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3]장애우 노래극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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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길을 거다 등에 툭 튀어나온 꼽추소녀가 방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 육교 밑에서, 위에서, 길바닥에서 몸에 냄새가 나며 누워있는 장애우 소녀에게 따뜻한 눈길 한번 준 적이 있는지
"어쩌다가 밖에 나가기만 해도 그 꼴에 어딜 쏘다니냐구 야단치구요, 술만 취하면 병신을
낳았다구 엄마를 마구 때리구요. 절 보고는 병신이 집에 있으니까 재수가 없다고 마구 때린
답니다. 그럴 때면 엄마는 절 꼭 껴안고 눈물만 흘린답니다. 달님, 전 아주 멀리 가고 싶어
요. 제발 저 좀 데리고 가 주세요 네? 달님"
그래서 13세 꼽추소녀는 무작정 집을 떠나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음식점 찌꺼기를 먹으
며 거리를 헤메다 외로움을 못 이겨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손춘익 원작 동화 "달님과
꼽추"가 노래극 형식으로 무대에 올랐다. 인천에 위치한 "노틀담장애자교육원" 대강당에서 7
월 21일 공연된 이 노래극은 소리패가 기획하고 제작을 하였다)
주제가 단순하고 무대장치도 없이 슬라이드로 배경을 대신했으며 한 명의 출연자, 전체를
이어주는 장황한 해설로 자칫 지루해지기 쉬웠으나 14명의 장애우들이 불러주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13곡의 노래와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기에, 또 출연자의
애잔한 연기로 관객들 틈에서 자주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 이 노래극을 생각한 사람은 이 교육원 1기 총학생회장이자 "소리패"의 일원이기도 한
강덕원 씨. 그러나 소리패와 교육원은 서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각자의 빡빡한 일정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당사자인 원생들이 꺼려했고 소리패들도 원생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
을지 의심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리패들이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에 와서 연
습과 식사도 같이 하며 대화를 하는 동안 원생들은 형과 누나처럼 따르기 시작했고 즐거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하루 4시간의 연습에도 불구하고 원생들이 첫 경험이라는 것과 예기
치 못한 상황발생으로 만족치 못한 분위기에서 시간에 쫓기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함에도
그들은 해냈고 극이 끝나고 복받치는 감정으로 서로 얼싸안고 자축했다.
이 극의 성과를 따진다면 극의 질보다 비장애우(소리패)와 장애우 그리고 열렬히 지원해 준
교육원 측이 이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움츠려들며 나서지
않으려는 장애우들을 연습시킨 소리패와 시종 용기를 북돋으며 지켜봐 준 수녀들, 그리고
장애우들의 정직한 연기가 이 극을 감동적으로 이끌었다.
노래극이 끝나고 교육원 담당 수녀들이 찬조 출연해 성가 한 곡과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합창하며 막을 내렸다.
소리패를 이끌고 있는 김현성씨는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다시 이런 공연을 하겠다며
"장애우들이 자신의 장애를 핑계로 남에게 의지하려거나 나서지 않으면 도와줄 사람은 없습
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일어나 할 일을 찾는다면 그 옆에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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