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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속 장애아동, 비상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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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폭행하는 데서부터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다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까지, 연이은 아동학대 사건들은 대중의 분노를 샀다. 이러한 대중들의 분노는 피해 당사자가 ‘아동’이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 결과 아동학대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아지면서, 장기결석 및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까지 이뤄졌다. 지난 10월 11일에는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만큼 아동학대의 심각성과 아동인권의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동은 더 심각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에도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학대 노출도가 높지만, 학대 피해 아동이 몸을 피할 곳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고립된 해체 가정 속의 학대

중증, 중복장애를 가진 12살 A군이 학대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특수교사 B씨였다. B씨는 어느날부터 A군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게 과격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언어장애가 있는 A군이 자기 표현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더욱 잦고 강해진 탓이었다. 그러던 중 A군이 유난히 지저분한 모습으로 악취를 풍기며 등교했고, B씨는 A군이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돕는 과정에서 A군의 몸에 난 상처들을 발견했다. 멍과 상처를 살핀 B씨는 그간 A군의 행동이 과격해진 이유가 학대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임을 직감했고, 이를 관련 기관에 신고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학대 가해자는 A군의 친할아버지인 C씨로, 고령의 몸을 이끌며 중증장애를 가진 A군을 양육하는 것에 지쳐 있었다. 신체적, 정서적 학대와 방임은 A군을 돌보는 부담이 오롯이 C씨에게로 전가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였다. A군의 부모는 이미 오래전부터 A군과C씨에게서 관심을 끊었고, 이혼 후 각자 두 번째 가정을 꾸려 그 가정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립된 A군과 C씨는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고, 장애에 대한 이해나 양육에 대한 지식이 없던 C씨의 학대는 꾸준히 그 강도가 높아졌다.
전문기관의 상담 결과, C씨는 A군을 양육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함께 거주할 경우, 동일한 환경 속에서 학대가 반복될 것으로 진단됐다. 부모나 친척 중에 A군을 받아줄 곳이 없었기 때문에, A군을 학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A군이 지낼 시설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동 전문 기관에서도, 장애인 인권센터에서도 뾰족한 수를 낼 수가 없었다. 중증장애, 중복장애를 가진 학대피해아동을 받아줄 수 있을 만한 쉼터도, 시설도 전무했기 때문이다. 12살의 A군이 학교를 다니면서 지낼 수 있는 시설은 특수교사 B씨의 신고가 있은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장애아동 입소율 희박한 쉼터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들이 일시적으로 가해자와 분리돼 생활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학대피해아동쉼터(이하 쉼터)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쉼터에서 최대 1년 가량의 기간 동안 거주하며 심리치료 등 필요한 치료를 지원 받은 아동들은 이후, 원가정으로 복귀하거나 자립을 준비하는 시설로 이동한다. 쉼터는 학대 속에서 분리된 초기, 가장 안정이 필요한 시기에 주어지는 응급 지원이며,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하지만 장애아동에게는 쉼터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장애아동학대 실태분석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경우 분리보호가 결정된다고 해도 대부분의 시설 내부규정에 가로막혀 입소가 힘든 실정이다.
A군의 경우에도 장애인 인권센터 측에서 쉼터를 포함한 다양한 아동보호시설에 A군의 상황을 설명하고 입소를 문의했지만, 장애아동이라는 이유로 입소가 불가능했다. 기본적으로 쉼터가 비장애아동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어 장애아동에 대한 전문인력이 전무하고 종사자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비장애아동과 장애아동을 동시에 돌보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현재 쉼터의 종사자 채용 기준은 보육사의 경우 ‘사회복지사 3급 이상, 보육교사 자격이 있는 사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또는 중등학교 교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임상심리상담원은 ‘심리관련학과를 졸업한 사람, 임상심리사 2급 이상의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학대피해를 당한 장애아동에게 필요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쉼터에서는 장애아동의 입소를 환영하기가 어려운 입장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최윤용 대리는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아동의 분리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시와 도를 넘나들면서 입소 가능한 곳을 찾곤 하지만, 정말 보낼 수 있는 곳이 없다. 학대피해아동쉼터의 개수도 분리가 필요한 학대 피해 아동의 수에 비해 적어서 입소 가능한 빈자리 자체도 거의 없고, 빈자리가 있어도 종사자 수가 적어 장애아동뿐 아니라 영아,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가진 아동 등 섬세한 돌봄이 제공돼야 하는 아이들의 경우 입소시키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김승진 시설장은 쉼터에 입소한 비장애아동들도 장애등급은 없지만 경계성에 머물 정도로 지능이 낮은 경우가 많아, 일손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쉼터의 경우, 2명의 종사자가 교대로 24시간씩 교대 근무를 한다. 1명의 종사자가 많게는 7명까지 입소 아동을 돌보고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챙기고 행정업무까지 한다. 쉼터 입소 아동들은 입소를 하면 지능 검사를 하게 되는데, 오랫동안 학대를 당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동이 낮은 지능 지수를 보인다. 비장애아동과 장애아동의 경계 수준인 지능을 보이는 아이들도 많은데, 1명의 종사자가 그런 아이들을 포함한 전체 아이들을 돌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아동이 입소하게 되면 장애아동도, 비장애아동도 충분한 돌봄을 받기가 어렵다.”
