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지원욕구를 어떻게 측정하고 지원할 것인가?
본문
사람중심계획(Person Centered Planning: PCP)에서는 지역사회 안에서 발달장애인이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당사자에게 중요한 것(important to~)’와 ‘당사자를 위해 필요한 것(important for~)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PATH, MAPS 등의 사람중심계획 도구를 활용해 당사자의 꿈과 삶의 목적을 확인했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일상생활 전반에 대한 지원욕구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 정도에 맞는 예산을 할당하는 것이 필요한데 오늘은 이 과정에 활용되는 도구 I-CAN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중심접근에 기반한 발달장애인의 지원욕구 측정
우리말로 “할 수 있다”라는 뜻을 가진 I-CAN은 장애인의 지원욕구(support needs)를 분류하고 사정하는 도구로 장애인에게 적합한 지원이 제공되면 전에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도구는 그룹홈에 있는 지적장애인의 지원욕구를 사정해 필요한 자원을 결정하려는 1998년 호주 수도 특별 자치구(ACT)의 프로젝트에 의해 개발된 SCAN(Supports Classification and Assessment of Needs)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장애연구소(Center for disability studies)에서 개발됐다. I-CAN은 WHO(World Health Organization:세계국제보건기구)의 ICF(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를 기반으로 일상생활 전반에 필요한 지원의 영역이 14가지로 구성돼 있다. 활동과 참여 부문에는 9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이의 각 영역에 4문항씩 총 32개의 문항이 있으며 건강과 웰빙 부문의 4개 영역에는 총 27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13번(나의 목표)과 14번(건강 및 지원 서비스) 영역은 질적인 진술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나에 관하여’, ‘장기 목표와 꿈’, ‘지원 네트워크’ 등을 진술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도입 영역은 전체 14개 영역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I-CAN이 단지 지원욕구를 사정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인간 중심(person-centered)의 관점을 바탕으로 욕구 사정을 통한 지원 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음을 의미한다. (윤재영, 2015:재인용)
또한 I-CAN은 양적평가 위주의 기존 욕구 측정 또는 서비스 할당도구와 달리 질적, 양적 평가가 모두 가능하도록 하는 인터뷰 폼(form)을 사용한다. 질적 인터뷰의 서술과정을 통해 양적 평가를 동시에 수행하게 되는데, 당사자에게 필요한 지원의 강도와 빈도를 각 항목에 대해0-5점의 리커트 척도를 활용해 지원의 형태(0: 독립, 1: 간단한 관리가 필요한 독립, 2: 낮은수준의 감독과 간단한 신체적 지원, 3: 연속적인 감독 혹은 일부 과업에 대한 신체적 지원, 4:복잡한 의사소통 혹은 광범위한 신체적 지원, 5: 두 사람 이상이 필요한 지원)와 지원의 빈도(0: 지원이 필요 없음, 1: 한 달에 한 번 이하, 2: 한 달에 1-3번 정도, 3: 매주 1-6번 정도, 4: 매일 한 번 혹은 조금 여러 번, 5: 하루 종일 계속해서 혹은 매우 여러 번)를 각각 측정해 이를 합산한다(CDS, 2015b).
그러나 점수의 평가만으로 당사자의 지원욕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영역 중 질적 평가가 가능한 영역과 인간중심관점과 관련된 문항을 활용해 지원욕구파악 및 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데 질적인 평가 부분이 양적인 평가보다 고려의 우선순위를 갖고 있으며, 당사자의 이야기가 지원계획의 중심이 되므로 기존의 점수기반의 측정도구와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빠르고 간편한 개별예산 할당도구로써의 I-CAN
I-CAN의 또 하나의 특징은 언제 어디서나 당사자에게 필요한 지원의 빈도와 강도를 결정해 온라인 시스템에 입력하면 필요한 예산을 쉽고 빠르게 파악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다섯 번째 버전이 개발됐으며 정확한 예산 파악을 위한 데이터 수집을 지속하고 있다.
개별유연화서포트서비스 시범사업에서의 활용과 향후과제
사실 I-CAN을 통한 예산 및 지원욕구 측정은 호주의 발달장애인만을 대상으로 데이터가 수집됐으므로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기에는 타당도와 신뢰도 면에서 객관적으로 적용이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개별유연화서포트서비스에서는 I-CAN으로 측정된 예산을 우리나라 환율로 조정한 뒤 자연서포터와 제도적서포터(활동지원제도) 지원시간을 빼고 예산총량을 비율로 산정해 개별예산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예산의 측정 외에도, 인터뷰 양식을 활용해 당사자의 지원욕구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I-CAN 항목을 성과지표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I-CAN은 지원욕구 파악을 바탕으로 한 예산산정 도구로, 바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고 I-CAN의 한국버전을 개발하기에는 호주의 시드니대학 장애연구소와의 저작권, 번역, 비용 문제 등 여러 가지 논의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하지만 I-CAN이 우리에게 던지는 희망적인 이야기는 우리도 서둘러 사람중심접근에 기반 한 발달장애인 욕구 측정 및 예산할당 도구의 개발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예산제도와 같은 정책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준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우리도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기능과 문제에만 치우쳐져 있는 사정도구를 넘어, 이들이 주체로서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쉽게 말하고 요구할 수 있는, 사람중심적인 사정도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I-CAN의 소개와 필요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다 보니 구체적인 사용방법, 활용법에 대해 거의 언급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 I-CAN이 어떠한 것인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는 조금이라도 이해가 됐기를 바라면서 제도와 실천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사람중심적인 관점으로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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