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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구 1] 장애인 문제의 사회학적 분석

● 한국에 있어 장애인 소외와 극복방향 중에서

본문

● 글 싣는 차례 ●
1부 : 이론을 위한 연구
Ⅰ. 사회화된 장애인 개념 - 장애인 운동의 기초
Ⅱ. 사회화된 복지이념 - 장애인 운동의 이념
Ⅲ. 사회화된 장애인 문제 홍보론 - 장애인 운동의 선전
Ⅳ. 한국 사회내의 장애인 계층 - 계층의 이익 집단화
 1. 타 계층의 이익 집단화와 장애 계층의 이익 집단화
 2. 타 계층의 집단 의식화와 장애 계층의 집단 의식화
Ⅴ. 한국 장애인 복지 현실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
2부 : 실천을 위한 연구


4. 장애인 운동의 성격
현대사회에서는 어느 집단이든 자기 권리를 획득하거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그러한 일련의 활동을 소위 "운동(Movement)"이라 하는데, 한국 장애인에게 있어 총체적인 "운동"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운동의 논리는 사회구조 속의 사회·경제적 그리고 문화적 위상으로부터 도출되어야 한다. 장애인가 하나의 사회구성 집단이라는 총체적 이해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운동"을 논의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사회구조적 접근방식에 의해 장애인의 사회적 위상을 규명하고, 그에 결과된 사회·경제적 상황을 유기적으로 파악함으로써 그 본질 성을 알아야 한다. 앞에서 서술했듯이,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상품으로 규정됨으로써, 노동력의 결핍이나 부분적 결여는 곧 노동시장으로부터 결정적으로 제외되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신체적 상실을 항상 지니고 있는 장애인은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노동 상품성을 인정받지 못하므로, 사회정의 개념 또는 도덕관념이 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이상 장애인은 비자립적 인간으로 규정되기 쉽다.
수정자본주의 체제가 등장한 이후, 사회 적부의 재분배와 복지에 관심을 갖게되면서 장애인에게 보편적 권리를 부여한 정책을 마련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도적 장치에 불과해 실현과정에서 정부의지나 사회통념이 완전하게 조응되어 실시되지 않는 이상 장애인의 사회 통합은 많은 장애물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여건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의 극복이나 체제 내에서의 역동적 투쟁이 없고서는 장애인의 입지확보는 가능치 못하다. 꾸준히 자신의 신성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불이익을 가져다 주는 제도적 장애물을 척결하여 공정한 여건을 획득함으로써 장애인은 정당한 사회 구성 인으로 자립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장애인 운동은 자본주의 구조의 모순성에서 파생된 소외집단, 즉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제 소외계층의 운동 논리와 궤를 같이 한다. 장애인은 "소외"를 창출하는 구조성에 대하여 그들과 공통적으로 인식해야 하며 그를 통한 연대의식으로 실천적 과제에 대하여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장애인 운동의 실천논리를 구성하는데 꼭 유의해야 할 것은 장애인 집단의 복잡하고 다양한 속성이다. 장애인은 대체로 지체·시각·청각·정신박약 등 각 기의 장애의 유형이 다름으로 해서 사회적 욕구가 다양해 질 수밖에 없어 직업문제, 특수교육문제, 시설수용문제 등이 각 장애별 부문에서 상이한 순위로 요구되고 있다. 더군다나 그러한 다양성은 장애의 정도에 따라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띄는데, 이 점에서 다른 소외집단에 대한 시각과는 다른 특수한 관점에서 장애인 집단이 분석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게 된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사회·경제적 위상은 생산관계에서 비롯되어 결정 지워진다. 때문에 그들 집단의 각각의 구성원은 동일한 경제적 조건 속에서 욕구의 대체적 동일성이 원초적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 그것은 곧 공감대 형성을 용이하게 한다. 그러나 장애인 집단은 다르다. 경제활동의 가능 여부에서 장애인는 구분되고, 그 중 경제활동 장애인의 직업문제는 직업적인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교육·재활·시설 등 사회·문화적 욕구가 개인적 차원에서 다양하게 표출된다. 그러므로, 장애인이 처한 본질적인 면에서는 총체성을 가지지만 개별적인 장애인의 실존형태는 다양하기 때문에 장애인 운동의 실천 논리를 도식적으로 적용할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이 장애인 운동이 극복하여야 할 문제인데, 그것이 극복되지 않고서는 장애인 운동은 그 고유성을 상실하거나 파행적인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장애인 문제의 발생체계에 대한 구조적 인식은 항상 전제되어야 하나 장애인 집단의 특이성이 고려되지 않고서는 장애인 운동의 실현 가능한 실천적 대안은 제시 될 수 없다. 장애인 문제가 다른 사회 운동 부문과 동일하게 모순 구조의 산물이 라고 해서, 그 운동방식까지 동일한 형태를 띄어야 한다거나 다른 부문의 운동전개에 항상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는 논리는 문제 발생의 본질적 구조를 깨닫지 못하고 현상적 문제에 매달려 개별적·부분적 운동 론을 전개하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오류이다. 후자가 현상론적 발상이라면 전자는 좌익 소아병적 발상이다. 사실, 한국의 장애인 운동 상황은 장애인들의 자기 문제에 대한 총체적 인식이 전무한 것을 우선 염려할 정도로 미흡하다. 현상적으로 장애인과 관련된 활동은 매우 다기 한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문제의식의 철저성이 결여되어 있는 관계로 부분적이고 말초적인 사항에 그치고 자기 독단에 의한 파행성만이 보여질 뿐이다. 그에 따라, 한국 장애인 운동에는 총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급선무라 하겠다. 그렇다고 하여 다양성을 거부하여 획일적 운동 노선만을 고집해서는 안될 것이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인식은 총체적으로 통일을 기하고, 실천방식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다만, 실천방식은 장애인 문제가 사회적으로 규정된다는 인식의 공감대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며 항상 견지되면서 실천은 이루어져야 한다.

