참석해 주신 여러 토론자들게 먼저 장
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대신해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 사업의 계획이나 운동의 방향을 세우는 데에는 현실이 올바른 파악이 선결과제라는 생
각이 듭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90년도 오늘 우리 장애우의 실태에
대해 각 단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봅니다.
제도적인 측면, 장애우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 그리고 조직적인 측면으로 각 단체의 활동
상황까지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것으로부터 얘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양동춘 서장협 의장님께서 서두를 열어두시죠.
양: 지난 80년대는 하나의 이정표로 법안이 우리에게 나타났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80년대
의 모든 잡다한 문제도 그것 하나로 잘되었다고 만족하고 지내왔는데 솔직히 여기에 구명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지난번 서장협 대동제의 공청회에서도 뼈저리게 느낀 것인데 어렵게 만들어 놓은
"틀(법안)"에 담겨진 내용이 우리의 예상하고는 너무 달랐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요구
한 것을 문자화하는 과정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습니다만 끝내는 인식들이 바르게 되어 있지
않아 시행령의 구조라든지 또는 행정 담당자들과의 만남에서 오히려 장애(벽)을 느껴야 하
는 고통을 겪으며 아직까지 장애우의 전반적인 상황은 제자리걸음이 아닌가 하는 아픔을 금
할 수 없습니다.
신: 예, 잘 알겠습니다. 김정열 사무국장님이 덧 붙여서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기 바랍
니다.
김정: 먼저 80년대는 70년대와 달리 민중의 목소리가 제자리를 찾는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는 나름대로 민중의 주체적인 활동이 활발했던 시기였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
해 우리 장애우 쪽에서도 80년대 중반부터 자기 목소리를 찾기 위한 주체적인 모습들이 나
타났다고 봅니다.
이제까지 "장애판"이 『어떻게 하면 장애우를 도울 수 있을까』하는 봉사자나 사회사업가들
에 의해 주도되었다면 80년대는 장애우 스스로 일어서는 주체적인 모습이 많았으며 이러한
것들이 "장애판"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강한 "주체성회복"의 움직임과
더불어 "양극화"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 "양극화"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양극화의 현상 나타나?>
김정: 먼저 이념적인 면을 살펴보면 이제껏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기성단체들은 장애우문
제를 감정적으로 풀어나가는데 일조를 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감정적이란 것은 개개인 역
량 있는 종교인들의 청원을 통하거나, 아니면 종교적인 입장에서 일을 풀어나간 것을 말하
며 그런 것들이 여러 부분에 걸쳐 장애문제를 사회문제로 부각시키거나 홍보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와는 달리 주체적인 모습을 보인 장애단체에서는 선도성과 진보성을 표방하면서 기존의
단체들을 "치고"나왔는데 그러면서 점점 기성단체와의 괴리를 느끼게 된 것이죠.
또 하나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복지법과 고촉법 등 장애문제와 관련이 있는 두 법안이 일단
국회를 통과했고 실행을 앞둔 단계인데 우리의 힘으로 얻은 제도적인 것들을 활용해 장애문
제를 풀어가려는 쪽과 두 법안을 만들 때는 관심이 있었지만 법안의 한계를 지속적인 관심
보다는 사회적인 변혁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쪽으로 나누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안: 양의장님과 김사무국장님이 말씀하신 장애우의 현 실태에 공감합니다.
우리가 지난해 양 법을 통과시키면서 많은 부분에서 장애우의 삶이 향상되리라고 기대했지
만 그 역시 현상적인 것에 그치고 말아 다시 한번 현 정권의 기만적인 술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으며 80년대를 마감하고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악화되
었지 나아진 것은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현정부가 반민주화로 나아가면서 성장우선정책으로 복지를 뒤로 돌려버려 오히려 장애우들
이 받고 있는 고통은 더 심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실례로 신망애 등이 아직도 해결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등 현 상황은 고통과 그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대립 양상이 더욱
첨예화됐다고 봅니다.
신: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이안: 제가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민주사회 건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민주세력들이 장애
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으며, 사회모순을 해결해 나가는 그들의 움직임 속에서 장애
문제까지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적인 면에서는 김 사무국장님과 조금 의견이 다릅니다. 이제까지 우리와 관련된 제도나
법안처럼 현상적인 것들만 해결하면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조직과 싸움
을 꾸려왔는데 그러한 싸움들- 양 법안 싸움까지 포함해- 만이 올바른 장애문제 해결의 모
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기성단체와 청년의 인식의 차이가 아니라 문제해결의 근본적인 원인을 보는,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좀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봅니다.
