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처지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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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병원에서 입원환자들에게 작업치료를 빙자해 배식, 청소, 간병 등 병원 고유의 업무를 강요한 사례를 조사했고, 병원과 관할 지자체에 재발 방지 조치를 권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작업치료’라는 명목으로 이뤄진 ‘노동 강요’ 관련 진정 사건을 조사해 21건의 권고와 2건의 수사 의뢰를 한 바 있으나, 이를 근절할 수 있는 사회적 관심 부족, 법률적 근거의 미흡 등으로 정신병원 입원환자 노동 강요는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 정신병원 인증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를 받은 용인정신병원에서도 작업치료를 명목으로 환자들에게 청소와 세탁물 수거, 배식, 식당 뒤처리 등 강제 노동을 시켰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며, 정신의료시설뿐 아니라 정신요양시설 등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작업치료가 18세기 유럽에서 정신 장애인에 대한 구금과 강압적 치료를 비판한 도덕적 치료 운동을 배경으로 출발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의료기사법에 근거해 국가면허를 소지하고 작업치료를 시행하는 작업치료사들은 정신보건분야에서 오용되는 작업치료 사례들이 전체 작업치료사1)의 모습으로 왜곡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한작업치료사협회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파악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지난 7월 1일 ‘인권기반 작업치료 실천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협회는 정신보건시설에서의 왜곡된 작업치료는 작업치료가 아닌 노동 강요 또는 학대로 간주하며, 관련 전문직 종사자들과 함께 관련 법·제도 개선을 통해서 인권에 기반을 둔 작업치료가 시행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려운 여건에도 정신장애인의 인권 옹호와 사회복귀를 위해 애쓰는 다양한 전문 종사자들의 진정성을 믿으며 그 노력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신보건시설에서 반복해서 발생하는 작업치료의 왜곡된 사용이 작업치료사의 직업적 자부심을 손상시키고, 더 중요하게는 정신장애인의 건강권과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생각해봅니다.
첫째, 작업치료의 시행에 앞서 환자에 대한 개별적 평가에 근거한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작업치료를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정신과 전문의는 환자에게 작업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환자에게 어떠한 작업치료를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설명해야 하며, 환자는 이것이 전제된 상황에서 작업치료 계획에 대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대다수 작업치료사가 근무하는 재활병원에서는 의료기사법에 따라 작업치료사가 작업치료를 시행하게 돼 있으나, 정신보건법에서는 정신보건전문요원 또는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등이 시행하도록 돼 있습니다. 현행 법에 의해 타 전문직이 작업치료를 수행하더라도, 담당자가 작업치료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작업치료 시행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작업치료 오용에 대한 종사자의 전문직 윤리의식 향상과 직장 내 인권 옹호 체계 마련이 필요하겠습니다. 외부의 인권관련 기구가 특정시설에서 발생하는 작업치료 오용의 실태를 파악하고 조처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정신의료기관 평가항목에 작업치료에 관한 항목을 포함해 작업치료 과정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작업치료 오용 문제 발생 시 관련 직종의 윤리위원회가 참여해 사태를 파악하고 해당기관의 작업치료 시행 개선 및 종사자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
1)현재 약 1만3000여 명의 작업치료 면허자가 있으나 정신보건법에 따른 정신보건시설 근무자는 약 30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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