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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장애인복지시설 학대 사건 발생의 원인 및 개선방안

장애인복지시설 폭행·학대사건

본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폭행과 학대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장애인시설에 거주하거나 장애인복지관과 같은 기관을 이용하는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에 이번 호 특집에서는 최근 일어난 지적장애인 대상 폭행과 학대사건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고, 이러한 문제가 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원인과 앞으로의 개선 방안을 다루고자 한다. 또한 해외에서는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보기로 한다. 
 
5월 17일 '광주의 모 복지관' 재활운동교실 직원 A씨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여성 지적장애인에게 ‘바다를 보러 가자’고 불러낸 뒤 성폭행했다. A씨의 범행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또한 광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5월 20일에 해당 사실을 복지관에 구두(전화)로 통보하며 A씨의 직무배제를 요청했고, 나흘 뒤인 24일에는 같은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 하지만 복지관은 광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통보를 받고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첫 통보를 한 날로부터 6일째인 26일 오전에서야 A씨를 재활운동교실 업무에서 배제했는데, A씨는 그때까지 성폭행의 범죄사실이 의심됨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복지관은 6월 2일 상벌위원회를 통해 A씨를 해고했다.
 
6월 5일 전남 화순에 있는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하던 중증 지적장애인(18) B군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자고 있던 B군을 깨우려던 시설 관계자는 B군의 의식이 없고 호흡이 약해져 있는 것을 발견, 119에 신고했다. B군은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숨진 그의 몸 곳곳에는 멍과 상처가 발견되었는데, 유족들은 B군에 대한 폭행과 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장애인거주시설 측에서는 B군이 자해를 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멍과 상처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폭행이나 학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에서는 B군의 멍과 상처가 자해나 일상생활에서 다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외력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하고, B군에 대한 폭행과 학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경남 밀양에 있는 한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던 지적장애인 C씨는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설 직원에게 화장실에서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로부터 어깨를 밟히고 맞아서 전치 8주 진단의 어깨 골절상을 입은 C씨를 진단한 의사는 C씨에게 많이 아팠을 텐데도 왜 아프다고 말하지 않느냐고 했다. C씨는 가해자가 그동안 “말하면 죽인다”고 했다며 폭행을 당했던 지난날들의 상황이 떠올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C씨가 지속된 폭행의 사실을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C씨의 어깨 골절상이 ‘넘어져서 다친 상처’라고 주장했다. C씨의 형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에 구제 신청을 했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반복되는 장애인 대상 범죄
지난 2014년 신안 염전노예사건의 충격적인 사실이 세상이 드러났을 때,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장애인을 장시간 동안 노예처럼 부려먹으며 불법으로 노동력을 착취했던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장애인의 인권과 장애인시설 내에서의 폭행과 학대 문제점에 대해 큰 관심을 받게 되었고,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로부터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그때보다 더욱 교묘하고 치밀하게 장애인을 이용하는 범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이 가진 장애를 이용하여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을 (성)폭행 및 학대하기도 하고, 의사결정이 원활하지 않은 지적장애를 이용하여 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해 사기를 치는 사건까지. 이젠 이러한 사건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장애인이 대한민국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해 주는 제도적인 지원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비롯해서 옹심이, 인권 지킴이단이 있다. 또한 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내에도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부서나 프로그램이 있다. 이렇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장애인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즉 옹호하기 위해 꾸준히 방안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 이제는 국민들이 크게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이 되어 버린 실정이다.
 
짚고 가야 할 시설 내 장애인 폭행 및 학대
앞서 소개한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기관이나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은 어제오늘 일어난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꾸준히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개선방안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재 장애계에서는 이러한 시설 내 장애인 폭행과 학대 사건보다 ‘탈시설’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는 흐름이다.
인권활동가 ㄱ “현재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시스템은 갖추어져 있지만, 실제로 건강한 시설 내 인권 모니터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설 내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시민단체나 장애인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토론회도 열띠게 했잖아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탈시설 쪽으로 이슈를 몰고 가는 것 같고, 그래서 시설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닫아야 한다는, 폐쇄해야 한다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권지킴이단이라던가 그러한 시스템이 사실상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인권이 보장되지 않거나 자유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장애인을 시설에 두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온전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탈시설’은 10년 가까이 장애계에서 뜨거운 이슈다. 장애인 탈시설 정책이 중요한 이슈인 건 분명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현재 존재하고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내 장애인의 인권 보장도 무척 중요하다. 
인권활동가 ㄴ “권익옹호기관을 두도록 절차적으로 명시해 놓으면서 지금 전국에 19개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있죠. 그에 따른 권한과 역할을 줬어요. 그런데 이 권한이라는 게 실제로 잘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학대사건이 생기는 경우 행정적으로 한두 번 정도는 같이 협동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소수만이 관심을 가지거나 조직적으로 은폐하기도 하고 그러는 경우도 있거든요. 물론 열심히 적극적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분들도 있고 권익옹호기관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시설 내 폭행이나 학대사건이 터졌을 때 기관으로써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행정적으로 민원을 제기받아야 하는 등 업무적으로 힘든 점도 없지 않아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차별예방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은 있어도 장애차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권고’를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가인권위원회’라고 하면 전반적으로 조사에 응하는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을 존중하고 진정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마찬가지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도 장애인의 권익옹호와 관련된 영역에서만큼은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사건에 대한 조사와 시설 내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모니터링 등의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럴 경우 적어도 '광주의 모 복지관'처럼 안일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이다. 
인권활동가 ㄴ “현재 권익옹호라는 기능이나 역할을 하는 기관은 예전보다 훨씬 많아진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냉정히 보면 기관만 늘어났지 특별한 조치를 취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드물어요.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장애인이 인권을 침해당한 경우 지원을 위한 구조적인 절차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런 부분이 많이 부족합니다. 소위 자기들식으로 이해하고 몇몇 옹호팀들은 솔직히 캠페인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아요.”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
장애인 대상 폭행이나 학대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받는다. 장애인거주시설이나 관련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을 통해, 장애인시설이나 관련기관 종사자에 대한 인식교육을 문제삼을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잠재적인 범죄자’라고 지칭된다. 대한민국 ‘형법’이나 기타 다양한 법령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법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죄를 지으면 처벌 받는다’라는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같은 맥락에서 접근한다면 장애인 대상 범죄도 마찬가지지만,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범죄에 더 노출되기 쉬운 장애인인만큼 장애인이 거주하는 시설이나 이용하는 기관의 종사자에 대한 심층적인 교육은 의무가 아닌 필수조건이다.
인권활동가 ㄱ “종사자들에 대한 문제가 어떻게 보면 가장 핵심적일 수 있죠. 그런데 장애인거주시설 같은 경우는 사건이 터졌을 때 그곳을 문제집단처럼 너무 그렇게만 몰아갔을 때 아무래도 시설 종사자들은 계속 감추고 숨기려고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권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요, 그래서 지금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장애인 폭행 및 학대 사건에 대해서 신고자에 대한 내용을 강화해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시설에 거주하거나 기관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다수인 경우, 장애인 한 명에 대한 폭행이나 학대사건은 가해자 한 명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한번 묻히거나 넘어가면 더 큰 사건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가해자(종사자)의 범죄행위를 인지하고서도 주변 관계자들이 ‘한번쯤인데’ 등의 소극적인 태도로 신고 의무를 망각하게 된다면, 서두에서 소개한 사건들은 앞으로도 분명히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만큼 그 어느 누구도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구제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설이나 기관의 종사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심층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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