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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학대 사이클 끊는 교육과 훈련의 연속

미국 일리노이주 장애인권 옹호체계 취재 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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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노예 사건을 비롯해 국내에서 일어나는 장애인 학대 사건들은 연이어 그 충격적인 전말을 세상에 드러냈다. 특히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대가 주로 세간의 공분을 사며 그 심각성이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를 포함한 수많은 장애인들이 반복적인 학대 상황에 노출되는 등 장애인 학대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함께걸음에서는 한국에 비해 장애인 권익옹호 체계가 앞서 있다는 평을 받는 미국을 방문해, 미국의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미국 내 장애인 학대 사건

1) 2년 전, 미국 아이오와의 칠면조 농장에서 일어난 장애인 학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미국 전역에 전해졌다. 해당 칠면조 농장에서는 발달장애인 35명이 35년간 일하고 있었다. 이들 발달장애인들은 모두 학대 상황에 오랫동안 놓여 있었지만, 수년간 다수의 학대 의심 신고에도 불구하고 아이오와 주정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렇게 묵혀져 있던 학대는, 한 신문기자의 폭로로 세상에 드러났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강도 높은 노동이 지속됐지만 주어지는 임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노동력 착취와 함께, 피해 장애인들 앞으로 나오는 장애연금의 착취도 병행됐다. 또한 꾸준한 학대로 인해 신체적 손상 또한 심각했다. 관절염, 손과 발의 세균감염과 치아 손상, 방치로 인한 청각손상과 심장질환 등 신체적 피해는 피해자 모두에게서 드러났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가족과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2) 발달장애와 언어장애를 동반해 수화를 통해서만 소통이 가능한 중복장애인 A씨는 미국 일리노이주 내 한 그룹홈에 거주했다. 종사자 방임으로 인한 A씨의 피해사실은 한 치과로부터 알려지게 됐다. 해당 그룹홈 종사자는 A씨를 오랫동안 방임하며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외투, 장갑 등의 방한 도구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A씨는 심각한 동상으로 손가락을 잘라내야 했다. A씨는 손가락이 잘린 뒤, 손가락을 이로 물어뜯는 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행동을 알게 된 종사자는 A씨를 치과로 데려갔고, 치과 의사에게 A씨의 이를 모두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치과 의사는 종사자의 요청을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A씨의 피해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피해자가 무엇이 학대인지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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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장애인 보호 및 권리옹호 제도(이하 PnA)는 한국에 도입돼야 할 제도로 자주 거론됐다. PnA 제도를 통해 미국 전역에는 PnA 기관이 설립됐고, 이들 PnA 기관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일어나는 장애인 학대 등의 인권침해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함께걸음이 방문한 PnA 기관은 앞서 소개한 미국 내 장애인 학대 사건들 외에도 다양한 장애인 학대 사건에 개입했다. 칠면조 농장 사건은 PnA 기관에서도 자주 목격하기 힘든 심각한 사건으로 분류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소송은 얼마전 종결됐고 가해자는 처벌을 받은 상황이다. PnA 기관은 이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35명의 피해자 모두가 사회보장서비스를 통한 장애연금을 받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회보장 담당자들이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의문을 품었고, 장애연금을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받지 않는 케이스들을 역추적하며 또 다른 칠면조 농장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일리노이주 PnA 기관(Equip for Equality)에 종사하고 있는 데보라는 “고용주이면서 숙식을 제공하는 역할은 한 사람에게 너무 큰 영향력을 미친다”며 그로 인해 착취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칠면조 농장의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이 드러난 이후, 농장에서 떨어진 지역의 보호단체에 연계됐다. 보호단체는 피해자들에게 의학적,심리적 치료를 제공했고 가족과의 연결을 시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본인이 선택한 새로운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일부는 양로원 서비스를 받고 있다. 주거환경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서비스를 받았다.

데보라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학대 피해 장애인에게 제공돼야 할 것으로 ‘교육’을 꼽았다. “학대 피해자에게 무엇이 학대인지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 지원을 해야 한다. 불편하다고 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를 찾아가야 하는지 교육하는 것이 학대의 반복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 사람에게 계속해서 학대가 반복되는 이유는 이런 교육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치과의사로부터 알려진 사례와 같은 시설 내 학대 문제는 PnA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이자 PnA 기관이 주력하는 문제다. PnA 기관은 조사권, 소송권과 같은 연방정부의 권리를 가지고 시설 불시 점검 등을 통해 대형시설 폐쇄와 시설 거주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 중 한 사례로, 주정부를 상대로 하는 집단소송을 통해 5천 명의 시설 거주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나오게 했다. 이후 일리노이주 PnA 기관은 일리노이주와 함께, 시설에서 나와 정착한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이 있던 시설을 방문해 시설에 남아 있는 장애인들에게 자신의 성공적인 자립담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데보라는 “정부와 관계된 담당자나 전문가가 시설을 방문해 자립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체험한 당사자가 이야기해주는 프로그램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착한 당사자의 후견인 또한 시설 내에 거주 중인 장애인의 후견인을 상대로 경험을 공유하도록 해, 자립생활 모델 제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종사자의 스트레스가 학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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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직접서비스 제공기관인 일리노이주 ‘레이그램’에서는 종사자로 인한 장애인 학대 방지를 위해 종사자 고용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인다. 레이그램 인사팀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통해, 한 사람당 5개에서 6개의 배경조사를 한다. 주정부와 연방정부 양측의데이터베이스를 모두 활용하며, 미성년자 관련 업무에 지원한 사람은 더욱 철저한 배경조사가 이뤄진다. 성범죄나 이전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킨 기록, 학대 혐의를 받은 기록 등을 확인한다.

