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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에서 양육까지, 여성장애인 엄마 되기 산 넘어 산

장애여성 장기기획-2. 모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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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을 떠올리면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현재의 사회 분위기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대중매체만 봐도 임신이나 출산한 여성이 주로 듣는 것은 우선, 축하한다는 말이다. ‘백일’ 이나 ‘돌’을 챙기는 문화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아이를 축복하고 아이가 태어난 자체에 대해 부모들에게 축하를 건네고자 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임신과 출산 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여성장애인을 비껴나가고 있다. 여성이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수많은 여성장애인들은 임신에서부터 비장애여성들과 다른 환경에 놓인다. 그러한 환경에 대한 문제는 10년 전 출산한 여성장애인과 지난 해 출산한 여성장애인이 느끼기에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축복 없는 임신, 자존감 빼앗기는 장애인 임산부

“나 임신했어.” “축하해!” 이 대화 패턴은 익숙하게 느껴질 만큼 흔하다. 드라마에서도, 광고에서도, 직장이나 지인들 사이에서도 들어볼 수 있는 대화다. 결혼을 하고 나면 아이를 어서 가지라는 재촉을 받는 부부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임신과 출산은 가족과 사회가 독려하고 또 축하하기 마련인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마땅한 축하조차도 장애인 임산부에게는 드물다. 자녀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여성장애인 A씨 또한 많은 장애인 임산부가 그러했듯 축하를 받지 못했다. 계획하에 임신을 하고 임신 소식을 알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걱정과 질책이었다.

“임신했다고 했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다 낳지 말라고 했다. 체구가 작으니까 그걸 이유로 많이 걱정을 했다. 작은 몸을 가지고 어떻게 만삭을 버티냐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만류가 있었다. 그 중에는 임신을 한 것에 대해서 무책임하다는 식의 뉘앙스도 있었다. 네가 어떻게 애를 키운다고 대책없이 애를 가지냐는 말이나, 자기 관리도 못하면서 애를 어떻게 돌볼거냐는 말을 하면서 우리 부부를 무책임한 부부로 만들어버리곤 했다. 친정에 가서 편하게 쉴 수도 없었다. 부모님이 끊임없이 아이를 지우라며 나를 설득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그 스트레스 때문에 결국 얼마 있지 못하고 바로 친정을 떠나야했다.”

A씨가 열달 간 들어야 했던 말들은 지금도 장애인 임산부들의 주변 사람들에 의해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이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임신을 하지 않은 여성장애인에게도 영향을 준다. 일부 부모들이 여성장애인 자녀의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영구피임 등의 시술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하 여장연) 이희정 사무처장은 수도권 외 지방에서 이뤄지는 시술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여성장애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모에 의해 아직도 사전피임을 당한다. 일부에서는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까지 자행된다. 이런 시술, 수술들이 없을 것 같지만 지방에서는 부모들이 개인병원 등을 찾아가 장애인 자녀에 대해 이야기하면 해준다고 한다. 여성장애인이 엄마가 될 권리를 차단해버리는 이런 행위가 쉬쉬하는 와중에 드러나는 것은 결국 물밑에서 왕왕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출산 후에도 임신 중 들어왔던 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을 것이라는 눈초리가 더해진다. 실체가 없는 이런 말과 눈초리들은 여성장애인의 자존감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장애여성네트워크 김효진 정책위원은 “아이와 여성장애인이 걸어만 가도 주변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질책하는 말을 한다. 말하는 사람들은 걱정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여성장애인들은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지 생각하며 이유없는 죄책감으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산부인과들

임신과 출산에서 당사자가 가족들 외에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은 단연 산부인과 의료진이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출산까지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장애인 임산부들은 산부인과를 다니면서 의료진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받고, 임산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의료진에게 신뢰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장애인 임산부들에게 산부인과는 불편한 공간이다. 병원의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의료기구들, 의료진들까지 비장애인 위주이기 때문이다.

우선 병원 접근성 문제가 있다. 비장애인 임산부들은 이동의 불편을 고려해 멀지 않은 산부인과를 선택하지만, 장애인 임산부들은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 폭과 문턱 등을 살펴야 한다. 아무리 이용하고 싶어도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발도 들여놓을 수 없다. 병원에 들어간 후에도 장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장애인을 대하길 어려워하는 의료진들의 태도는 장애인 임산부가 산부인과에서 거부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또한 돌발 상황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비장애인 여성이 하지 않는 수많은 검사를 제안하기도 한다. 현재 자녀와 생활하고 있는 여성장애인 B씨는 임신 당시 의료진들의 태도는 신뢰감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서 부정적인 얘길 들어서 불안한 상태에서 의사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낯설기에 느끼는 두려움, 난감함 같은 것들이었다. 그렇다보니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까지 권유했다. 비장애인 임산부도 그렇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은 같기 때문에 의사가 권하는 검사는 하게 된다. 산부인과 검사는 저렴하지도 않은데, 아무도 그걸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질 않으니 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없는 형편에 했던 게 후회스럽다.”

