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장애인 정책, 유권자들이 답한다
대선, 우리는 이런 공약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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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과 관련해 장애계에 몸담은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 명의 유권자에게 이번 대선에 대해, 또 앞으로의 장애인정책에 대해 공통된 질문 9가지를 던져봤다.
Q1_
평소에도 정치와 장애인정책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곽남희 “평소 시각장애인으로서 가끔 불편한 것이 있으면 불의를 못 참아서 민원을 넣긴 했지만, 정치까지 관심이 있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러다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익옹호활동가로 활동하게 되면서 정치에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종종 관련 소식을 SNS를 통해서 주변에 공유하는 정도였습니다.”
김은정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그림을 좋아해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미술작가로 활동 중이에요. 육아를 하다 자연스럽게 발달장애 관련 분야에 많은 참여를 하게 되었고, 현재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문화예술정책위원회에서 미술 파트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시와 연결된 발달장애예술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요.”
이경아 “발달장애가 있는 둘째 아이 때문에 특수교육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현재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 온라인 상담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특수교육이나 지역사회에서의 평생교육, 가족지원과 관련해서 요청이 오면 정책 의견서를 내는 일을 했었어요. 최근에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의견을 내달라고 해서 준비하는 중입니다.”
Q2_
이번 대선에서 장애인정책과 관련해서 어떤 것에 제일 관심이 갈까요?
곽남희 “저희 단체에서 매번 각 정당에 요구하는 것이 크게 4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두 번째가 ‘이동권’ 확대, 세 번째가 ‘탈시설지원법’ 그리고 마지막이 ‘장애인평생교육지원법’ 제정입니다. 현재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자주 언급하고 있는 장애인정책을 살펴봤을 때, 일부는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은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한 것 같아요.”
김은정 “발달장애인에게 미술이 더 이상 취미가 아닌 주요 경제활동이 되어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발달장애가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이 경제활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발달장애인에게 예술은 생존과 같아요. 예술도 노동의 한 분야이며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각층의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하지만, 일차적으로 국가적·사회적 제도가 수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에 기반해서 기업과 민간이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경아 “가장 핵심적으로 보는 것은 ‘장애등록’이에요. 장애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등록 이전에 하죠. 문제는 장애 진단과 장애 등록 사이의 간격이 너무 길어요. 자폐의 경우 소아정신과 의사만 진단을 할 수 있는데, 의사를 만나기까지의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거죠. 진단 후에도 등록하기까지의 과정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가 되는 경 우가 허다해요. 이런 구멍들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곽남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
Q3_
이번 대선에 어떤 정책 공약이 있으면 좋을까요?
곽남희 “‘접근권’이요. 코로나로 인해서 장애인들의 접근권이 상당히 위협을 당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키오스크가 있죠. 꼭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타신 분들, 나이가 많으신 분들한테도 접근에 있어서 문제가 돼요.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기술들이 더 발달되는 상황에 사회경제적 활동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운 사람이 없어요.”
김은정 “국가사회적 제도로써 콕 찍어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공공미술 쿼터제’예요. 사실 예술이란 분야가 비장애인 작가들도 진입하기가 굉장히 어렵죠. 영화처럼 ‘쿼터제’를 도입해서 비장애인 작가의 작품이 10개가 전시된다면, 장애인 작가의 작품도 3~4개 정도는 넣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악의 경우 무대에서 연주를 하면 연주비가 나오지만, 미술은 전시를 해도 작품이 팔리지 않는 이상 수입이 거의 없죠. 미술작가로서의 현상 유지, 작품활동 지속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창작할 권리도 있다고 생각해요.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지원’이 아닌 국가적 책무로써 ‘보장’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이경아 “지역에 기반한 부분에 관심이 많아요. 지역 단위 평생교육이라든지 지역 단위의 취업, 주거, 가족지원에 대한 것이요. 그리고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서비스 편차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지원들이 진짜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원인지를 단순 통계적인 숫자가 아닌 실사를 통해 확인해봐야 해요. 지역사회 의료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에 대해서 지켜보려고 합니다.”