레이그램을 통하는 모든 종사자는 배경조사를 통과해야만 채용이 가능하다. 고용이 된 이후에는 현장에 나가기 전에 사전교육을 받고, 현장에 나간 이후에도 80시간 이상의 훈련을 받게 된다. 그 중 10시간에서 15시간은 학대와 폭행, 방임에 관련된 훈련이다.

훈련에는 학대를 알아내는 방법, 그것을 보고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정부와 레이그램의 규칙 등이 있다. 특히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학대를 스스로 방지하는 훈련을 실시한다. 스트레스가 한계에 도달하면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팀원들과 공유한 뒤,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말하고 쉴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져 있어 훈련은 실전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종사자들을 감독하는 팀장은 리더쉽 훈련을 꾸준히 받는다. 리더쉽 훈련은 종사자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파악하고 스트레스가 학대로 이어지지 않게 조치하거나, 학대의 전조증상을 진단하는 내용을 주로 한다. 훈련을 통해 팀장은 목소리 톤 변화, 장애인에게 사용하는 단어 선택, 장애인과 자신을 상하관계로 나타내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종사자들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게 된다.레이그램에서는 이처럼 종사자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곧 학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종사자의 스트레스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하루 최대 업무 시간과 정규 업무 시간 외의 업무 수행 최대 시간도 정해져 있다.

이러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레이그램에서는 1차 조사를 진행한다. 이 조사 결과, 사실 가능성이 보이면 주정부에 보고를 한 뒤, 레이그램 자체 내에서도 자세한 조사를 실시한다. 이후 외부 감사 기관에서 제안한 해결 방법과 레이그램 자체 내에서의 판단을 조합한다.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조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종사자는 어디서도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확실하게 학대 사실을 밝힐 수 없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감시를 받는 위치로 이직하게 된다.

 

취업 자체가 아닌, 최적의 일터를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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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피해 장애인 중 많은 경우, 새로운 거주 공간 확보가 첫 번째 과제가 된다. 안전한 곳에서 생활하면서 자립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리노이주에서도 주거서비스의 부족은 해결돼야 될 문제로 지적된다. 레이그램에 따르면 일리노이주에서 주거서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약 2만 명이다.

대기자들은 모두 일리노이 주정부의 대기자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게 되는데, 특수한 상황에 처한 경우 우선순위가 올라간다. 특히 학대 피해자의 경우 72시간 내 거주처를 마련해줘야 하는 위기 등급으로 지정된다. 거주처가 마련되면 주간활동 계획이 세워진다.

지역사회 내 취업을 하거나 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레이그램에서는 일리노이주 내에 새로운 회사가 생기면 고용 담당 팀을 파견해 레이그램에 대해 알리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하는 등 파트너쉽을 만들어 꾸준히 고용처를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일리노이주 내에서 발달장애인들은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 식당 주방, 학교, 동물원, 사무직 등이다. 레이그램에서는 장애인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취업을 연계하기 위해 주간 프로그램 자원봉사를 지역기반으로 운영한다.

다양한 직업군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며 어떤 일이 개인 성향에 맞는지 알아내 고용 연계 방향을 잡는다. 레이그램에서 오랫동안 일한 켈리는 “우리는 발달장애인에게 일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지 않고,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질문한다. 일을 한다는 것 자체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개개인에게 최적의 일터가 어디인지 알아봐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성공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할 수 있도록 취업 후에도 추가적인 훈련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 폐쇄 반대, 주정부의 책임 회피에 맞서

PnA 기관과 서비스 직접제공 기관에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미국의 체계도 완벽하지는 않다. 일리노이주 PnA 기관의 데보라는 “시설을 폐쇄하려고 하면 그곳이 아니면 살 곳이 없다는 이유로 당사자가 폐쇄를 반기지 않거나, 그 시설에 자녀를 맡긴 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경우들이 있다”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시설폐쇄 반대에 부딪히는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각 장애유형에 따라서 담당하는 기관이 다른 상황에서 일어나는 부작용도 지적했다.

“피해자 지원은 장애유형별, 연령별, 서비스를 받는 환경 등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 체계는 책으로 만들어 설명해야 할 만큼 복잡하다. 이런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서비스 질의 차이가 발생한다. 각 기관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예를 들어 정신장애를 담당하는 곳의 서비스에 비해서 발달장애를 담당하는 기관의 서비스 질이 더 좋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발달장애와 정신장애를 모두 가지고 있는 중복장애인 피해자가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비스 질이 더 높은 발달장애 기관으로 피해자를 연결한다고 하면, 이 기관에서는 정신장애에 적합한 서비스를 병행하길 어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정신장애 관련 서비스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외부에서는 각각의 기관들이 함께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별개로 활동하는 것이다.”

또한 데보라는 예산으로 인한 일리노이주의 비협조적 태도도 꼬집었다. “어떤 장애인 지원 기관에서 피해자를 개별적으로 평가한 뒤, 그에 대한 지원 방안을 세워 일리노이주에 추천했을 때, 일리노이 주정부가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천 지원 방안을 거부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주정부가 직접 채용하고 피해자지원 설계법을 교육한 기관에서 한 일마저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모두 예산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마다 기관들은 주정부와 싸워서 필요한 것을 얻어야 한다.”

PnA 기관은 주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다양한 조치들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장애인 피해자들이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작성자글과 사진. 조은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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