신: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현 장애우의 상황이나 실태를 제대로 인식해야
만 앞으로 운동의 방향이나 성격이 정해지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 각 단체의 입장에
차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현실의 인식에 관한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장: 제 경우는 지금 우리의 장애운동이 아직은 맹아적인 단계가 아닌가 합니다. 과연 우리가
지금 우리의 현실에 근거한 싸움을 벌여나가느냐 함에 있어서 고양된 싸움이 아니라 사안적
인 싸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그런 사안들이 해결되면 곧 주춤하고 움츠
러드는 면이 상당히 많았으며, 이제까지 우리가 받아왔던 시혜적이고 굴종적인 부분들도 여
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그 동안 장애우의 현실에 맞지 않는 사안들에
대해 외면하거나 도외시하는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며, 이러한 한계는 장애우 개개인과 단체
들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는 조직의 상층부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의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현실을 공유해 내고 그러한 고민을 집약·집중
시켜 현실에 근거한 싸움을 해 나가는 것이 현재 드러난 장애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이
라고 할 것입니다.
<운동논리의 통일이 필요해>
김대: 지금 문제제기가 잘 못되고 있다고 봅니다.
장애우의 실태와 장애운동의 실태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장애우의 실태에 관해 일반적인 인식과 조직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전보다 상황이 조
금 좋아지기는 했으나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우리가 쟁취한 양 법안은 관련된 수
많은 법안 중 극히 일부분이며 교육·의료·교통·아동·노인 등 엄청난 문제에서 겨우 모
래알 하나를 집어 든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따라서 현 상황은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신아원 사건 등 악화 된 상황이 이제
드러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됩니다.
그에 비해 장애운동이 실태는 많이 나아졌다고 봅니다. 장애운동은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조직적 측면은 이제부터 많은 얘기를 서로 나누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의식적
측면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장애운동의 의식적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운동 논리가 통일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
다.
또한 지속적인 운동논리를 키워낼 수 있는 교육의 장- 소위 재야의 민중학교 같은 것-이
없으며, 회보, 신문 등 의식의 변화를 위한 중요한 수단들이 아직 의식을 깨우칠 만한 운동
논리를 스스로 세우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구사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별 단체나 동아리들에서 부분적으
로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그런 것들이 전체적으로 통일되지 못하고 개개인의 차원에서 머물
고 맙니다.
조직적인 측면에서 간단하게 장애운동을 살펴보면 장명우씨가 말씀하신 『맹아적 상태』라
는 규정에 동의합니다. 장애운동의 모습이 실천 속에서 정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조직들이 미약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노력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신; 예, 잘 들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이 장애우의 실태에 대해, 그리고 두 번째가 장애운동 특히 활발히 움직였던
88, 89년을 중심으로 우리운동의 성과와 오류를 지적하고자 했던 것이었는데 부분적으로 논
의가 비약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이재원씨가 두 부분을 모두 간단하게
정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재: 기본적으로 장애우와 장애운동의 실태에 대해 방금 발언하신 김대성씨 의견에 전적으
로 동의합니다. 특히 장애우의 실태라는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고치고, 깨쳐 나가야 할 부분
으로 상정한 대상이 실제 내용에 있어서의 변화가 극히 미약하다고 봅니다. 또한 장애운동
의 실태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운동논리가 부재하고, 기존의 논리도 통일되지 못했으며, 교육
의 장이 부족하다는 등의 논의는 의식적 측면·조직적 측면과 무관한 점에서 끌어왔던 실천
이란 것들이 굉장히 산발적이었고 막강한 조직력의 결여, 특히 대중과의 괴리 속에서 진행
되어 왔기 때문에 논리가 설 수 있는 과정이 미흡했고 미약하나마 생겨난 논의조차 집회나
실천공간 이후 논리를 정리할 조직적 기반이 미약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여러 단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개의 의식적인 운동 논리의 정립과 교육·홍보 같
은 것들은 계속 추진되어야 하며 그와 함께 이를 비약시키기 위해 조직적 차원의 움직임 즉
운동논리의 활발한 교류와 토론이 올바른 논리정립을 위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특히 김정열씨가 말씀하신 장애운동의 양극화 현상 즉, 기존의 개인이나 종교단체의
역량에 의한 움직임과 선도성을 주장하는 장애단체들의 움직임이 서로 갈라지고 있다는 것
에 대해 저는 두 가지 모두가 문제점이있다고 봅니다.
