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문제다 1] 고용촉진법 이대로는 안된다.
본문
고용촉진법이 드디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제 400만 장애우의 일할 권리는 보장되는 것일까?
<고용촉진법이 나오기까지>
인간이 사회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직업을 가지고 자신과 가족의 생활자원을 획득하는 것이며 그 직업을 통해 사회적 인정이나 평가 그리고 삶의 보람과 성취감까지도 느끼는 것이다.
특히, 장애우의 경우 직업은 경제적 자립의 달성 못지 않게 사회참여와 직무수행으로 심리적 또는 신체적 재활까지도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법이념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 할 "의무"를 진다."고 적어 개인의 행복추구를 위한 국가의 보장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32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 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한다." 고 적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장애우들은 지금까지 이 사회에서 얼마만큼 노동의 권리를 누려왔는가?
1980년 한국보건개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15세에서 64세의 생산가능 연령층의 장애우 중 6할 이 넘는 숫자가 실업자이며 또한 전국 장애우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체장애우 중 15세 이상의 7할 이상이 실업자로 전혀 수입이 없어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며 겨우 0.3%만이 30만원 이상의 수입이 있다는 처참한 실정이다.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의 의식주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마당에 어떻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형편없는 장애우들의 취업률과 이로 인한 빈민화가 장애우 자신들의 무능력과 사회의 무조건적인 외면에만 그 원인이 있는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그동안 장애우들은 자신의 문제해결을 위한 욕구를 끊임없이 정부에 요구하여 왔으며, 그 욕구는 점차 증가해 이제는 중대한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일례로 1977년 연간 단지 4건에 불과했던 진정서가 1980년에는 백 서른 일곱 건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이중 취업과 관련된 경제적 문제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4백만과 천 2백!>
또한 1983년 장애자고용촉진위원회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반월 공단 내 2백 팔십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회신을 보내온 48개 업체 중 90% 이상이 장애우의 일할 권리와 능력을 인정하고 있으며 장애우의 고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업체가 43%, 채용 후 사후 지도를 해줄 경우 채용하겠다는 업체가 40%, 채용 후 발생하는 문제를 책임져 줄 때 채용하겠다는 업체는 46% 였다.
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애우들의 취업에 관한 욕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체들도 적절한 직업훈련과 사후 관리만 행해진다면 고용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장애우들의 취업을 위해 얼마만한 노력을 해 왔는가?
지금까지 정부가 알선한 장애우의 총 취업인구는 1천 2백 여명에 불과하다.
4백만 장애우 중 1천 2백 명!
그동안 정부의 노력(?)이 어떠했는지 웅변으로 말해주는 수치가 아니겠는가?
정부의 이런 미온적인 처사에 장애우들의 불만이 점점 심해지고, 또 UN에서 1981년을 "세계장애자의 해"로 정하자 정부도 서둘러 81년부터 장애우 고용촉진법을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발표한 정책이 실시될 리 만 무인 것이다.
그 후 8년, 직업을 가지고 당당한 납세자로서 살아가겠다는 장애우들의 욕구는 각계각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의 도도한 물결과 함께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이제는 여야 4당이 모두 고용촉진법을 발의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사회문제의 전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고용촉진법은 어떠한 제도이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각 당 안의 내용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고용촉진법은 한마디로 국가가 장애우의 취업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로 기존의 심신 장애자 복지법이나 직업안정법들이 그동안 장애우들을 기만해왔던 것에 비하면 여러 모로 획기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현재 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고용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유럽, 일본 등지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가가 법률로써 취업을 직접 강제하는 경우로 여기에는 대개 할당 고용 율 제도, (상시 고용근로자의 일정 비율을 장애우에게 할당하는 제도), 우선권설정(특정한 직종을 정해 장애우를 우선 취업시키는 제도), 유보고용의 3가지 제도가 있다.
또, 미국 등지에서는 법률로 취업을 강제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고용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제도로 예를 들면 장애우의 경제활동에 부당한 대우를 할 경우 연방정부와의 거래금지 등의 제재를 가해 장애우에게 차별대우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제도이다.
