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2] 장애인올림픽? 동정의 올림픽?
본문
서울 올림픽도 끝났다. 며칠 앞으로 장애인올림픽이 다가왔다. 서울올림픽이 민족의 화합과 화해 속에서 치루어져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치루어졌듯이 이번 장애인 올림픽도 "장애인들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용기를 심어주며 모든 장애인가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인간승리의 대제전이 되도록 준비하겠다"는 조직위원회의 말대로 되어야 할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장애인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이번 장애인올림픽의 이념을 "도전과 극복", "평화와 우정", "참여와 평등"으로 천명한 바 있다.
그렇다! 우리들은 말 그대로 우리들의 육체적 아픔을 극복하고 싶고, 몸이 성한 사람들과 함께 배우고 함께 일하는 평등을 누리며 살고 싶다. 그동안 우리는 극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적도 없고, 평등하게 대접받기를 거절해 본 적도 없었다. 오히려 일반인들의 편견과 언론의 왜곡과 정부의 무정책으로 말미암아 극복의 노력이 방해를 받아왔고 불평등한 제약을 받으면서 마음 깊은 곳에 한을 가지고 살아왔다. 때문에 위와 같은 거창한 구호들이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고 그대로 실천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하여 이번 장애인올림픽은 장애인들이 육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남은 신체적 조건으로 가능한 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의 대전환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올림픽이 일반올림픽과 같이 메달 몇 개 건지는 동네 체육대회로서의 수준을 벗어나, 이사회에 400만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장애인들이 있다는 사실, 장애인들이 편견과 불합리한 제도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 그 어려운 이유가 장애를 입은 사람들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교육, 취업 등을 보장하지 아니한 채 거지에게 동냥하듯이 돈 몇푼 던져주는 차원의 행정 및 제도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사실, 그러기에 이번 올림픽을 통하여 장애인가 장애를 입지 않은 모든 이들과 하나가 되어 불편함을 문제 시 하지 않고 모두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복지국가를 형성해 나가는 첫걸음이 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 등을 널리 알리고 함께 고민하도록 유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소외된 올림픽"운운 "도와주어야 한다"운운 하면서 앵무새처럼 장애인올림픽조직위원회의 입장을 뇌까리고 이번 올림픽에 참가를 안하는 사람들은 인정도 없는 사람, 국가대사를 망치려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언론의 한페이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장애인올림픽은 조직위의 말대로 극복이나 평등의 올림픽이 아니고 250억원을 비용으로 쓰는 "장애인올림픽 조직위원회 및 언론의 잔치"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장애인올림픽에 소요되는 총 경비가 약 250억에 달한다. 작년 보사부 예산 가운데 장애인들을 위한 예산이 179억에 불과하다. 이번 장애인올림픽을 준비하는 조직위원회에는 장애를 입은 사람이 1명 정도 밖에 없다. 이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장애인들의 아픔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거리가 먼 어떤 사람들이 그동안 250억을 "장애인"라는 이름을 붙여 어떻게 사용해야 다 쓸 수 있는가를 가지고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이 끝나고 난 뒤 우리 400만 장애인들의 복지가 이 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고, 위 250억의 돈이 어떠한 효과로 장애인들의 복지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인지 의문해본다. 장애인들의 열악한 상황의 개선에 관한 아무런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들의 아픔은 그대로 방치한 채 무조건 기뻐하라는 지시에 우리 장애 당사자들은 승복 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 참여할 기분이 아니다. 수 백억의 잔치 뒤에 닥쳐올 허무함, 새로운 편견, 새로운 불평등을 상상할 때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행사가 아닌가 한다.
정부나 장애인올림픽을 유치하고 준비해 온 분들이 진정으로 이 나라 400만 장애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아픔을 극복하는 전기로써 이번 장애인올림픽을 생각했더라면 적어도 이번 장애인올림픽을 치르기 이전에 그동안 소홀히 다루어져 왔던 장애인복지정책을 뒤돌아 보면서 그동안 방치되어왔던 장애인들의 아픔을 어루만질 정책이라도 몇 개 동정했어야 할 것이다. 혹시 당장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곤란하지만 올림픽이 끝나고 난 뒤에라도 장애인들의 복지와 관련하여 어떠한 발전적인 전환을 예고하고 이의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면 그나마 심정적으로 이해가 갔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위원회는 조직위원회대로 자신들이 맡은 부분은 장애인올림픽이지 장애인복지문제를 다루는 곳은 정부니까 복지관계 문제는 보사부에 가서 알아보라고 미루고, 보사부는 보사부대로 보사부가 올림픽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을 장애인복지의 대변환과 연결시키지는 말아달라는 듯한 태도들에 비추어 이번 장애인올림픽은 장애인들의 복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겉치레 행사에 불과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분명하게 단언한다. 이번 장애인올림픽은 고귀남 위원장 개인의 잔치도 아니고, 동 위원회에서 보수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수많은 분들의 잔치도 아니고 장애인들의 체육대회에서 휠체어 한번 밀어주었다는 심리적 보상을 얻고자 하는 일부 자원봉사자들의 잔치도 아니다. 이번 올림픽은 그 이름에서 보듯이 분명히 장애인들의,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이다.
나는 그 잔치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누가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 그 행사가 없었더라면 250억의 돈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비용으로 사용될 수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이 남아갈 따름이다.
<바로잡습니다.>
●전체적으로 오자가 많이 나와 독자 여러분께 사과말씀 드립니다. 변명 같은 변명을 하자면 한 사람이 모든 원고를 교정, 교열 보기에 실수에 실수를 거듭합니다.
교정, 교열을 후원해 주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거리포커스를 거리 에서로 우선 고칩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시기 바랍니다.
●9월호 19페이지에 손봉호 교수를 손용호로 오자가 난 것을 정정합니다.
●9월호 25페이지 후원자 명단 중 부산지역 조현래 변호사를 조현재로 오자가 난 것을 정정합니다.
●9월호 30페이지 지체장애인 자녀수기를 지체장애인 부모수기로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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