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초점] 말잔치로 끝난 장애우복지 종합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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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 장애자 복지대책위원회 (회장 천명기)는 앞으로 정부의 장애우 정책의 기본 틀이 될 "장애자복지 종합대책" 최종안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대책위는 88년 9월 대통령령에 의해 구성된 한시적인 자문기구로 이번에 제출된 종합대책은 점증하는 사회참여를 외면한 상식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만 한계를 노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책위는 제출 문에서부터 "...장애자가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 장애자 복지 시책을 강구하여 베풀어 왔음." 이라고 밝혀 보고서의 성격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하나 특기할 만한 것은 모든 정책시행의 근거가 되는 장애우의 수를 1985년 한국인구보건연구원의 조사수치인 91만 5천명에서 "...특수교육 진흥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장애자의 출현 율은 7.19%로 학령 인구 중에 71만 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심신장애자복지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장애자의 출현 율은 3.38%로서 인구 중에 백 30만 6천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점이다.
보고서는 장애발생의 예방, 의료, 교육소득 보장 등 모두 11개 분야 77개 세부사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1. 장애발생의 예방>
대책위는 후천적인 장애는 물론 선천적인 장애도 예방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모자보건대책강화, 학교 보건기능강화, 산업안전과 교통안전대책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모자보건대책으로는 임신부와 영유아의 정기검진을 위해 임신초기 "모자 보건수첩"을 발급하고 수첩발급 시 산 전 2회, 산 후 5회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발행하기로 했으며 학교보건기능 강화 책으로는 5개 과 의 전문의 (소아과, 안과, 이비인후과, 치과, 정신과)를 교의로 지정할 것을 건의하였다.
그러나, 한해 6만 명 이상의 장애우를 양산하는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예방대책은 그저 "선언"만 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2. 의료보장>
현재 지체 장애우의 경우 r의 8할이 의료재활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중 50% 이상이 의료재활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고서는 "의료를 요하는 모든 장애자가 의료를 받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애자에게 의료비를 보조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일정한 소득수준 이하의 장애우에게는 일반의료와 재활의료의 의료비를, 일정소득수준 이상의 장애우에게는 재활의료의 의료비를 보조하고 종합병원과 주요도시 3차 의료기관에 의료 재활센터를 설립하는 등 재활기관을 증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3. 재활용구교부>
재활용구의 무상지급 대상자와 품목확대 및 양질의 재활용구 공급을 위해 재활용구 생산업체에 융자, 보조 등 육성책을 강구해야 하며 재활용구의 용이한 구입을 위한 전시장 및 판매장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4. 교육기회의 확대>
대책위가 가장 중점을 두었고 최우선 과제로 지적한 교육부문은 가능하면 일반학교에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책위는 특수교육의 대상이 되는 장애우 중 약 79%가 통합교육이 가능한 경증 장애우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일반학교의 교육여건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우 교육에 대한 일반교사의 이해증진을 위해서 "특수교육개론"을 교직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통합교육이 불가능한 21%(약 14만 6천여 명)의 중증 장애우를 위해 특수교육기관을 증설(현재 특수학급에 재학하고 있는 장애우는 약 5만 1천여 명뿐이다.) 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장애 영·유아의 장애극복과 잠재력 발휘를 위한 조기교육을 위해 조기 교육기관의 증설과 함께 취학연령을 4세 이하로 하향 조정해 태어나면 서부터의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며 고등교육 기회의 확보를 위해 대학 및 전문대학에서 일정비율의 수학능력이 있는 장애우에게 입학을 허용할 것과 장애우가 능력에 따라 전문직에 종사 할 수 있도록 특수학급 내에 전문대학 수준의 전공과를 설치하고 장애영역 별 적성전문 직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5. 취업의 보장>
거의 모든 장애우가 충분한 업무수행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주의 고용거부로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있으며 취업 장애우의 대다수도 저소득 자영업이나 저임금 단순육체노동에 종사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장애우의 자립을 위해 "고용촉진법"의 실시를 건의했다.
대책위는 공적기관 3%, 100인 이상 일반 사업체 2%의 고용 율 책정기준을 전체 국민에서 장애우가 차지하는 비율인 2.5%로 보고 책정했으며 이로 인해 7만 1천여 명의 고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의 100인 이상 사업체 고용인구는 2백 5십만으로 2%의 장애우를 고용하면 5만, 전국 70만 공무원의 3%를 장애우로 고용하면 2만 1천여 명임)
또한 장애우의 자격취득을 제한하는 각종 법령, 제도의 정비 및 공공기관의 매점, 자판기 설치, 담배소매인, 우표 류 판매업의 우선지정 또는 허가와 국가, 지방공공단체에서 장애우 제작 물품을 우선 또는 수의계약으로 구매하고 생업자금을 장기저리로 융자하는 등 자립기반 구축방안을 제시했다.
<6. 소득보장과 경제적 부담의 경감>
생활보호제도의 개선 방향으로는 생활보호 대상자의 선정기준을 일반인의 선정기준부도 완화하고 보충급여를 실시하며 노동불능의 장애우로 생활보호를 받지 못하는 4만 명에게 월 5만원의 장애수당을 지급하는 등(5만원의 근거는 생활보호법 상 시설 보호대상자의 생계보호비용 88년 4만 4천 원 보다 낮지 않게 하기 위한 것임.) 장애연금제도의 점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자는 일반적으로 소득이 적으므로 이들의 생활안정을 위해서는 이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주어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어 장애우 스스로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보다는 시혜 적인 감면, 보조 등의 의존적인 방법을 채택해 오히려 주체적인 삶을 방해할 수도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7. 장애우 복지시설의 확충>
현재 전국의 120개 장애우 복지시설에 약 1만 7천여 명이 보호 또는 훈련을 받고 있으나 시설에 수용되거나 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는 장애우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시설의 증설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특히 개발제한 구역(그린벨트)에 시설의 이전 및 신설을 허용할 것과 시설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원의 확대를 요청했다.
