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문제다 2] 장애우 등록제 무엇이 문제인가.
본문
장애우를 위한 모든 정책의 밑바탕이 되는 장애우등록제.
그러나 장애우들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는 장애우 등록제.
그 문제점을 밝혀본다.
<심신 장애우 장애등급 분류표의 허구성>
인천에 사는 이숙영(24세, 소아마비 장애우)양은 3월 어느 날 장애우 등록을 하기 위해 인천 적십자 병원 정형외과를 찾았다. 이숙영 양의 장애 상태는 수술을 받고 물리치료를 끝낸 후라 보조기를 착용하면 뒤뚱거리기는 할망정 걷는데는 별 불편이 없었다.
그러나 무거운 물건을 못 들고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저려오는 등 어느 모로 보나 장애우 임이 분명했기 때문에 장애등록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숙영 양은 전혀 엉뚱한 판정결과를 통고 받아야했다. 담당정형외과 의사는 보사부에서 공문으로 내려온 장애분류 등급표를 뒤적거리더니 당신은 장애우가 아니라는 판정을 내리는 것이었다.
말인즉슨 이숙영 양은 걸음을 못 걸을 정도로 "현저한" 장애 상태가 아니며 지체부자유 판정 기준의 마지막 6급 즉 한 다리가 건강한 다리보다 5센티미터 이상, 또는 건강한 다리 길이의 15분의 1이상 짧은 자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장애 판정을 내릴 수 없다고 난색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숙영 양은 장애우 등록을 하지 못하고 떨떠름한 기분으로 병원을 나와야 했다.
서울 노량진에 사는 왜소증(속칭 난장이) 장애우 김형만(35세)씨도 등록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이와 비슷한 경우를 당한 경우이다.
한마디로 소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고 다리도 걷는데 불편이 없다는 것 때문에 신장 100센티미터의 김형만씨의 사회적 장애는 깨끗이 무시되었다 한다. 척추 후만증(속칭 꼽추) 장애를 가진 김수연 (여 25세)씨의 경우는 장애판정을 가지고 의사와 한바탕 말싸움을 벌이기까지 했지만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분류등급표에 의하면 당신은 장애우가 아니라는 의사의 논리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한다.
농촌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농약중독 등으로 부쩍 발생률이 늘고 있는 뇌졸중 장애(속칭 중풍, 반신불수)의 경욷 시각적 장애는 물론 현저히 심한 장애임에 분명하고 그 당사자가 겪는 고통 또한 심각한데 단지 장애등급분류표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우 등록을 외면하고 있다. 경기도 여주에 사는 반신불수 장애우 이현호(47세)씨는 자신이 장애우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장애가 정부가 말하는 장애기준 이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상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전국적으로 장애계층을 상대로 실시되고 있는 장애우등록제는 그 장애를 판별하는 분류등급표 자체에서부터 커다란 모순 점을 안고 있다.
장애등급분류표 자체가 애매하고 장애기준이 축소돼 있으며 까다로운 것은 물론 그나마 명시돼 있는 판정기준 자체도 세분화 돼있지 않아 상당부분이 의사의 소견에 맡겨져 있고 이밖에 진단을 내리는 의사들의 상당수가 전문의 (여기서 말하는 전문의는 재활의학 전문의이다. 전국에 재활의학과가 있는 종합병원은 일곱 개 미만이며 재활의학 의사도 통틀어 67명밖에 안 되는 실정이라 한다.)가 아닌 일반의사라는 사실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중에서 보사당국의 무성의 일부지역에서 담당의사들이 장애우 등록제를 왜 실시하는지, 정확한 용도를 몰라, 등록을 하기 위해 찾아온 장애우에게 이거 판정해서 뭐에 쓰느냐고 묻기 일쑤이며 극히 드문 예이지만 혜택과 결부된다는 대답을 하면 경한 장애도 가장 심한 1급 판정을 주는 웃지 못할 넌센스도 벌어지고 있다 한다.
