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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와 장애로 인한 이중차별 경험: 장애아동의 이민자 어머니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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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점차 다문화 돼 가고 있다. 이민자의 비율은 2000년 전체인구의 1.1%에서 2015년 3.5%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민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집단은 숙련되지 않은 이주노동자로 2014년 538,587명, 두 번째 집단은 다문화 결혼 이주로 2015년 6월 현재 147,918명이다. 다문화 결혼 이주로 가족을 이루는 경우 대부분은 한국남자와 결혼한 비한국계 여성으로, 이중 중국이 58.6%, 베트남이 19%, 그 다음으로는 필리핀 5.6%다.

다문화가족의 아동수는 2007년 44,258명에서, 2014년 현재 179,283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다문화에 아직 준비돼 있지 않다. 즉 인종 간, 민족 간 결혼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혼혈은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교적 가족관은 혈통을 중시해 모든 삶의 영역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가져오고 있다. 다문화가족이 증가함에 따라 다문화가족 내 장애아동의 수도 증가하고 있으나 장애아동이 있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경험은 조사가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애아동이 있는 다문화가족은 장애와 이주 부모라는 것이 혼합돼 친구, 이웃, 교사, 심지어 가족들에게서도 심한 차별과 편견을 경험한다. 또한 장애아동이 있는 다문화가족의 경우 기존의 사회체계에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 정보의 부족, 언어문제, 문화적으로 다른 서비스 전달체계 등으로 인해 도움을 받기 어렵다. 장애아동이 있는 다문화가족에 대해서는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도 없으며, 정부차원에서의 지원도 없어서 배제되고 소외되고 있다. 이에 이 연구는 한국에서 장애아동의 어머니가 경험하는 다중차별을 밝히고자 한다. 국내 3개 도시와 2개 농촌에 위치한 장애인복지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드림센터 등을 통해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고 인터뷰를 실시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주여성은 3년 이상 한국에 거주한 등록 장애아동의 어머니들이다. 총 16명을 인터뷰했는데 중국, 필리핀,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어머니들이다. 어머니들은 한국생활의 적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아동의 양육을 위해 남편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러나 직장생활로 인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자녀양육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인 태도의 남편들로 인해서 참여자들은 혼자서 자녀의 양육을 감당해야만 했다. 남편이 도와주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남편이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가부장제에 의해 가사일과 양육에서 성역할이 명확히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자’만의 양육, 자녀 양육에 대한 남편의 무관심이나 소극적인 태도로 어머니들은 원망, 분노, 외로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우울증도 겪었다. 아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조차도 혼자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국적취득, 장애판정, 병원검사 및 치료, 임신 등 무엇이든 다 혼자 해야만 했다.

한국의 유교적 가족주의에 의하면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장애아동의 출산은 특히 어머니의 심각한 잘못으로 여겨져 시댁식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이런 가족주의는 농촌에서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부 어머니들은 장애아동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시댁식구들에게 구박을 받기도 했으며, 재혼의 경우에는 직접 낳은 자녀가 아니기 때문에 양육에 대해 남편이나 친정식구들과의 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몇몇 어머니들에게 자녀양육 과정에서의 갈등은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가부장적인 가족관계에서 남편이 가장 중요하며, 여성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특히 며느리가 대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한국 전통에서 여성은 아들을 통해 대를 잇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장애아를 출산하는 것은 대를 잇는 역할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가부장적인 가족관계 전통의 영향력은 다양했다. 가부장적인 전통이 강한 지역에서 장애아동의 어머니들은 가족들로부터 차별을 받는 동시에, 장애아동 양육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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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www.wmigrant.org)

이러한 가부장적인 가족주의에 의한 차별과 더불어 어머니들은 자신이 외국 사람이고 이주여성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낙인을 받으며, 공공장소에서 본인들을 비하하는 한국인의 태도를 경험하기도 했다. 어머니들 중 일부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름을 개명해도 출신인 나라사람으로 불리며, 죽을 때까지 그렇게 인식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또한 다문화라는 용어는 본인 또는 남편, 그리고 그 가정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사회적 낙인이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이주여성으로 불리는 것을 더 선호했다.

