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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기후위기라는 대전환 속, 그 중심에 위치해야 할 장애계

기후위기와 장애인

본문

 
지난해 9월 환경부가 발의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되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 필요한 계획과 조치를 담은 법이다. 해당 법이 발의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유럽, 일본에 이어 14번째로 탄소중립 정책을 법제화한 국가 반열에 올랐다. 이러한 법률적 토대 마련을 발판으로 앞으로의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우리의 삶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까?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소속이자 녹색전환청년그룹에서 사회복지·돌봄과 관련된 기후위기 현장에서 연구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미 사회복지사와 함께 이번 법안이 가져올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봤다.
 
 
탄소중립을 위한 첫걸음,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둘러싼 논란
 
탄소중립기본법에서 말하는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사회·경제적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도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제시하는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목표치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의하면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 범위에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17년 목표치였던 24% 대비 11%가 향상된 수준이며, 탄소 저감 실현이 가능한 수준에서의 최대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탄소중립기본법이 해당 법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하 녹색성장법)’의 미루기식 입법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많은 환경단체에서 탄소중립기본법 발의 이후 국민의 생명권, 평등권, 인간답게 살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우리나라는 매우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어요. 정부에서 제시하는 이 35% 저감 목표로는 불충분해요. 한국이란 국가가 앞으로 2030년, 2050년 사이에 지구 기온 평균 1.5℃ 상승을 지키기 위해서 정한 것이 탄소예산인데, 이 탄소예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고 IPCC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2010년 대비 45%까지 감축 목표에는 어림도 없는 수치예요.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퍼센티지도 그렇고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죠. 오히려 또다시 기업과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인해서 실제로 기후위기로 인해 고통받는 생명과 사람들,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예산들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것이고, 이것이 우리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정당과 시민단체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했어요.”
 
즉, 정부의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행위라는 취지다. 인류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후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선진국에 부여한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지구의 온도는 매년 높은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제4차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 상승이 1.5℃ 수준으로 제한될 때 생물다양성, 건강, 생계, 식량, 안보 및 경제 성장에 대한 위험이 대폭 감소한다.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맞추기 위해서는 2050년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따라서, 그 중간 지점인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해야 한다. 여러 환경단체와 전문가가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도출해 낸 결괏값에 대한 고려가 탄소중립기본법에는 없다. 또한, 어떤 근거로 35%라는 기준이 설정되었는지, 그 설정 기준에 따라 어떻게 탄소 저감을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강혜미 간사 (사진. 이은지 기자)
 
 
정치권은 과연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
 
법안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탄소중립기본법은 녹색성장법의 ‘녹색성장’의 기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녹색성장법이 제정된 2010년 당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각국에서는 녹색성장이 화두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저탄소·녹색성장을 국가의 주요 비전으로 내세웠다. 다만, 이때의 녹색성장은 건설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방점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¹⁾이다. 결과적으로 4대강은 녹조로 뒤덮였고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9.8% 상승한 약 6억 7천만 톤을 기록했다. 새 정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녹색성장은 ‘그린뉴딜²⁾’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되었지만, 여전히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경기부양에 그 목적이 치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점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환경문제에 있어서 산업계, 경제계의 반발에 대해 너무 많은 눈치를 보고 있다. 정부에서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기후위기 그 자체의 문제 해결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경제 성장이라는 그 본심 겉면에 환경보호라는 포장지를 자꾸 덧씌우면서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있어, 정부가 실제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실제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이며, 규제가 필요한 곳은 어디인지, 누구를 위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탄소중립기본법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이번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으로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 기후대응기금이 신규로 운영된다.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는 기존 환경영향평가 대상 중 기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정책계획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 영향을 예측하여 구체적인 저감 계획을 세워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는 국가 예산 사업을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는 제도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그 결과를 예산 편성 시에 반영하고 결산 시 적정 집행되었는지 평가한다. 기후대응기금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및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사회 생태계 변화 및 취약 계층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기금을 말한다.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의 경우 그 기준이 ‘전년도 대비’라는 게 문제죠.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35% 감축을 한다고 법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기업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어요. 전년도 기준이라는 것은 이 기준선에 미달하더라도 전년도에 비해서 조금이라도 낮아졌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또, 국가가 정한 기준에 미달되는 곳에는 어떤 페널티를 주고 제재를 가할 것인지에 관한 규정도 명확해질 필요가 있어요. 또, 기후대응기금의 경우 전환의 시기에 필요한 기금이죠. 석탄발전소를 중단시키면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게 되고 지역경제에도 타격이 생겨요. 이를 대비하기 위한 기금 마련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해당 기금이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거둬서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서 그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어요.”
 