Q4_
지난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정책 공약 시행에 있어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곽남희 “저희가 투쟁하면서 항상 요구했던 것들이 어떻게 약속까지는 받아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는 않고 있어요. 대표적인 것으로 장애등급제 폐지, 공공일자리 확대 등의 이슈가 있죠.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해서 말은 폐지되었는데, 각 장애유형별로 아직 문제가 있어요. 공공일자리 81만 개 중 1.2배에 해당하는 1만 개라도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로 보장해 달라고 늘 요구했는데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아요. 그 외에 탈시설도 국정 과제에 넣었지만, 실제로 탈시설된 사람이 많지 않죠. 발달장애인국가책임제 역시 209명의 발달장애 부모연대 투쟁을 통해서 약속은 받아냈는데, 이것도 썩 잘 된 것 같지 않아요.”
김은정 “선거 전이나 취임 직후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체계를 수립한다고 이야기는 했는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까지 없는 것 같아요. 분명 발달장애인 지원과 관련해서 예산이 늘어난 부분은 있지만, 활동보조의 단가라든지, 학령기 학생에게 방과후 수업을 지원한다든지 등에 대한 부분이죠. 생활 환경이나 분포에 따라서 장애인들이 느끼는 바는 전혀 다르거든요.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정말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 표출은 되었어요. 정책상 방법과 요구가 다를 순 있겠지만, 정말 필요한 부분은 캐치가 안 된 것 같아요.”
이경아 “복잡한 문제인데 실제 현장에서 아직 정리가 안 되어 있는 부분이 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특수교육 문제도 그렇고 탈시설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원래 하려던 통합교육은 무엇이었는지?’, ‘원래 원하던 탈시설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나오기 전에 전환이라는 것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학령기 이후 발달장애인의 삶에 대한 지원은 아직 다루지 않고 있죠. 탈시설화 선언은 되었는데, 그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동안 가족 아니면 따로 지낼 수 있는 생활 인프라에 대한 내용은 마련되어 있지 않아요. 결국 그 지원체계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통합교육을 시작하신 분들도 특수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탈시설을 해도 다시 시설로 회귀하려고 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죠.”
Q5_
지난 정책이 장애인 당사자의 감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정책평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곽남희 “5년을 지켜보니까 장애인 당사자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약속하고 그러긴 했지만, 형식적으로만 이행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쥐고 있는데, 예산에 의해서 형식적인 정책만 이루어지고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부분이 아쉽습니다.”
김은정 “개인적인 생각으로 발달장애만큼은 대체의학도 없고 인구가 계속 늘어날 대표적인 장애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평생의 연구조차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발달장애인은 물적 자원보다도 인적 자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이 사람들은 뭐가 같고 뭐가 다를까에 대한 생각, 즉 장애별로 이루어져야 할 구체적인 지원 방안에 대한 생각을 해야겠다는 생각조차도 없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장애가 있기 때문에 돈 몇 푼 더 주면 되지라는 정책보다는 장애, 인간 본질에 대한 연구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6_
‘권리’에 대한 부분은 사람마다 우선시되는 욕구가 다를 것 같아요.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우선시하는 권리는 뭐가 있을까요?
곽남희 “시각장애인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권리는 ‘접근권’이 아닐까 싶어요. 시각장애인한테는 최근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더 위협으로 다가왔어요. 최근 쇼핑사이트 몇 개를 대상으로 차별에 대한 소송이 있어 재판 방청을 했었는데, 재판부도 장애감수성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과 관련된 문제는 박근혜 정권 끝 무렵부터 문재인 정권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정권을 돌면서 각 정권이 끝날 때쯤 새로운 접근권 문제가 등장하는 걸 보면 시대가 가면 갈수록 접근권이 보장 안 되는 측면이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
김은정 “제일 큰 걱정은 부모 사후에 내가 없어도 ‘아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지금처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이에요. ‘이게 왜 유지가 될 수 없을까? 유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요. 발달장애인의 그림 작업도 사회에 동참하고 싶은 하나의 욕구라고 생각해요. 적성에 맞는, 자기만의 선과 색으로 사회에 한 귀퉁이라도 내 자리를 달라는 것이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욕구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자기 이름을 가지고 내가 활동을 한다라는 ‘기회의 균등’이 제일 우선시되어야 할 권리라고 생각해요.”