학대피해아동쉼터가 장애아동, 특히 중증장애 아동에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특수교육 전문 인력, 장애아동 심리치료 전문인력 등을 배치한 학대피해장애아동쉼터가 필요하다. A군과 같이 학대 피해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갈 곳이 없어 학대 위험성이 높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경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학대를 키우는 잘못된 인식과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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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전체 아동학대 판정 건수 11,715건 중 장애아동학대 판정 건수는 494건으로 4.2%를 나타냈다. 동일 년도 기준 만 18세 미만 전체아동인구 수 대비 장애아동인구 비율인 0.8%의 5배를 넘긴다. 그만큼 장애아동의 학대 위험성이 높은 것이다.
장애아동인권학회 김미성 교수는 “한국의 경우, 자녀를 훈육할 때 체벌을 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신체적 학대의 기준이 낮고, 신고를 통해 학대 사실을 밝히는 것도 쉽지가 않다. 특히 의사소통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장애아동의 학대는 더욱 그렇다. 학대에 대한 인식이 있더라도 자신의 경험을 타인에게 전달하기가 어렵고, 외상이 있거나 행동상 문제를 보여도 타인이 보기에 그것이 학대로 인한 것인지 장애로 인한 것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지적장애아동은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 부당하다는 인식 조차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장애아동의 학대 발견은 현재 신고의무자에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아동 학대를 목격해도 학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신고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는 “비장애아동에게 부모가 과격한 훈육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면 학대로 인식하지만, 장애아동에게 동일한 훈육을 할 경우에는 장애아동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학대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애아동 학대 행위자 중 부모의 비율은 2012년 기준 82.8%로 압도적이며, 학대 행위자 중 절반 이상이 무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뒤를 이은 직업유형도 단순노무직 등으로 고용상태의 불안정을 겪는 학대 행위자가 대다수다. A군의 사례에서도 학대 행위자인 C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A군의 장애에 적합한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A군이 방치되게끔 했다. A군의 사례에 개입한 장애인인권센터는 “결국 돈 문제”라며 “지자체에서 서비스 연계를 적극적으로 해줬거나 다른
지원들을 받을 수 있게 도왔다면, C씨가 혼자 A군을 돌보지도, 그 과정에서 학대가 발생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장애아동 학대의 현재를 알려야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은 일평생에 걸쳐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하지만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미성 교수는 “쉽지 않겠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한다면, 아이는 트라우마가 제시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향을 설정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학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가지고
살아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정보를 얻는 등 학대의 경험을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경험들과 마주쳐야 한다.
하지만 장애아동은, 특히 중증장애아동은 학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가 훨씬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쉼터를 들어갈 수 있더라도, 그 이후 미성년자 보호시설에서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학대의 트라우마를 안고 성인 거주시설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다수는 평생을 시설 안에서 보내게 된다. 새로운 경험도, 자신의 삶을 결정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로.
학대피해 장애아동 이전에 학대 행위자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장애아동 양육지원과 부모교육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금전적 지원 또는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고, 부모교육과 모자보건을 위해 정기적으로 장애아동 가정에 방문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는 동시에 학대가 발생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김미성 교수는 “학대 피해 장애아동을 위한 지원 체계를 요구하려면 근거가 될 자료가 필요한데, 현재 우리는 그런 자료 조차 충분하지 않다. 지금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현 상황을 파악해 알림으로써 문제의식을 이끌어내는 일”이라며 학대피해 상황조사의 시급함을 꼬집었다. 현재 장애인개발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에 관련한 연구의 결과가 학대피해 장애아동 지원 체계를 이끌어내는 첫 발이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작성자글. 조은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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