덧붙여 탄소중립기본법 제25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³⁾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녹색성장법 제46조에 근거하여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 아래 배출권은 일종의 기업 자산처럼 운용되고 있다.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기업인 포스코의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탄소배출권 처분으로 포스코가 벌어들인 공짜 수익만 약 245억 원에 달한다. 연간 7천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포스코가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배출권은 5년 기준 약 3억 8천만 톤에 달하며, 별다른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아도 배출권이 남아 이러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았는데도 배출권이 남아도는 기업은 109개에 달한다. 또한, 배출권거래제도 안에서도 대기업들은 경쟁우위에 있다. 탄소배출은 대기업이 더 많이 하지만, 탄소를 저감 하는 기술력도 대 기업에 몰려있다.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얻은 탄소배출권의 여분을 중소기업에 팔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더 배불리고 있다.
 
그녀는 무엇보다 이 제도가 기업들에 의해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괜찮은 티켓인 양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탄소중립기본법을 통해 새롭게 시행하게 될 제도들도 이러한 사단을 예방하고 감독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만약 이러한 폐단을 제때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기후위기로 인해 현재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
 
기후 민감 계층의 경험은 더 심각하다. 그들은 기후변화의 위협에 가장 먼저 노출되고 가장 큰 피해를 본다. 2018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37만 가구는 집이 아닌 형태의 장소에서 거주 생활을 한다. 판잣집,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가구만 6천여 가구가 넘는다. 폭염과 한파, 홍수, 태풍, 대기오염, 전염병 등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있는 재난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집의 본래 기능이 상실된 곳에서 질병과 질환의 위협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루어진 초창기, 집조차 없는 길거리 노숙자들은 당장 마스크를 구할 여력도 없었을뿐더러 이 사회는 그들 자체를 위험 바이러스라고 사회로부터 쫓아내기 바빴다.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청은 서울역 노숙자의 짐을 싹쓸이 폐기했다. 그 안에는 생활 집기를 포함하여 틀니, 휴대폰, 주민등록증 등이 들어있었다.
 
“물건을 잃어버린 수준이 아니라 전 재산을 국가에서 다 폐기한 것이죠. 삶의 전체를 빼앗긴 거예요. 커피 노점을 하는 노점상의 마차까지 강제 철거를 했어요. 삶의 경로까지 잃은 거죠.”
 
이번이 처음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이전인 지난해 7월에도 강제 철거가 있었다. 이후 논란이 일자 중구청은 공문을 통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겠다는 뜻을 전하였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똑같은 일이 또 발생한 것이다. 강제 철거 전날 한 차례의 계고 이후 별도의 이행 기간 없이 기습적으로 진행된 강제 철거는 법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강제 철거는 더욱 빈번하게 행해졌으며, 해당 집행을 주관하는 부서가 노숙자 복지지원의 주부서인 사회복지과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러는 사이 정권은 또 바뀌었다
 
지금까지의 기후위기 운동과 궤를 달리하는 윤석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됨에 따라 앞으로의 5년이 중요해졌다. 그는 원자력과 청정에너지 기술 구축을 통한 탄소중립 사회, ‘원전 최강국 건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앞으로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어떻게 흘러갈까?
 
예산의 유동성은 지도자의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일맥상통하게 움직인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핵발전과 기술만능주의에 빠져 국가의 기후위기 정책이 운영될까 봐 우려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예산이 이러한 기술개발 예산에 투입된다면 결국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또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국정운영의 기조와 기후정책의 방향성을 제대로 확립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이 중요했던 이유는 2030년까지의 계획을 시작할 사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대통령에게 많은 권한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통령의 결정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합의를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내야 할 때가 왔다. 앞으로의 기후위기 대응이 더 나아갈지, 회귀할지에 대한 운명의 기로에 서 있다.
 
