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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외출하고 싶어요.

-제주도 교통문제 휠체어를 타고 혼자 외출할 수 없다-

본문

안녕하세요?
함께 걸음에 문을 두드리면 혹시나 지금 당장은 아니라 해도 불편한 교통에 손이 미칠까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시내로 외출을 하려면 보호자가 꼭 뒤따라 주어야 하나가 두 달 전 복지회관에 처음으로 모임을 구성하게 되면서부터 외출이 잦아지게 됐습니다.
타인에게 도와달라는 말도 못하던 마음이 주위에 가르침과 사회에 적응하려면 부딪쳐야 한다는 말씀들에 힘입어 혼자만의 소외된 생활에서 많이 성숙해졌습니다. 혼자서 차를 타고 내리는 것도 할 수 있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고 희망을 가지고 부딪치며 받아들이며 살자고 몇 번이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애인 올림픽 폐막식이 있기 하루 전부터 우리 제주도에는 버스에서 도와주시던 안내원들이 모두 폐지가 됐고 차체도 바뀌고 말았습니다. 휠체어 한 대 실을 수 없는 공간으로 바꾸었고 기사 분이 직접 내려서 해줄 수도 없는 문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교통부에서도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지는 저도 알 수가 없지만, 장애인 올림픽까지 치를 수 있었던 나라에서 정작 우리 장애인들은 외면당해야 할까요?
아직도 사람들의 인식이 덜 돼 가슴 아픈 일들을 당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앞으로 취업도 필요한 제게 교통은 크나큰 몫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휠체어가 분신인 장애인들에겐 큰 문제로 남을 것입니다.
보름 남은 외출이 벌써부터 염려가 됩니다.
교통 문제가 외국에서는 참 편리하게 되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휠체어 한 대 실을 수 있는 공간과 도와주실 안내원이 있어서는 안 될까요?
교통 문제가 여기서 끊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럴 때 휠체어는 분신이 아닌 짐이 되고 맙니다.
타인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목발이라도 짚고 설 수 있는 그런 욕심을 품게 되는군요.
안녕히 계십시오.

1988년 10월 31일
-제주에서 드림-

작성자김영애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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