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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의 목소리가 만든 한 줄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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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 토론회

국가의 시야에 들어온 장애인 건강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 건강권 증진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 후 오는 2017년 12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서로 릴레이 경주라도 하듯 많은 장애인단체들의 토론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안이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시행령, 시행규칙 등 세부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어, 당사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들의 역할과 과제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법이 제정됐다는 것은 결국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이슈라는 점에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 되기도 한 것이지요. 쉴틈없이 이어지는 건강권 토론회 홍보 메일을 보며 이제 장애인의 건강 문제가 국가의 시야에 들어왔음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 용역으로 <장애인 건강권 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20세 이상의 지체, 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건강실태 및 욕구, 의료비 및 의료보험 적용 실태, 의료복지서비스 이용 실태 및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물리적으로 설문이 어렵거나 깊이 있는 소통을 필요로 하는 장애유형에 대해서는 초점집단 심층면담을 진행했는데요, 그 내용을 간단히 공유하고자 합니다.
 

장애유형별 건강권 침해

먼저 시각장애인의 경우 보조기구 비용의 부담도 크지만, 병원에 갔을 때 입구에서부터 이동경로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없는 부분이 가장 큰 불편함이라고 합니다. 직원이나 간호사에게 안내를 부탁하면 “왜 보호자도 없이 혼자 왔느냐!” 는 차별적인 말을 듣는 것이 일상입니다. 신장장애인의 경우 의료보험이 90%까지 적용됨에도 투석비만 매월 15~20만원, 검사비 포함 30만원 이상으로 경제적 부담이 크며, 이외에도 교통비와 식사비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또한 투석 받는 날 이외에는 의료보험 적용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80%밖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아픈 곳이 있어도 바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치료를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장시간 혈액투석을 받은 후에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차량지원이 절실함에도 의료법 제27조 3항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해서는 안 된다> 는 조항으로 인해 병원에서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을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발달장애인은 진료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가장 큽니다. 특히 질병과 치료과정에 대한 의사의 설명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설명하도록 해야 하며 그림카드 등 소통도구를 개발해야 합니다.

정신장애인은 정신과 약을 복용해서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상담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정신과 약은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럼에도 그 약이 자신에게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병원에서는 무조건 2주 동안 복용할 것을 강요하고 당사자는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조언을 구할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약에 의존하는 것보다 심리상담이나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고 더 큰 도움이 됨에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값싼 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요.

마지막으로 화상장애인의 경우 화상으로 인한 의료적 치료와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영역이 미용으로 분류돼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며, 이에 산정특례 적용을 받지 못할 경우 억대를 넘는 수술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또한 화상으로 인한 수술은 한두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차례 반복돼야 하기 때문에 산정특례 적용 기간 1년 6개월에서 입원기간은 제외하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치료 상담만 받아도 1회 6만원(얼마 전 의료보험 적용돼 3만원), 화상전용으로 사용하는 보습제 또한 미용제품으로 분류돼 5ml 용량에 10만원이 넘는 등 의료비 부담이 매우 심각합니다. 또한 화상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에 대한 심리치료가 절실하며 동료상담 등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는 연구결과를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실천적인 정책 마련의 밑거름이 됩니다. 장애인건강권 법안의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시행규칙 마련을 위한 각계각층의 연구와 프로젝트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지금, 어쩌면 우리는 한 계절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규격화된 성과만을 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가 고민한 시간과 활동을 되돌아보며 놓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듣지 못한 목소리를 찾아 귀 기울일 수 있는 작은 쉼표 하나가 필요한 때입니다.

작성자글. 목미정/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팀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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