신: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이재: 법안이나 제도 등 현상적인 것에 기반을 둔 운동을 해 나감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관
철되고 선전, 선동되어야 할 것은 그러한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해결책과
현재의 상황에 대한 철저한 인식입니다.
둘째, 선도성을 표방하는 장애 단체들에 대해서는 현재의 단계분석, 대중성 확보 아니면 현
재 장애운동 단체들의 역량을 분석함에 있어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단계에서 철저하게 필요한 것은 미약하게 생겨나고 있는 조직들에 대한 규합과 의식적
인 담보라는 부분에 사업과 실천공간이 맞춰져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한 차원 뛰어 넘
은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양: 제 입장에서는 장애운동이라는 것을 꼭 민중운동의 그런 논리로만 풀어 가는 것에 대해
는 다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많은 분들이 두 법안 문제가 장애우문제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거론하셨는
데 저는 그 두 법안은 4백만 장애우에게 대단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 법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우리 운동이 장차 앞으로 한 발도 더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고 그것
은 공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시점에서 우리가 허탈한 것은 우리의 뜻과 의지가 담기지 못한
시행령 때문인데 그렇다면 이를 외면하느냐 아니면 애쓰고 힘썼던 만큼 다시 한 번 남은 힘
을 모아 달려들 것이냐는 것은 "시기"의 문제이고, 시기를 무르익게 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저변 확대가 기본일 것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장애아동으로부터 시작해 노인까지 그들 나름대로의 욕구에 걸 맞는 프로
그램- 현장성-을 가짐으로 정부측의 하향식 행정과 맞아떨어지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격
렬한 거리싸움만이 운동의 최선은 아니라고 봅니다.
김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애운동"이 무엇이냐는 것부터 논의되어야 하리
라고 봅니다. 저는 장애운동을 다음 두 가지로 분류해 봤습니다. 첫째, 장애운동은 인권차원
의 운동이고 이익집단 차원의 운동이다. 둘째, 장애운동은 사회변혁 운동의 차원이다.
이 두 가지 견해는 서로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가 운동을
하고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시각이 필요합니다.
저는 장애운동을 사회변혁운동차원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장애운동이 인권이나 이익집단 차
원의 운동이 되면 사회구조의 한께 때문에 제약받고 변질되어 "장애우가 인간답게 대접받고
살아가는 사회"에 도달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 - 이익·인권 차원-을 모두 포함해
서 결국 궁극적인 사회변혁차원까지 도달해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시각에서만이 현재 장애운동의 경과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
다.
양: 물론 그것도 운동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겠지만 너무 그 쪽을 염두에 두고 달려가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데 과연 우리가 그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도
또 충전시킬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이제는 재충전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구체적인 장애우의 욕구를 담을 수 있는
곳을 살펴보아야 하며, 그런 곳들을 격려하고 거기에서 또 다른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봅니다.
솔직히 우리의 운동은 "복지"아닙니까?
장애우의 열악한 삶을 구조 갱신하는 문제는 결국 "복지"로 나타나야 하는데 이제 드러나기
시작하는 양극의 조화가 없다면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다고 봅니다.