<5. 한국 장애인 운동의 과제>
한국 장애인 운동이 활성화되는데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사항은 광범위한 운동조직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이다. 운동의 대중적 기반은 일천한데, 그것을 극복 할 수 있는 선도그룹의 부재하고, 군 소 조직으로 파행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니 한국 장애인 운동의 논의는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서부터 전진시켜야 할 형편이다. 이 점은 한국에서 장애인 운동사의 족 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는 사실로부터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운동이 가능하려면, 주체적으로 이념이 공감되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실천해 낼 수 있는 조직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장애인은 위의 사항 모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장애우 운동은 "의식의 확산"이라는 명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사회의 각 집단이 스스로의 지위향상을 위해 자기문제를 자각하고 힘의 결집을 통해 능동적이고 조직적인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유독 장애우층만이 이렇게 자기 운동성확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장애우의 거의 대다수가 장애우 문제 발생의 구조 성을 철저하게 인식하지 못함을 지적 할 수 있겠다. 그들은 장애우 문제의 총체적 성격보다는 장애 발생의 우연성으로 문제해결 방식까지 규정지어, 장애우 문제는 개별적으로 해결 할 수밖에 없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점은 조직구성의 가능성을 애초부터 불가능하게 하는 요소로써 그 동안 범장애우 조직을 결성하려는 여러 번의 시도가 직접적으로 좌절되게 되었고, 현재의 군 소 조직의 연합이나 연대체제 구축에까지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 이 점은 기존의 여러 장애우 모임이나 단체의 활동방향까지 규정짓고 있는데 대다수의 소규모 모임은 주된 활동이 구성원끼리의 위안이나 친목추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한시 바삐 극복되지 않고서 장애우 운동의 고양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 장애우가 운동에 대한 의식이 철저하지 못했던 것은 장애우의 내외적 조건의 열악성, 특히 생활수준의 절대적인 저급함이 의식의 공감대 형성이나 조직활동에 대해 관심을 갖는 여유를 허용치 않앗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장애우들이 각기 처한 사회·경제적 위치가 상이하여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데다 생존권좌 확보하지 못하는 처참한 상황에서 장애우는 운동에 대한 의욕을 애초부터 갖지 못했거나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우리나라 장애우 운동은 대중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의식전환과 광범위한 조직의 구성이라는 두 가지 사항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어려운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전자는 여건의 성숙을 기하면서 각성된 그룹의 선도적인 활동을 통해 장애우 문제의 본질이 폭로되고 운동의 고양을 위한 분위기 유도가 축적됨으로써 달성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선도적인 계몽활동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기존의 장애우 관계 간행물들은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이나 장애우 문제의 말단 적인 사항을 취급하는데 불과해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시각의 습득과 과감하게 의식을 유도키 위한 선도적 자세가 요망된다. 또 기존 간행물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전달매체가 탄생되기도 해야 할 것이다. 장애우가 자신의 실존에 작용하는 구조적 요소와 총체적 원인에 대한 자각을 할 수 있게끔 꾸준한 의식화 작업이 진행됨으로써, 장애우 운동의 대중으로부터의 기반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기존 군 소 조직의 체제개선과 연대체계 구축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지금껏 제도권 주변에의 여러 단체들은 사회에 대한 홍보라는 막연한 취지에서 무의미한 소비적 행사나 복지사업의 핵심을 도외시한 말초적인 전시사업에만 매달려 있을 뿐 조직적 운동의 전개에는 관심과 신념이 부족했다. 이 점은 매우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이다. 특히 장애우 복지 사업 내지는 운동을 한다는 몇몇 유명인사의 청원 적  활동은 그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활동 내용의 구호 적 성격, 본질적인 변화보다 부분적인 개선에 치중, 장애우 층의 전체적 의식 고양에 대한 무관심, 대중적 기반의 상실- 때문에 오히려 장애우 운동 발전에 저해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에 비판이 가해져야 하며, 이러한 비판이 외부로부터 가해짐으로써 기존조직과 단체의 체질개선을 유도해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과 아울러 각 조직 및 단체간의 연계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연계체계" 라 함은 통일된 "단일조직"이라는 의미와 다르다. 장애우 운동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조직의 획일적 운영은 오히려 능률을 떨어뜨리게 되며 아직 우리나라 장애우의 전반적 상황이 열악한 점을 감안할 때 획일적 단일조직의 운영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제도권 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조직과 단체의 유기적인 연계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상호비판과 협력을 통해 통일된 활동을 전개시켜야 한다.

