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수용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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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의 법적쟁점을 발언하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이정민 변호사와 피켓시위 중인 장애계 활동가들 |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지난 9월 8일(목)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장애인 수용자 건강권 침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4월, 지체장애인 정아무개씨는 구금시설에 유치되는 동안 엉덩이에 심각한 욕창이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살이 썩어 들어가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정아무개씨는 경추·요추 손상으로 인한 대소변장애가 있어 평소 성인용 기저귀를 사용해왔으며,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거나 다른 형태의 기저귀를 사용 할 경우 엉덩이에 심각한 욕창이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정씨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교도관에게 구금시설 내 성인용 기저귀 사용을 허가해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교도관은 ‘시설 내에서는 사회물품을 사용할 수 없다’며 정씨의 주장을 철저히 묵살했다. 결국 정씨는 구금시설에서 보급되는 일자형 기저귀를 사용해야 했다. 입소 2일째 되던 날, 정씨는 엉덩이에 심각한 욕창이 발생했음을 확인했고, 이는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든 상태에 이르렀다. 정씨는 교도관에게 본인의 상태를 호소하며 적절한 치료를 취해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의무과장에게 확인해보겠다’는 말 뿐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당사자 정아무개씨는 “2016년 4월말 경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김천 교도소에 수용됐다. 사회 생활시설 직장에서 건설용 엘리베이터 추락이라는 큰 사고로 지체장애 3급, 신경성 장·방광염, 불용성 골다공증, 만성통증, 하지부분마비 등의 장애를 입게 됐다. 그래서 성인임에도 대소변 장애로 기저귀를 사용한다. 김천교도소 입소 날 교도관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의료과 의료담당 과정에게 ‘밖에서 가지고 온 기저귀를 사용하면 안되냐’고 물어봤으나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성인용 기저귀를 사용하면 몸에 맞지 않아 욕창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고지했다. 그러나 의료과장은 그 말을 무시하고 성인용 일반 기저귀를 사용하라 지시했다.”
이후 정아무개씨의 엉덩이 쪽에 살결이 까지기 시작했고 이후 그는 교도관에게 한 번 더 물었으나 이번에도 거절의 회신을 들었다. 욕창은 심해지기 시작해 진물과 피까지 묻어났다. 정아무개씨는 욕창 치료를 부탁했으나 의료진은 상처 난 곳은커녕 피검사를 진행했다. 욕창 치료를 부탁했으나 피검사 대기 인원이 많아 나중에 보겠다는 불분명한 답변을 들었다.
결국 그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저간의 사정을 얘기해 벌금을 완납하고 입소 후 7일 만에 출감했다. 이후 정형외과에서 욕창에 대한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으나 2~3일 후 경과가 좋지 않아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견을 냈지만 당사자 정아무개씨는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스스로 치료를 시작했고 4개월이 지난 지금 많이 호전됐으나 여전히 욕창은 남아있다.
정아무개씨는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저 말고 다른 분들도 이처럼 구금시설에서 장애인이어서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 자리에 섰다. 저는 부당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니다. 구금시설에 수용된 사람으로서, 장애인으로서, 사람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번 소송을 통해 저와 같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피켓시위 중인 장애계 활동가들 |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의 연대발언에서 한국청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총장은 MRI촬영 중 욕창이 생겨서 고생해야 했던 자신의 경험담을 밝혔다.
이 총장은 “MRI촬영을 하고 욕창이 생겨 3주간을 고생해야 했다. 욕창은 패혈증으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증상이다. 촬영 전 의료진에게 나의 사정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했지만 의료진은 어떠한 방비도 없었다. 매트 하나만 깔아줬어도 문제가 없었다. 결국 침소봉대가 됐다”며 “우리 장애인은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안다. 그러니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말 뿐인 인권은 아무도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연대발언에서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발상의 전환을 역설했다.
강 활동가는 “형집행법은 수용자의 건강유지를 소칙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강제 작업을 시킬 때도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면제할 수 있다. 교도소 안에서 문제를 일으켜 징벌을 받더라도 질병이 있으면 집행을 정지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에서 소칙은 당사자의 장애 상태에 적절한 기저귀 사용을 불허했다. 관에서 사용하는 물품만을 사용하도록 했다. 아마도 소칙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품에 탈옥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이 섞여 들어올 수 있을 거라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물품을 검색해도 걸러내면 그만이다. 현행법 규정도 밖에서 들어오는 물품이라고 반입을 전면 금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행법은 장애인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처우를 소칙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며 “발상을 바꿀 필요도 있다. 구금시설 내의 수용자에 대한 의료 처우는 비용의 관점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사회 보장에 대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권 보장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다. 구금시설 수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한 사람들이다. 다치는 순간 경제생활을 할 수 없어 더 가난해진다. 그래서 더욱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런 공간에 더 많은 의료 처우가 행해진다면 우리 사회 전체가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이번 소송이 이런 발상의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조문순 국장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지난 4월, 경추·요추 손상으로 인한 대소변 장애가 있는 지체장애인이 구금생활 중 신체부위에 심각한 욕창이 발생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살이 썩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어두운 현실을 마주했다. 욕창발생 후 당사자가 국가를 향해 요구하였던 것은 단 하나, ‘평소 사용하던 기저귀를 구금시설에서도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가는 ‘시설 내에서는 사회물품을 사용할 수 없다’며 당사자의 요구마저 철저히 짓밟았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사람은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영역에서 법 앞에 존엄을 가지고 있으며, 동등한 수준의 구금생활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이는『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및『UN장애인권리협약』,『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등에서도 ‘국가가 장애 정도를 고려하여 적절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통해 장애인 수용자가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건강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 장애특성에 따른 적절한 편의 제공을 ‘권리’로써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며, 국가의 조속한 대안마련을 촉구한다”고 짚었다.
언론사와 인터뷰 중인 정아무개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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