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년이다. 하지만 장애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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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서울연구소) 오영철 입니다. 벌써 서울연구소가 활동을 시작한 지 5년이 됐습니다. 먼저 그동안 서울연구소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마음으로 격려와 도움을 주신 임원진과 모든 회원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과거를 떠올려 보면 생활시설과 특수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으로서 취업은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또한 대학 진학을 앞두고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부모님의 반대와 사회적 편견들로 인해 진학을 포기할 무렵, 기독교 방송의 후원 프로그램에 연결돼 4년간의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대학에 진학해 4년 동안의 공부를 마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본소)를 알게 돼 ‘장애우대학’을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시간이 될 때마다 참여해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하면서, 그 전에 느끼지 못했던 장애운동의 필요성을 조금씩 알아가는 기회가 됐습니다. 이 시간은 나에게 큰 변화와 도전의 계기가 됐으며, 나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한 ‘나도 장애운동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선사했습니다.
그러다 졸업을 3개월 앞두고 본소에서 같이 활동(일)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왜냐하면 전 제가 죽을 때까지 취업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몹시 기뻤고,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판단해 본소에 취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취업 이후, 10년 동안 본소에서 의료센터, 정책팀, 그리고 직업재활팀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본소에서 활동하면서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점은 장애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이 연대해 장애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장애운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연구소의 이러한 장애운동의 가치가 하나의 교훈과 신념으로 저에게 다가왔고, 그렇게 장애운동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과거에서 돌아오면 한국 사회는 장애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고, 과거와는 다른 중증장애인 중심의 장애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5년 전 서울연구소를 만들 때 본소와는 어떻게 다른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서울연구소는 어떠한 목표와 비전을 갖고 운영해야 할지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중증장애인 중심의 조직 운영을 하는 것과 중증장애인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장애운동 및 사업을 하는 것을 첫째, 둘째 목표로 세웠습니다.
이제 5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것이 부족합니다. 한국 사회의 장애문제를 더는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도 장애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인식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결국 그 인식을 바꾸게 해준 곳이 본소입니다. 그러기에 서울연구소 또한 그러한 가치와 신념을 잃지 않고 다가올 10년을 회원 여러분들과 함께 장애운동을 펼쳐가고자 합니다.
지금도 제도의 사각지대와 정부의 폭력적인 예산배정은 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 현실 앞에 장애운동을 계속해야 하고 끝까지 대응해나가는 서울연구소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직원들과 함께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5년 동안 뜨거운 마음과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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