<원칙의 통일과 다양한 실천>
김정: 어떠한 운동이던 논리나 실천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을 절대적이고 도식적인 눈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아까 김대성씨가 말했던 통일성에 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해 봤습니다. 원칙적인 부분에 있
어서는 물론 통일성을 가져야 되겠다. 이는 마치 축구시합의 목적이 골을 넣기 위한 것임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골을 넣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술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본 원칙이 같더라도 결과에 이르는 데에는 상당히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어떤
방법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바로 운동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의식이나 논리를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 무조건적으로 도
입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냐는 거죠
제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논리들은 그때그때 다양한 실천 속에서 검증되면서 논리를 키우고
정당성을 부여받아야 그 부분 운동의 뿌리가 깊어지고 커 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재: 저는 원칙의 대상이 어떠해야 하고 차원은 어떠해야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제
가 보기에 분명히 원칙의 차원은 보다 본질적이고 보다 광범위해야 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장애운동의 주체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장애우가 되어야 하며, 거기서 풀어갈
것은 이 땅 장애우 전체의 현실과 현실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봐요
그렇다면 과연 이 땅 장애우가 겪는 아픔과 이 땅 노동자가 겪는 아픔이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 볼 때 분명히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따라서 장기적 전망과 전체적
차원에서 세워져야 하는 장애운동의 원칙 역시 민중이라는 계급적 관점에서 세워져야 하며,
단순히 지엽적이고 현상학적인 검증만을 주장하는 것은 경험주의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 저는 우리가 80년대에 해왔던 것들을 이제 90년대 들어와서는 정리를 해야 한다고 봅
니다.
89년까지 우리는 법안투쟁을 강력하게 벌여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이 법안 투쟁이 양의장님
말씀대로 어떻게 되었습니까. 많은 부분에서 우리들의 요구가 삭감되고 정치가들의 정략분
파 타협에 의해 기형적인 법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아무리 우리가 다시 법안 싸움을 한다해도 또다시 기형적인 법
이 나올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법안투쟁은 상당한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제 그러한 싸움을 마무리짓고 2단계 싸움을 준비해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법안싸움에만 매달려서 장애우들이 가장 아파하고, 고통받는 부분에 눈
을 돌리지 못 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또 다시 법안 싸움에 빠지게 될 경우 엄청난 힘이
소모되기 때문에 더 이상 이 문제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실천"으로의 전환이…>
김정: 지금 현실적인 실천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이제까지 장애운동의 실천에
서 분명한 자기 논리와 선진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는 원칙적인 당위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접촉하면서 현장이라는 것이 상당히 다양한 모습으로 뿌리박고
있으며 그 각각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기존의 논리만을 가지고 이것을 풀어가려는 도식
적인 실천으로는 대중성도 얻지 못하고 우리의 힘만 약해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어느 시설- 약 120여명의 정신지체장애우가 있는-에 간 적이 있는데 저녁
에 수련회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식사시간이 되어 같이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먹는 밥은 제가 태어나서 이제껏 먹어본 적이 없는 참으로 형편없는- 그나마 그것도 나아
진 것이라고 하더군요-것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선진적이고 선도적인-사회변혁으로 장애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의식에서 소
위 장애운동을 한다는 사람들과 의식이 꼭 같지는 않더라도 일년이 될지 십 년이 될지 모를
그 열악한 환경에서 젊음을 바쳐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과연 그들을 의식이 없다고 매도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장애운동이 그런 것들을 치
유하는 것이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장애문제를 풀어나가는 논리는 다
양한 현장에서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정리가 되어야지 기존의 운동
논리에 도식적으로 꿰 맞추는 것은 장애운동이 논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 김정열 사무국장께서 각각의 현장 특성에 맞는 새로운 실천의 모습을 제시해 주셨는데
도 다른 의견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으시면 반론을 제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재: 방금 김정렬씨가 말씀하신 것은 선차적이고 본질적인 원인과 부차적인 결과를 혼돈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우리와 가까운 아픔들만을 고치려고 한다면 전체적인 전망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것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지금 장애운동 선상의
최전방에 서있는 단체로 서장협과 서장청연을 꼽을 수 있는데 저는 이 두 단체 모두를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장협과 서장청년은 서로 역할분담이라는 차원에서 아
주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즉 서장청연은 전체적인 과점과 선명성에 있어서 그리고 서장협
은 법안 싸움 등 경제투쟁 부분에 있어서 각각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성장협과 서장청연이 실천적인 공간에서 원칙적인 면에서 서로 동의를 한다 해도 조
직적인 관점에서 지금과 같이 분열된 듯 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전체 장애운동의 발전
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또한 서장청연 측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과 접목되는 부분에서 너무 성급하고 단계를
무시하는 듯한 경향이 발견되어 양쪽 모두에 변호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다시 요구되는 "자주성">
장: 제 경우 장애운동은 우리의 현실과 실정에 근거한 주체적인 움직임이 되어야 하며 또한
장애 문제만의 독특함을 도외시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 도
식주의와 교조주의는 반드시 벗어나야 되며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자
주성"의 문제입니다.
