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장창창 사건을 접하며 드러난 우리의 허술한 가치들
본문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우리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를, 자신이 어떤 위치에 서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평상시에는 존중과 배려, 상식과 인권을 가진양 보였던 사람들이 ‘사건’을 둘러싸고 다른 모습과 태도를 취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사건을 경과하면서 우리는 또는 나는, 우리 안에 든 알맹이나 뿌리라는 것들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문득 깨닫곤 한다. 올해 우장창창의 상가세입자와 건물주인 가수 리쌍을 둘러싼 사건이 그렇다. 합법의 의미나 갑을관계,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생각들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합법’의 허약함
현행법에 명시된 상가세입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한 현실에서 ‘법’은 정의나 인권을 담기에는 허약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법의 허약함’을 말하지 않고 ‘법’만을 내세우며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말들을 넘치도록 했다. 사람들은 건물주의 권한을 인정하는 데는 후하지만 세입자에게는 후하지 않았다. 어차피 네 건물도 아니지 않냐며 핀잔을 준다. 그러나 소유주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유하지 못하더라도 ‘공정하게’ 일하고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은 상가세입자의 권리를 충분하게 보호하고 있지 않다.
2013년과 2015년에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돼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2010년 6월 우장창창의 사장은 권리금 2억7천만 원, 시설투자 및 보증금 1억여원을 들여 영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리쌍이 건물을 매입하고 나서 자기가 직접 장사를 하겠다며 나가라 했다. 다툼이 있다가 2013년 8월 리쌍은 세입자에게 그가 초기에 투자한 비용의 절반 정도인 1억 8천만 원을 주고 지하와 주차장에서 영업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리쌍도 우장창창 자리에 ‘리쌍 포차센터’를 개업했다. 당시 세입자는 서울시 ‘환산 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3억 원이어서 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우장창창은 2013년 9월 지하 매장에 보증금 4000만 원, 월세 300만 원에 들어왔기 때문에 환산보증금은 3억 4천만 원이었다. 2014년 1월부터 환산보증금은 4억 원으로 올랐지만 계약 시점 기준이기 때문에 당시 우장창창은 여전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만약 우장창창도 계약 갱신이 됐다면 개정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장창창 세입자는 5년 임차 계획을 밝힌 만큼 계약이 자동 갱신된다고 오판해 계약연장 요청을 하지 않은 탓에 건물주는 강제퇴거가 정당하다며 ‘합법적’으로 그를 쫓아냈다.
우리 사회에서 건물주가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세입자가 건물에서 일하거나 장사하면서 수익을 얻는 것은 당연하게 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사를 하기 위해 초기에 얼마를 투자했든 세입자가 그것을 돌려받을 생각을 한 것이 부당한 욕심이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어차피 세입자는 객(客)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상가세입자는 최저빈곤층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소유주만이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많은 비소유주들의 권리를 침해하게 만든다. 바닥에 있는 빈곤층만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질서나 구조보다는 특정 사례나 개인에 천착하는 것과 비슷해서 평등한 사회를 상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부양의무제도는 법이니 괜찮다?
‘법대로’를 근거로 장사한 지 몇 년 안 된 세입자를 내쫓는 게 무엇이 문제냐는 사람들은 흡사 ‘법대로’를 주장하며 최소한의 장애인의 기초생활수급도 보장하지 않는 공무원들, 국가가 떠오르게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은 1999년에 근로능력과 무관하게 ‘최저생계비’이하로 살아가는 모든 국민들에게 최저생계비를 권리로서 보장하도록 하고 개정됐다. 하지만 부양의무제도 때문에 빈곤층이나 장애인의 최저생계비를 받고 있지 못하다. 직계 가족 중에 약간의 소득이나 재산만 있어도 수급을 받지 못한다. 연락을 끊고 사는 가족일지라도 가족관계등록부에 가족이 있으면 수급권은 박탈된다.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실업상태이거나 노동력을 상실한 경우여도 부양가족의 노동력을 인정해 소득을 추정하는 ‘추정소득’은 수급권 자격을 막는다. 그래서 장애인자녀가 수급권을 받게하려고 자살을 하는 부모들이 생겨난다.