B씨는 해당 병원에서 출산을 할 수는 없었다. 해당 병원에서 ‘마취할 의사가 마땅치 않다’, ‘응급상황이 우려된다’ 등의 이유로 대학병원으로 밀어낸 탓이다. 하지만 대학병원 의사조차도 출산을 앞둔 B씨를 겁주기는 마찬가지였다. B씨가 출산을 앞두고 대학병원 의사에게 들었던 말은 “출산 중에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이런 경고는 자연분만을 원하는 여성장애인에게는 더욱 잦다.

이희정 사무처장은 “의사들은 여성장애인들에게 제왕절개를 권유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의사의 권유를 거부하고 자연분만을 고집하면 의사들은 정말 큰일이 날 것처럼 위험하다고 말한다”며 “자연분만을 원한다면 일단 한번 시도를 해보고 차선책을 찾아보자는 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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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사용할 수 없는 양육 지원 제도

장애인 엄마가 된 여성장애인들은 보조인력이 필요하다. 아이를 키워주는 인력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장애로 인해 쉽지 않은 부분들을 도와주는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이런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홈헬퍼다. 홈헬퍼란, 일정한 교육 훈련을 이수하고 장애로 인해 임신, 출산, 육아 및 가사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여성장애인 가정을 직접 방문해 생활에 필요한 가사지원, 모성지원(산전, 산후 관리 등 건강관리), 정서적 지원, 사회적 지원 등의 활동을 제공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재 이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실제로 홈헬퍼 서비스를 포기했던 여성장애인 C씨는 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목소리를 높였다.

“활동보조 서비스와 홈헬퍼 서비스를 병행할 수 없고,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홈헬퍼 서비스는 한 달에 이용 가능한 시간이 한정돼 있다.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이 더 많으면 홈헬퍼를 포기하게 된다. 홈헬퍼 외에도 비장애인, 장애인을 막론하고 모든 산모에게 지원되는 산모도우미가 있다. 그런데 이 산모도우미도 마찬가지로 병행이 안 된다. 산모도우미와 활동보조 서비스를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받을 수가 없다. 이것도 선택의 문제가 돼 버리는 것이다. 산모도우미가 활동보조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해주면서 아이까지 돌봐주는 것도 아니고, 활동보조인이 애를 봐주거나 애와 관련된 일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 활동보조 서비스는 ‘나’를 위한 서비스이고 홈헬퍼나 산모도우미는 ‘아기’를 위한 서비스다. 다른 일을 하는 것인데 병행할 수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여성장애인만을 위한 제도인 홈헬퍼의 장애 관련 교육 시스템 또한 빈약하다.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홈헬퍼 정기 교육은 올해 단 한 번. 더 이상의 교육 스케줄은 없다. 교육내용도 커리큘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때마다 달라진다. 강제성도 없기 때문에 듣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얻지도 않고, 교육을 성실하게 들었는지 체크하지도 않는다. 이런 교육의 부실함은 전문적이지 않은 홈헬퍼를 낳게 된다. 김효진 정책위원은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홈헬퍼가 결국 홈헬퍼 사업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홈헬퍼와 활동보조는 원래 서비스가 달라야 한다. 홈헬퍼는 양육지원인데, 유형별로 지원할 내용이 달라진다. 시각장애인 엄마가 아이를 양육할 때 필요한 서비스와 지체장애인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무엇이 다르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파견되기 때문에, 홈헬퍼가 단순한 파출부 같은 일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을 제대로 안 해서 홈헬퍼가 특수성에 맞는 일을 할 줄 모르게 해놓고, 그 모습을 보면서 활동보조가 하는 일과 똑같다고 판단한다. 결국 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을 이중수급이라고 판단해서 서비스 병행이 안 되는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 사업의 정체성이 사라지면 예산이 삭감되고 사업이 없어지는 수순은 불 보듯 뻔하다.”