그 동안 장애우 복지 구현에 위배되는 행태를 보였거나 장애우의 고통스러운 삶을 담보하여 개인적 치부에 몰두하였던 사이비조직 및 단체를 해체하거나 체질을 개선함으로써 한국 장애우 운동은 복지구현에 대한 신념이 투철한 참신한 신진세력에 의해 역동적인 운동의 생명 성이 유지되어 장애우의 정당한 권리를 당당하게 사회에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끝맺는 말>
1988년 이후 정부의 장애우 복지정책에 대한 상당히 진전된 태도가 보여진다. 대통령 직속 기구 설치, 등록제 실시, 의료보험 실시, 고용촉진법 제정, 관련악법의 개폐 등이 그것인데, 그에 따라 1990년대 이전 장애우 복지정책은 대체적인 모양이 갖추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떠한 내용을 담느냐는 것으로 과거처럼 형식적으로만 규정되어 실질성과 실효성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 이 점에 유념해 볼 때 한국 장애우 운동은 정책의 "내용 규정"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을 요구받고 있다. "없음"에서 "있음"을 만드는 것이 더욱 어려운 작업이다. 경직된 상황보다 완화된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이론무장과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호전된 상황에서는 현실에 맞는 고도의 자기전개 논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우 운동의 전개에 대한 구체적 구상은 우리나라 장애우의 정신적 물질적 현단계와 그의 한계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그에 근거하여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것이어야 한다. (최근에 일어난 강서 재활원과 신망애 재활원의 주민 거부 사태를 볼 때, 장애우 운동은 그 내용에 "대 국민의식", "대 국민의식 투쟁"을 첨가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지역주민과 마찰을 빚는 심각한 지경에 이른 장애우 문제는 그러한 예민한 사항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단계를 맞고 있다.)
장애우 운동의 뿌리가 전혀 없으면서 형식적인 정책이 마련된 호전된 상황에서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여 간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치열한 운동이 없이는 진정한 장애우의 권리획득은 요원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노동의 상품성으로 관철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장애우의 자구 적인 투쟁이 계속적으로 견지되지 않는 한 장애우는 인권을 상실한 주변적 소비계층으로의 전락을 모면키 어려울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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