등급분류표 자체가 이렇듯 허술하다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
똑같은 장애가 어느 병원에서는 중한 판정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으며 장애우등록이 혜택과 결부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예로 서울 상일동에 사는 뇌성마비 장애우 김상돈(28세)씨는 올해 초 분양된 장애우 아파트에 입주신청을 하기 위해 서둘러 장애우등록을 한 경우인데 어느 모로 보나 현저히 심한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동부 장애자 복지관에서 5급 판정을 받았다. 입주 신청 자격이 1급에서 3급까지에만 한정됐기 때문에 김상돈씨는 당연히 입주신청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과 비슷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버젓이 2∼3급 판정을 받아 입주신청을 해 아파트를 분양 받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신청한 친구는 여덟 명중에 여섯 명이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그 중에 세 명의 친구는 명백하게 김상돈씨 자신보다 경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며 김상돈씨는 억울해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다른 친구들은 장애우 전담기관에서 장애등록을 하지 않고 일반 소규모 병원에서 장애등록을 해 용이하게 원하는 등급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한다. 이러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작금의 장애우 등록 실태는 많은 수의 장애우들이 상대적으로 까다롭고 인색한 등록전담 기관인 장애복지 시설을 외면하고 일반 소규모 병원에서 등록을 하는 기이한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은 전적으로 잘못된 장애등급분류 때문에 기인하고 있다고 단정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2년도에 제정된 시행규칙을 그대로 시행>
현재 장애우등록의 기준이 되고 있는 장애등급분류표는 1982년도에 제정된 심신장애자 복지법 시행 규칙령 중 제 2조의 장애우등급분류표의 원문 그대로이다.
이 분류표는 그동안 장애우 체육대회, 기술경진대회, 장애자 올림픽 등에 이용된 전력이 있다.
이 심신장애자 복지법 시행 규칙령 중의 총칙 2조를 보면 다음과 같이 장애우를 규정하는 문구가 있다.
이 법에서 심신장애자라 함은 신체부자유, 시각장애, 청각장애, 음성언어 기능장애, 또는 정신박약 등 정신적 결손으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 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받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고 장애우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때문에 이 법률에 의거한다면 분류된 장애등급분류표에 명시된 다섯 가지의 장애만이 장애로 수용되며 그 것도 상당한 제약이라는 단서를 붙여 장애우등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장애등급분류표상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지체부자유>
지체부자유라 하면 뇌성마비, 절단장애, 소아마비, 근육디스트로피, 척수장애, 신경마비, 등 지체에 나타나는 장애를 말한다. 이 같이 다양한 지체장애의 경우, 분류등급표는 단순히 팔, 다리, 몸통의 세 가지 장애로만 구분 짓고 있을 뿐이다. 6등급의 장애분류 중 척추에 이상이 있는 장애의 경우 몸통부분에 해당되는데 일정기간 앉아 있을 수 있나 없나 의 유무와 일정한 거리의 보행능력의 유, 무로만 등급을 줄 수 있게 명시되어 있어 많은 수의 척추장애우들이 장애등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팔, 다리에 한정하여 등급을 판정할 경우 소아마비나 절단 장애우의 경우 큰 무리가 없으나 뇌성마비 등 다른 장애우의 경우 등급을 받는데 문제가 있다.
<시각장애>
만국시력표 측정을 기준으로 장애등급 판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에 두 눈 시력 0.01∼0.12 이하인 자나, 두 눈 시야 각도 5도 이내의 장애를 판별하는 데는 의사의 주관이 상당부분 작용하며 판단의 혼란도 초래될 수 있다.
<청각장애>
오디오메터에 의한 청각손실을 데시벨(소리의 크기)로 측정하여 90 데시벨인 경우 완전 청각손실 자로 80, 70을 장애로 구분 짓고 있다. 청각장애의 경우 청각손실과 평형기능에 기준을 두고 있어 이 같은 단순 가 청력만으로 장애등급을 구분 짓기에는 모순이 있다.
