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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장애인차별금지법 이대로 괜찮을까?

장애인권법률 톺아보기 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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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제정 과정을 거친 장애인차별금지법

2017년이 밝았습니다. 장애인 인권 활동도 더 힘차게 역동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다양한 장애인 인권 활동은 대체로 장애인 인권 관련 법률들을 근거로 이뤄지죠. 그래서 장애인 인권 활동들의 중요한 지지가 되는 장애인 인권 관련 법률들은 무엇이 있는지, 좋은 내용은 무엇이고 고쳐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법률은 뭐니 뭐니 해도 장애인차별금지법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이 긴 이름의 법률이 제정된 지 올해로 꼭 10년입니다. 법률이 제정되는 과정은 대부분 지난합니다만, 이 법은 제정과정이 험난했기로 유명한 법이기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 관한 백서까지 발간되기도 했지요. 차별금지법이 매 입법기마다 발의됐다가 제정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과정을 보면, 이 법률이 제정된 것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고요.

그런데 법률가들도 이 법률 해석을 어려워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만 금지하는 법률이 아니라 차별 받은 장애인의 권리를 구제하는 내용도 함께 담고 있는데, 그 구제의 도구들이 우리나라에 일반적인 권리구제 방법에 비춰 새로운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생김새

이 법은 6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장은 법을 여는 서두인 총칙입니다. 장애인 등 각종 용어와 뜻, 금지되는 차별의 종류, 차별판단의 방법 등이 설명돼 있습니다. 2장은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대해서 다양한 분야를 나눠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용분야, 교육분야,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분야,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분야와 참정권분야, 모・부성권, 성 등 관련분야, 가족・가정・복지시설 건강권 등 관련분야로 나눠져 있는 2장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3장에서는 장애여성 및 장애아동 등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뒀습니다. 이중적 약자의 지위에 있기에 더욱 차별금지를 강조하려는 의미입니다.

4장부터는 권리구제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4장은 장애인차별시정기구 및 권리구제 등을 규정해 장애인 차별 사건에 개입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의 역할과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죠. 5장 손해배상, 입증책임 등의 부분에서는 장애인 차별 사건을 민사소송으로 해결하고자 할 때 일반적인 민사법 원칙보다 차별 받은 사람의 권리를 강하게 보장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장애인 차별행위를 한 사람에 대한 벌칙이 담겨 있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좋은 역할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인권신장을 위해 큰 기여를 하는 법은 맞습니다. 법의 선작용이 있다는 것이지요. 국가인권위원회도이 법으로 장애인 인권에 관련된 큰 역할을 맡고 있고요. 그리고 법 제48조에 규정돼 있는 법원의 구제명령제도는 알고 보면 어마무시한 제도랍니다.

법원은 금지된 차별행위에 관한 소송 제기 전 또는 소송 제기 중에 피해자의 신청으로 피해자에 대한 차별이 소명되는 경우, 본안 판결 전까지 차별행위의 중지 등 그 밖의 적절한 임시조치를 명할 수 있고, 나아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제도가 마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볼 수 있는 제도인데 우리나라의 법체계에서는 조금 생소합니다. 법원이 당사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한 행동을 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니요! 차별을 효과적으로 구제하는 행위를 법원이 구체적으로 지정해 강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 때문에 재판을 하는 법원에서도 활용하기를 주저하는 모습이 있지만, 앞으로 폭넓게 활용되길 바라는 조문입니다.

 

이 법에서 고쳐야 하는 것은?

잘 만들어진 법은 실생활에 잘 적용할 수 있는 실효성이 뛰어난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이 법의 벌칙조항은 어서 개정돼야 할 부분입니다. 실제로 이 법 위반으로 거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없게 돼 있거든요. 법 49조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하려면 차별행위를 ‘악의적’으로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악의성은 차별의 고의성, 차별의 지속성 및 반복성, 차별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차별 피해의 내용 및 규모를 모두 고려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죠. 이 모든 것을 고루고루 갖춘 차별행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형사처벌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속히 개정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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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관련 차별 진정사건을 조사해 처리하고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 차별 진정사건의 90%를 각하, 기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실제 권리 구제율은 별로 높지 않다는 뜻이지요. 또한 권리구제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가 나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정접수부터 시정권고까지 1년에서 2년씩 걸리는 사건도 많거든요. 이런 식의 권리구제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웹접근성 관련해서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을 두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전국민에게 스마트폰이 보편화돼 있는 요즘,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웹사이트를 찾아가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서 각종 정보에 접근하고 서비스를 제공받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14조에서는 정보 접근권의 보장 범위를 ‘웹사이트’로 한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모바일이나 소프트웨어상 웹접근성이 구축돼 있지 않아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 차별로 진정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미국만 보더라도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 법(21st Century Communications and Video Accessibility Act)’을 통해서 장애인과 소수자를 위한 정보접근권 보장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는데 말이죠.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이 극장을 찾거나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또는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숙박, 콜택시 이용 등에서 경험하는 일상적인 차별에 관해 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얼마나 촘촘히 반응하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아직 미비한 수준입니다. 장애인의 문화향유권 관련 규정은 대부분 임의규정이라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 의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관광 관련 내용은 법에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서 모든 불편을 장애인이 오롯이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루 속히 이런 디테일이 채워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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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자랑스러운 입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제정 10주년을 맞은 2017년 올해, 법 안의 좋은 제도는 더 뿌리내리도록 하고 법의 미비한 부분은 조속히 개정되도록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이 의미 있고 뜻깊은 일에 함께 손을 맞잡아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작성자글. 김예원/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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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ㅇㅇ님의 댓글

ㅇㅇ 작성일

정말 좋은 내용이네요 bb

이승엽님의 댓글

이승엽 작성일

국회의원들 국회에 가마있지말고 공장을로가보십시요?
공장어로 가실때 회사 차을 타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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