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전세자금으로 나만의 집 구하기
꿀팁, 슬기로운 자립생활
본문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은 독립과 자립의 차이를 아시나요? 독립(獨立)은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부모로부터의 독립, 식민지배로부터의 독립’처럼 물리적인 의미로 무언가로부터 혼자 떨어져 나온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반면, 자립(自立)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즉, 자기 의지에 따라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간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이 뜻이 가장 잘 담긴 곳은 어딜까요? 바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집이 아닐까요? <함께걸음>에서는 자립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6명의 사람들과 그들의 집에 대해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Q1.
독자들을 위한 간단한 자기소개 해주세요!
저는 서울특별시 강서구 등촌동에 거주하고 있는 자립생활 16년차에 접어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함께걸음> 기자 박관찬입니다.
Q2.
언제 처음 자립생활을 시작하셨나요?
2006년 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처음으로 자립하게 되었습니다.
Q3.
자립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언제까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만 지낼 수 없고, 이제 성인도 되었으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4.
초창기 비용과 부동산 방 계약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처음 자립을 할 때는 대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비용은 부모님이 부담해 주셨어요. 방은 제가 살아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직접 부동산을 방문해서 알아봤어요. 아무래도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카톡이나 문자, 큰 글씨 등으로 직접 소통해주시는 부동산과 계약을 해왔어요.
Q5.
처음 이사를 하셨을 때가 궁금합니다.
사실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서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 같은 데(웃음). 우선 기숙사가 아닌 원룸, 그러니까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살게 된다는 그 사실 자체가 당시에는 무척 설레고 들뜨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기숙사처럼 통금시간도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무엇을 해도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까(웃음).
당시 대학 주변에서 자취했던 게 자립생활의 첫 시작이었는데, 제가 대학교 앞의 찜닭집을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집들이 한답시고 제 자취방에 방문하는 손님들마다 다 찜닭을 주문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 찜닭을 3일 연속으로 시켜서 먹은 적도 있는데 그런데도 전혀 질리지 않을 정도로 많이 좋아했어요.
덕분에 거기 사장님도 기숙사로만 찜닭을 배달하시다가 제가 이사했다는 걸 알게 되자 가게 시스템에 제 자취방으로 주소 등록도 해주셨어요.
Q6.
현재 거주하고 계신 집은 어떤가요? 대략적인 집 구조를 이야기해주세요.
경상도에서 자취를 할 때는 늘 원룸에서 살았는데, 서울에 와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은 투룸이에요. 부엌과 화장실이 따로 있고 방이 두 개 있죠. 작은 방은 침대와 책상이 있고, 큰 방은 옷장인데, 이곳에서 첼로를 연습하거나 홈트레이닝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어요. 서울에서 집을 구할 때 투룸을 1순위로 고려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짐의 절반 정도가 옷일 정도로 옷이 너무 많거든요 (웃음). 그래서 방 한 켠에 옷을 둘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혼자 살아도 방이 두 개는 필요할 것 같았어요.
Q7.
이사를 할 때 짐은 어떻게 옮기셨나요?
경상도에서 서울로 이사를 올 때는 최소한의 짐만 챙겨서 부모님과 함께 조금씩 정리했고, 그 뒤로 조금씩 옮기거나 새로 장만하면서 꾸려왔어요.
Q8.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가 어려울 텐데, 어떻게 구하게 되었나요?
제가 프리랜서로 일할 때 서울이나 경기 지역으로 오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이사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LH에서 장애인에게 ‘전세자금 즉시지원’을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강서구 지역을 중심으로 알아보게 되었는데, 거기에서는 전세자금 즉시지원이 9천만 원까지 가능하다고 해요. 그러니까 제가 마음에 드는 집이 있는데 그 집의 전세가 1억 5천만 원인 경우, 9천만 원은 지원받고 나머지 6천만 원은 제가 부담해야죠. 집을 알아볼 때 마음에 드는 집에 두 군데 있었어요. 지금 살고 있는 집(7천만 원)과 옥탑방에 있는 집(8천만 원)인데, 옥탑방은 옥상을 제가 사용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았어요. 근데 엄마가 옥탑방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우니까 안 된다고 해서 지금 투룸인 집으로 결정하게 되었어요.
Q9.
기자님은 혼자 살기 때문에 느꼈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을까요?
‘혼자’라는 점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다른 사람의 간섭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이죠. 반대로 혼자 살고 있을 때 몸이 아프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옆에 아무도 없으니까 그럴 때는 괴롭고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이 나쁜 점이라면 나 쁜 점 같아요.
그래서 혼자 산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건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자립생활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자기관리를 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아프지 않기 위해, 건강하기 위해 관리를 하게 된다는 점이 저는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Q10.
집 주변 환경은 어떤가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가장 좋은 점은 동네의 위치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와 회사가 모두 지하철 9호선 라인에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9호선의 일반/급행열차 구분이 정말 어려운데, 정말 선견지명인 건지 동네와 회사 모두 9호선 일반열차만 정차하는 역에 위치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출퇴근할 때 일반/급행열차 구분으로 걱정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 정말 좋은 점 같아요.
다만 3년을 이 동네에 살면서 맛집이 별로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고, 조깅을 할 만한 코스가 부족한 부분도 아쉽긴 해요. 그래도 가까이에 시장도 있고 편하게 기사 쓸 수 있는 카페와 이제는 단골이 된 미용실도 있어서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Q11.
장애인 자립 지원에 있어서 이런 점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싶은 점이 있을까요?
자립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집이잖아요. 집이 있어야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데, 장애인이 집을 구할 때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면 좋겠어요. LH에서 장애인에게 전세자금을 ‘즉시’ 지원해 준다는 제도가 있다는 걸 애초부터 알았다면 경상도에 살 때부터 지원을 받았을 텐데, 서울에 와서야 이것을 알게 되어서 지원을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경상도에서 자취할 때는 장애인에게 지원해주는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전세든 월세든 다 비용을 내면서 살았어요. 또 이 전세자금 즉시지원에 대해서 주민센터에 문의하러 갔을 때도 주민센터에서 장애인복지를 담당하는 직원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전세자금 즉시지원’에 대해 문의하러 왔다고 하니까 그 직원이 어떤 신청서를 프린트해서 줬는데, 제가 문의하려던 그 내용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이게 아니라고 하니까 직원은 그게 맞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알아봤던 걸 폰으로 찾아서 보여주니까 그제야 그걸 찾아서 보여줬어요. 장애인 관련 업무를 하면서도 어떤 제도나 서비스가 있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주민센터나 LH나 어느 곳이든 장애인이 집을 구하려고 할 때, 장애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상담과 같은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12.
마지막으로 자립생활을 준비하고 있거나 혹은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요즘은 1인 가구가 정말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을 정도잖아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정책도 계속해서 나오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습니다. 혼자 살게 되면 걱정도 되고 또 위험한 부분도 존재하지만, 그래도 급변하는 사회에서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고 추구하기 위해서 뒷받침되어야 하는 하나의 과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자립생활을 고민하거나 준비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집의 유형과 구조, 가격 등을 사전에 충분히 알아보시고 고민한 다음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면 좋겠습니다. 저 못지않게 ‘자립생활의 산증인’으로 자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작성자이은지 기자 lonely_lo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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