이렇듯 법은 ‘합법적으로’ 최저생계로 살 권리를 박탈할 뿐 아니라 목숨까지 거둬 간다. 그런데도 국가는 아무 잘못이 없는 것일까. 법대로 하면 괜찮은 것일까? ‘법대로’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질서, 구조를 꿈꿀 수 없다. 심지어 법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도 어렵다. ‘을질’이란 말이 성립하려면 우장창창의 욕심이 과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세입자가 ‘을질’을 한다고 했다. 그가 2010년에 장사를 시작했으니 할만큼 한 것 아니냐, 이제는 건물주가 나가라면 나가야지 하며 세입자가 나가지 않고 버티는 항의행동을 ‘을질’이라고 손가락질했다.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봉지를 열지 않고 줬다고 승무원을 괴롭히면서 비행기를 회항시킨,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후 우리는 권력이나 부를 가진 자들의 ‘갑질’에 대해 분노했던 때와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상가건물세입자보호법에서 최소한 장사할 수 있는 기간을 5년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리쌍은 두 번이나 2년마다 나가라고 했고 수천만 원을 써서 용역 경비가 세입자를 폭력적으로 끌어내게 했다. 5년도 권리금과 시설투자비들을 회수하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다. 열심히 장사해서 초기 투자비용만 겨우 회수한다면 상가세입자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갑질’은 계약관계에서 갑의 위치를 이용해 온갖 부당하고 부정의한 일을 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고용관계가 그렇고 건물주와 세입자의 관계가 그렇다. ‘을질’이란 말이 통하려면 적어도 갑을관계가 평등해야 한다. 언제든 고용을 파기할 수 있고 세입자를 쉽게 내보낼 수 있는 관계에서 을은 갑의 눈치를 봐야 한다.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 갑과 을의 평등한 소통과 합의를 이끌 정도로 법은 공정하지도 않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상가건물세입자보호법에서 보호하는 대상이나 기간은 제한적이다. 그나마 2015년 법이 개정돼 보호받는 건물세입자가 늘었지만 우장창창의 경우 법 개정 전에 계약해서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 여전히 기울어진 법의 현실, 사회구조에서 ‘을질’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택한 것이 을들의 연대가 아닐까.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항의하며 세상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정의로움이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기울어진 갑을관계에 놓인 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실천이 저항이고 연대다. ‘법대로’ 집행하려고 하는 것을 수긍하지 않았다고 ‘을질’이라고 말하는 것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만약 대한항공 승무원이 부사장에게 ‘이건 부당한 행위’라며 항의하고, 비행기가 부사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원래대로 운행했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을질’이라고 할 것인가? 을답게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았으니 그는 을의 자격이 없는 것인가.
‘을질’이란 표현은 불평등한 구조와 불평등한 관계를 보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 않은가. 갑과 을의 개인적 문제로만 접근하도록 놔둔다. 법도 약자의 편이 아닌 현실에서 권력관계의 약자들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행위조차 ‘을질’이라고 낙인찍으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세입자의 노동과 삶을 확보하기 위한 실천을 ‘을질’이라 칭해선 안 된다.
장애인들이 사건을 알고 피켓을 들었냐고요?
▲ 노들야학의 릴레이 인증샷 |
얼마 전 노들장애인 야학의 학생들이 맘상모 회원들과 함께 우장창창을 응원하는 릴레이 인증샷을 찍었다. ‘리쌍-우장창창, 우리 지금 만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인증샷 여러 장이 오늘의 유머, 일간베스트 등 온갖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에도 흘러들어갔다. 사람들은 댓글로 장애인까지 이용하느냐며 우장창창을 비난했다.
“저기 계신 장애우분들이 확실히 이 사건에 대해 편향되지 않은 전반적인 상황을 알고 계시고 그럼에도 저 피켓을 드셨다면 그렇구나 하겠는데 왜 장애우분들께 저런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게 하셨는지 저의가 궁금하네요.”
“장애우 이용하는 거봐. 진짜 토나온다. 역겨워.”
“저분들, 종이에 리쌍 파이팅! 적고 드려도 그대로 사진 찍으실 걸요?”
비난은 장애인을 모욕하는 지경까지 갔다. 장애인에 대해 편견이 얼마나 가득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들은 장애인은 우장창창의 사건을 알 수 없다고 단정했다. 심지어 ‘리쌍 파이팅’이라는 내용을 줘도 이해하지 못하고 들었을 것이라며 모욕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릴레이 인증샷 행동을 할 때 ‘같은 손피켓’을 들고 하는 경우는 흔하다. 그렇다고 손피켓 내용이 동일하다고 릴레이 인증샷에 참여한 사람들을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참여했다고 비난하는 경우는 그동안 없었다. 인증샷에 참여한 사람들이 장애인이기에 이렇게 섣부르게 판단하고 모욕한 것이다. 장애인을 대상화하지 않았다면 이런 편견과 모욕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장애인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그들의 편견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장창창의 사장이 장애인들을 이용하는 것이라 욕했다. 사족을 붙이자면, 그들은 장애인을 모욕하면서도 ‘장애우’라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썼다. 장애우라고 표현하면 자신들이 장애인을 존중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 생각했나 보다. 장애우라는 표현이 장애인은 스스로를 칭할 수 없기에 적절하지 않고 장애인이 적절하다는 생각은 못하고 썼으리라.
