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복지시설과 탈시설 이야기 > 기획 연재

장애인복지법은 주로 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복지서비스는 매년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 서비스를 있게끔 하는 제도의 틀도 담겨 있죠. 지난번 ‘장애인 등록제’에 이어 이번에는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내가 사는 집 주변, 내가 다니는 직장 주변, 아니면 내가 자주 가는 단골 가게 주변을 오가면서 혹시 눈여겨 보셨던 장애인 복지시설이 있으신가요? 장애인 복지시설을 직접 방문해 보신 적은 언제였나요? 넓게 보면 장애인 복지시설의 종류는 25개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 글에서는 장애인복지법을 기준으로 장애인 복지시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편, 장애인 거주시설 관련 논의로 탈(脫)시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장애인복지법은 탈시설에 대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왜 탈시설을 계속 이야기하는 걸까요?

장애인복지법의 장애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법 제58조에는 장애인복지시설을 크게 5개로 나누고 있습니다.

장애인 거주시설

가장 대표적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이 있습니다. 거주공간을 활용해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시설을 말합니다. 이 장애인 거주시설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후에 운영돼야 합니다. 현재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 등록돼 있는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의 숫자는 482개입니다. 그리고 2014년 12월 말 통계에 의하면 장애인복지, 노인복지 등 보건복지부 소관 사회복지 생활시설 수는 총 7,197개이며, 204,887명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2014년 12말 현재 등록장애인수는 2,494,460명이며, 1,457개 거주시설에서 31,406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전체 등록장애인의 1.3%정도 됩니다.

장애인 거주시설의 종류는 5개 정도로 나뉩니다. 먼저 ‘장애유형별 거주시설’은 장애유형이 같거나 유사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이용하게 해 그들의 장애유형에 적합한 주거지원・일상생활지원・지역사회생활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입니다. 다음으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은 장애의 정도가 심해 항상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주거지원・일상생활지원・ 지역사회생활지원・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죠. 규모가 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의 경우 여러 장애 유형의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영유아 거주시설’은 6세 미만의 장애영유아를 보호하고 재활에 필요한 주거지원・일상생활지원・ 지역사회생활지원・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말합니다. 보호자의 일시적 부재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단기간 주거서비스, 일상생활지원서비스, 지역사회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인 ‘장애인 단기보호시설’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전문인력의 지도를 받으며 공동으로 생활하는 지역사회 내의 소규모 주거시설로, 최근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시설이기도 합니다.

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

장애인 복지시설의 대표적인 예로 꼽는 ‘장애인 복지관’은 ‘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 중 하나입니다. 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이란 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상담·치료·훈련하거나 장애인의 일상생활, 여가활동 및 사회참여활동 등을 지원하는 시설입니다. 이러한 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에는 ▲ 장애인복지관 ▲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 장애인 체육시설 ▲ 장애인 수련시설 ▲ 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 수화통역센터 ▲ 점자도서관 ▲ 점자도서 및 녹음서 출판시설 ▲ 장애인 재활치료시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상 ‘활동지원기관’이나 「장애인복지법」 상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는 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에 해당될까요? 법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해당이 안되겠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는 다른 지역사회재활시설과의 업무 유사성 및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등의 이유로 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등

세 번째 장애인 복지시설 종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입니다. 일반 작업환경에서는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특별히 준비된 작업환경에서 직업훈련을 받거나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말합니다. 기존에는 장애인 보호작업장과 장애인 근로작업장만 있었는데 최근 시행규칙이 개정돼 장애인 직업적응훈련시설이 신설됐습니다.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에게 직업적응능력 및 직무기능 향상훈련 등 직업재활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보호가 가능한 조건에서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며, 이에 상응하는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며, 장애인 근로사업장이나 그 밖의 경쟁적인 고용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시설을 말합니다.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지요. 이에 비해 장애인 근로사업장은 직업능력은 있으나 이동 및 접근성이나 사회적 제약 등으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며, 경쟁적인 고용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시설입니다. 새로 도입된 장애인 직업적응훈련시설은 작업능력이 극히 낮은 장애인에게 작업활동, 일상생활훈련 등을 제공해 기초작업능력을 습득시키고, 작업평가 및 사회적응훈련 등을 실시해 장애인 보호작업장 또는 장애인근로사업장이나 그 밖의 경쟁적인 고용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시설을 말합니다.

네 번째 장애인 복지시설은 ‘장애인 의료재활시설’입니다. 장애인을 입원 또는 통원하게 해 상담, 진단·판정, 치료 등 의료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생산품 판매시설’은 장애인 생산품의 판매활동 및 유통을 대행하고, 장애인 생산품이나 서비스・용역에 관한 상담, 홍보, 판로 개척 및 정보제공 등 마케팅을 지원하는 시설입니다.

왜 탈시설을 이야기해야 할까

20세기 초 장애인들은 의료전문인들에 의해 ‘범죄와 비도덕적인 성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로 진단돼 대규모 시설에 수용됐죠. 이런 관점에서 시설은 장애인들이 소위 ‘정상인’들과 함께 한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 꼭 받아야 하는 상담·치료·훈련을 받는 좋은 역할을 하는 곳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이유라면 시설에 사는 장애인은 열심히 상담·치료·훈련을 받아 ‘정상인’에게 피해가 안 갈 정도로 장애가 ‘극복’되거나 ‘치료’돼야만 사회에 나올 수 있게 되겠죠.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에 전국 시설거주인 거주현황 및 자립생활 욕구를 실태조사 했습니다.

그 내용 중 거주시설 장애인의 거주기간을 보면 ‘5년 미만’ 24.39%, ‘5년 이상~10년 미만’ 20.98%, ‘10년 이상~15년 미만’ 22.44%, ‘15년 이상~20년 미만’이 13.17%, 무려 20년 이상 거주인도 19.03%로 조사됐습니다. 10년 이상 시설 거주인이 전체 거주인의 55.13%에 이르고있다는 것이죠. 또한 거주시설 입소 후 퇴소한 경험이 전혀 없는 장애인의 비율은 84.54%로 조사됐습니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거주하거나 사회복귀를 위한 시설이 아니라 사실상 일평생을 사는 곳의 기능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거주시설은 원래 장애인 ‘생활시설’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이름이 바뀐 이유는, 시설에게 생활지원과 요양 및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하는 기능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변화에도 여전히 지적장애인시설과 중증장애인시설을 중심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의 수와 거주인원이 증가하는 추세랍니다. 이는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에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이 주로 입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복지법은 법의 목적에서부터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들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 4장에서는 ‘자립생활의 지원’에 대해 여러 개의 규정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을 위해 활동보조인도 파견하고, 장애인 보조기구도 제공하고,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를 통해서 자립생활에 필요한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죠.

헌법재판소는 헌법질서가 예정하는 인간상을 “사회와 고립된 주관적 개인이나 공동체의 단순한 구성분자가 아니라, 공동체에 관련되고 공동체에 구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로 인하여 자신의 고유가치를 훼손당하지 아니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연관 속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인격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탈(脫)시설’이라는 용어가 정식으로 법령, 행정규칙에 나오는 용어가 아니지만 우리에게 상식적인 용어로 자리잡은 이유도 이 헌법적 가치와 중요한 연관이 있음을 함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