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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정책이 필요하다

대선, 우리는 이런 공약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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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너에서는 제20대 대선을 위해 장애인 리더스포럼에서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한 장애인정책 공약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10가지 공약 외에도 장애인정책으로 꼭 필요한 내용에 대해 살펴본다. 이용석 한국장애인연맹(dpi) 정책실장과 전윤선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정책에 대해 심도 있는 접근을 해본다.
 
대선 공약만큼이나 중요한 것, 장애인정책종합계획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마다 장애계에서 장애인 정책 관련한 공약을 모아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한 건 2000년대부터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장애계에서 전달했던 공약의 내용이 실제로 수용을 넘어 실행에까지 옮겨진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냉정히 말해 장애인정책 대부분이 포괄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표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 선거후보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공약이 별로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이용석 한국장애인연맹(dpi) 정책실장
 
이용석 “선거를 할 때마다 당시 가장 이슈가 되고 필요한 정책들을 공약으로 만들어서 제공을 하는데, 반영되는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아요. 대신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와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 같이 시작을 하거든요. 그래서 대선 공약에 들어갔다가 반영되지 않은 대부분의 내용들은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서 반영할 수 있게끔 하고 있어요. 그래서 대선 공약에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같은 커다란 아젠다 중심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 실장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장애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인데, 이 5%를 위한 공약이 과연 전체 선거판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고 이전에는 장애인정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적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장애인정책도 전략화되고 복지 정책 안에서 수립될 수 있는 방향으로 등장하고 있는 추세로 변화했다.
 
이용석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그나마 문재인 정부에서 대체적으로 장애인정책 공약을 잘 실현한 것 같아요. 장애인 권리보장법이 이제 발의가 되었잖아요. 계속 미뤄오다가 늦게나마 시작을 하긴 했지만 애를 썼죠.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인연금 인상도 실현을 했죠. 이것들만으로도 비교적 많은 것들이 반영되고 실제적으로 정책화되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장애인정책 공약이 수용되고 실행이 되더라도 장애계에서 요구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애등급제 폐지의 경우, 장애인들이 요구했던 것은 장애등급에 맞춰진 기존 활동지원서비스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중심으로 변경하여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예산 등을 감안하여 종합조사표라는 것을 만들어 새롭게 시행하게 되었는데,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라면 이미 인지하고 있듯이 납득하기 어려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책이 되었다.
 
이용석 “그러니까 분명히 장애인정책이라고 하지만 우리 장애인들은 수요자의 관점이고, 정책 쪽은 공급자의 관점이니까 공약이 실행되더라도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정책을 요구할 때에는 그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어떻게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돼요. 그래야지 최소한 우리에게 맞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래서 대선만큼이나 다가오는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 계획이 중요하다. 대선 공약에서 반영되지 않았거나 세부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것, 공급자와 수요자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해 차근차근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장애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도, 단 1명이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은 꼭 필요하다. 그 1명이 장애인이든 누구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명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관광은 권리, 장애인에게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전윤선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장애인정책 공약으로 꼭 수용되고 실행되길 바라는 영역은 ‘무장애관광’이다.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비장애인이 관광하듯이 장애인이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관광이나 여행은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이유로 온전히 그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과 다름없다. 전 대표가 무장애관광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장애인정책은 <표-2>와 같다.
 