한 어머니는 한국 사람들이 본인이 한국 사람인 줄 알고 이야기하다가 나중에 이주여성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더구나 장애아동의 이야기까지 하면 더욱 거리가 멀어짐을 느꼈다고 한다. 어머니들은 장애아동의 학교 입학 과정이나 재학 중 다른 학부모들이나 선생님들로부터의 차별로 인한 어려움도 경험했다. 학교생활에서의 어려움으로 인해 장애아동이 적응을 하지 못한 경우에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기도 했다.

또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자녀가 혼자 방치되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 “애가 만약 한국 사람이었으면 그 사람들 그렇게 했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장애아동 교육에 대해 무지한 교사들은 적절하지 않은 처벌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장애아동 때문에 학급 전체의 아동이 피해를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문화가정의 아동이자 장애아동이기 때문에 이중 차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어머니들은 대항하기보다는 아이에게 불리할 것 같아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어머니들은 한국사회에서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의 아이가 장애로 인해 문제행동을 할 때에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본국에서 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경우 한국사회의 장애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들은 공공장소에서 자녀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비장애인 아이와 접촉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사람들의 시선 또는 말 때문에 차별을 더 힘들게 느꼈다.

또한 어머니들은 자신이 살던 같은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차별을 받았는데, 장애발생의 원인이 부모의 잘못이라는 편견에 어머니 자신도 영향을 받은 것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친정에 피해를 줄 것을 염려해 본국의 가족들을 보러 가는 것을 망설였다. 이러한 다양한 차별과는 별개로 장애아동의 장애를 수용하는 것이나, 장애아동을 키우는 양육방식, 그리고 아동의 양육과 엄마의 개인적인 삶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은 문화적인 다양성과 긴밀하게 연관됐다. 장애아동 어머니의 이런 문화적인 다양성을 일반화하기에는 상당히 제한적이나 이 연구를 통해 나타난 바는 다음과 같다.

중국이나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이주여성들은 장애의 원인은 알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장애의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하기에 아동의 장애를 수용하는 데 더 적극적이며, 아이들을 자립적인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강하게 양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자원들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기에 아동교육과 관련된 정보가 상당히 많았고, 이 정보들을 본국에서 온 다른 장애아동의 어머니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엄마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아동을 잘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을 잘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시간을 아동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시간도 남겨둔다. 반면 베트남의 시골지역에서 온 경우 아직까지 장애에 대한 원인을 조상의 죄나 부모의 잘못으로 생각하거나 장애가 전염되는 것이라 생각돼 장애를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문화에서 온 이주여성은 장애아동을 낳은 것이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장애아동을 데리고 사회에 나오기까지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자신감이 없으며, 더 좌절하고 슬픈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양육방식의 경우 독립적인 인간으로 만들기보다는 일단은 치료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상당히 강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보니 한국에 와 있는 베트남 여성들도 장애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장애아동이 있는 이주여성에게 투사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이는 장애아동을 키우는 이주여성들을 더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한국인으로부터 그리고 같은 나라에서 온 여성들로부터 받게 되는 것이다. 결혼이주여성이 경험하는 유교적 가족주의와 다문화와 장애로 인한 차별이 사회 전반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런 차별에 대해 장애아동의 어머니들은 다양하게 대항하고 있었는데, 실제 아동양육과 장애수용에는 본국의 문화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한국 내에서 건강하게 장애아동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다문화에 대한 수용성은 그들로 하여금 소속감을 가지게 하고 이로 인해 사회적 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문화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기 위한 다방면의 교육과 인식개선, 다양한 접촉의 기회가 필요하다. 또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장애아동의 어머니들은 언어적 장벽과 민족과 장애로 인한 차별로 인해 장애아동의 치료와 교육을 위한 정보를 구하지 못했다. 어머니들 대부분이 정보를 얻고 서비스를 받는 것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인데, 이 센터는 이주여성의 한국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중심이기 때문에 장애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무척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장애인복지 기관의 연계가 필요하며 원스톱(one stop)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을 제안한다.

작성자글. 김경미/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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