이경아 “저는 ‘잊혀지지 않을 권리’요. 소수자인 사람으로서 살아가면서, 나도 같은 사람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도 주류 안에서 살아갈 때는 삶이 각박하고 힘들면 고개를 돌렸어요. 그런데, ‘이제 내 삶을 봐 달라고, 우리 아이가 여기 있고, 내가 안 돌보면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참 지쳐요. ‘지친다’라는 말이 옳은 표현일 것 같아요. 저희 아들이 당황하면 ‘저기요. 여기 보세요’ 이렇게 사람을 불러요. 그것이 항상 ‘외침’ 같아요. 혼자 안전하게 있고 싶으면서도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외침이요. 아들의 안전을 잘 지켜주면서도 그냥 타인과 평화롭게 함께 있을 수 있는 걸 해줬으면 좋겠어요.”
Q7_
이것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곽남희 “접근권이 보장되려면 정부의 의지,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있어야 접근권에 대해서 함께 공감을 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은정 “물론 균등이라는 것이 경쟁, 경제의 논리에 의하면 비장애인과 출발이 다르지만 앞서 말한 ‘공공미술 쿼터제’라는 사회적 제도를 통해서라도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고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니까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이것이 장애와 세상, 장애 당사자와 타인과의 ‘연결 맺기’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연결 맺음, ‘이음’을 찾아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이경아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 가치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장애인, 비장애인에 대한 ‘어떤 것을 지원해주세요’를 떠나서 모두의 삶이 윤택해지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인간 존엄,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걸 교육적 방식으로 풀어낼 수도 있겠죠. 여기에 대한 관심, 성찰이 반영된 정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Q8_
다가오는 대선에 한 명의 유권자로서 표를 행사하실 텐데요. 후보를 고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곽남희 “장애감수성을 볼 수 있으면 좋은데, 현재 대선이 돌아가는 모양이나 공약을 보면 이런 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분들은 크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나마 좀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를 투표할 것 같습니다.”
김은정 “각 후보 중 누가 사회 속에 소수인으로 살아가는 발달장애인을 머릿속에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느냐를 중요하게 볼 것 같아요. 현실적인 대안으로 ‘어떻게 해줄게요’가 아닌 그 사람의 전체적인 정책, 정치 플랜 안에 발달장애인이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를 많이 보고 선택하겠습니다.”
이경아 “저는 말을 안 바꾸는 사람이요. 그럴듯하게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죠. 말이 앞뒤가 안 맞으면 이루어질 일도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말을 안 바꿀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할 것 같아요.”
Q9_
변화될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곽남희 “최근 지하철역이 해마다 새로 신설되고 있어요. 지하철 내에는 점자 안내판도 있고 스크린도어에도 점자로 표시를 해두고 있죠. 겉으로 보기에는 장애인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타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비장애인은 알 수가 없죠. 이런 사소한 것들이 장애인에 대해서 그냥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요. 다음에 모니터링을 갔을 때는 오타가 전혀 없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김은정 “최근 43명의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함께 모여 예술의 전당에서 최초의 유료전시회를 개최했어요. 비장애인 예술가들에게도 성벽이 높은 예술의 전당이 발달장애인들에게 선뜻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희망을 봤어요. 그리고 이번 유료 전시를 통해 발달장애인도 프로작가로서의 시작을 알렸다고도 볼 수 있죠. 앞으로 영국이나 일본처럼 발달장애인의 예술이 세상에 더 큰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작성자이은지 기자 lonely_lo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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