<표-2> 무장애관광을 위해 필요한 장애인정책 공약
 
한국장애인무장애관광원 설치
◦  무장애관광 컨트롤 타워 전담기구 필요
◦  장애인문화예술원, 대한장애인체육회와 같은 장애인 문화·예술 전담기구가 있지만,
   장애인 관광과 관련한 전담기구는 없음
◦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장애인 관광 컨트롤 타워 전담기구를 설치하여
   장애인의 문화예술·체육·관광 삼위일체가 완성되어야 함
여행바우처 부활
◦  2013년에 폐지되었던 여행바우처(15만원) : 물리적 접근성, 정보접근성,
   서비스 접근성의 미흡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함
◦  십여 년 전보다 접근성이 많이 좋아진 현재는 여행바우처가 폐지된 상황
◦  여행바우처를 부활하고 금액을 상향시킴으로써 장애인이 소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함
열린관광지조성사업 시즌2 ◦  전국무장애관광지화 : 장애인도 차별없이 관광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함
◦  무장애 관광지로의 대전환으로 장애인 등 관광약자의 보편적 관광이 필요
관광진흥법 개정
◦  제2조, 제5장(관광지 등의 개발), 제49조(관광개발기본계획 등)의 개정을 통해
   장애인의 관광에 대한 권리 확보
저상시티투어버스 의무도입 ◦  여행의 기본인 ‘이동’이므로 끊어진 여행사슬 잇기
◦  노후된 시티투어버스 차량 폐차 시 저상시티투어버스 의무 도입 필요
장애인문화체육관광지원법 제정
◦  문화예술진흥법, 국민체육진흥법, 관광진흥법 등 3법의 흩어진 장애인 지원 조항을 하나로 묶어
   일원화된 법률 필요
 
전윤선 “제일 중요한 건 한국무장애관광원과 같은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거예요. 장애인 체육의 경우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있는데 장애인 관광과 관련된 정부 조직은 없거든요. 그래서 전담기구가 설치되어야 순차적으로 다른 정책들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에서 열린관광지 조성을 위한 사업을 했었지만 이것을 전담하는 정책기구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어요. 그럼 정부가 끝나면 없어지겠죠? 그러니까 새로운 정부에서는 꼭 전담기구를 만들어서 무장애관광과 관련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 대표의 지적처럼 현재 무장애관광과 관련된 정부 전담기구는 없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의 관광은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관광지에 경사로를 설치한다던가 유니버설 디자인을 조성하는 등 노력을 통해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 여전히 미흡하고 부족한 점은 많지만, 이러한 시점에서 전담기구가 설치된다면 지금보다 확실히 정책적으로 탄력을 받으며 개선의 속도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윤선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전윤선 “문재인 정부에서도 ‘열린관광지 100곳 조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들이 있었기 때문에 무장애관광에 대한 외부적인 환경은 분명히 달라졌어요. 그런데 관광이라는 게 소비니까 돈이 필요하잖아요. 여행바우처의 경우 2013년까지 있었을 때는 장애인에게 돈은 줬지만 그땐 장애인이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열악해서 돈을 사용할 수가 없었어요. 반면 지금은 환경이 조금씩 갖춰지고 있지만 이젠 돈이 없죠. 그래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정부에서는 전담기구를 통해 균형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관광이나 여행이라고 해서 단순히 특정 관광지를 무장애로 디자인하자는 내용만 담고 있지는 않다. 여행을 가면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 외에 주변의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숙박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식당 입구에 경사로가 있어서 휠체어가 접근하기 어렵다면, 숙소로 가고 싶은 호텔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다면 아무리 장애접근성이 좋은 관광지라도 무용지물이다. 이렇게 장애인이 여행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관광’이라는 산업에서 무장애관광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전윤선 “우리나라는 신축 호텔에서 전체 객실이 30개 이상인 경우 1개 객실은 장애인 객실로 하고 있어요. 1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죠. 미국이나 영국은 전체 객실의 3~5%를 장애인 객실로 하도록 정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30개 이상의 객실’이라는 전제를 다는데, 미국이나 영국은 객실 수를 따지지 않고 ‘전체 객실’을 강조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1개 객실이 있어도 장애인을 위한 가구 배치라든가 이런 게 제대로 안 되어 있어요. 침대가 없거나, 있어도 휠체어가 갈 수 있는 통로가 없기도 하고요.”
 
관광객들이 몰리는 휴가철이 되면 장애인은 단 1개의 객실을 두고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하고, 그마저도 장애인 객실인데 제대로 디자인되지 않은 객실이면 사용조차 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이 이렇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지만 장애인이 마음 편하게 관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 새로운 정부에서 반드시 검토하고 수용해서 무장애관광이 활성화를 넘어 당연하게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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