<8. 생활환경의 조성>
생활환경조성 중 주택정책은 공공주택임대, 분양 시 일정비율을 무주택 장애우에게 우선 임대하거나 분양하며 장애우에게 주택구입이나 개수비용을 우선 융자하고 일반 공공주택에도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장애우의 이동과 사회생활의 편의를 위해서 공공건물, 지하철, 공원 등에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공공기관 민원실과 안내 실에 수화통역 사 배치, 청각 장애우를 위한 TV자막이나 수화통역, 각종 녹음도서의 무료 또는 저가보급 및 시각, 청각 장애우를 위한 전문정보센터 육성과 함께 여가 선용, 심신건강유지를 위한 레크레이션 활동과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9. 국민의 이해증진>
장애자 올림픽 등의 개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장애우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전제하고 장애우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존중받으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학교 교육과정에 "사회복지와 장애우 복지"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조치하고 (교과서에 장애우의 글이나 작품수록, 도덕교과에 장애우를 이해하고 협조할 수 있는 내용 삽입 등), 방송매체의 활용 및 장애우 관련단체 육성 등을 들고 있다.
<10. 전문가 육성과 연구의 활성화>
지금까지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나 양성되지 않은 전문가의 양성을 위해 대학·대학원 과정을 통해 언어치료사 (현재 4년제 대학 1개교 뿐), 청각 사, 보장구사 등 태부족인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며 또한 이들 전문직에 자격제도를 도입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학과에 재활의학, 간호학과에 재활간호학, 사회복지학과에 장애우 복지 등 장애우 연관 학과에 교과 과정 개정도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11. 전달체계 개선>
장애우 복지 관련 부처간의 업무협조와 조정 및 정책의 수정, 보완을 위해 중앙에 중앙 장애자 복지 심의위원회를 특별시, 직할시, 도에는 지방 장애우 복지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며 문교부에 특수교육 전담 부서를 두고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신설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사회복지 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위의 77개 세부사업을 예산사업 24종 비예산 사업 53종으로 나누고 주 예산 사업의 연간소요예산 약 1,300억으로 잡고 만약 일반예산의 확보가 어려울 경우 복지 세의 신설 및 기존의 목적세(방위세 등)중 일부를 할애하는 재원확보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사업추진 순서는 비 예산 사업(고촉법 제정, 법령 개정 등)을 우선 실시하고 예산사업은 장 단기(10년)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실시하되 장애우와 그 부모의 요구 수준이 높은 의료, 교육 및 복지시설사업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책위가 발표한 주요 예산사업의 총괄 표는 다음과 같다.
주요 예산 사업의 총괄 표 (단위 : 백만원)
이상이 지난 1년 간 18명의 대책위원과 5명의 연구위원이 장애우와 부모, 장애분야종사자, 전문가 등 약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요구를 조사 시안을 마련한 이후 서울과 지방의 공청회, 각계의 의견 및 정부관련부처의 의견을 들어 타당성과 현실성을 검토하는 등 약 4천여 명의 요구와 의견을 듣고 40여 회의 대책회의와 연구실무위원 회의를 거쳐 작성했다는 최종안의 내용이다.
물론 이 최종안은 법률안도 시행령도 아닌 향후의 정책결정에 참고하기 위한 보고서일 뿐이다. 따라서 세세한 자구해석 보다는 보고서 전체를 꿰뚫고 있는 시각과 정신의 탐색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바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를 살펴보면
첫째, 대책위는 우선 실시 부문으로 복지시설 확충과 교육여건 개선을 들었는데 과연 4백만 장애우에게 생존권 확보 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대책위는 그동안 수천 여 명의 장애우와 관련 당사자를 만나고 40여 회의 대책회의를 갖기까지 했으면서도 생존권확보의 문제를 끝내 외면했다는 것은 대책위의 성격과 시각을 분명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중대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현실과 유리된 시각으로 실시하는 모든 정책은 필연적으로 생존권요구 투쟁과의 마찰과 저항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둘째, 보고시기의 지연이다.
대책위는 원래 7월 말로 자동해체되게 되어있는 한시적인 기구이기 때문에 늦어도 7월 안에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상례인데 차일피일 제출을 미루다 8월 28일에서야 겨우 대통령에게 제출했다는 점이다.
앞의 표에서도 나타났듯이 대책위는 90년도 우선집행 요망사업으로 6백 32억을 책정해 놓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8월 21일 90년 정부예산이 19%증액 편성될 것임을 밝혀 정부내의 예산편성 작업이 마무리 됐음을 시사했다.
결국 9월 21일 발표된 90년 예산 중 주요신규사업에 장애우 전문 재활의료기관 설립에 57억이 배정되었을 뿐이다.
당시 대책위에는 각 부처의 차관급 이상 고위 관리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오히려 이들이 제출시기를 고의로(?) 연기시키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보고서의 세부계획에서부터 근본정신, 그리고 현실적인 집행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결국 정부는 수많은 기층장애우의 열망에 등을 돌리고 자신들의 정책홍보에 유리한 것만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의 반 민중성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 장애우들은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책 담당자나 위정자에게 똑똑히 알려주어야 하며 정부정책의 허구성과 반 민중성을 폭로해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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