<음성 언어 기능장애>
음성 언어 기능장애는 농아를 말하는데 이들의 분류는 음성, 언어 의사소통이 현저한 장애를 단순히 4,5급에 한정 구분짓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정신박약 장애>
정신박약 장애의 경우 1∼3등급으로 분류되는 바 1급 지능지수 34이하인 자, 2급 35∼49이하, 3급 50∼70 이하로 구분 짓고 있으나 그 측정이 용이치 않고 발작성 질환, 간들 등의 병자 자폐증 등의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정신박약 장애우가 많은 실정에서 쉽사리 판정을 내릴 수 없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이상 대략 살펴본 장애등급분류표상의 문제점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각 장애전문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장애우 등록 고작 18여만>
장애우 등록제의 허구성은 또한 근본적으로 82년도에 혜택이나 보상과는 상관없이 단순 구분용으로 법령이 제정된 것을 수정 없이 89년도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점은 현 산업재해장애의 분류등급표가 14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모순점이 드러난다.
즉, 산업재해 장애의 경우 보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분쟁의 여기자 있어 세분화시킬 필요성이 있고 심신장애의 경우는 보상과는 상관없다는 발상이 이처럼 분류등급표를 뭉뚱그려 단순화 시켜 놓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정의에 있어서 UN은 일반적인 장애는 물론 알콜 및 마약중독자까지 장애에 포함시키고 있다. 때문에 현 장애등급분류표상의 축소되고 까다로운 장애 범위는 마땅히 재조정되어져야만 한다.
장애에 대한 규정을 임의대로 설정해 놓고 그 규정에 맞는 장애만 장애우로 등록시키겠다는 발상은 행정당국이 이 땅의 장애우를 또 한번 기만하겠다는 저의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 장애계층에서 요구하는 심신장애복지법의 전면 개정은 이러한 맥락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보사부는 최근 통계에서 4월 중순 현재 전국적으로 장애등록을 마친 장애우가 고작 18여만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덧붙여서 이토록 등록이 부진하기 때문에 장애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의 수립이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즉 예산을 신청하려해도 경제기회원측에서 등록된 확실한 숫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현재 장애우등록 실태는 그나마 장애등급분류표에 의해 장애등급판정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수의 장애우들도 등록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우 등록제의 전면 실시를 요구한 장애운동 그룹도 등록을 기피하기는 매한가지다. 등록을 하지 않고 있는 장애우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혜택, 또는 유인책도 없는 상황에서 임의대로 축소시킨 까다로운 장애규정을 설정해 놓고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한 현 장애우 등록제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장애우 등록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장애계층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등록을 하는 게 옳은 것 같아 등록을 마쳤다는 한 소아마비 장애우는 이 시점에서 장애우 등록제의 의미는 장애계층 전체의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며 열악한 현실에 놓여 있는 기층장애우의 경우 의료보험 혜택이라도 받으려고 등록에 적극성을 띠는 반면 생활에 여유가 있고 상대적으로 나은 조건을 가진 장애우들은 등록제 자체를 귀찮아하고 무슨 낙인(?)처럼 생각하면서 등록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며 자신보다는 어려운 장애우들을 생각하는 게 장애우 등록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든 숫자를 불려야 한다는 게 이 장애우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이와는 반대의 시각이 팽배해있다.
즉 정부가 장애우등록을 원활히 진행시키려면 먼저 심신장애자복지법의 전면개정으로 장애의 정의를 좀 더 세분화해서 내장 장애 및 사회적 장애도 장애분야로 수용해야 하며 등록에 상응하는 혜택 및 유인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보사부 장애우등록제 담당자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장애 관련 전문가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파생시키고 있다며 현재 적지 않은 민원사항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란다. 일부에서 요구하고 있는 심신장애자복지법의 전면 개정은 법개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힘들다며 다만 현재 활동중인 대통령 직속 장애자 대책위원회에 이 문제를 의뢰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곧 개선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아직까지는 혜택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등록된 장애우에 한하여 의료보험과 통신요금 감면 혜택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장애우 등록을 장애우들의 권리 확보를 위한 기반으로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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