노들야학은 그동안 빈곤층과 많은 연대를 해왔다. 앞서 말했듯이 기초법의 부양의무제로 고통받는 것은 장애인만이 아니라 빈곤층도 해당되기에 줄기차게 가난한 자들과 연대해왔다. 장애인과 상가세입자는 공통점이 없을 것이고 그래서 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을 모르고 한 비난이다. 편견을 한 꺼풀 벗기면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다. 장애인들의 연대를 모욕하는 이들이 연대가 무엇인지를 이번 기회에 고민해보길 권한다. 연대는 같은 처지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감정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무엇보다 대개 연대란 함께 바라는 어떤 사회제도, 어떤 사회질서를 향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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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응님의 댓글
응 작성일응 ^^ 언더 도그마 ㅋㅋㅋㅋㅋ 좋겠다 기자놈아 ㅋㅋㅋㅋ 착한사람될수있어서 ㅋㅋㅋㅋ 약자편에 서면 무조건 정의라서 좋겠다 ㅋㅋㅋㅋ 테러리스트들도 미국에 비하면 개미만도못한 약자들인데 ㅋㅋㅋ
ㅡㅡ님의 댓글
ㅡㅡ 작성일기자가 맞나? 어째 생각하는게 이리 편협하지?
ㅠㅠ님의 댓글
ㅠㅠ 작성일리쌍은 손해 봐도 되나요? 우장창창 억울한것만 있고 리쌍이 손해 보는건 생각안하시네.. 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남한테 피해를 입히면 안되는거 아닌가?
세상에나님의 댓글
세상에나 작성일리쌍은 1억팔천 던져주고 세입자 빼내 직접 운영해서 가게넘기고 권리금 4억정도 챙긴다면... 음...무지 남는 장사군...
곰탱님의 댓글
곰탱 작성일리쌍이 잘 고민해야 할 점. 앞으로 1층에서 포차 접고 새로 임차인 들일 때 권리금은 딱 1억 8천밖에 못받는다. 그 이상 받는 순간, 초과해서 받은 권리금에 대해선 권리금 도둑놈 소리 들으면서 사람들이 몽땅 안티가 될테니까.. 기존 임차인 내쫓고 새로 임차인 들이면서 권리금 가로채는 건물주 이야기 많이 들어봤지? 권리금을 100% 다 가로채든, 35%만 가로채든, 도둑놈은 도둑놈이다.
zz님의 댓글
zz 작성일저분들까지 끌어들여서 말도 안되는 여론 형성하려는게 기가차서 욕먹는거지
호른님의 댓글
호른 작성일
리쌍이 놀고 먹으면서 건물 물려받고 갑질하는거 처럼 쓰셨네.. 땅콩항공처럼 금테두른 자식이 성실하게
직장생활하는 사람들한테 갑질하는거랑 같음? 그리고 세입자에 대한 중대한 팩트가 빠져있는데 주차장 불법증축에 대한 내용은 싹 빼셨네. 그리고 4억원 들여서 장사하는 사람이 슈퍼을 맞지 아닌가? 귀족노조 편드는거랑
뭐가 다름?
당신 주변에 진짜 힘든 사람은 잘 돕고 사시나 묻고 싶네. 마이너스 인생들도 많다네.
ㅇㅇㅇㅇㅇ님의 댓글
ㅇㅇㅇㅇㅇ 작성일존나 웃기네 이거 어느부분이 장애인 모욕이냐 아님 너네가 잘 이용하고 있어서 모욕이라 생각하는거아니냐 법대로 그깟법대로를 너네가 노력을 안해서 못바꾼거자나 뭣도 안되면서 열심히도 안하고 그니까 너네가 안되는거야 애초에 열심히 살았어야지 뭐라도 되는놈이 되도록
6님의 댓글
6 작성일장애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지지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용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욕이지.
ㅇㅇㅇ님의 댓글
ㅇㅇㅇ 작성일그놈이 그놈이네
개소리님의 댓글
개소리 작성일
이런것도 기사라고 ㅋ 세입자입장에서만 법이 이상한줄 아냐? 건물주 입장에서도 법이 이상해 ㅋㅋㅋ
세상에 옳은건 없다. 법이라는건 그 중간에서 합의할수 있도록 만든게 법이야.
지금법이 건물주에게만 이익이다? 무슨근거로 그런말하냐?
그럼 법에 무조건 임차인만 배려해야한다고 써있으면 그건 맞는법이냐?
리쌍입장에서는 할만큼 했다. 법대로 그냥 다 처리한것도 아니고..
이런것도 기자라고 ㅉㅉ 한쪽시선에서만 보지마
ㅓ허라님의 댓글
ㅓ허라 작성일장애우 분들 까지 이용할정도면 사람이가?