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 2] 작은자 야간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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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은 작은자 야간학교 국민학교 과정 제 1회 졸업식이 있었던 날이다. 7명의 졸업생과 교사, 그리고 많은 분들이 참석하시어 진행된 이 날 졸업식은 요즘 일반 어떠한 학교의 졸업식에서도 보기 힘든 인간애가 가득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졸업식에서도 그러하듯이 이 날 졸업식에서도 졸업장 수여와 송사, 답사가 졸업식의 식순 중에 가장 절정을 이루었다.
특히 답사를 낭독하는 울음 섞인 목소리는 졸업식에 참가한 모든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한복으로 곱게 단정한 여학생들의 밝은 웃음을 보며 지나온 1년을 잠시 회고해 보고자 한다.
1988년 5월, 작은자 야간학교 중등과정에 이어 국민학교 과정이 설립되었고, 늦게나마 배움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학생과 배움을 드리고자 하는 선생님들이 모여 시작되었다. 6년 과정을 1년에 마쳐야 한다는 진도 계획상의 무리함과 일하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하루 일과간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리지 못한 때도 있었으나, 차츰 서로에게 두터워지는 인간애로서 이러한 어려움은 극복될 수가 있었다.
추운 겨울, 석유난로 그을음으로 가득한 교실 안에서 충혈 된 눈을 비비며 배움이란 꼭 필요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수업을 계속하는 학생들을 보며 고마움과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가 항상 마시는 공기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듯이 수동적으로 배움의 길을 가는 이들에게는 배움이란 그 절실함이 적으리라 생각된다. 적은 수업시간으로는 진도를 끝낼 수 없기에 검정고시 두 달 전부터는 일요일까지 보충수업으로 진도를 메워 나가야 했으며 이 때 보여주신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향학에 불타는 정열은 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었다.
검정고시가 실시되기 전 날, 서울 창덕여중 가까이에 있는 여관에서 선생님들과 마지막 마무리를 끝낸 학생들은 다음 날 있을 시험에 대한 불안으로 잠을 설치었고, 선생님들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란 쉽지 않은 듯 보였다. 검정고시 이후에도 시험결과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으로 하루가 열흘같이 길게만 느껴지고 누구도 시험결과에 대한 장담을 못하는 채 시간이 흘러갔다.
6월 13일, 드디어 합격여부가 발표되던 날, 합격소식을 들은 여학생들은 그동안 가슴 조이던 설움과 합격의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 7명의 학생이 응시한 중, 6명이 전과목 합격하고 1명의 6과목 합격은 그야말로 기대이상의 결과였다. 생 최초의 진정한 성취감에 부풀어 야학식구 모두가 기뻐했고 많은 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들었다.
이와 같은 감격 어린 결과는 그 동안 수고해 주신 국민학교 선생님과 학생들, 그리고 미문교회 김도진 목사님과 교우들, 재활원 원장님과 자치회 여러분들 모두의 관심과 격려에 힘입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졸업하신 학생 모두가 중등과정에 입학할 것을 새로이 다짐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출발선에 섰다. 이들의 새로운 출발이 꼭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것을 믿는다.
작은자 야간학교,
장애우들의 교육의 장으로서 그리고 인정이 메말라 가는 사회에 인간애가 넘치는 샘으로서 언제까지나 존재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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