 
언제까지 연탄만 옮기면서 사랑을 실천할 수는 없다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여전히 개인 실천에 대한 관심이 커요.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시적인 것만 변화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성장주의 이데올로기에서의 전환이 먼저 이루어져야 해요.”
 
그녀는 이 문제를 플라스틱 즉석밥 용기에 비유했다. 각 가정에서 아무리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한 뒤 깨끗이 씻어서 내놓아도 한 번 쓰인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이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에서 재활용이 되는 제품을 내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현시점으로는 정부가 별다른 제재나 강제 없이 기업의 자유의사에 이러한 기후위기 문제를 떠넘기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 어쩔 수 없이 개인이 분리수거를 실천하는 수준에서만 환경운동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것에서부터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취약한 주거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후원 물품만 제공되는 복지도 마찬가지다. 이는 일시적인 수습에 불과할 뿐 장기적인 기후위기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공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탄소배출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탄소배출의 60~80%가 사람이 머무는 건물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연탄을 나누며 사랑을 실천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법적인 규제를 통해 노후화된 집을 바꾸려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석탄 자체도 에너지 효율성이 엄청나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과 장애인권은 같이 갈 수 없는 것인가?
 
환경운동은 대체로 장애인의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불편하고 귀찮을수록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탄소를 명분으로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은 대중교통 이용을 시민들에게 권한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지금의 대중교통은 비장애인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출퇴근 길은 늘 사람으로 미어터지고 매일이 지옥 체험의 현장이다. 아직도 서울 지하철에는 장애인 이용객을 위한 승강기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은 역사가 많다. 상황이 이러한데, 무턱대고 이용자만 더 늘린다면 자연스럽게 장애인 이용자의 입지가 더욱 위축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장애 당사자들의 생각이다. 대중교통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 저상버스 도입에 대한 예산이 함께 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가의 생각은 어떨까?
 
“환경을 지킨다고 해서 많은 것들이 바뀌죠. 하지만 조금 더 세심하게 생각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해요. 장애 당사자가 느끼는 불편을 불편함 정도로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환경운동과 장애계 운동이 오히려 같은 궤를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운행되고 있는 버스는 주로 내연기관 차량이 대부분이에요. 이에 환경운동가들은 100% 전기버스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어요. 이때, 장애계에서도 저상버스로의 전환을 함께 주장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지금의 버스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어요. 사람을 위해서도, 환경을 위해서도 대중교통을 더 늘려야 해요. 이참에 전기로 움직이는 저상버스 도입을 함께 주장하는 거죠.”
 
신체의 손상 정도가 심한 장애인일수록 차가 없으면 이동할 수가 없다. 이동이 편리하지 않다는 것은 삶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은 더 심각하다. 환경단체가 전기버스 도입을 주장할 때, 장애인단체도 저상버스로의 도입을 같이하자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노후화된 저층 주택을 수리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주거 형태를 전환하고자 할 때, 장애 친화적인 그린 리모델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함께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의 사고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편한 길은 아동, 노인, 임산부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편하죠. 소수자의 시선이 기준이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가장 최소한의 기준은 장애인부터 사용할 수 있고 편리하다고 느끼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애 당사자가 직접 기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자기 삶은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자신의 어려움도 자기가 제일 잘 안다.’ 당사자가 곧 전문가다. 장애 당사자가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기후위기로 인한 대전환의 시기에 환경운동과 장애계가 함께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기후 위기 대응 비전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우리가 모두 함께 갈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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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친환경 보(洑)를 설치하여 하천 생태계를 살리고 지역 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목적으로 시작된 대규모 정비사업에 4년간 예산 22조가 투입되었다.
2)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산업 인프라 구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경기부양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 사업,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전기차 확대, 그린 팩토리 구축, 스마트 그린도시 조성, 그린 리모델링, 태양광 설치를 통한 그린 스마트 스쿨 등이 있다. 2025년까지 약 74조가 투자될 예정이다.
3)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허용 총량을 정한 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 단위 배출권을 할당하여 할당 범위 내에서 배출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에 대한 사업장 간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
작성자이은지 기자  lonely_lo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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