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본문
며칠전 실로 오랜만에 만난 한 친구로부터 작은 책자 하나를 받았다. "함께 걸음" 이라는 제목과 "...장애인들의 월간지" 라는 중간 글귀를 보았다. 별다른 이야기 없이 내게 쥐어진 책속에서 또다른 세계가 나를 흔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점차 부끄러워지는 내 모습을 의식하며.., 한달전에 만났던 작은 키의, 그러나 열심히 살아가는 특수학교 선생님인 나의친구 모습이 투명한 5月의 연녹빛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발간의 취지는 훌륭하였다. 그러나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아직 정착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다소 산만한 구성, 그리고 책을 메꾸기 위하여 이것저것을 다 넣어 기획한 듯한 인상이다. 이 책은 장애인들만의 전문잡지가 아니다. 우리 모두 대화를 유도해 낼 수 있는 잡지여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방향성을 정확히 잡고, 특집을 매월 마련하여 적극적으로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 장애인들의 복지문제에 대한 현황이나 교육정책등은 매우 궁금하고 또 알아야 할 사실들이라고 본다. 또한 제대로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속시원한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소극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그들의 문화를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장애인과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간에 쌓여있는 불투명한 막이 제거 되어져야 한다. 누가 그 막을 만들어 갔는가?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대화의 부족이고, 관심의 부족이다. 그것은 사랑의 결여이다. 사랑하지 못하는 인간은 정상일 수 없다. 진정한 인간이 되려면 "사랑"에 대해 시선집중을 해 보는거다.
사라은 실로 여러 가지의 종류와 방법론을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미묘함이다.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랑" 그 자체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될 때, 앞으로의 이 책의 방향성이 더욱 선명해 질 수 있으리라고 본다.
책의 구성중에 "탐방기", "장애우의 삶", "아름다운 이야기" 등은 앞으로 계속 되어져 나가리라 보는데, 단순히 진열시켜 나가는 듯 한 느낌보다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독자와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화가 유도되어지는, 살아있는 기사로 구성해 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직접적인 글, 소설이나, 꽁트, 시 등을 선보일 수 있는 문학예술쪽의 장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또한 설문조사를 자주해보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들의 생각, 희망, 바램 등의 이야기들이 추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이야기를 풀어나기에 중요한 요건들이 된다.
전체 장애인 수가 우리나라에만 400여만명이 된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수에 미치려면 잡지 발행수는 너무도 미약하다. 많은 홍보활동을 통하여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많은 발행부수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 일들은 한편만의 일이 아니다. 하나여야 할 인간이 자기편견과 자만과 열등감으로 인해 갈라진 패를 하나로 다시 만들어야 할 서로의 일이다.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실수가 계속되지 않도록 말이다. 누가 누구를 동정한단 말인가? 모두가 부족함을 하나 가득 안고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도움을 받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의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잡지는 인간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루어 주는 잡지로 성장할 것이다. "사랑"의 커뮤니케이션. 그 불씨가 담겨져 확산되면서부터 이 잡지는 폐간되리라. 그런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함께 걸음"의 의미는 진정 인간사회의 온 구석에 실천의 뿌리를 내려야 하는 좋은 명제이다. 자신의 문제이다. 먼 미래를 바라보고 힘쓰고 달려갈 때 서로에게 사랑을 주고 받는 사회, 아름다운 사회는 닾당겨진다.
평범하고 소시민적이고 못나게 살아온 냉담자였던 내게 따뜻한 불씨를 조용히 건네준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이 일에 뜻을 두시고 열심히 뛰시는 모든 분들에게, 또한 감사와 사랑을 보낸다. 푸른 5月에 내게 전해진 얇은 책자는 5月의 푸른소망과 필시 무슨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희망은 참 좋은 것 같다.
"그리하여 마침내 사랑은
고요의 빛나는 바다.
햇살 쏟아지는 파아란 하늘.
이슬머금은 푸른대지위에
생명있는 모든 것들 하나이 되어
춥추며 노래하는 눈부신 새날의
위대한 잉태"-!
문득 박노해님의 "사랑"이란 시의 마지막 구절이 나의 수줍고 부족한 모든 이야기를 대변해줄 것 같다. 붉어있는 내 얼굴로 감히 몇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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