이중 현재 각 당이 제출해 놓고 있는 제도는 유럽, 일본 등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그 중 할당 고용 율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고용촉진법의 기본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각 당이 제출한 법안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법안 자체의 성격 규명에서부터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표1. 고용촉진법의 기본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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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촉진법은 노동법이 아니다.>
각 당에서는 이 법안을 노동법의 한 갈래로 다루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고용촉진법은 노동 문제라기보다는 확대된 복지행정의 한 갈래이기 때문에 이 법안은 노동위원회가 아니라 보사위원회에서 심의되어야 마땅하며, 이는 향 후 발생할 많은 장애우 문제를 보는 시각의 잣대가 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이 법안을 집행, 관리해야 할 전담 부서의 위상을 결정해 주는 것으로 설치 및 그 운영 전반에까지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실효성의 문제로 이 법안 자체의 통과도 편견에 사로잡힌 대기업주들의 로비활동으로 상당히 난항을 겪게 될 전망인데 더욱이 취업 후에도 장애우의 해고를 제한하는 규정이나, 직장 내에서 겪게 될 임금차별이나 승진누락 등의 차별대우금지 등의 항목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이로 인한 불이익이 생길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셋째, 의무 고용 율의 문제로 공적기관(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은 상용근로자 총수의 백 분의 2내지 3을 그리고 일반 사업주는 백 분의 3내지 5까지 장애우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일반기업체의 고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공적 기관의 비율이 일반기업체 보다 높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일본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고용은 이루어지지 않고 납부금만 쌓일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으며 매스컴을 통해 일정 수 이하의 장애우를 취업시킨 기업을 공개하는 명예 벌 등을 거론하고 있으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장애우의 취업이 기업 자체에도 득이 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세제감면이나 융자 등의 지원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각 사업장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인원배정 시행 상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같은 사업장이라 해도 광업, 어업 등 장애우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직종이 있는가 하면 일반사무직, 연구직, 전자, 첨단산업 등 심한 육체 노동이 필요치 않은 직종에는 얼마든지 더 많은 장애우들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 율의 적용범위를 각 사업장단위 보다는 기업단위로 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장애우의 고용이 적합하지 않은 다른 직종의 비능률도 방지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고용효과도 강화할 수 있으며 납부금, 조정금 등의 계산과 징수 등 행정 및 고용관리의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이와 더불어 기업주의 고의적인 고용회피를 방지하기 위해서 제외율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리라 본다.
제외율제도란 법정 고용 장애우 수를 산정 할 때 기초가 되는 상용근로자 수의 계산에 있어서 건설현장 근무 자라든가 탄광의 채탄부, 어부 등 현실적으로 장애우가 거의 접근 할 수 없는 직종에 종사하는 일정 수를 제외하고서 계산하는 방법이다.
이 제외율제도가 도입되지 않으면 장애우들이 상대적으로 제외율만큼의 고용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복지부가 필요하다>
넷째, 고용촉진담당기구의 위상과 조직 구성상의 문제로 장애우들의 저조한 취업률은 편견에서건 그릇된 사회경제적 체제에서건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이 장애우들의 취업을 거부해 온데 그 큰 원인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해 볼 때 고용촉진을 담당하는 기구는 대기업들에 맞소 강력한 행정지도와 관리 그리고 제재조치 등을 실질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조직 구성체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법안에서 채택하고 있는 법인체의 성격으로는 이 모든 일들을 효과적으로 담당하기 어렵다고 본다.
하물며 노동부 산하의 일개 협의체 정도의 성격으로는 전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하루 빨리 독립된 복지청이나 복지부를 신설해 이곳에서 조직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지 않으면 대기업들의 갖가지 방해와 거부에 장애우들만이 피해자로 남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다섯째, 직종개발, 직업훈련, 적응훈련 등 고용 및 직업안정과 상호연관 된 일련의 체계가 미흡하다.
현재 각종 사회복지 시설이나 기관에서 기술, 기능교육을 받고있는 장애우 수는 총 만 4천 여명으로 이는 이 법이 시행됨으로 새로이 생겨날 약 십여 만 명의 고용수요에 턱없이 부족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은 현재 배우고 있는 기술도 목공예, 수예, 안마, 침술 등 극히 초보적이고 시장성이 없는 34개 직종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현대의 고동산업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기술 및 기능에 대처하기 위한 직종 개발과 교육프로그램의 확충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또한 절대다수의 재가 장애우들과 그 동안 모든 정책에서 소외되어온 지방 거주 장애우들에게 어떻게 직업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갖도록 할 것 인가도 커다란 문제로 대두된다.
여섯째, 고용납부금은 되도록 높게 책정하고 납부금 미납 시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 하나 강제 조항이 미약하다.
또한 현실적으로 이미 거의 대부분의 장애우들이 취업하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장려금보다 금융지원이나 세제혜택을 주어 고용촉진을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본다.
<다시 처음으로>
이상 각 당에서 제출해 놓고 있는 고용촉진법안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물론 여기에는 아직도 개선, 추가 및 보완해야 할 많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법적인 조항들을 따지기 전에 일자리를 갖고 내 힘으로 세금을 내기 위해 이런 어마어마한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그 동안 장애우들이 얼마나 일터, 그 삶의 현장에서 밀려나 열등한 존재로 취급받아 왔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무엇보다도 이 법안 실시의 가장기초자료가 되는 등록제마저 89년 4월말 현재 겨우 18만여 명만이 등록을 마쳐 그 동안 장애우들이 정부의 기만적인 복지정책에 속아왔으며, 깊은 불신의 골을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에도 지금에도 장애우들은 언제나 그 시대의 온갖 모순을 양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왔다.
몸과 마음의 부 자유에서부터 교육, 진학, 취업 등 생의 전 부문에 걸친 철저한 차별대우.
그러나, 이러한 모든 모순해결의 주인이 되어 싸워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우들은 항상 중심에 서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맴돌아 왔다.
고용촉진법은 4백만 장애우들이 이 사회 삶의 한 복판에 뛰어들어 그 동안 자신의 손과 발을 얽어매고, 눈과 귀를 가렸던 여러 가지 모순들과 정면으로 대결하여 그 실체를 깨닫고, 스스로 풀어버리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이제 자유인으로 일어서서 "달라"고 소리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엎드려 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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