장애문제는 전체 운동 속에 포함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우리스스로 풀어나가야 되며,
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지는 논리가 바로 올바른 장애운동의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김대: 운동은 "움직이고 변화, 발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운동은 어려운 현실을 보고 마음
이 아파 "이 사람들을 돌봐줘야겠다"는 봉사활동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봅니다.
본질이 다른 것과는 서로 통일을 시켜낼 수 없는 것이며, 힘이 있어야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교조주의도 독단도 아닌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운동전개의 원칙으로는 "핵심고리"
부터 풀어야 합니다. 가지에만 매달려 가지고는 뿌리에 도달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그것을 제거해야 잉크방울 하나가 물 전체로 번지듯 그렇게
퍼져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을 풀어 가는 과정에서 그에 알맞은 논리전개와 조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신; 지금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서장협과 서장청련의 문제도
제기하신 것 같고 기본적인 원칙을 공유하면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는 위상에 관해서도 거
론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서장협과 서장청련 뿐만 아니라 총연맹과 지방조직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꾸릴 것인가 하는 조직화의 문제와 함께 서장협과 서
장청련이 가지고 있는 조직 내부의 문제점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까지 솔직하게 토론
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서로 믿고 받아들이는 만남이…>
이안: 원칙적으로 공감되어야 할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전망을 세운다해도 우리
의 힘은 강화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양: 그래서 만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해 법안 싸움으로 분위기가 절정에 올랐을 때처
럼 그런 모양의 만남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쪽에서 폭 넓은 얘기를 할 때에 어느 정도
까지 그것을 수용하려는 노력과 그 쪽에서 주장하는 격정적인 운동의 상황을 서로 받아들이
는 의지를 바탕으로 서로 믿는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탁상공론의 논의는 제자리걸음이
라고 봅니다.
장; 총연맹이나 서장협, 서장청련의 활동에 대해서는 전지대연의 자기 비판과 함께 발전적
인 상호비판이 필요할 것입니다.
먼저 서장청련이 준비위 발족과정에서 전지대연에 가한 비판-아무런 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이 전지대연의 본질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형식적이고 현상적인 비판이며, 그러한 비판이
서장청연 전체 회원들 속에서 나온 것이냐에 대해서도 다소 의문점을 갖고 있습니다.
오히려 서장청련이 전지대연에 대한 비판을 통해 조직 건설의 정당성을 부여받고자 한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면에서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물론 전지대연도 올해 장애우의 날을 맞아 아무런 실천적인 행동을 하지 못했던 부분을 반
성하고 있으며, 하반기 운동의 목표로 현실적인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91년과 그 이후 복
지를 정착시키는데 가장 필요한 재정확보를 위한 예산확보 싸움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이재: 현재 우리 상황이 총연맹, 서장협, 서장청련 전지대연을 망라한 사업구상에는 어려움
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이렇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서장협, 서장청련, 전지대연은 각각 현재의상황을 분석함에 있어 기본적인 차이을 가지고 있
으며 정세분석이 다른만큼 실천방안에서도 일정한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이러한 상황에서 각 단체들이 최소한의 공유점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는 한 예산 투쟁이 벽에 부딥혔을 때 새롭게 우리 운동의 방향을 찾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장애운동은 또다시 커다란 타격을 받고 퇴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서장청련의 활동과 목표에 대해서는 참가 단체에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던 것으
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서장청련의 전체적 관점과 위상에 관해 일
속에서 가까이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감정적인 비난만을 일삼는다면 최소한의 역할분
담 마저 어렵게 되리라고 봅니다.
현재 상황에서 각 단체를 올바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지도부만의 만남이라도 계속 이루어
져야하며 한 발씩 서로 자신의 입장을 물리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전국장애인청년엽합을 꿈꾸며…>
이안: 서장청련 준비위를 띄우면서 받았던 비판들을 저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준
비위에서 발표한 문건들에도 나타나있듯이 결코 다른 단체를 비판함으로써 서장청련건설의
정당성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가 목표하는 것은 총연맹처럼 머리만 있는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장애문제를 대변
하고 해결 할 수 있는 실천력을 가진 조직입니다.