홈헬퍼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여성장애인의 양육 지원은 모두 가족의 몫이 된다. 장애에 대한 이해, 인권 감수성이 충분하지 않은 가족들로 인해서 여성장애인들이 감수해야 하는 상처는 크고 작게 이어진다. 청각장애인 부모에게 말을 배울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데려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시부모님이 양육한 사례가 있었다. 이와 같이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엄마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엄마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아이와 엄마의 관계가 올바르게 형성되지 못하거나, 아이가 엄마를 부모로서 대하지 않고 무시하는 등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가족들이 모든 부담을 안는 결과는 결국 그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 가족들이 사전피임을 시키거나 임신을 반대하는 근거가 된다.

 

없는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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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하거나 자녀를 키우는 여성장애인은 많은 차별에 노출돼 있다. 앞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나열하자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없다. 남성장애인에 비해 소득수준이 낮지만 그에 대한 지원이 없어 만삭이 되도록 검진을 단 한 차례도 못 받는 경우도 있고, 임신과 출산 유경험자와의 소통이나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 제공도 없다. 장애 유형에 따른 양육 방식이나 조심해야 할 점들을 알려주는 시스템도 없기 때문에, 처음 하는 일을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불안함을 가져야 한다. 태아보험도 들 수 없고, 돈이 있어도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산후조리원을 찾을 수가 없다.

임신, 출산, 양육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지원을 충분하게 해 가족들의 부담을 줄여야 하는 것이 첫 걸음이어야 한다. 그래야 비장애인 기혼 여성의 임신을 축하하듯이 가족들이 장애인의 임신을 반기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임신과 출산을 거치는 장애인들이 많아지면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은 주변에서 차별적인 발언을 내뱉을 만큼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김효진 정책위원은 이를 위해 “지자체에 여성장애인 담당자가 늘어나야 한다”며 “전체 장애인 중 여성장애인이 40%이니 장애인복지과 등 장애인 담당 부서의 인원 중 40%는 여성장애인 담당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장애인 당사자들은 모두 출산장려정책을 언급했다. 정부에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출산을 장려하지만 그 출산에 장애인의 출산은 없다는 이야기들이었다. “비장애인이 낳은 아이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아이고 장애인이 낳은 아이는 필요 없는 아이인가 보다”라고 말하는 여성장애인 당사자들의 표정은 씁쓸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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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장애 유형을 막론하고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의 임신이 위험한가?

척추만곡증 또는 양하지마비 중 심한 경우에는 위험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비장애인과 차이가 없다. 뇌성마비나 소아마비인 분들도 아무 문제없이 출산이 가능하다.

장애인 임산부들은 비장애인 임산부보다 더 많은 검사를 권유받는데, 어디까지 검사를 받아야 하나?

척추만곡증이 심한 경우에는 폐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임신 28주 들어가면서부터는 폐기능 검사를 해야 하고, 분만 시 정상분만을 할지 제왕절개를 할지 결정하기 위해 방사선 촬영 등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외에는 비장애인 임산부들이 하는 검사 종류와 다를 바 없이 검사를 받으면 된다.

장애인 임산부의 출산 경험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기억에 남는 임산부가 있나?

10대 때 낙상사고로 인해 양하지마비된 여성분이 있었는데, 임신해서 분만일까지 문제없이 잘 지내다가 분만 과정에서 갑자기 혈압이 치솟고 마비, 경련이 왔었다. 급하게 혈압 조절을 하면서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는 혈압 조절이 잘 되고 마비, 경련도 풀려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정상분만을 잘했다. 산모도, 아기도 건강했다. 어려웠던 과정이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내 경우엔 뇌성마비 여성분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은 어려움 없이 출산을 잘 마쳤다.

제왕절개를 추천받는 장애인 임산부들이 적지 않다. 장애인 임산부의 출산 시 제왕절개가 더 안전한가?

절대 그렇지 않다.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연분만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척추만곡증이 심하면 마취로 인해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제왕절개가 더 위험할 수 있다. 수술 자체보다는 마취하는 과정 등이 여성장애인에게 위험할 수 있으니 분별을 잘해야 한다.

임신을 생각하는 여성장애인이나 임신 중인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새 생명은 선물이고 축복이다. 누구나 아이를 가지고 건강하게 잘 키울 권리가 있다. 여성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아기가 장애를 갖는다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가능성은 비장애인 여성과 큰 차이가 없다. 아직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과정에 경험이 적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두려움을 갖고 위험성을 강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경험이 많은 의사를 찾으면 된다. 안심하고 진찰을 받고 순탄하게 아기를 낳길 바란다.

작성자글. 조은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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