또한 현재 서장청련과 서장협의관게가 미교하다는 말들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시각이 아닌
가 합니다. 서장청련은 처음부터 서장협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활동하겠다는 것을 결의
하고 출발했으며 실질적으로 서장청련을 꾸린 청년단체들 또한 모두 서장협에 가입되어 있
는 상태입니다.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각의 차이는 분명히 있으며 그것은 아직 검증 단계이기 때문에 어
느 쪽이 옳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봅니다.
서장청련의 첫전째 사업이 민중운동 세려고가읭 녀대로 장애문제를 정치 문제화 하는 것이
었는데 이는 아직 서장협으로서는 그런 일들이 어렵다고 보고 서장청련이 장애해방으로 가
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입니다.
서장청련은 앞으로 전국 장애우 청년연합을 꾸리기 위한 조직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이
는 결국 서장협의 조직 강화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양: 제 생각에는 하반기의 가장 중요한 일은 교통정리가 아닌가 싶어요
총연맹이 더 이상 허울좋은 이름만 매세우지 말고 명실상부한 구심체 역할을 해야 할 것이
며, 그렇게 될 때에만 서장협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음,서장협과 무관하게 긍정적인 측면에서 서장청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서장협의
주요 구성체들이 전현 상의없이 떨어져 나간듯한 인상을 준 것은 그냥 묵과할 수 없으며 심
하게 말하면 서장협을 분열시키는 저해행위라고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
는 다시 힘을 재충전해서 우리가 분열되고 허덕이기를 바라는 세력들과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며, 문제거 터지고 있는 현장을 들추어내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켜야 하며 이것이
바로 장애우의 진정한 권익을 대변하는 길이 되리라고 봅니다. 그럴 경우 다소 침체기처럼
보이는 지금의 시기가 이해되 럯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 너무 자신들이 이익에만 매달려 다른 단체를 비난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경
계해야 할 비민주적·비윤리적 행위일 것입니다.
물론 공유점이 없으면 우리 운동은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외골수의 운동논리도
그 한계가 곧 닥칠것입니다.
이안: 서장청련을 건설하면서 저희 뜻과 무관하게 장애운동 세력이 분열한 것처럼 보였다면
이 기회에 제대로 해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정상에 다소의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나 청련 연합도나름대로의 뜻과 내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 막연하게 가졌던 불신의 벽을 해소하고 애정어린 격려와 비판을 해주셨으
면 합니다.
<보다 더 현실로, 보다 더 실천으로>
김정: 87년 이후 장애운동이란 말을 많이 써 왔지만 이제까지 우리 운동이 철저하게 객관적
인 장애우의 상황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환경 중심의 장애운동이 아니었나 스스로
반성을 해봅니다.
다양하게 뿌리 박고 있는 현장의 실천들을 간과한 것은 커다란 오류엿다고 반성하면서 과연
장애문제란 것이 무엇이냐부터 다시 출발해야 하리라고 봅니다.
또한 자애웅녿이 대중에 뿌리박고 조직이나 연대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보다 더 현실적
인 면에 시간을 투여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사람사는 세상을 성취하기 위한 실천의 기초가
아닐까요
이재: 서장협과 서장청련의 관게는 올해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장애운동을 이끌어 나감에 있
어서 핵심고리이기 때문에 최소한 지금의 상황을 오해하거나 호도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사업의 성과를 운운하기 이전에 인간적인 부분의 접근이 서로 필요하며 이것이 원만하게 진
행된다면 향후의 일에서도 많은 성과를 얻어내리라고 봅니다.
김대: 우리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분명 "장애우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r서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통일된 전국조직을 꾸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간단하지는 않겠지만 제 생각에는 5년이나 10년 뒤에는 가능하지 dskgrpT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또한 이러한 통일된 조직을 꾸려갈 운동 논리를 세우기 위해 교육과 홍보 그리
고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 지금 일어나고 있는 조직의 갈라짐을 분열로 보지는 않습니다만 내용의 통일은 꼭 필요
하다고 보며 이러한 노의를 수렴하기 위한 창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이후 장애운동의 논리와 방향이 정리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신: 예, 장시간 열띤 토의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여러면에서 다소 부족하고 다루지 못
한 점이 많아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조그만 밑거름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 어려운 시간 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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